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3. 엘에이에서 그랜드캐년의 전진기지인 윌리암스까지
동가식서가숙한 미서부 4개주 이야기
3. 엘에이에서 그랜드캐년의 전진기지인 윌리암스까지
우리의 계획은 엘에이에서 2박을 하며 시차적응도 하고 컨디션도 최상으로 챙긴 후에, 3일째 아침 렌트카 회사로 가서 미리 예약한 차를 받아서 그랜드캐년 남쪽 마을중 하나인 윌리암스로 장거리 운전을 해가는 일정이었다. 하지만 계획은 단지 계획일 뿐...
도착 첫날 형님네 부부와 함께 한인타운의 고깃집과 맥주집을 신나게 돌아다니며 들이부은 알콜 덕분에 요왕은 또 정신이 아웃 오브 지구 상태가 되어 버렸고, 아~우~ 기대하고 기대했던 미국여행 첫날 이게 무슨 상황이래. 맥주집에서 줏어온 신문지를 돌돌 말아서 곤봉처럼 만든 후에, 마치 말 안 듣는 돼지 모는 몰이꾼마냥 요왕의 엉덩이를 팡팡 때리 가면서 무사히 호텔 방 안에 가둬둘 수 있었다.
상황이 이러니 그 다음날 제대로 된 엘에이 관광은 커녕 숙취해소와 몸살기운을 견디며 그냥 방에서 오전시간의 대부분의 시간을 웅크리고 있는 걸로 대신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동남아에서의 우리가 보냈던 여행처럼 마냥 늘어진 채 그냥 하루를 완전히 제껴 버릴 수는 없는 일....
우리가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게다가 이곳에서의 하루 체제비 단가는 동남아의 그거랑은 완전히 궤도가 다른데 그냥 방에서 죽치고 있으면 어떻게 해. 어떻게든 밖으로 나가야한다.
그래서 향한 게 할리우드였다. 아직 차를 받기 전이라 메트로로 연결되는 곳 중에서는 할리우드가 가장 볼만하기도 했고 말이다.
워크오브 페임도 걸어보고 차이니스극장 앞에서 마릴린 먼로의 핸드프린팅도 보면서 돌아다녔는데 헐리웃 역시 내 상상속의 모습보다는 좀 소박한 느낌? 오히려 이곳을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더 흥미롭다. 영화에서 본 것처럼 정말로 카트를 끌고 다니는 홈리스, 세계각국에서 온 여행자들, 영화캐릭터 분장을 한 사람들, 마이클잭슨처럼 춤추는 꼬마 등등...
오스카상 시상식이 열리는 코닥 돌비 시어터를 보고 싶었지만 그곳은 투어로만 내부를 둘러볼수 있는거 같아 패스~ 이렇게 할리우드을 잠깐 둘러본 후 메트로를 타고 유니언 역으로 가려는데... 아~ 표 자판기 사용방법을 모르겠다. 모든게 어리버리한 초보여행자 신세라니...여행오기 전에 공부 좀 해둘걸 말이야.
우리가 기계 앞에서 어리둥절 헤메고 있으니 바로 뒤의 아저씨가 친절히 표사는 법을 가르쳐줬다. 우리 때문에 약간 성가신 상황일텐데 여유있게 도와 주는 걸~
메트로를 타고보니 태국의 BTS와는 분위기가 조금 다른 게 이곳에서 메트로를 타는 사람들은 상당히 서민계층이라고 해야하나... 조금 우중충한 분위기가 배여 나온다. 그 분위기에 우리 역시 일조했겠지.
드디어 도착한 유니언역 근처의 몇몇 볼거리들을 타박타박 걸으면서 나름 히스토리 있는 곳들을 둘러보려했는데 역에서 밖으로 나오자마자 비가 후두둑 쏟아지네... 아 비가오면 할수없지. 숙소로 돌아갈 합당한 이유가 생겼다.
우리의 숙소는 코리아타운 윌셔대로의 메트로역에서 멀지않은 가든스위트호텔이었는데 그야말로 코리아타운의 중심지라고 봐도 무방한 위치였다. 윌셔대로의 북쪽과 남쪽으로 넓게 퍼져있는 코리아타운의 첫느낌은... 음... 잘 모르겠다.
엘에이가 전체적으로 내 예상보다는 좀 덜 화려한 느낌이었는데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니 지진때문에 고층건물을 많이 짓지않고, 넓은 구역에 낮은 층수의 건물이 넓게 퍼져있는지라 스카이라인이 좀 소박해보여서 그렇게 느꼈나보다.
그리고 코리아타운은 세련되거나 잘나가 보인다기보다는, 우리나라 지방 중소도시의 상가거리에서 보이는 전경과 비슷해보여서 좋게 말하면 정감 어린 옛스런 느낌, 어찌 생각해보면 좀 의아한 느낌 뭐 그런 감정이 교차한다.
넓은 한인타운안에는 플라자라는 이름을 단 상가구역들이 꽤 있고 그 안에는 한인업소들이 촘촘하게 들어차 있는데, 한인타운에 살면 영어 몰라도 충분히 살수 있다는 게 단지 우스개 소리가 아닌란 걸 현지에 와서 보니 비로서 수긍할 수 있었다. 생활편의시설도 한인이 운영하는 곳으로 가면되고 은행도 한국인 직원이 응대하고 관공서마저도 통역관이 있다니... 하여튼 이 천사의 도시는 여행의 마지막에 다시 돌아올거니까 그때 제대로 봐야겠지.
요왕이 한국에서 렌트카 보험부분을 풀로 꼼꼼하게 가입했는데도 불구하고, 막상 공항근처 알라모 렌트카 카운터의 여직원은 풀 커버가 안 된 부분이 있다면 250달러 가량을 더 요구한다.
우리는 전혀 예상치 않았던 부분에서 차질이 생기면서 약간 멘붕이 오는 상태가 되어 버렸는데 보험 풀커버가 안된 상태에서는 겁이나서 도저히 미국도로에 차를 올릴 수가 없어 곧 수긍하고 카드를 힘없이 내밀었다.
워낙빠른 영어로 다다다 하느라고 말을 들어도 뭐가뭔지 제대로 알 수 없지만 그 상황에서 직원이 요구하는 보험을 배제 할 순 없었다. 나중에 계약서를 확인해보니 차량사고시에 대인배상부분과 사고났을때 긴급출동 보험이였는데 한국에서 싸게 예약했다고 좋아했건만 추가보험을 더 들고보니 우리나라랑 큰 차이가 안나는 가격대...
차에 들어있는 기름도 사고하니 22일 빌리는데 약 백만원정도 들게된다.
우리가 예약한 차량은 중간정도급인 쉐보레 크루즈였는데 여직원은 추가비용을 내고 더 좋은 차를 하라고 부추긴다. 그래야 언덕길 같은데 잘 올라간다면서 말이지. 하지만 나중에 보니 우리차보다 낮은 배기량의 차로도 다들 쌩쌩 잘 달리기만 하더라고. 우리가 어디로 봐서 추가요금내서 업그레이드할 사람으로 보이나... 추가보험 든 것 만으로도 멘붕인데다가 지금 빌린 차도 충분히 좋은건데 말이야.
자 이제 우리의 미서부 여행기간 동안 우리의 발이 되어 줄 빨간 차량에 올라 출발~~
이런 장거리운전은 원래 서로 교대해가면서 해야 피로도도 덜하고 효율적인데 내가 속도공간감각 무능력자인지라, 요왕이 운전을 전담해서 하느라 홀로 에너지 소모가 많다. 엘에이에서 좀 느긋하게 출발한데다가, 내비게이션을 달긴했지만 복잡한 엘에이시내를 통과하느라 좀 헤메고 게다가 700킬로가 넘는 여정을 달리는 와중에 칼스쥬니어에서 점심도 먹고 중간중간에 역사적인 도로 루트66를 타느라 살짝 우회하느라 윌리암스에 도착하니 저녁 무렵이다.
미국에 오기 전에 검색해보기로는 미서부에서는 인앤아웃 햄버거가 유명하다던데 생각보다는 그렇게 매장이 눈에 잘 보이지 않았고 마침 배가 고플때 우리 앞에 나타난건 좀 낮선 브랜드인 칼스쥬니어였다.
알고보니 미국에서는 선정적인 광고로 꽤 유명한 체인점이고 맛은 햄버거순위권 리스트에서 중간정도 위치? 좀 의아했던게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맥도날드와 버거킹이 하위권을 당당히 차지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먹어보니 정말 맛이 인앤아웃이나 칼스쥬니어에 비해 떨어지긴했다. 근데 어쩌다 세계적이 된거람...? 그냥 전통의 힘인가?
로스엔젤레스 구역을 벗어나 애리조나로 향하는 사이 길은 급격하게 한적해졌고 기름값도 1갤런에 2.8달러대로 훅 떨어진다. 이거 1리터에 800원 정도인거네.
건조한 사막지대가 도로양쪽에 넓게 퍼져있고 그 한중간으로 끝도 없는 도로가 직선으로 이어진 풍경이 나타났는데 지평선 끝에는 산들이 겹겹히 있다.
터미네이터1의 엔딩신, 사라코너가 비장한 각오로 차를 몰고 향해가는 마지막풍경과 꼭 닮아있는 그런 모습의 도로였다. 미국은 정말 크고 넓고 그렇구나. 그리고 영화에서 본 풍경속에 지금 우리가 있는거네~
저녁에 도착한 윌리암스의 마을풍경은 기대했던거에 비해 훨씬 예쁜데다가, 서부개척시절의 분위기와 미서부의 빈티지한 느낌을 섞어서 마을전경을 꾸며놓은지라 춥고 지친 상태에서도 매우 신기해하면서 돌아다녔다.
그리 길지않은 마을의 메인거리에는 숙소와 식당 그리고 기념품 샵과 꽤나 큰 규모의 식료품마켓으로 촘촘하게 차있었는데 그중 우리 숙소는 미국의 저가 모텔체인인 모텔6.
하지만 이곳이 그랜드캐년의 전초기지여서 그런지 성수기를 한참 앞둔 4월인데도 불구하고 숙박비는 78달러로 그리 만만치않다.
이 돈이면 바트로 약 2,500바트인데 그돈으로 태국의 중소도시에서 얻을 수 있는 호텔방에 비하면 아주 그냥 소박하기 그지없군. 아아~ 미국여행의 물가 압박이 만만치 않네.
예쁘게 꾸며놓고 영업을 하고 있는 몇몇식당에는 내일 그랜드캐년으로 출발할 여행자들이 연인, 친구, 가족들끼리 옹기종기 모여 여유로운 분위기를 펑펑 풍기며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다.
근데 우리는 왠지 그 전경사이로 쓱 들어가서 척 주문하기에는 좀 망설여지는게 있고 둘다 컨디션 회복이 안됐는지 입맛도 없어서 성냥팔이소녀마냥 창밖에서 안쪽을 구경하다가 결국은 세이프웨이 슈퍼마켓에서 전자렌지용 냉동식품을 사서 숙소로 들어왔다.
냉동식품중에 몇몇 아이템은 놀랄만큼 싼 게 있어서 냉큼 집어왔는데, 역시 저렴한 티를 좀 내는 맛이긴 했다. 렌지에 조리를 잘못했는지 마치 골판지 맛이 나는 1.5달러짜리 냉동피자를 뜯다보니, 아까 창문너머로 본 식당안의 즐거운 전경이 오버랩 되면서 측은한 공기가 방안에 찬다.
미국호텔의 객실에는 전자렌지를 갖춰놓은 곳이 꽤 많았는데, 아마 이런류의 중저가 숙소에 머무르는 사람들은 번듯한 식당에 가기보다 냉동식품을 자주 먹으니까 그런 것일 수도...?
4월초의의 엘에이는 그렇게 춥지 않던데 이곳은 고도가 높은 곳이라 그런지 바람이 너무 차게 느껴진다.
내 기억 속에 이 서부 ‘애리조나’의 이름이 각인된 건 노래 때문이었다.
전체를 다 기억 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역마차는 달려간다 아리조나 카우보이~~” 라는 노래가 존재했었다. 요왕에게 그 노래 기억 안나냐고 물었더니 또 무슨 맥락없는 이야기냐고 하는데, 나중에 검색해 보니 진짜 있었다. 하긴 안 들은 걸 기억할리가....
나이가 지긋한 남자가수가 트로트풍으로 부른건데 이걸 배경을 우리나라로 바꿔 생각해보자면 저기 지구 반대편 남미의 니카라과 가수가 “소달구지 몰고간다. 강원도 감자골 청년~” 뭐 이런류의 노래를 손의 훼훼 저어가면 열창하는거랑 비슷한 건가?
하여튼 그 유명한 그랜드캐년이 애리조나주의 북쪽에 있다는걸 미국여행하면서 비로소 알게되었고 오늘 우리가 묵는 윌리암스...
거대한 면적의 그랜드캐년 남향출입구로부터 남쪽으로 약 100킬로미터 좀 못미쳐 떨어진 이 작은 마을은, 이곳이 아리조나 카우보이의 고장임을 마을전경으로 충분히 표현해주고 있다.
루트66 위의 마을 샐리그먼
윌리암스에서 묵은 모텔6
윌리암스 역시 루트66 위의 마을이다.
최근에 마을을 단장 한듯 뭔가 인위적이고 깨끗하다.
여행내내 우리의 식량창고가 되어준 세이프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