[미국] 16.드디어 샌프란시스코로~~
그날 밤 묵은 곳은 요세미티 빌리지에서 샌프란시스코 방향으로 꼬불꼬불한 커브길을 한 시간 넘게 달리면 비로소 나오는 숲속의 오두막이였다.
가는 도중에 이 길이 맞나? 혹시 안 나오면 어떻게하지? 하는 걱정이 들 정도로 인적이 없는 곳이었다. 일박에 90달러정도에 예약한 곳인데 우리는 내비게이션에 의지해 비교적 쉽게 찾아갔지만, 내비 없이 그냥 지도만 있는 사람이라면 도저히 찾아올 수 없는 위치라고 볼 수도 있다.
4월의 평일인지라 손님이 우리밖에 없었는데 주인장 아주머니는 좀 흥이 많은 사람인지 칵테일 잔을 들고는 흐느적거리는 몸짓으로 우리를 맞이해줬다. 나한테는 자꾸 허니~ 라든지 스윗하트라고 부른다. 뭐 나쁠 건 없는데 왠지 몸에 안 맞는 옷 입었을 때처럼, 빙구같이 어색하게 웃게 된다.
우리는 화장실이 달려있는 제일 좋은 방으로 안내되었는데 이곳 역시 여주인장이 살뜰히 가꾸는 집이라 그런지 모든 게 잘 정돈되어 있었다. 산속산장이라 그런지 거실 벽에는 사슴의머리가 절단된 채로 전시되어졌는데 이것만 빼면 다 맘에 드는 곳이었다. 아무리 멋있게 보여도 죽은 동물의 대가리와 반질하게 빛나는 플라스틱 눈알을 보는 건 왠지 좀 서늘한 느낌이 든다.
그건 제외하고 이런 스타일의 가정집에 감도는 분위기가 굉장히 멋스러워서 요왕에게 잘 했다고 칭찬해주고는 냉동식품이랑 컵라면 데워서 먹고 잠이 들었다. 빨리 잠드는 거 말고는 여기서 할일도 없으니까...
근데 영화에서도 자주 본적이 있는데 미국 가정집에서는 침대에 쿠션을 아주 여러 개 세팅해 놓는 경향이 있다. 근데 이 많은 쿠션이 실제 무슨 용도로 쓰이는지는 모르겠다. 원래 잘때는 그냥 베게 하나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 침대에 겹겹이 깔아놓은 쿠션은 잘 때가 되면 그냥 다른 곳에 옮기느라 귀찮기만 할뿐인데...? 미국식 데코레이션인가?
다음날 아침에 거실로 나와보니... 오오~ 필시 미국 우렁각시가 다녀간게야...
거실 테이블에는 토스트, 과일, 딸기, 우유, 오렌지쥬스와 커피 그 외에 각종 시리얼과 빵까지 너무 예쁘게 세팅이 딱 되어있었는데 우리 둘이 먹기에는 차고 넘칠 정도의 양이었다. 물론 계란이나 햄 같은 건 없지만 뭐 그런 것까진 바라지도 않았고....
이날의 아침은 꽤 기억에 남았는데, 단 하루뿐이긴 했지만 미쿡집에서 미쿡아줌마가 차려주는 밥상?을 받으니 왠지 기분이 샬랄라해지면서 대접받는 느낌이 들었고, 이 넓은 독채를 우리만 쓰니 잠시 착각이긴 하지만 내가 이 산장의 주인이 된 것 같기도 하다.
차려놓은걸 먹고는 방에 들어가 짐을 챙겨 나오니 아주머니는 뒷정리를 하고 있었는데 타이밍상 왠지 우리의 동향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느낌이....^^
이제 우리는 샌프란시스코로 간다. 샌프란시스코 이후의 일정은 퍼시픽하이웨이를 타고 점차 남하하면서 엘에이로 가는것이다.
금문교, 클램차우더, 태평양, 알카트래즈, 차이나타운 수많은 히스토리와 볼거리들이 응축된 이 멋진 도시로 가는 길에 콜터빌이라는 작고 예쁜 마을도 지나치게 되었다.
요세미티 부근에서 묵은 숙소 레드 루스터
옛 개척자들의 마을 콜터빌
마을을 걷는데 앞에서 오던 아저씨가 꽃을 꺾어 줬다
모든 것이 잘 풀릴 것만 같던 하루였건만... 예상치 못한 복병이 나타났는데 우리 차 전방 몇 백미터 앞에서 교통사고가 나 버린거다. 그래서 샌프란시스코방향으로는 단 1미터도 움직이질 못하고 한참을 있다가 핸들을 돌려 다른 우회도로를 찾아 돌아돌아오느라 생각보다 이동시간이 많이 걸렸다.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우리 숙소는 사실 샌프란시스코 시내가 아닌 리치몬드라는 외곽동네인데, 버클리에서도 북쪽으로 좀 더 가야 나오는 곳이었다.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는 거의 25킬로미터정도 떨어진 조용한 주택단지내의 주방 딸린 스튜디오룸이었는데... 샌프란시스코시 안의 숙소가격이 좀 비싸서 이렇게 외곽으로 나오게 된 거다. 서울이고 미국이고 간에 돈 없으면 밖으로 밀리는구나... 사실 다리 통행세와 오고가는 시간에 휘발유 값을 생각해보면 그게 그거인거 같기도한데
그래도 주방이 있다는 게 특장점~
우리는 이날 샌프란시스코의 중국계 식료품점을 서치해서 그곳으로 차를 몰고 가서 김치와 쌀을 사고, 이것도 모자라 월마트와 세이프웨이를 차례로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사왔다.
생전 처음해보는 냄비밥 하면서 다 태워먹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고슬고슬하니 잘되고....^^
우리나라에서 먹는 미국고기는 상당히 꺼려지는 이미지가 있는데 미국에서 먹는 미국고기는 그냥 맛있기만하다. 하긴 미국 고기 외에는 뭐 다른 선택의 여지도 없고 말이지...
샌프란시스코의 가장 서쪽 끝, 이른바 Land Ends에서 태평양을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칼바람도 맞아보고 금문교를 달리면서 “여기가 금 문 교 다!!” 하면서 차안에서 소리도 질러보고
쌀과 김치도 득템하고... 더 바랄게 없는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첫날이었다.
금문교를 건널 때는 워낙 영화에서 많이 보던 곳이라 그런지 이 다리 위를 달려가는 우리의 상황자체가 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했는데, 앞으로 삼일을 더 보내게 될 샌프란시스코에서 부디 좋은일 만 있기를....
리치몬드의 숙소
랜즈엔드
배터리 스펜서에서 바라다본 금문교
김치와 고기를 사다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