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7. 새로 산 카메라의 전사!! 사진은 이제 뭘로 찍으라고...
동가식서가숙한 미서부 4개주 이야기
7. 새로 산 카메라의 전사!! 사진은 이제 뭘로 찍으라고...
우리는 이번 미국여행을 나오기 전 트렁크도 장만하고(그동안 늘 배낭으로만 다녀서 트렁크가 없었다.) 트레킹하기에 적당한 운동화도 사고, 좋은 사진을 건지려고 새카메라도 장만하는 등 돈을 좀 썼다. 우리의 1년 의복비는 정말이지 다른사람들이 들으면 깜짝 놀랄정도로 낮은편인데 이렇게 여행을 나오기 전에는 필요에 의해서 옷도 몇 개 사는 편이다. 대개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모니터만 뚫어지게 바라보며 반신반의하면서 구매하는지라, 실제로 받아보면 사진발과 달리 후줄근한 외양에 곤란한 것도 종종 있지만...^^
하여튼 미국여행 나오기 불과 며칠전에 득템함 소니사의 카메라를 메고 룰루랄라 기분좋게 아치스 국립공원으로 들어가 몇몇 볼거리들을 구경하며 루트대로 전진하는데 오~ 신기한 바위의 출현이다. 일명 발란스록이라고 불리우는건데 뭔가 위태로워보이는 형태의 첨탑형 바위이다.
이곳에서 요왕은 사진을 찍다가 잠시 고개를 갸우뚱거리더니, 카메라의 렌즈를 오픈하고는 후후~ 바람을 불어댔는데 그와 동시에 안타까운 신음소리가 분명하게 들린다. 그리고 큰일났네 라는 요왕의 다급한 소리...
알고보니 사진에 자꾸만 검은색점들이 찍히는 바람에 렌즈를 열고 센서에 붙어있는 먼지를 날려보내려고 입으로 바람을 후후 불어대다가, 오히려 침이 왕창 튀어서 더 드러워져버린거다.
저 망할놈의 먼지가 애초에 어디에서 붙었겠어. 분명히 그 먼지 풀풀 날리는 동굴 앤틸롭캐년에서 얻어 걸린 게 분명하다. 아주 우리에게 빅엿을 주는구먼... ㅠㅠ
지금은 여행을 시작한지 고작 일주일도 안 되는 시점인데 카메라가 맛이 가다니... 안돼!!
요왕은 실의에 찬 기색으로 AS점을 찾아봐야겠다며 다시 모압시내로 핸들을 돌린다.
카메라점을 수소문해 청소를 의뢰하니 100달러 가까이를 청구하는데 돈이 문제가 아니라, 그래도 고칠 수 있다는데 이게 얼마나 다행이야. 된다는 게 중요하지.
한 시간 후에 다시 오라는 주인의 말에 숙소로 돌아와 맛도 모르겠는 빵을 씹어 먹고 다시 카메라점으로 돌아갔는데... 아아~ 카메라를 회수해오는 요왕의 표정이 장난아니다. 주인 나쁜 소식이있다며 닦이질 않는다며 돌려주더라고...
다른 비상용 카메라도 없이 오직 이거 하나뿐인데 그럼 이제 어쩌라고... 우리 이제 빈손으로 돌아가야 되는 거야?
근데 청소가 안 되는 것도 의문이고, 다른 카메라를 사는 건 어떠냐며 내민 구형 모델을 한국의 두배가격이나 불렀다고... 뭔가 수상... -_-;;
아무튼 그래서 결국 남은 여행기간 내내 새로 장만한 카메라는 곱게 수건으로 둘러싸여서 트렁크안에 처박히고, 요왕은 스마트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다녔다. 스마트폰이라니....
결국 실망과 포기에 절여진 채 다시 아치스 공원으로 돌아가는 차안에는 실망감이 짙게 감돌았지만, 요왕은 평소 성격대로 금세 기분을 복구한다.
“이것봐. 스마트폰으로 찍어도 화질 짱 괜찮지?”
“그럼그럼. 자기가 사진을 잘 찍어서 그래. 너무 잘나온다.”
어떻게든 상황을 좋게 인식하며 우리는 차례차례 여러 아치들을 구경했는데 아치의 규모와 아름다움은 내가 기대했건 것 그 이상이었고 역시 미국!! 이란 느낌이 든다.
다행히도 나중에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컴퓨터로 봐도 나름 괜찮게 나와서 크게 미진한 구석은 없었다는게 그나마 다행..
그나저나 우리나라로 돌아가면 이거 잘 고쳐져야 할텐데 말이야.
(후일담 : 돌아오자마자 달려간 소니센터에서 15분만에 공짜로 반딱반딱 닦아줬다.)
나는 이 공원 안에서의 중요 아치들은 다 가봤는데 이곳의 하이라이트이자 아이콘인 델리킷 아치만은 멀리 뷰포인트에서만 감상하고 실제로 아치까지 갔다오는 2시간정도의 여정은 포기하고 요왕 혼자 갔다 왔다.
기운 빠지기 전에 이 델리킷아치를 먼저 봤었어야 하는건데, 체력안배를 잘못 해버렸네.
하여튼 좋은 건 먼저 보고 맛있는 건 먼저 먹어야지 아끼면 똥 될 뿐이다.
그때는 좀 춥기도하고 몸상태가 안 좋아 포기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억지로라도 갔다 왔어야 했어... 도대체 여길 또 언제 올 수 있다고 그 게으름을 피웠단 말인가.
카메라를 버리는 애석한 일이 있었지만 이곳 모압은 여러모로 맘에 드는 도시였다. 날도 따뜻하고 도시분위기도 정감 있고 말이다. 게다가 모압시내 메인스트릿 중간에 있는 시티마켓에서는 우리나라 신라면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라면을 거의 먹지 않지만 그거랑은 상관없이,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 발견한 것 마냥 반가운 마음에 잽싸게 득템했는데 앞으로 이걸 어디서 끓여먹지. 하긴 앞으로 우리가 묵을 숙소에는 주방 딸린 곳도 있으니까 곧 먹게될거야. 곧 곧...
보글보글 라면을 끓여서 후루룩할 상상을 하며, 실제로는 버석버석한 빵과 햄, 그리고 바나나와 캘리포니아 오렌지에 과육 듬뿍한 오렌지쥬스까지 나름 잘 차려놓고 오물오물 씹는다.
랜드스케이프 아치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