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7. 새로 산 카메라의 전사!! 사진은 이제 뭘로 찍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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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7. 새로 산 카메라의 전사!! 사진은 이제 뭘로 찍으라고...

고구마 14 1465

동가식서가숙한 미서부 4개주 이야기

 

 

7. 새로 산 카메라의 전사!! 사진은 이제 뭘로 찍으라고...

 

 

우리는 이번 미국여행을 나오기 전 트렁크도 장만하고(그동안 늘 배낭으로만 다녀서 트렁크가 없었다.) 트레킹하기에 적당한 운동화도 사고, 좋은 사진을 건지려고 새카메라도 장만하는 등 돈을 좀 썼다. 우리의 1년 의복비는 정말이지 다른사람들이 들으면 깜짝 놀랄정도로 낮은편인데 이렇게 여행을 나오기 전에는 필요에 의해서 옷도 몇 개 사는 편이다. 대개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모니터만 뚫어지게 바라보며 반신반의하면서 구매하는지라, 실제로 받아보면 사진발과 달리 후줄근한 외양에 곤란한 것도 종종 있지만...^^

하여튼 미국여행 나오기 불과 며칠전에 득템함 소니사의 카메라를 메고 룰루랄라 기분좋게 아치스 국립공원으로 들어가 몇몇 볼거리들을 구경하며 루트대로 전진하는데 오~ 신기한 바위의 출현이다. 일명 발란스록이라고 불리우는건데 뭔가 위태로워보이는 형태의 첨탑형 바위이다.

이곳에서 요왕은 사진을 찍다가 잠시 고개를 갸우뚱거리더니, 카메라의 렌즈를 오픈하고는 후후~ 바람을 불어댔는데 그와 동시에 안타까운 신음소리가 분명하게 들린다. 그리고 큰일났네 라는 요왕의 다급한 소리...

알고보니 사진에 자꾸만 검은색점들이 찍히는 바람에 렌즈를 열고 센서에 붙어있는 먼지를 날려보내려고 입으로 바람을 후후 불어대다가, 오히려 침이 왕창 튀어서 더 드러워져버린거다.

저 망할놈의 먼지가 애초에 어디에서 붙었겠어. 분명히 그 먼지 풀풀 날리는 동굴 앤틸롭캐년에서 얻어 걸린 게 분명하다. 아주 우리에게 빅엿을 주는구먼... ㅠㅠ

지금은 여행을 시작한지 고작 일주일도 안 되는 시점인데 카메라가 맛이 가다니... 안돼!!

 

요왕은 실의에 찬 기색으로 AS점을 찾아봐야겠다며 다시 모압시내로 핸들을 돌린다.

카메라점을 수소문해 청소를 의뢰하니 100달러 가까이를 청구하는데 돈이 문제가 아니라, 그래도 고칠 수 있다는데 이게 얼마나 다행이야. 된다는 게 중요하지.

한 시간 후에 다시 오라는 주인의 말에 숙소로 돌아와 맛도 모르겠는 빵을 씹어 먹고 다시 카메라점으로 돌아갔는데... 아아~ 카메라를 회수해오는 요왕의 표정이 장난아니다. 주인 나쁜 소식이있다며 닦이질 않는다며 돌려주더라고...

다른 비상용 카메라도 없이 오직 이거 하나뿐인데 그럼 이제 어쩌라고... 우리 이제 빈손으로 돌아가야 되는 거야?

근데 청소가 안 되는 것도 의문이고, 다른 카메라를 사는 건 어떠냐며 내민 구형 모델을 한국의 두배가격이나 불렀다고... 뭔가 수상... -_-;;

 

아무튼 그래서 결국 남은 여행기간 내내 새로 장만한 카메라는 곱게 수건으로 둘러싸여서 트렁크안에 처박히고, 요왕은 스마트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다녔다. 스마트폰이라니....

 

결국 실망과 포기에 절여진 채 다시 아치스 공원으로 돌아가는 차안에는 실망감이 짙게 감돌았지만, 요왕은 평소 성격대로 금세 기분을 복구한다.

 

“이것봐. 스마트폰으로 찍어도 화질 짱 괜찮지?”

“그럼그럼. 자기가 사진을 잘 찍어서 그래. 너무 잘나온다.”

 

어떻게든 상황을 좋게 인식하며 우리는 차례차례 여러 아치들을 구경했는데 아치의 규모와 아름다움은 내가 기대했건 것 그 이상이었고 역시 미국!! 이란 느낌이 든다.

 

다행히도 나중에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컴퓨터로 봐도 나름 괜찮게 나와서 크게 미진한 구석은 없었다는게 그나마 다행..

그나저나 우리나라로 돌아가면 이거 잘 고쳐져야 할텐데 말이야.

(후일담 : 돌아오자마자 달려간 소니센터에서 15분만에 공짜로 반딱반딱 닦아줬다.)

 

나는 이 공원 안에서의 중요 아치들은 다 가봤는데 이곳의 하이라이트이자 아이콘인 델리킷 아치만은 멀리 뷰포인트에서만 감상하고 실제로 아치까지 갔다오는 2시간정도의 여정은 포기하고 요왕 혼자 갔다 왔다.

기운 빠지기 전에 이 델리킷아치를 먼저 봤었어야 하는건데, 체력안배를 잘못 해버렸네.

하여튼 좋은 건 먼저 보고 맛있는 건 먼저 먹어야지 아끼면 똥 될 뿐이다.

그때는 좀 춥기도하고 몸상태가 안 좋아 포기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억지로라도 갔다 왔어야 했어... 도대체 여길 또 언제 올 수 있다고 그 게으름을 피웠단 말인가.

 

카메라를 버리는 애석한 일이 있었지만 이곳 모압은 여러모로 맘에 드는 도시였다. 날도 따뜻하고 도시분위기도 정감 있고 말이다. 게다가 모압시내 메인스트릿 중간에 있는 시티마켓에서는 우리나라 신라면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라면을 거의 먹지 않지만 그거랑은 상관없이,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 발견한 것 마냥 반가운 마음에 잽싸게 득템했는데 앞으로 이걸 어디서 끓여먹지. 하긴 앞으로 우리가 묵을 숙소에는 주방 딸린 곳도 있으니까 곧 먹게될거야. 곧 곧...

보글보글 라면을 끓여서 후루룩할 상상을 하며, 실제로는 버석버석한 빵과 햄, 그리고 바나나와 캘리포니아 오렌지에 과육 듬뿍한 오렌지쥬스까지 나름 잘 차려놓고 오물오물 씹는다.

 



 모압 도착 직전 '윌슨 아치'


 밸런스드락 Balanced Rock


 카메라로 찍은 마지막 사진


 랜드스케이프 아치 가는 길






 랜드스케이프아치 가는 길은 진짜 멋졌다.


 랜드스케이프 아치. 곧 부러질 듯하다.


 델리킷아치





 노스(왼쪽), 사우스(오른쪽) 윈도우 아치


 사막에도 예쁜 꽃이 피어있다.


 에덴 동산(Garden od Eden)


 사자 닮은 바위




 
14 Comments
필리핀 2015.05.11 19:38  
인터넷 쇼핑... 저도 후회하는 경우 많았어요...

사진빨 뽀샵빨이 너무 심해요... ㅜㅜ

허허벌판에서 두 분이 이런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상상하니

갑자기 가슴이 뭉클해지네요... ^^;;;



“이것봐. 스마트폰으로 찍어도 화질 짱 괜찮지?”

“그럼그럼. 자기가 사진을 잘 찍어서 그래. 너무 잘나온다.”
고구마 2015.05.14 07:51  
뽀샵도 대단하고
마네킹의 핏과 저의 핏이 완전 하늘과 땅 사이여가지고....ㅠㅠ

저 대화를 할때는 정말 서로 격려가 필요한 순간이였습니다. ^^
외부로부터의 고난이 내부의 결합을 높이는 뭐 그런....
Cal 2015.05.11 21:49  
정말 날씨가 좋았네요!  그리고 사진들 정말 좋아요.  파란색 하늘, 오렌지색 바위들.......  저 동네의 아름다움이죠, 정말.
고구마 2015.05.14 07:52  
예 정말이지 저렇게 청명한 하늘은 잘 못본거 같았어요.
저기서 조금만 더 짙었으면 코발트블루 였을정도였답니다.
zoo 2015.05.11 22:29  
정말 빈말아니고 핸드폰으로 찍었다고는 생각이 안들정도로 멋진 사진들이예요^^
카메라 살아나서 정말 다행입니다!! 역시 AS는 우리나라가 최고 인 것 같아요!!
고구마 2015.05.14 07:53  
헤헤
정말 동의합니다. as랑 대기업과 홈쇼핑 고객상담센터는 진짜 친절한거 같아요.
그래서 거기서 일하시는분들 스트레스가 장난 아니라더군요.
Cranberry 2015.05.11 23:30  
미국에선 구매한 물품의 return은 아주 쉽지만 대신 어마어마한 AS비용으로 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죠. 그만큼 SVC가 사업할때도 큰 issue랍니다.
위에 휴대폰 사진도 멋진 영상으로 손색이 없네요 ^^
고구마 2015.05.14 07:59  
리턴은 환불시키는거 말씀이신가요? 오...그런면이 있었군요.
우리는 제품을 사면 환불은 거의 안하는 성향이라, 애프터서비스가 짱짱해야 좋은데...
미국은 뭔가 인적서비스를 받으면 댓가가 상당 비싸지는거 같다고 느꼈습니다.
코리아타운에서 저녁 먹은적 있는데요, 저녁에는 팁이 15프로도 아니고 무려 20프로라고 하더군요. ^^;;

참..알려주신 북창동순두부는 정말 사람도 많고 저희도 잘먹었어요. 카바존은 못간게...가도 뭘 사야될지 몰라가지고....^^
motu 2015.05.12 02:59  
울 마님이 아치스를 가장 좋아 하는 이유는
단체 관광객이 오질 않는, 아니 못 온다는 것이죠.
1. 관광버스에서 내려서 볼수 있는 곳이 거의 없고 대부분 주차후 1시간 이상 트레킹을
    해야 볼 수 있는 곳임.
2. 단체 관광객을 수용할 만한 대형 호텔이 없고, 아기자기한 소형 숙박업소에 유럽 매니아들이
    많이 찾는 곳임.
3. 서부 국립공원 중에는 입구에 아기자기한 이쁜 마을이 있어서 마음이 행복해지는 곳임.

암튼 저도 아치스를 가장 좋아하고 그곳에 한달 정도 푹 쉬면서 이곳 저곳 트레킹을 하고 싶은
곳입니다.

델리케이트 아치 사진을 보니 뒤쪽 편한고 정상 적인 코스가 아닌 앞쪽 험난한 곳으로
가셨네요. 저도 처음 갈때 앞쪽으로 갔다가 포기하고 돌아왔네요.
나중에 뒷쪽으로 편안한 길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앞쪽은 보름달 뜰때 수많은 사진작가들이 진치고 사진 찍는 곳입니다.
밤중에 사람이 더 많은 곳이죠.
고구마 2015.05.14 08:03  
맞아요. 주차를 한후에 흙길로 트레킹을 좀 해야 볼수 있다는거....
그래서 제가 델리케이트를 막판에 포기했는데 정말 아쉽습니다.

앗~ 근데 델리케이트 아치 가는길 뒤쪽에 편하고 정상적인 코스가 있었다구요?
오...아쉽네요.
저는 홀로 우리차가 주차한곳에서 망원경으로 그곳을 바라봤는데,  많은 사람들과 요왕이 그 길따라 헉헉거리면서 오르고 내리고 했었거든요. ^^
참새하루 2015.05.12 09:04  
그 동네가 4월에 방문하셔서 그런지
날씨가 온화했나 보네요
여름 휴가철인 6-7월에는 그야말로
열사의 땅이라

랜드스케이프 아치 가기전에 주차장에서
물을 담아 가라는 사인과 함게
수도가 있던데
우리는 무시하고
반쯤 마시다 만 작은 물병 하나 들고 달랑 달랑 갔다가
마른 북어포가 되었답니다

아치스 같이 사진 빨 잘나오는데가 그리 없어요
그 오묘한 조물주의 작품들이 아무렇게다 찍어도
예술입니다

소니 A6000 을 지금 검색해보니
방진이 안되는군요...
그래도 소니의 베스트셀러 아이템인데

카메라야 고친다고 하지만
만약 핸폰이 없었더라면
그 아까운 여행의 기록들을
다 놓칠뻔했네요

카메라 역시 그런 간단한 수리도
아무데서도 못해요
무조건 딜러나 전문수리점에 보내야 하지요

사용자의 실수로  고장난거라
AS수리비는 당근 차지되고요

아마 소포로 등기해서 부치면
빠르면 한달 뒤에나 돌려받게 될겁니다
물론 배송비 + 수리비는 거의  새 물건 값의
절반 가까이 될거고요

그래서 웬만한 가전제품이 고장나면
고치기 보다는 새로 구입하는게 나을수 있답니다

AS 서비스는 아무리 생각해도
한국이 세계 최고인듯 합니다

카메라없이 아쉽지만 핸폰으로 찍은 사진으로
그 멋진 아치스의 풍무을 담았던 요왕님의
아쉬운 심정은 같은 사진애호가로서 충분히 공감합니다

그래도 두분다 성격이 낙천적이어서
금방 풀어지고 좋은쪽으로 생각하시니
늘 여행이 즐거울것 같습니다
고구마 2015.05.14 08:09  
마른 북어포....하하하
저희는 정말이지 데스밸리에서 마른북어되는줄 알았습니다. 차문 열고 내리자말자 그냥 사람을 말려죽이려는 강렬한볕과 대단한 건조함이더군요.

우리나라에 있을때는 당연하다고 느꼈는데 , 외국 나가보면 감사해지는것중의 하나가 바로 이 애프터서비스인거 같아요. 생각외로 우리나라 가전이 내구성도 좋고...^^

전 또한가지 감사하고 좋아하는것중에 하나가 우리나라 식당의 상차림문화에요.
된장찌개 하나만 시켜도 먹을만한 반찬 몇가지 세팅되고 물도 공짜 세금과 팁도 없고
게다가 반찬은 무료리필까지도...

요왕은 진짜 낙천긍정적인데 저는 좀...염세적이야요. ^^
Robbine 2015.05.12 09:53  
두 분 덕분에 저는 고생하지 않고 멋진 경치 감상할 수 있네요. 고맙습니다~

카메라가 잘 고쳐졌다니 다행이에요. 요즘은 핸드폰 카메라도 좋은거 같아요. 저번에 홍콩 갔을 때도 디카보다 폰으로 주로 찍었거든요.

사자 닮은 바위는 <라이언 킹>에서 심바 태어났을 때 올라갔던 그 바위랑 비슷해요. 참 재밌게 보면서 스카를 엄청 미워했는데, 어른이 되어서야 알게되었죠. 제레미 아이언스가 스카였다는걸..
고구마 2015.05.14 08:11  
원래 요왕이 자기 스맛폰을 기능적인 면에서 꽤 좋아했었는데
이일 이후로 더 애정하는것 같더라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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