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5. 큰엿 안겨주신 페이지의 앤틸롭 캐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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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5. 큰엿 안겨주신 페이지의 앤틸롭 캐년

고구마 17 2154

동가식서가숙한 미서부 4개주 이야기

 

 

5. 큰엿 안겨주신 페이지의 엔틸롭 캐년

 

 

그랜드캐년을 떠나 2시간반 쯤 달려서 저녁 무렵에 도착한 페이지는 나바호 인디언구역의 마을이다. 요왕이 건네준 일정표에서 전혀 들어 본 적도 없는 생경한 곳이 몇 군데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이 앤틸롭캐년이었다. 사실 이곳을 포함해 앞으로 가게 될 유타주의 모든 국립공원이 다 처음 들어보는 곳이었다.

하여튼 뭔가 굉장히 신비한 느낌을 주는 좁디좁은 캐년이라는데, 사실 요왕의 컴퓨터배경화면 중 하나인 이 캐년은 사진빨 잘 받기로 유명한 곳이어서 동굴방문 투어 중에서는 사진투어가 따로 있을 정도였다. 우리도 그 사진빨에 낚여서 오게 된 것이고 말이다.

아메리카 인디언의 역사에 대해서는 관심과 식견이 짧아서 뭐가 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이쪽 구역을 포함해 대략 넓은 지역을 나바호네이션이라고 부를 만큼 그들 나바호인디언의 자치적인 입김이 쎈 지역이라고 주워 들었다. 페이지라는 마을에 도착하기 직전에 호스슈밴드 그러니까 말발굽밴드라고 불리는 계곡을 방문했는데 차를 주차시켜놓고도 한참을 더 걸어 들어가야 나오는 곳이었다. 이쪽 지역이 다 그러하듯 황토색 흙길을 모래먼지 맞으면서 꽤나 걷다보니 짠~ 하고 나타나는데 흙먼지 마시면서 걸어 온 게 전부 보상이 될 정도로 멋들어진 자태다. 미국사람들이 해외여행을 그다지 안하는 이유가 자국 내에 모든 것이 다 있어서 그렇다고 하던데, 그말이 믿길만큼 정말 특이한 지형지물이 많다. 물론 그 자국내에 있다는 모든 것에 긴 역사성이 담긴 유적지는 많지 않겠지만서도...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몇몇 캐릭터들은 절벽에 앉아서 다리를 밖으로 내놓고 있는데 저런 담은 배운다고 되는 게 아니다. 타고나는거지.

와~~ 절벽 앞에 그 곡선미를 내세우며 서있는 호스슈밴드는 정말 사진 좀 한다는 사람들에게는 진짜 탐나는 피사체일거 같았다.

 

쿨럭거리면서 정신없이 여기저기 나돌아댕기는 내모습이 위태로워 보였는지, 절벽가장자리에서 좀 더 자세히 보려는 나를 요왕이 자꾸 안쪽으로 끌어당긴다. 하긴 여기서 떨어지면 수습하는데도 한참이 걸릴거야... 그래도 챙겨주는건 남편밖에 없구먼...

용기를 내 고개를 자라목처럼 빼고 아래쪽을 보니 계곡아래에 흐르는 강을 따라 배를 타고 투어를 하는 사람들도 보이고 하여튼 사람들로 꽤 바글바글하다. 그리고 바글바글한 사람보다 더 우글거리는 건 날파리들... 어디서 뭘 줏어먹겠다고 몰려온 것들인지는 모르겠는데 해가 질 무렵 이 멋들어진 절벽계곡에는 날파리가 장난 아니게 꼬인다.

 

석양을 배경으로 한 호스슈밴드의 전경을 꼭 카메라에 담겠다고 꽤나 이곳에서 시간을 보낸 후 우리는 그곳에서 나와 바로 근처에 있는 페이지 마을의 모텔6에 들어왔는데, 허걱~ 너무 늦게 도착했나? 엔틸롭캐년을 예약하려는데 투어회사가 다 문을 닫아버렸단다.

아... 이런 할 수 없지. 내일 아침 일찍 투어회사로 찾아갈 수 밖에... 어차피 우린 이 작은 마을 페이지에서 2박을 할거니까 문제가 될 일은 없겠지만 왠지 마음은 좀 급해졌다.

연이어 묵게 된 모텔6 페이지점은 2박에 세금포함 157달러인데 이전에 묵었던 윌리암스 이스트점 보다 방도 좁고 전자렌지도 없다. 1층에 공동으로 사용 할 수 있는 렌지와 냉장고는 있긴한데, 이 작은마을이 앤틸롭캐년 특수로 숙박비가 좀 올라가는건가.

그나저나 저녁은 또 어떻게 뭘로 먹는담.

 

미국여행을 나오기전에 요왕이 말했다.

“이번에는 통조림반찬이나 라면이라든지 우리나라 음식을 좀 싸가는게 좋겠어. 전에 태국여행할때 보니까 블럭으로 된 즉석국도 진짜 좋더라고. 고추장 튜브도 좋고.”

“아니 이게 무슨 말이야. 그동안 내셔널 지오그래픽이랑 푸드채널에서 본 미국음식을 잊었어? 치즈와 즙이 줄줄 흐르는 미국음식, 진짜 본토에서 먹는 미국음식을 먹을수 있는 기회의 창이 우리일생에서 단 25일 열리는데 한국음식? 고추장? 우리나라에서 매일 먹는 한국음식을 싸가지고 가자고? 안돼. 절대 안갖고가. 거기서 한국음식 먹고 있을수는 없지. 암만 못 먹어도 햄버거!!!”

라면서 방방 뛰었는데 막상 미국에 와보니 무슨 얼어 죽을 기회의 창...

 

나는 내가 이렇게 미국음식에 적응을 못할지 꿈에도 몰랐다. 풍성한 내 뱃살을 키운 것의 8할은 태평양 건너온 미국산 수입밀가루였는데 왜 본토에서는 이렇게 빵이 입맛에 안 맞을까. 지금 돌이켜보면 잘 모르겠다. 내 컨디션이 별로여서 그랬는지 아니면 정말 미국음식의 무언가와 합이 안맞는건지... 하긴 나는 원래 햄버거는 1년기준 자의가 아닌 타의로 두어번 정도 먹을랑 말랑한 입맛이긴했다.

 

어두워지면 길거리에 걸어다니는 사람이 거의 안 보이는 작은 마을인 페이지... 어느식당을 가야될지도 모르겠고 가봤자 입에 맞을런지도 의문일뿐더러 팁까지 내려니 망설여져서 그냥 호텔방에서 빵 비슷한걸 먹긴 먹은거같다.

유럽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들 다니는걸까. 그 먼 비행시간을 견디고 빵과 고기, 소세지 먹으면서 그렇게나 걸어다닌다는데... 그동안 아시아를 여행하면서 음식 때문에 고생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던 나는, 우리나라음식에 매여서 제대로 못먹고 다니는 다른여행자들이 좀 측은해보이기도하고 까탈스레보이기도했었다. 뭔가 현지문화를 제대로 못 즐기는것처럼 보여서 안타깝고 그랬었건만 미국에서 이렇게 내 식성의 한계를 알게 되면서 겸손해지고 쌀밥과 면이 정말정말 그리워졌다.

사실 슈퍼에 가면 냉동식품코너에 중국스타일의 밥이 있었는데 이때까지는 그걸 몰라서 그냥 미각을 상실한 채 무표정하게 빵만 뜯어먹었다는...ㅠㅠ

 

다음날 아침 날이 밝자마자 투어사무실을 수소문하러 나간 요왕은 헐레벌떡 들어오더니만

“아침 8시반 투어 예약했어. 지금 나가야 돼~” 그런다.

 

나바호인디언이 걷어들이는 캐년입장료 8달러와 세금포함해서 1인당 48달러나 준 투어는 사실 시내 사무실에서 캐년입구까지 데려다주고 데리고 오는 한시간반정도의 비교적 간단한 여정인데 비하면 비용이 좀 과한 느낌이다.

물론 가이드가 한명 붙어서 안내를 해주긴 하는데 크게 별다른걸 설명해주는건 아니였고, 다른사람의 후기를 보자면 시내에서 멀지않게 떨어진 엔틸롭캐년 입구까지 자기차로 간 후, 입장료는 따로 내고 거기 있는 투어사무실에 투어를 하면 20달러 정도에 가능하다는데 직접 체험해 본 건 아니지만 정말로 그 캐년근처에 있는 여행사 홈피를 보니 가격이 그 정도인 건 맞았다. 아... 직접가서 할걸 그랬나.

사실 우리의 원래 일정대로라면 오전에는 어퍼 엔틸롭캐년 오후에는 로어 엔틸롭캐년 이렇게 두군데를 모두 섭렵하는 것이였는데, 투어비의 압박으로 오후 일정은 그냥 마을근처에 있다는 파월 호수와 거대한 댐 보기, 그리고 우리나라에 진출해서는 탈탈 털리고 사라져버렸지만 미국 유통의 아이콘인 월마트 다녀오기로 잽싸게 바꾸게 된다.

 

하여튼 헐레벌떡 준비하고는 투어사무실 앞으로 모이니 왠 인디언 복장을 한 아저씨가 여기 오신걸 환영한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잠깐 하고는 포터블 라디오에서 인디언전통음악을 틀더니만 링을 이용한 인디언 전통춤을 열심히 춘다. 앞에 팁박스가 있는걸로 봐서 투어회사에서 여행자들을 위해 그냥 보여주는 건 아닌 것 같기고하고... 몇 달러라도 주고 싶었는데 잔돈이 정말 하나도 없어서 그냥 돌아서야만했다. 근데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여행자들도 한명도 주는 사람이 없는거다. 그 덩치 큰 아저씨가 아침부터 인디언 복장을 차려입고 조그만 링으로 여러가지 모양을 만들면서 열심히 보여줬는데 돌아서는 마음이 좀 편치않다.

 

여러회사에서 출격하는 수많은 차량에 여행자들을 숫자대로 분류해서 싣고는 캐년으로 한 20분정도 달려간다. 반은 포장도로 반은 먼지풀풀 비포장길로~ 그리고 캐년으로 들어가는 입구 앞에서 각자의 가이드를 따라 줄지어서 개미떼들처럼 들어가면 모두가 카메라렌즈로 사진찍기에 바쁘다. 동굴내부는 사람들의 분주한 발자국으로 인해 바닥의 먼지가 피어올라 완전 먼지구덩이 그 자체였다. 앞의 팀이 전진하기를 기다렸다 걸음을 옮기고 우리뒤의 팀은 우리가 전진하길 기다리고 있고...

가이드가 동굴 내부 몇몇곳을 포인트하면서 저건 뭘 닮았고 저건 또 뭐랑 비슷하고 그러는데 사실 그다지 닮지 않았다. 눈의 촛점을 흐릿하게하고 사팔뜨기처럼 뜨고 봐야 비로서 보이는 매직아이 같은건가? 전혀 곰처럼 보이지 않는데 곰과 닮았다니 뭐 그러려니 해야지...

그래도 가이드가 포인트 해 주는 곳은 사람들이 오오~ 하면서 사진을 열심히 찍어댄다.

캐년투어 자체는 그다지 할말이 없다. 말로 표현할 대상이 아니라 그림으로 표현되는거니까...

 

나는 사진 찍는데 별 관심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고, 바로 전에 그랜드캐년과 호스슈밴드를 봐서 그랬을 수도 있고, 사진으로 봤던 고요하고 신비한 자태와는 달리 실제로는 명절전날 도매시장 분위기 같은 북적임이 싫었을 수도 있고 해서 약간은 심드렁한 기분이 들고 그랬나보다.

동굴 같은 계곡 끝까지 가서 외부로 나가 잠시 하늘을 보며 쉬면서 인원을 체크 한 후에 다시 들어온 길을 되돌아나가는 걸로 투어는 끝이 났는데 약간 허무한 느낌이 들기도 했던듯...

 

원래 이 곳의 아름다움은 빛이 수직으로 내리꽃히는 정오쯤이라는데, 우리가 갔던 8시반은 그렇게까지 아름답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런 신비스런 물결무늬 동굴을 도대체 어디에서 보겠는가 말이다. 꽤나 특별한 곳 그리고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각광을 받을만하다. 그리고 나중에 사진 찍은 걸 보니 육안으로 본거보다 사진으로 보는 게 훨씬 더 멋있어 보인다.

 

이때는 몰랐었다. 이 먼지구덩이 속에서 한시간 동안 셔터를 누르는 동안 무슨 일이 생겨버렸는지... 요왕을 어떻게 멘붕과 희망 다시 실의와 포기에 빠지게 했는지는 시간이 좀 흐른 후에야 깨닫게 된다.

 

투어가 끝나고 주체할 수 없이 남은 오후시간동안 우리는 숙소에서 좀 쉬며 먼지를 털어내기도하고, 근처 월마트에 들러서 딸기도 사먹고 파월호수와 글랜캐년댐도 다녀오곤 했었다.

우리나라도 딸기가 봄에 제철이듯 미국에도 이 즈음에 딸기가 꽤 보이곤 했는데, 우리나라것과는 달리 육질이 아주 그냥 서걱서걱하다. 딸기꼭지에 달린 잎은 기운 뻗치는 푸성귀 같이 성성하고... 뭔가 딸기가 되게 튼튼하고 팔팔한게 양키스타일인걸...

 

나는 원래 국을 잘 안먹고 라면을 먹을때도 국물은 그대로 남기는 편인데도, 건조한 기후에서 고작 이삼일 헤매고 다녔더니 50센트짜리 일본브랜드의 컵라면 조차도 너무너무 맛있게 느껴진다.

그런데 우리가 고른 이 컵누들, 젓가락질 못하는 서양인들이 스푼으로 먹을 수 있도록 면을 3센티 길이로 다 잘라놓은거다. 힝~ 이게뭐야. ㅠㅠ 후루룩하고 쭉 당겨먹는 그 맛이 없잖아. 이 사람들아. 젓가락질을 못하겠으면 포크라도 쓰라고.



페이지로 가는 길




 호스슈밴드 입구



 호스슈밴드
















 다음날 아침 앤틸롭캐년 투어에 앞서 공연을 준비중이신 나바호 인디언 아저씨


 이런 트럭을 타고 캐년으로 간다



 앤틸롭캐년 도착



 앤틸롭캐년의 모습들...
































 

17 Comments
필리핀 2015.05.10 14:32  
한국에서 먹는 서양 음식과 본토에서 먹는 서양 음식은 큰 차이가 있죠...

특히 육류는 노린내가 무척 심하더군요... ㅜㅜ

십수 년 전에 싱가폴에서 영궁 아가씨 만난 적 있는데...

그 아가씨는 동양 음식이 너무 안 맞아서 우을증에 걸려 있더군요...^^;;;

여행 다니면서 잠 잘 자고 아무것나 잘 먹는 게 제일 중요한 거 같아요~ ㅎ
고구마 2015.05.11 18:29  
저희는 고기의 질은 좋다고 느꼈어요. 잡내가 있다거나 하진않았는데 .... 그냥 소스도 훨씬더 미국적이고 더 기름져서 그랬나...그당시 컨디션 때문이었을수도 있고...
하여튼 원재료자체의 질은 좋았습니다. ^^
참새하루 2015.05.10 19:00  
소니 미러리스에서 최신 최상급인 카메라가
먼지 때문에 질식사 할 정도면... 후덜덜 하네요

고구마님 후기를 읽고 방문하고 싶은 마음이 그냥 싹~~
사진으로 보면 그렇게 멋지고 아름다운데
실제는 ㅎㅎㅎ 그랬군요
하여튼 감사드려야 겠습니다
(제 카메라 살려주신것)

음식때문에 고생이 시작되신건가요
저희 부부는 출발전에 한국장에서

햇반 3분 쌀국수 컵라면 3분짜장 카레 즉석국 이런거
잔뜩 사들고 갑니다
입맛없을떼 정말 최고지요

김치도 볶아서 국물짜내서 냉동 소분시키면
아이스박스에 넣고 다니면
한달도 문제 없어요
미리 한국장 좀 봐서 가지 그러셨어요

시원한 사진들에
고구마님 필력이
여행기의 재미를 더해주네요

이제 다음 일정부터는
사진들은 핸폰 사진으로 밖에 볼수없는건가요
좀 아쉽네요
고구마 2015.05.11 18:33  
엘에이 있을때는 거의 한식먹었거든요.
엘에이 떠나는날 아침에도 콩나물국밥 먹고...이제 본격적으로 미국음식 처묵처묵해야지하고 신나게 출발했는데 그런 복병이 있을줄이야. 그걸 미리 알았더라면 정말 참새하루님 말씀처럼 뭔가 좀 준비를 해서 갔을텐데 말이에요.
엘에이가 한국식품 구하기에 얼마나 좋은곳인데...후회가 조금 되긴했어요.

요왕말 안듣고 설레발친 저자신도 좀 바보같고...하지만 미국슈퍼 다니면서 구경하는것도 정말 재미있더라구요. 좋은 경험이었던거같아요.
Cal 2015.05.10 23:32  
저희는 교회 봉사단 내에서 관광을 담당하던 멤버가 처음부터 여기를 가 보고 싶어했었기 때문에 이 캐년에 와 보았던 것인데요, 바로 전날까지 인디언 마을에서 뼈빠지게 노동을 하다가 오랜만에 만났던 문명인 Page의 월마트에도 감동, 이 앤틸로프 캐년에도 감동, 그 이후의 파월호 근처 호수에서 수영을 하면서도 감동(인디언 마을에 있는 동안은 통 물을 못 봤던지라, 오렌지색 바위 안의 푸른 물을 보는 순간 다들 정신을 잃고 레밍스처럼 뛰어들었어요), 물놀이 이후에 김치까지 갖추고 있었던 페이지의 중국 식당에도 감동, 하여간 그 날 자체가 감동으로 남아 있었어요. 
제 생각에 이 지역은 두 사람만이 여행하기에는 좀 외로운 곳인 듯합니다.  두 사람끼리만 조용히 다니기에는 오히려 좀 더 남쪽인 세도나가 훨씬 좋았어요.  애리조나 북쪽 지역은, 위험한 낭떠러지에서 미친 포즈를 취하거나, 관광차에 함께 올라서 꺅꺅 소리지를 수 있는 무리가 함께 있어야 좀 신이 나는 곳인 듯합니다.  그때는 몰랐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그러네요.  저희 부부가 미국 전체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억이 있었던 곳으로 꼽는 곳을 다시 떠올리게 해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여기까지 쓰고 다시 위로 올라가서 캐년 안의 사진을 보는데, [아, 맞다, 우리가 바로 저 공간에서 춤을 추었었구나!] 하는 기억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한 마디로 꼭 미친 애들처럼 다녔었네요, 우리.
(그런데 역시 아침의 캐년이 더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저희는 오후 4시쯤인가였어서 캐년 전체에 보라색이 좀 더 많았어요)
orbitz 2015.05.24 12:15  
페이지 그 식당 가셨나봐요. 주인여자는 조선족분이라는데 부엌에서 요리하시는 남자분 경상도 사투리가 들렸어요. 페이지타운이 워낙 가난해서 음식점이 없고 그나마 인디안들은 자기들이 일하고 싶은시간에 열고 닫고 하는지라 많이 번다고 하시더라고요.

레이크 파웰은 유람선 타고 식사관광하는 코스가 좋았던 기억이 나요.
Cal 2015.05.11 00:08  
여행기 덕분에 또 떠올려 보니, 카메라는 똑딱이 카메라만 가지고 다닐 뿐인 제게도 이 때의 여행 끝무렵에 카메라의 수난이 한 번 있었는데요, 저희는 미국 동부에서 피닉스까지 왕복 비행기표를 샀기 때문에 애리조나주-네바다주-캘리포니아에서 다시 애리조나주로 돌아왔어야 했어요.  돌아오던 길에 요세미티에 들렀었는데, 거기에서 남편이 호수 안에서 사진을 찍다가 카메라를 물에 빠뜨렸던 것이었어요. 
카메라로서는 가장 critical hit인 물+모래의 수난이었는데, 공교롭게도 저희가 그 날 저녁에 death valley를 지나느라 카메라가 내부까지 정말 잘 말라서........  이건 그곳이 얼마나 건조한 곳인지 아시는 분에게는 정말 웃음이 나올 만한 이야기이네요.  death valley 중간쯤에는 먹통이었던 카메라가 너무나도 멀쩡히 작동하는 것이 또한 아이러니였어요.  거의 한 달 동안 정말 여러 가지 추억을 함께 해 준 카메라라서, 지금은 안 쓰고 있지만 버리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고구마 2015.05.11 18:36  
페이지의 월마트~ 우리도 거기 갔었어요. 하하.
그나저나 페이지에 무려 김치까지 갖추고있던 중국식당이 있었군요. 아아...이래서 여행은 준비를 해야 현지에서 그빛을 발하는건데 말입니다.
cal님 부부의 가장 아름다운 추억이 깃든 곳이라니, 왠지 저도 새롭게 기억이 재생산되는것이...

제가 엔틸롭에 대해 너무 투덜투덜거린거 같아요. 아마도 카메라때문에요...그걸 못써먹어서 맘이 잠시 비틀렸나봅니다.
데스밸리의 건조함은 정말이지...오 정말 입술이 바싹바싹 말랐어요.
근데 더 놀라운건 그 안의 트레일을 걷는 사람이 있었다는거에요. 진짜 용감한 사람이지 뭡니까.
Robbine 2015.05.11 00:27  
요왕님은 직접 찍으신 근사한 태국사진 여러 장 편집하신걸로 바탕화면 쓰실줄 알았는데 의외로 기본으로 들어있는걸 쓰시는군요. 그 사진이 엔틸롭 캐년이라는 처음 듣는 지명의 풍경이란걸 이 여행기를 통해서 알게 되었네요ㅋ
딸기는 한국딸기가 최고라고 하더라구요.
고구마 2015.05.11 18:37  
정말요? 한국딸기가 최고에요?
요왕도 미국산 팔팔한 딸기는 별로라 하더군요. 뭔가 부드럽게 으깨지는 맛이 없고 서걱서걱 배어무는게 좀 이상하다고 잘 먹지도 않더라구요.
Robbine 2015.05.11 18:51  
네ㅋ 태국 부자들도 한국 놀러오면 딸기만 엄청 먹고 간다는 소릴 들은 적이 있어요. 과일 많이 나는 열대지방에서도 딸기만큼은 맛있게 열리지 않나 보더라구요. 한국과일이 최고구나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었는데, 사과나 배를 보면 특히 그런거 같아요. 서양식 디저트 중에는 과일을 설탕물에 조리는 요리가 많은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싶었어요. 서양배는 너무 단단하고 시어서 그냥먹기 힘들어 졸여먹는거라고 하더라구요. 그래도 태국엔 두리안과 망고, 망고스틴이 있어서 자주 그리워요.
orbitz 2015.05.24 12:26  
미국산 뻣뻣딸기는 맛이 없는데 한국인 농원에서 재배해서 한국마켓으로 직송하는 딸기들은 먹을만해요.
jindalrea 2015.05.11 00:56  
제목보고 빠앙~~~
다음편은 한 숨 자고.. 기대하겠습니다! ^^
고구마 2015.05.11 18:38  
어이쿠 기대는 실망을...ㅎㅎㅎ^^;;
zoo 2015.05.11 22:16  
앤틸롭 캐년은 사진으로 본적은 있는데 찍어오신 사진들 정말 멋지네요^^
요술왕자님은 정말 사진작가 수준이신 것 같아요.
진짜 사진만 봐도 너무 좋아요^^
Cranberry 2015.05.11 23:17  
맞아요 LA Ktown서 한식 밑반찬과 햇반 싸가지고 가셨다면 더 괜찮을뻔 했어요..이젠 점점 한식 안먹고 오래 못버티죠 ^^
orbitz 2015.05.24 12:04  
저흰 아이스박스에 음식이랑 움료수 챙겨갔는데 로드트립에 안성맞춤이었어요. 이삼일에 한번씩 호텔에 딸린 무료아시스머신에서 얼음 리필하면 되요. 저녁에 호텔들어갈때 김치나 간식 조금씩 챙겨들어가면 번거롭지 않아요. 다음에 가실일 있으면 챙겨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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