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3.이제야 먹어보는 진짜 미쿡식 런치와 쑈쑈쑈
라스베가스에서 꼭 해야할일중에 하나는 쇼 관람이었다.
우리가 방문했던 시기에는 브리트니 스피어스도 공연을 했었는데 아무래도 그런 콘서트는 팬덤 특유의 파티분위기가 날거 같아서 우리가 가기엔 좀 어울리지 않을거 같고... 마이클 잭슨과 비틀즈를 주제로 한 음악쇼도 있었는데 왠지 크게 끌리질 않았다.
이전에는 보지못한 뭔가 새롭고 오로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걸 찾다보니 태양의 서커스에서 주관하는 쑈중에 고르게 된다.
기억을 짚어보자니 우리나라에서도 태양의 서커스단이 내한해서 무슨 쑈를 했었던거 같다. 티비에서 광고도 많이하고 말이지... 그 쑈 이름이 퀴담이었나... 라스베가스에서는 이 태양의 서커스에서 운영하는 쑈들이 각 대형호텔별로 하나씩 성황을 이루며 열리고 있었는데 그중 우리가 선택한건 MGM호텔에서 열리는 KA쑈 였다.
이유는 별거 없다. 그냥 다른 거에 비해서 좀 저렴한 거 같기도 하고, 이 쑈가 열리는 엠지엠 그랜드를 아직 못 가봤으니까 쑈도 볼 겸 방문해볼 작정이다. 그리고 뭔가 스토리가 있다니 이야기를 따라가는 재미도 있겠지.
당일표를 할인해 판다는 Tix4Tonight에서 맨 뒷줄에서 딱 한 줄 앞인 센터 좌석을 1인당 100달러에 샀다. 근데 이거 잘 산건가...? 무대에서 멀어도 너무 먼데 뭐 사전에 준비를 안 해왔으니 할 수 없지.
쑈는 저녁에나 하니까 낮 시간엔 호화로운 실내분위기랑 수로로 유명한 베네시안호텔이나 구경해보기로 하고 차를 몰고 베네시안으로 갔다. 이 호텔 안에 있는 쇼핑몰의 이름은 Grand Canal인데 와... 정말 돈으로 칠갑을 해 놓는다는 게 이런거구나 싶었다.
이름에 걸맞게 이탈리아 분위기 나는 인테리어와 건물내부에 있는 운하... 그리고 그 운하를 왔다갔다하는 진짜 곤돌라와 뱃사공들...
그리고 중앙광장은 유럽의 어느 유명광장을 카피해서 만들었다는데, 시간에 맞춰서 무슨 가곡 공연 같은 것도 하고 있었다.
돈 칠갑을 해놓은 유럽모조품 가짜투성이이긴 하지만 정교하게 꾸며놓으니 모조품도 나름 그 빛을 발하고 있다. 하긴 모조품은 여기만 있는 게 아니다.
파리, 뉴욕, 고대영국, 이집트, 로마를 베껴온 컨셉의 호텔이 시내 여기저기에 있다. 자기네 역사가 일천한 곳이니 이렇게 베껴 올 수 밖에...-_-;; 없나보다. 그래도 세계유명도시들의 상징물이 제대로 카피된 모습으로 한 도시에 모여 있는 건 꽤 괜찮은 모양새이긴 하다. 특히 태양광이 적나라하게 비추는 낮보다는 야경이 빚나는 밤에는 더 그러하다.
그나저나 오늘은 또 뭘 먹지... 라는 고민에 늘 그렇듯이 요왕은 적당한 답을 제시해준다.
요왕이 미리 알아본 미국식 다이너인 ‘앨리스아일랜드’라는 식당으로 향했는데, 미국 온지 거의 열흘만에 아메리칸다이너는 처음 가는 것이다. 하하~ 식당에서 먹는 미쿡 음식 기대된다.
투데이 런치인 6달러짜리 써로인스테이크와 맥주 한잔이 달려나오는 프라임 립 스테이크 그리고 콜라에다가 세금과 팁 18%해서 약 29달러 정도인데, 빵과 감자튀김 계란후라이 2개가 사이드로 딸려나오는 6달러짜리 써로인스테이크는 가격대비 킹왕짱 훌륭한 구성이였다.
써로인 스테이크는 씹는 질감이 좀 거칠긴 하지만 육즙의 맛이 상당히 고소하고 립아이 스테이크는 부드러운 식감이였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꽃등심이라 불리는 부위라고 한다.
사실 우리 같은 알뜰족이 많이 몰려서인지 대기하는 시간이 상당히 길어서 좀 그랬지만, 딱히 낮에 뭐 할 것도 없고 말이야...
커다랗고 질 좋았던 King Cut Prime스테이크'
고소하고 풍미가 좋은 서로인 스테이크
이상하게도 배가 고플 때는 이런저런 계획을 가열차게 세우다가도, 배가 부르면 만사 귀찮아지면서 자꾸만 쉬고 싶다. 늘 그러하듯 숙소로 돌아가 누에고치처럼 있다가 라스베가스의 마지막을 장식할 카쑈를 보기위해 MGM그랜드로 향했다.
엠지엠 그랜드는 대형호텔이 즐비한 라스베가스에서도 그 덩치가 확연 할 만큼 진짜 거대한 녹색호텔이었다. 마치 헐크같다. 그 색이나 덩치까지...
주차장 찾는것도 초행인 사람에겐 그다지 쉬운 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는데, 당췌 이 라스베가스에선 거대하지 않은 게 없군...
호텔 내부로 들어가서도 목적지까지 갈려면 이정표를 나침반 삼아 한참을 걸어야 하니...^^
켁~~ 근데 이게 뭐야. 카쑈 극장입구로 향하는 도중에 보니, 무슨 애니버서리 라면서 카쑈 1+1 티켓 세일을 하잖아... 다 망했네. 하긴 뭐 우리인생에는 이런 일이야 일상다반사니까...
동양식 스토리를 섞은 카쇼는 상당히 역동적이긴했다. 우리는 이런 류의 공연을 거의 접하지 않아서 이정도 티켓 값인 다른 쑈와 비교해서 얼마나 뛰어난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쑈 중간에 꽤 인상적으로 움직이는 무대장치도 있었고한데...
아무래도 우리자리가 너무 뒷편이었는지 생동감은 얻을 수 없는 게 아쉬웠지만, 그래도 라스베가스에 와서 해야 할 미션리스트중 하나를 완료했다는 생각에 맘이 편해진다.
쑈가 끝나고 물밀듯이 밀려나온 관객들에 섞여 호텔을 빠져나오는데 그 시간에도 호텔 안은 잘차려 입은 사람들이 계속 들어오고 있고, 라스베가스의 거리에는 사람들과 색색깔의 형광빛으로 북적북적거린다. 뭔가 다들 큰 재미를 기대하며 들떠있는 모습들이다.
아... 내게는 투머치한 이 도시를 내일이면 빠져나간다. 다시 국립공원의 품으로 들어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