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6. 몰몬교의 고장 유타주로 아치 보러 출발~
동가식서가숙한 미서부 4개주 이야기
6. 몰몬교의 고장 유타주로 아치 보러 출발~
오늘의 일정은 페이지를 떠나 모뉴먼트밸리를 보고난 후 다시 차를 달려 몰몬교의 총본산 유타주로 들어가는 여정이다. 각각 2시간이 넘는 시간을 운전해야하고 애리조나에서 유타로 들어서는 순간 시차로 인해 한 시간을 잃게 되는데 이거야 뭐 나중에 네바다주로 들어가면 다시 얻게되긴 하지만... 어쨌든 오늘은 한 시간이 날아가는 셈이다.
같은 나라에서 시차가 있다니, 정말 미국이긴 하구나. 넓고 크고 멀고...
그나저라 몰몬교라...
안보인지 꽤 오래되는 것 같은데 우리가 어렸을 때는 하얀셔츠에 검은색바지를 입은 백인청년들이 둘이서 조를 짜서는 선교를 하겠다며 가정집을 방문하는 일도 있었다. 우리동네 근처에서도 종종 목격이 되곤했다.
그 당시 지방도시에서 외국인의 존재란 마치 외계인과 동급의 위치여서 대부분의 주부들은 그들의 방문에 문을 열지도 않거나 아예 사람이 없는척하기가 일쑤였는데, 놀이터에서 놀던 우리는 호기심과 약간의 두려움으로 그들을 훔쳐봤던 기억이 난다. 왠지 그들과 눈이 마주치면 뭔가 알 수 없는 말로 말을 걸 것만 같아서 겁이 났고, 어른들 사이에서 그 청년들에 대해 수근수근하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저 먼 미국에서 선교하겠다고 여기까지 온 예수쟁이들인데 사이비 아닌지 몰라?...”
“생긴건 멀쩡하게 생겼던데 친해지면 영어도 배울 수 있고 사람들이 좋다던데...?”
하여튼 의문스러웠던 그들의 정체가 바로 몰몬교 신자들이었다. 풍문으로는 유타주가 고향인 로버트할리 아저씨도 우리나라에 이 루트로 왔다가 정착한 경우라는데 정확한거야 누가 알겠어.
내비게이션에서 모뉴먼트밸리로 목적지를 맞추고 가는 동안 주변의 전경은 애리조나 특유의 황톳빛 황량함이 계속 이어진다. 며칠동안 계속 캐년을 봤더니 눈에서 갈색흙이 나올려고 한다. 넓고 넓은 미국에는 비옥한 땅도 많이 있을텐데, 어쩌다가 나바호 인디언들은 이런 황량한 땅으로 내몰린걸까...
드디어 도착한 모뉴먼트밸리도 나바호인디언들이 관리하는 곳이어서 그런가 별도의 입장료가 있었다. 뭘 이렇게 자꾸 돈을 걷나 싶지만 딱히 돈 벌 구석이 없어 보이는 인디언들 입장에서는 최선의 선택일 수 있겠지 싶다. 차 한 대 당 20달러.
주차를 시켜놓고 본 풍경은 ‘오~~ 신기하다.’이다.
미국여행을 하면서 좋은 점 중의 하나는 그동안 영화나 미디어에서 꽤 많이 봤던 것을 실제로 대면할 때 느끼는 그 벅찬 감흥, 그걸 느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어릴 때 TV나 영화에서 봤던 장면을 실제로 눈앞에 두고 있자면, 시간이 살짝 휘어지면서 어린시절의 마음이 돋아나기도 하는데, 텔레비전에서 미국문화 바라보면서 자라난 우리세대의 특성일지도 모르겠다.
하긴 요즘이라고 별로 달라진 것도 없어 보이긴 한다만... 음악적인 부분을 제외하면 오히려 더 강렬해졌을라나.
TV시리즈 '에어울프'. 에어울프의 기지가 있던 곳이 모뉴먼트밸리였다!
모뉴먼트밸리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3개의 모뉴먼트는 주차장건물에서도 실컷 볼 수 있지만, 직접 차를 몰고 들어가면 안쪽 깊숙이까지 드라이브 할 수도 있었다. 수분이라곤 전혀 없어 보이는 건조한 흙투성이 길인데다 그다지 만만하지 않은 루트라서 살짝 망설였는데 여길 우리가 또 언제 오겠어. 일단은 가봐야지. 게다가 20달러나 냈잖은가.
투어를 이용하면 일반여행자들은 갈 수 없는 곳을 가볼 수 있다는데 나중에 투어차량에 실려가는 여행자들 보니까, 오 마이 갓~ 완전히 오픈된 차량인데다가 얼굴을 밖을 향하고 앉아서 그 갈색먼지를 다 뒤집어쓰고 마시면서 가고 있다.
공짜로 해준데도 살짝 망설여질 상황인데 그 안쪽에는 뭔가 더 대단한게 있으려나.
우리도 차를 몰아 트레일 안쪽으로 진입해보는데 세 자 매 첨탑까지 보고 이제 그만 이 밸리를 벗어나고 싶어진다고 요왕이 말한다. 사실 울퉁불퉁 먼지길이라서 운전하기엔 꽤나 신경 쓰이는 루트였다. 옆에 편안하게 실려 가는 나로서는 끝까지 다 돌아보고 싶기도 했는데 차안에서는 핸들잡고 있는 사람이 왕이기도 하고 앞으로 갈길이 멀기도 해서 여기서 후퇴하는 게 맞는거 같다.
때는 어김없이 점심시간을 넘겨가고 있었고 배가 고프면 또 화가 나기 마련이다. 근처 굴딩이란 곳에서 완전히 먼지구덩이가 된 차를 영차영차 세차하고는 한개 50센트짜리 도넛도 사서 마치 차에 기름 주유하는 것과 다를 바 없이, 무감각하게 입에 구겨 넣고 유타를 향해 다시 출발이다.
우리의 식생활은 엘에이를 떠난 이후로 좀 극빈층모드로 주저앉아 버린 것 같은데, 주로 슈퍼에서 사서 해결하는바 어째 미국여행에선 음식에서 별 재미를 못보고 있는 느낌이다.
슈퍼음식의 질이 나쁘진 않았다. 명색이 미국인데 슈퍼에서 저질음식을 팔지는 않을테고 주로 빵이나 샌드위치, 햄버거등으로 끼니를 대신했지만 틈틈이 샐러드나 과일, 쥬스도 사서 비타민도 섭취하고 하면서 다니고 있다. 계속 이렇게만 된다면 살이 쑥쑥 빠질거 같은데 말이지. 돈의 문제가 아니라 아메리카 다이너에서 파는 수십 종의 메뉴를 봐도 딱이 끌리는 게 없으니 굳이 비싼 돈 주고 거기서 빵과 고기를 먹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우리의 목적지는 모압이라는 유타주의 소도시인데 이 도시를 중심으로 서쪽으로는 캐년랜즈 국립공원 동쪽으로는 아치스 국립공원을 두고 있어서 여행전진기지 역할을 완벽해 해내는 지점이었다. 그래서 여행자들에게 꽤나 인기가 있는 도시였다. 그래서 그런가 숙소를 알아보니 가격이 좀 비싸서 이번에는 모텔6 급이 아닌 호스텔 형식의 숙소에서 묵게된다.
아마도 이 도시에서는 제일 싼 축에 드는 숙소일텐데 오두막에 묵는데 1박에 4만원정도, 그리고 욕실과 화장실은 공동사용인 곳이다. 이런 공동욕실 숙소에 가면 화장실 가는 게 귀찮아서 물을 더더욱 안 먹게 되는데 건조함과 자외선 수분부족으로 피부가 더 쪼글쪼글해지겠구먼.
4월초 토요일에 도착한 모압
도시는 주말인데다가 2개의 국립공원을 끼고 있어서 그런지 여행자들 무리에게서 흘러나오는 흥 때문에 약간 들뜬 분위기였다. 이곳으로 오니 추위도 살짝 가라앉고 날도 좋아진 것 같다.
두 공원 다 모압보다 약간 북쪽에 있는데 우리는 내친김에 모압에 도착한 바로 그날 캐년랜즈공원을 보고 다음날은 온전히 아치스에 올인하기로 했다. 그만큼 아치스 국립공원에 대한 요왕의 기대는 컸다.
연이어 보게 되는 캐년 캐년 밸리 캐년 ~
아아... 다른 곳에서는 보지못한 장대한 규모의 캐년이 좋긴했지만 너무 한꺼번에 몰아치니 감흥이 좀 저하되는걸... 원래 강약중강약이 좋은건데 이건 계속 강직구 스트라이크인듯.
캐년랜즈에 도착하니 시간이 늦어서 그런가 국립공원 패스 검사하는 사람도 없고 방문자도 그다지 많지 않은 한적한 느낌이었다.
이곳은 계곡이 융단처럼 넓게 펼쳐져서 이름이 캐년랜드‘s 인거 같았는데 그 이름이 수긍이 갈만큼 멋진 전경을 선사해준다.
이곳에도 아치같은 게 있는데 요왕은 나보고 저기 한번 올라가 보라고 하는데 과연 그 위에 올라가는 간 큰 사람도 있을까? 혹시 뒤뚱거리다가 그냥 추락사하길 은근히 바라고 그러는거 아냐!!
하여튼 차로 공원의 이모저모를 둘러보고 다시 모압 시내로 향하니 그사이 해가 져서 어둑어둑해지려한다.
오늘 먹은 건 아침에 숙소에서 먹은 빵, 그리고 낮에 사먹은 도넛이 전부, 선택의 여지없이 숙소로 들어가기 전에 맥도날드에서 빅맥을 먹었는데 정말 미국햄버거순위에서 최저를 차지할 정도로 맛이 없었다.
새로운 지형의 낮선 곳을 내비게이션에 의지해 운전하느라 요왕은 진이 쭉쭉 빠지고 있었지만 그래도 운전을 좋아하는 캐릭터라 진이 빠져도 즐겁게 보내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지 뭐야.
우리가 모압에서 이틀간 보낼 숙소는 레이지 리자드Lazy Lizard, 게으른 도마뱀 이라는 호스텔인데 이곳에 도착하니 벌써 완전히 어두워졌다.
생각보다 공동사용욕실은 좀 많이 귀찮기도 하다. 게다가 미국화장실은 문이 위아래가 다 뻥 뚫려있는 구조라서 누군가의 응가냄새도 직빵으로 나고...
이곳 주인장이 남자라 그런가 여자화장실관리는 약간 미진한 구석이 있지만 그래도 숙소로 지낼 통나무캐빈은 잘 관리되어서 깔끔한 편이다. 사무실이 있는 건물 안 쪽 주방을 사용 할 수도 있고 저렴한 도미토리도 있어서 백패커들에겐 꽤 괜찮은 선택이 될지도...
다음날 가게 될 아치스 국립공원은 얼마나 멋진 전경을 우리에게 선사해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