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 미국으로 강제여행하게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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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1. 미국으로 강제여행하게되기까지

고구마 20 1629

동가식서가숙한 미서부 4개주 이야기

 

1. 미국으로 강제여행하게되기까지

 

다른 이들도 그러하겠지만 우리는 그다지 실현될 거 같지 않는 일들을 상상하고 계획하면서 짐짓 행복해하거나, 미래에 일어날 가능성이 농후한 우울한 일들에 미리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면서 다소 적적한 일상 속에서 걱정과 행복사이를 왔다갔다 한다.

경험에 의하면 행복한 바램은 거의 잘 실현이 안 되고, 미리 걱정하던 일들은 늘 골치덩이로 실현이 착착 되는 경향이...ㅠㅠ 있다.

내 경우에는 정말 터무니없는 상상들... 그동안 그 존재를 알지 못했던 집안 먼 친척이 갑자기 나타나 거대유산을 남겨주거나, 또는 로또에 당첨되는 행운을 맞이하는 등등의 거의 막장드라마적 망상에 가까운 걸 꿈꾸는 반면(그럴 친척도 없고 내 평생 로또는 사 본 적도 없다. 왜냐면 당연히 안 될거니까...), 요왕의 바램은 나보다는 현실에 기반을 둔 것으로서 가까운 시일 내에 근사한 스포츠카로 업그레이드 한다거나 아니면 아시아를 벗어나서 머나먼 유럽, 아프리카 북부 등등을 여행한다거나 뭐 그런 것들이다.

 

그동안 요왕의 여행리스트에는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터키 등등 주로 동아시아를 여행하던 우리의 패턴과는 아예 궤도가 다른 지역들도 많았었는데, 구체적으로 알아보는 중에 유로화가 갑자기 천정부지로 올라버린다거나 또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나라에 대한 열의가 저절로 사그라 들거나, 것도 아니면 여행에 드는 돈을 진지하게 가늠해보니 여행이 즐거움이 아니라 재앙으로 느껴져서 등등의 이유로 가이드북만 사놓고 엎어진 계획이 한 두 개가 아니었다.

사실 동남아의 백패커 여행경비는 우리나라에서 쓰는 한달생활비랑 거의 비슷한 곡선을 그리고 있어서, 우리가 동남아를 여행하는 건 그냥 그곳에서 생존하는 거지 다른이들의 화려한 여행과는 그 속내가 매우 다르다.

 

그래서 작년에 요왕이 미국병에 걸려서 미국에 가겠다고 할 때도, 이런 류의 설레발을 떨다가 결국은 엎어지고 말 계획쯤으로 생각하고 옆에서 장단이나 대충 맞춰주고 있었는데....

어라~ 이번에는 좀 이야기가 다르네. 중간에 꺾이지가 않는거다. 하루의 대부분을 지내는 자기공간에서 뭘하는지 다 파악은 못하겠지만, 눈치로 보아하니 이것저것 미국에 대해 찾아보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나는 일단 미국에 대한 생각일랑은 아예 접어두었고, 올해 초 우리는 그동안 아시아에서 가보지못한 여행지였던 스리랑카를 향해 출국했다. 스리랑카에 대한 특별한 흥미가 있었다기보다는 늘 가던 곳을 벗어나 여행이 주는 두근두근한 느낌을 느껴보고 싶어서 선택했던 낮선 스리랑카~

- 그래도 이번에는 처음 와보는 여행지로구나~ - 하면서 나름 재미있게 스리랑카 여행기간을 채워나가고 있었다. 여행 중에도 요왕이 가끔씩 미국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서도, ‘어쩌라고?’하는 식으로 그다지 무게감을 두지 않았었는데...

어느날 스리랑카의 고산지대 차밭마을인 하푸탈레의 어둑한 게스트하우스에서 아침에 잠이 깨어 의식을 챙기며, 이불이랑 딩굴딩굴하고 있는데 나의 너구리마냥 졸린눈이 토끼눈이 되게끔 정신을 팍 차리게 하는 요왕의 한마디!

“어제 미국 비행기표 예약했어”

어제? 아니 어제 무슨일이 있었던거지. 우리는 그냥 일상적인 이야기하다가 내가 먼저 잠들었는데...?

미국여행을 여러가지 이유로 (그중에서도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크지만) 내가 반대할 것이 뻔했던 것이어서, 내가 잠든사이에 후다닥 스케줄변경/환불불가인 유나이티드항공으로 엘에이 가는 표를 예매했다는거다.

그 순간 나는 요왕 계정으로 몰래 들어가 어떻게 그 표를 취소시켜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어디서 어떻게 예약을 했는지도 모를뿐더러 최대한 긍정적으로 방향을 돌려보자면 나 같은 결정장애인은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평생 아메리카대륙을 못 밟아 볼 수도 있지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반쯤은 자포자기 반쯤은 미국에 대한 흥분으로 근심스런 눈을 하며 어이없게 웃었던것 같다.

 

스리랑카 여행을 마치고 우리나라에 돌아와 다시 미국으로 출국하기까지에는 단지 한 달의 시간이 있었는데 , 이 짧은 기간 동안에도 나는 미국여행에 대한 준비를 하나도 하지 않았다.

모든 루트, 일정, 숙소, 할거리, 볼거리 등등은 전부 요왕이 짜고 나는 그냥 패키지여행객처럼 실려져서 다닐거라 생각하고 그냥 있기만 했는데, 이런 방관자적인 내 태도로 인해 여행기간 내내 별 트러블이 없었다는 건 장점(뭘 제대로 알고 할 말이 있어야지 트러블이 생겨도 생길터), 하지만 한사람이 커버하기에는 방대한 루트와 낮선여행지인지라 세밀한 부분의 정보부족으로 현지에서의 여행이 약간 헐거워지고 비용적인 면에서의 단점? 뭐 그런게 조금 있었을 수도 있다.

 

요왕이 내게 내민 미 서부 4개주의 루트는 이렇다.

샌프란시스코를 경유해 엘에이에 도착한 다음 그랜드캐년 - 엔틸롭캐년 - 아치스 국립공원 - 브라이스캐년 - 자이언 캐년 - 라스베가스 - 요세미티 - 샌프란시스코 - 퍼시픽코스트하이웨이의 몇몇 도시들 - 엘에이 이런 루트의 다소 느슨한 24박짜리 일정이었다.

캘리포니아주 - 애리조나주- 유타주- 네바다주 - 다시 캘리포니아 이런 루트인데....

 

저 중에는 정말 생전 처음 들어보는 캐년과 국립공원들도 있었는데 우리에게는 다소 낮선 유타주에 있는 국립공원들이란다. 그랜드캐년에서 자이언캐년까지 이르는 둥근 루트를 일명 그랜드서클이라고도 한다는데 이거 미국사람들이 만든 말인지 아니면 그냥 한국인여행자들끼리 만든말인지 모르겠지만... 전반부는 황톳빛 물씬 나는 캐년과 국립공원들 - 후반부는 도시와 푸르른 태평양연안 이렇게 짜여진 일정으로 생전 처음 가보는 미국을 가보게 되었다.

 

나는 미국으로 떠나기 전에 세 가지정도 걱정거리가 있었는데

일단은 도대체 25일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여행경비가 얼마나 들게 될까? 하는 경제적인 걱정과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의 입국심사도 겁나고, 전 일정 렌트카로 다니는 우리의 여정에 혹시 뭔가 조그만 해프닝이 일어나서 미국경찰한테 고속도로에서 스톱을 당한 후, 괜시리 우리가 당황해서 뭔가를 설명하겠다고 설레발 떨다가 우리의 이상한 행동에 화가 난 미국경찰한테 곤봉으로 후두려 맞을까봐도 겁나고 어째저째 지금까지 심적으로 그다지 긴장되지 않았었던 아시아와는 많이 다르다.

이런 나와는 달리 요왕은 숙소도 예약하고 렌트카도 예약하고 렌트카에 달 내비게이션도 미국의 아는 형님네 집에 배송시키고 그외 여러가지 수속 등 이래저래 실제적인 준비를 하며 즐겁게 보냈고, 시간은 착실하게 흘러가 마치 공부 하나도 안하고 맞이하는 중간고사 날처럼 미국으로의 출국은 어김없이 다가와서 4월초에 아메리카로 날아가게 되었다.



20 Comments
jindalrea 2015.05.09 16:36  
아~~ 흥미진진한데요^^
고구마님.. 필력 짱짱하시네요~
열심히~ 재미나게 읽겠습니다!
고구마 2015.05.10 11:57  
어이쿠... 아닙니다. ^^
필리핀 2015.05.09 17:01  
ㅋㅋ요왕님이 급하게 뱅기표 예약한 직후에

타이항공 LA행 50만원짜리 나왔던데... ^^

렌트카가 섹쉬하네요~ ㅋㅋ
고구마 2015.05.10 11:57  
인생사 다 글쵸 뭐. ^^
참새하루 2015.05.09 18:22  
태사랑에서는 마이너한 기타국가 여행기 게시판이라
정말 일년에 한두번 스쳐지나가는 곳인데
고구마님의 여행기 덕분에
당분간 자주 들락거릴것 같네요

요술왕자님과 고구마님은 천상
하늘이 맺어준  배필인듯
요왕님이 일단 일을 벌이면
따라가는 스타일인가 봅니다

저희 내외도 그렇답니다
와이프는 모든걸 저한테 다 맡기고
일임하니
저는 가이드 겸 운전수겸 짐꾼에 사진사까지
다 해야합니다만
패키지 가듯 건성으로 따라오니
싸울일도 없긴 합니다

미국 여행 24일이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일정인데요
일단 루트만 보면 알짜배기는 다 돌아보신듯

시카고 쪽은 안오셨는가? 했는데
다음번 뉴욕 미국 동부 쪽으로 오시면
시카고도 꼭 들러주세요
별로 볼것없는 동네이긴 해도
요왕님 내외분 숙박은 책임질께요^^
 
일단 기대를 품고 첫 포스팅 댓글 달아봅니다
고구마 2015.05.10 11:56  
일을 벌이면 안따라갈수가 없어요. 이미 돈이 물려버렸으니까요. ㅠㅠ
취소하면 그대로 날아가버리니까...

숙박이야기는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태국에서 에어컨룸 500-800밧 사이로 지내다가 미국 가니까 역시 미국은 뭔가 급이 다르구나 싶더라고요. 하긴 세상에서 제일 잘나가는 나라이니...
근데 앞으로 또 미국갈일이 있을라나 모르겠어요. 신나게 카드 긁고 다녔는데 이번달말 청구서 미리 체크해보니 후덜덜합니다.
반면에 그로서리 물가는 우리나라보다 저렴한것도 꽤 있어서 놀랬어요. 아..기름값도 저렴하고, 렌트비도 상대적으로 보자면 그다지 비싸지 않았던거 같네요.

미국 동부는 미국서부보다 좀더 진입장벽이 있는듯한 느낌이 드는데, 실제로 미국에선 어떤분위기인지  잘 모르겠어요. 서부는 좀 후리하고 인구밀도도 낮고 그렇던데 말이야요.
전 잘 몰랐었는데 이번에 미국국내선 항로보니까 시카코에서 출/도착하는게 엄청 많은거 같아서 진짜 큰도시구나 싶었습니다.
참새하루 2015.05.10 19:07  
안가보면 궁금하고 막상 가보면 후줄근 하기는
동부나 서부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래도 가보고 싶은게 여행의 묘미이겠지요

살다보면 알수없는게 인생이고 여행길이라
언제 다시 방문할 기회가 있겠지요

시카고는 하루나 이틀이면 다 볼 조그만 도시입니다
꼭 보기 위해서 들를만한 볼거리는 없지요

그래도 서부에서 동부 뉴욕을 지나 플로리다 키웨스트까지
가는 장거리 대륙 횡단 여행도 한번 추천드립니다

아마 은퇴하고 오시면 ...
LV타고 한 석달 잡으면 ㅎㅎㅎ
Robbine 2015.05.09 19:40  
와~ 미국여행기 기대하면서 정주행 시작합니다 ㅋ
고구마 2015.05.10 11:50  
어이쿠...이런...사실 별건 없습니다. ^^
타이거지 2015.05.10 04:33  
오호~믓지구리~~~!!!
미쿡..탐방기..고것도..렌터카라..기대만빵입니다^^.
이십오년전..같은루트..팩케쥐 프러스 지인방문...
숨이 멎는줄 알았던 그랜드캐년과의 첫만남,흥미진진했던 라스베이거스..
기억이 가물가물~몰몬교를 믿는다..평온했던 유타주..술판매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절망했는데..마트에 있던 맥주..제가 지금껏 먹었던것중에 젤 맛나더라는..ㅋ
미쿡..공원마다..바베큐시설이 좋턴데..괴기도 구워드셨는지..케케케!!!
부럽습니다..자유여행..
대단하십니당~내맘대로 미쿡여행!!!
고구마 2015.05.10 11:50  
25년전이요? 와...완전 영~ 하셨을때 가셨네요.
그때는 미국여행이 지금처럼 대중적이지도 않고 미국들어가는것도 꽤 까다로웠을텐데 말이에요.
우리는 공원에서 바베큐는 못해먹고요, 숙소에서 미국괴기 궈먹었어요. 맛있더라구요.

요왕도 미국마트에서 산 맥주 맛있다고 하던데, 아웅 저도 술맛 좀 아는 사람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말이에요.
sarnia 2015.05.10 11:35  
렌트카가 쉐비 크루즈 같군요.
장거리 여행하기엔 좀 불편하고 작은 차인데 어떠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저 차를 한국에서도 많이 봤는데,
한국처럼 차 잘 만드는 나라에서 쉐비가 경쟁력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 LV 로 가셨다면 대쓰밸리도 당근 들르셨겠지요.
고구마 2015.05.10 11:47  
미국과 캐나다에선 쉐비라고 하나봐요? 우리는 쉐보레 크루즈 라고 불렀는데..^^
장거리여행하기에 전혀 불편감은 못느꼈어요. 내부가 둘이서 여행하기엔 적당히 젋고 트렁크도 널직했거든요. 근데 운전하는 사람입장에선 어떠했을지 모르겠네요. 저는 편안히 잘 다녔습니다.

데쓰밸리는 정말 사람잡는 곳이였어요. 방향을 잘못잡아서 길을 잘못 들어가는바람에....ㅠㅠ
요술왕자 2015.05.10 11:59  
한국에서도 저 차 타고 있습니다.
장거리 전혀 문제 없었어요.
그리고 크루즈도 한국에서 만든 차랍니다 ^^
sarnia 2015.05.10 12:19  
아, 그런가요. GM 이 한국에서 철수한다는 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저는 아비오 같은 소형차만 GM 한국공장에서 만드는 줄 알았습니다.
VIN (차대번호) 첫 자가 K 라면 한국에서 만드는 게 맞습니다.
요술왕자 2015.05.10 12:29  
문 옆에 스티커 보니 한국에서 만들었다고 붙어 있더라고요. 한국에서 제가 타는 것과 조금 다른긴 하더군요. 미국에 맞춰 나온 건지... 최상위 트림임에도 사이드미러가 안접히더라고요 ㅎㅎ
zoo 2015.05.11 21:32  
제게 미국은 참 특별한 여행지 중 하나랍니다^^;
엄마 아빠 모시고 갔던 첫 여행지였고, 저와 엄마의 마지막 여행지도 미국 이었거든요.
전 미국병(?) 한때 걸려서 가도 또 가고 싶었던 적도 있었는데, 이젠 태국이 제일 좋아요^^
암튼 제 개인적으론 엄마와의 추억때문에 더 그리웠던 미국!! 고구마님 여행기 잘 볼께요^^
고구마 2015.05.11 22:01  
아...정말 특별한 여행지로군요. 처음과 마지막을 함께한 여행지라면 ...
게다가 어머님과의 추억이 결결이 서려있으니 얼마나 만감이 교차하실까요.
저같은 경우는...엄마와의 추억이 있는곳은 외려 가기가 두렵더군요. 그때랑 다를게 없는 풍경속에 엄마만 없으니 그 빈자리가 너무너무 표가남이 느껴져서요.
orbitz 2015.05.24 11:47  
아.. 기대되는 여행기네요.
유명한 분들이 오시는 줄 알았으면 저도 작은 도움이나마 드렸을텐데.
다음에 서부 오실일 있으면 쪽지주세요^^
깜따이 2015.09.25 01:00  
비용이 만만치 않더군요. 저도 3년전 한 달 정도만 갔다왓는데 돈 엄청 깨졌어요.
자고로 태국 5달 이상 지출 할 경비엿다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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