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8. 유타주 브라이스캐년으로의 졸린 여정
동가식서가숙한 미서부 4개주 이야기
8. 유타주 브라이스캐년으로의 졸린 여정
우리의 일정 중에 유타주에 속한 여행지가 세군데 있는데 그게 바로 모압의 아치스 국립공원 그리고 브라이스캐년과 자이언 국립공원이다.
미국서부여행을 하는 사람들에게 이 캐년들이 어느 정도의 인기가 있는 위치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로서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곳인데다가 게다가 유타주 자체가 인지도가 좀 낮고 재미없는 그런 이미지로 다가온다.
자~ 구글신님. 유타주는 어떤곳인가요?
일단 경제생산성면에서 유타는 미국의 50주 중 중하위권(2015년 GDP순위 32위)을 차지하고 있는데(넘버1은 캘리포니아) 아마 인구가 적어서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 주의 총인구가 300만이 안될 정도라는데...
하여튼 신실한 몰몬교의 고장, 낮은 인구밀도로 인해 한적하며, 유색인종의 비율이 상당히 낮아보여 거의 백인들만 보이는 것 같은 느낌... 뭔가 고지식하고 시골스런 느낌이 풍긴다.
실제 미국 내에서 유타주라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 곳일까?
아치스국립공원의 전진기지인 모압에서 브라이스캐년 국립공원의 근처 마을인 트로픽까지는 차로 죽죽 달리면 한 5시간정도 걸리는 곳이어서 아침 일찍 출발하면 이른 오후에 도착 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가는 길 도중에 있는 고블린 주립공원과 캐피톨리프국립공원을 둘러보면서 갈 거라 오늘 하루도 길 위에서 온전히 보낼 것만 같았다. 그리고 우리가 알아서 가는 거라 패키지여행처럼 하루시간을 새벽에서 저녁까지 꽉꽉채워서 관광을 하기에는 좀 무리수이기도 하고....
고블린 공원도 연간패스로 통과될 줄 알고 갔는데, 여기는 국립이 아닌 주립이라 10달러의 입장료가 있군...
작은도깨비인 고블린을 닮은 바위들이 오글오글 모여있는 전경이였는데 며칠째 계속 흙흙흙바위바위바위를 보니 이 정도는 뭐..... 우리가 이전에 본 여행지들의 수준이 있는데 이런 소박한 풍경이 눈에 들어올리가 있나. 게다가 입장료도 따로 걷고 말이야.
대충 보고 돌아 나와 다음 중간목적지인 캐피톨리프를 경유하여 트로픽으로 향했다. 사실 이 구간(12번 국도)은 여행을 준비하면서 요왕이 꽤 기대한 구간이기도한데 길 중간중간에 근사한 전경의 뷰포인트들이 점점이 펼쳐져있어서 그랬다.
그런데... 나는... 너무너무 잠이 온다.
유타주의 볕은 차안의 온도를 슬금슬금 올리고 있고, 우리나라에 있을 때는 며칠동안 집밖에 안 나가기도하는 그런 생활이었는데 여기서는 맨날 차에 올랐다 내렸다 걷고, 게다가 물설고 낮선 곳에 오면 뭔가 텐션이 올라가면서 기가 빨리 소진된다. 스마트폰으로 동영상보면 배터리가 빨리 닳는 것처럼...
그래서 그냥 졸았다. 아름다운 길이었을거라고 상상해본다.
이런 나와는 달리 요왕은 운전하랴 내려서 사진찍으랴 바빴다니 나는 그때 찍은 사진으로나마 그길을 상상할 수밖에 없다.
아침에 사과한쪽 잘라먹고 운전을 시작한 요왕은 캐피톨리프를 지나 한낮이 되자 당이 떨어져서 우울감에 시달리기 시작하며 눈꼬리가 또 슬금슬금 올라간다. 차에 기름게이지도 거의 떨어져가는거 같고...
우리도 그렇고 차도 그렇고 뭔가 먹을 수 있는 곳이 나와야할텐데 걱정하다보니 짜잔~~ 서브웨이 간판이 보인다. 우리가 사랑하는 서브웨이. 패스트푸드지만 건강한 패스트푸드. 나는 이 서브웨이를 태국에서만 먹었었는데 드디어 본토 것을 먹게 되는구나.
우리나라의 경우 특수한 위치에 있는 매장을 제외하고 왠만한 프랜차이즈점은 가격이 전국 다 동일한데 미국의 경우는 그 위치에 따라서 가격이 좀 편차가 있는 편이었다. 뭔가 하나로 다 뭉뚱거려서 획일적으로 줄세우기에 미국은 너무 크고 지역별로 상황이 다르니까...
이곳 유타의 경우에는 물가가 전반적으로 좀 낮은 편이라 느껴졌는데 여기서 먹은 서브웨이도 다른 지점에 비하면 훨씬 저렴했다. 그랜드캐년에서와는 달리 태국에서 주문했던 경험으로 무난하게 풋롱사이즈의 묵직한 샌드위치를 받아들었는데 , 진짜 속도 튼실하게 채워주고 본토에 와서 먹는맛은 이맛이구나 싶다. 들어가는 주재료중에 미트볼도 있었는데 우리 바로앞의 아주머니는 그걸 선택.
슬쩍 훔쳐보니 동글동글 귀여운 볼을 많이도 넣어준다. 아..우리도 그걸로 먹을걸 그랬나.
나는 기억에 없지만 꽤 볼만했다는 캐피톨리프를 거쳐 늦은 오후에 도착한 트로픽이란 곳은 정말정말 작은 마을이다. 브라이스캐년 국립공원의 근처 마을인데 지금까지 다녀본 미국 마을 중에 제일 규모가 작다. 이런 곳에 살면 무슨 재미로 살까.
우리나라야 시골이라 할지라도 차를 한 두 시간 만 몰고 가면 다 어느 도시의 번화한 지점에 당도하기 마련인데 이곳은 도대체 어디까지 나가야 되는걸까.
식료품점이 있긴하지만 규모도 이전에 봤던거랑은 달리 작고... 거리에는 인적도 없고 차만 간간이 지나 갈 뿐인데, 갑자기 어디선가 큰 관광버스가 한대 들어오더니 거기서 중국인들이 끊임없이 내린다.
눈치로 보아하니 미국내 거주하는 중국인들인 것 같은데 와글와글 시끄럽긴해도 역시 사람이 좀 있어줘야 분위기가 산다. 그들은 한동안 숙소 부지 안에서 사진을 찍는다 뭘한다 하면서 분주하게 돌아다니더니 일찍 잠자리에 들고 그 다음날 일찍 사라져버렸다. 역시 패키지 관광단은 부지런하게 다닌다니까...
그건 그렇고 오늘의 저녁은 도저히 빵을 먹고 싶지가 않다. 빵을 먹을 바에는 차라리 그냥 굶는게 속이 편할거 같다고 생각하며 근처 슈퍼로 걸어가 냉동식품칸을 찾아보는데...있다!! 밥이 있어. 그것도 중국식 새우 볶음밥.
‘Taste of Taipei'라는 브랜드의 새우볶음밥인데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네모진 종이용기 안에 들어있는 것이었다. 크기는 별로 안 큰데 가격은 4.5불이나 하지만 지금 그게 대수가 아니야. 밥이잖아. 멕시코 냉동식품에도 밥이 든 게 있긴 하지만 그건 맛이... 안 맞다.
미국 오기 전에 나는 멕시코 음식을 골고루 다 섭렵할거라면서 부리또, 타코, 퀘사딜라, 엔칠라다, 화지타 등등 많이도 검색해봤는데, 엘에이에서 먹은 부리또 한번으로(정말 꽤 잘하는 집이어서 늦은 시간에도 멕시칸들이 바글바글) ‘모든 바램은 다 채워졌도다’라는 경지에 달하면서 흥미가 싹 사라졌다.
하하하~ 냉동식품을 껴안고 방으로 달려와 허겁지겁 퍼먹으니 눈도 더 크게 떠지고 관절도 더 착착 잘 구부러지는고 피도 막 잘 도는 거 같다. 아시아 음식 만만세!!
고블린밸리 들어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