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 공항에서 유명인도 보고 미국으로 출국하는 낮선 과정
동가식서가숙한 미서부 4개주 이야기
2. 공항에서 유명인도 보고 미국으로 출국하는 낮선 과정
인천공항에서 탑승권을 받는 과정은 여타 다른국가로 갈때랑 다른게 없었는데, 한가지 다른점은 줄을 서있는 동안 항공사 직원이 뭔가 종이를 나눠주며 미국에서의 주소를 적게하는 것이었다. 이런 과정이 있는 줄 몰라서 부랴부랴 우리가 묵을 첫 숙소의 주소를 찾아 적고 있는데 한숨 돌리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머낫~ 저기 왠 훤하게 생긴 청년이래?
슈쥬의 최시원이 우리가 선 줄의 뒤쪽으로 와서 서 있는거다. 내 그동안 공항을 그렇게 다녀도 우리나라 연예인 본건 이게 처음이다. 그 당시는 무도의 식스맨경합이 한참인지라 요왕은 최시원한테 무도 어떻게 됐는지 물어보라고 자꾸 너스레를 떠는데 사실 바라보다가 눈 마주칠까봐도 부담되는데 뭔 말을 걸겠나. 원래 공항에 아이돌이 뜨면 팬들도 대포카메라들고 우글우글 따라붙기 마련인데 이건 그런류의 공식적인 일정은 아닌거같고, 그리고 상황을보니 최시원씨가 출국하는것도 아니고 어떤 백인노인이 출국하는데 공손하게 배웅하는 듯한 느낌? 하여튼 실제로 보니까 화면에서 보다 훨씬 말라보이고 젠틀해서 역시 군계일학이네. ^^ 싶다.
공항에서 셀럽을 봤으니 이번여행에도 행운이 좀 따르려나?하는 기대와는 달리 자리 운도 없었고 뭔가 안 좋은 일도 여행초반에 생겼다. 우리 운을 최시원 보는데 다 쓴건가?
우리나라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공항 지하에 있는 저렴한 식당에서 순대, 라면, 김밥으로 대신하고 드디어 열시간에 이르는 지루한 비행을 시작했다.
근데 유나이티드항공의 승무원들의 나이가, 아니 연세가 정말 고령들이시다. 아시아 항공사의 젊고 메이크오버된 상냥한 승무원만 보다가 이모나 사감선생님 연배의 승무원들 보니까 좀 낮설고 그리고 메이컵, 헤어 이런 것도 그냥 후리하시다. 사실 좀 부시시하기까지....
그리고 표정도 지금까지 보던 승무원들과는 달리 좀 무뚝뚝하다.
더 놀란 건 태도인데 어떤 승무원은 짐칸의 커버를 닫다가 잘 안 닫히니까 “Shit!”을 연발했다. 우리나라 승무원이 짐칸 닫다가 '아오~ 젠장'하는 걸 상상이나 할 수 있나....
그리고 자기들끼리 2인1조로 카트를 밀다가 앞쪽에 있는 승무원이 뒤편에 있는 승무원을 미쳐 못보고 카트를 밀다가 좀 쳤는데 맞은쪽이 짜증을 진짜 대놓고 낸다... 손님들 앞에서...
하하... 이거 뭐지.
미국항공사의 기내 분위기는 대략 이런건가? 아니면 우리가 왕복 65만원짜리 저렴한 표를 구매해서 그런걸까?
사실 우리가 표를 사고 한달 후에 이 비행기는 표값이 50만원 초반대까지 떨어졌다.
뭐든지 먼저 산다고 좋은 건 아닌 듯... 인생사 뭐든 타이밍이지.
두 번의 기내식과 한 번의 간식 맛은 평이했다. 기내식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자리는 비행기 중간 네 좌석 중에서도 중간 두 좌석. 마치 덫에 걸린 쥐새끼처럼 꽉 끼인채 10시간을 있었더니 안 그래도 살살 감기기운이 있던 차에 몸살기운까지 확 와버렸다. 10시간도 이렇게 힘든데 13~4시간 가는건 도대체 어떤 느낌일까 상상하기조차 버겁고 호러블하다. 생애처음 장거리노선을 타면서 나에 대해 알게된건데 긴 비행시간 때문에 그 멋지다는 유럽도 그다지 가고 싶은 생각이 없다.
우리는 샌프란시스코를 거쳐 최종목적지인 엘에이로 가는 여정인데 일단 미국에 입국하는 첫 기착지에서 짐도 모두 찾고 출입국심사도 완료해야만했다. 미국 국내선 엘에이행 비행기로 갈아타기까지는 두 시간정도의 틈이 있었는데 혹시나 출입국심사에서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다음 비행기를 못 타는게 아닐까 걱정이 된다. 실제로 그런 사례도 있다고들 하고 말이야. 뭔 여행이 이렇게 걱정만 많냐.
다행히도 가족은 같이 출입국 구속을 할 수 있다니 요왕이랑 같이 심사관 앞에 설수 있어서 정말 안심된다. 혼자서 서게 될까봐 긴장이 되었는데 말이지..
심사관은 우리의 전자여권을 조회해보고 좀 의아해하는 느낌이었는데, 자기 옆에 서있는 신참 견습직원에게
“이 사람들 작년 8월부터(우리가 전자여권으로 새로 발행한 이후) 여기저기 엄청 다니고 있어”라는 식의 말을 하는거 같았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여행기간과 직업 같은 평이한 걸 물었는데 마지막에 이런 질문을 한 거 같다. 당신들은 무엇때문에 즉 어떤것에 끌려서 미국에 오게 된건가?
나는 그 순간 이 심사관이 태국 말레샤 스리랑카를 마구 돌아다닌 우리의 루트를 보고 혹시 불순한 쪽으로 우리의 여행목적을 미심쩍어 하는 게 아닌가하는 걱정이 확 되면서
갑자기 머릿속이 엉키면서 횡설수설하기 시작했다. 저 사람을 설득시켜야한다. ㅠㅠ
그것도 말도 안 되는 짧은 영어로...
“저기... 저는 가정주부고요, 남편은 그러니까 그는 사이트를 운영해요. 그래서 우린 시간이 많아요. 그는 여행다니면서 일할 수 있고 그래서... 음 더듬더듬 횡설수설, 우리는 단지 25일간 여행할거에요.”
10시간의 비행덕택에 빨간 토끼눈을 하고는 어리버리한 채로 도무지 맥락에도 맞지않는 자소서를 읊어대는 나를 보고 기가 차는지 심사관과 트레이니는 악의없는 웃음을 푸하하 지어보였고 우리는 지문열개와 사진 한 장을 찍고 통과되었다. 터벅터벅 걸어나와 이번 미국여행에 쓰려고 홈쇼핑에서 새로 장만한 보라색커플 트렁크를 끌고 다시 로스엔젤레스행 비행기를 타는 것으로 걱정거리 하나는 해결되었다. ^^
처음 밟게 되는 미국땅 엘에이, 근데 우리는 살짝 믿는 구석이 있었으니 ^^
태사랑에서 연을 맺은 남편의 지인분이 엘에이에 터를 잡고 살고 계신거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그 형 분이 시간맞춰 우리를 마중나오셨다.
요왕이 월마트 인터넷 쇼핑몰에서 사서 그분댁으로 미리 부친 미국 내비게이션도 전달받았고, 엘에이 시내로 들어오는 동안 여기저기 차창 밖으로 미국 감잡기용 관광도 시켜주셨는데 헐리웃을 보면서도 로데오거리를 지나치면서도 정말 우리가 미국땅을 밟았다는게 쉽게 실감이 안 난다. 뭔가 다 아득한 느낌인데다가 특히 산위에 새겨진 헐리우드라는 하얀색 간판이 주는 느낌은 좀 비현실적이기까지...
그동안 태사랑에서 아이디로나마 봐서 그런가 요왕의 형님분과도 십년세월의 간격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우와~ 예전이랑 똑같으세요.’라는 서로의 말은 정말 진심이었을거다. 우리 얼굴은 많이 삭아버렸겠지만서도 사람의 아우라는 쉽게 변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이제 정말 미국여행시작이구나...^^ 얏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