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3(최종). LA에서 우리집으로 돌아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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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23(최종). LA에서 우리집으로 돌아오기

고구마 6 1767

  

오늘만 지나면 이제 우리는 한국으로 돌아가게된다.

LA에서의 마지막 날인데 시간을 쪼개 쓰는 다른 여행자들과는 우리는 그냥 이날 하루 설렁설렁 보내기로 했다. 사실 전날 마신 술 때문에 요왕 컨디션이 안 좋기도 하고 말이지...^^

 

쇼핑을 좋아하진 않지만 그래도 명소로 이름난 쇼핑가는 왠지 가줘야 나중에 후회가 없을 거 같다. 그래서 오늘의 방문지는 로데오거리와 더 그로브였다.

로데오거리는 멋들어진 오픈카들과 과도하게 치장을 한 상점들의 앙상블인 곳이었는데 우리야 뭐 여기서 쇼핑을 할일은 없고 사실 위풍당당한 가게의 외관만으로도 기가 좀 죽는 곳이었다.

사실 이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우리 같은 여행자들인 것 같았다. 실질적인 구매를 한다기보다는 걸어보고 구경하고 사진찍고... 그런게 이 로데오거리에서 우리 같은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의 대부분인 듯...

그래, 로데오거리를 한번 걸어보기는 하는구나, 이걸로 만족하고 좀 더 대중적인 쇼핑몰인 ‘더 그로브’로 향했다.

더 그로브는 바로 옆에 파머스마켓도 같이 있는 규모가 꽤 쇼핑몰이었는데 아무래도 좀 더 편안하게 구경 할 수 있고 파머스마켓에서 파는 음식들도 꽤 구경거리가 되었다.

구경만 하고 사 먹지는 않았지만 ...

 

연이은 쇼핑가 순례로 급 피로해진 우리는 숙소로 돌아와 칼스쥬니어 햄버거로 배를 불리고는 방에서 휴식을 하며 오늘 저녁 그러니까 미국에서의 마지막 식사는 뭘로 먹을까 곰곰히 궁리했는데...

결국 낙찰된건 북창동 순두부였다.

하하 ^^ 이제 곧 한국으로 돌아가는데 한국음식이라니... 좀 아이러니했지만 LA의 북창동 순두부가 그렇게나 유명세라고 하니 안먹어보고 돌아가면 내내 아쉬울것만 같다.

사실 뭐 더 먹고 싶은 미국음식도 특별히 없고 해서...

 

잠시 쉬면서 기운을 차린 후 다시 밖으로 나간 우리는 헐리우드의 하이랜드로 가서 헐리우드 간판이 정면으로 보이는 곳을 찾아 사진도 찍었는데 사실 헐리우드는 LA 도착해서 한번 와봤던 곳이라 그때만큼 벅찬 큰 감흥은 없었다. 두번째 와보는 곳이니까 뭐...

매년 오스카시상식이 열리는 코닥시어터도 있는 곳이었는데 아마 그때가 되면 이곳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질테지... 지금은 뭐 평범한 쇼핑몰이다.

 

이후 우리는 LA의 차이나타운을 살짝 들러 분위기를 보려고 차를 돌렸는데 가는 길이 무진장 막히는거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막히나 싶어서 봤더니 대부분의 차들이 다저스구장으로 향하는데 아마도 그날 야구경기가 있었나보다. 류현진도 등판했을까...?

 

고속도로 출구에서 교통정체가 시작되면서 어디선가 흑인청년들이 슬금슬금 나타나더니 다저스 모자를 팔기 시작한다.

크게 잘못된 일인 것 같지는 않았는데 곧이어 경찰차의 사이렌소리가 멀리서 들리고 그와 동시에 청년들은 마치 임팔라처럼 풀쩍풀쩍 뛰어서 금세 도망을 치는데, 오~ 흑인들의 달리기 능력은 천부적인건가보다. 그냥 땅에서 팡팡 튀듯이 도망을 친다.

 

지리한 교통체증을 뚫고 마침내 월셔대로로 들어왔다.

코리아타운의 대로변에 크게 자리 잡은 북창동 순두부는 저녁시간에 갔더니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는데 밑반찬도 나름 몇 개가 나오고 가격도 크게 비싸지 않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었다.

음식도 완전 한국식이고 손님도 거의 대부분은 한국사람들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당내부의 분위기가 뭔가 우리나라랑 본토 분위기랑은 좀 달랐다. 이걸 구체적으로 명확히 그려내지는 못하겠는데, 음식도 사람도 다 한국이긴 하지만 뭔가 미국화된 한국인들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좀 이색적이라고 봐야할까... 뭔가 사람들이 더 활발한 것 같기도 하고 식당안에서 애들이 왔다갔다하지 않는 것도 살짝 다른점인 거 같기도 하고...

하긴 단면만 보고 판단할 수는 없겠지.

 

 

 

 로데오 거리



 헐리우드 거리















 원조 북창동 순두부


 

 

한국에서도 잘 안 먹는 순두부로 저녁식사를 한 후 숙소로 돌아와서 트렁크에 차곡차곡 짐을 싸고는 눈을 붙였다. 사실 잠이 잘 들지는 않았던 거 같다.

아침 비행기인데다가 렌트한 차량도 반납해야해서 숙소에서는 거의 새벽 3시 반에 나왔는데 거리에는 쥐새끼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 적막감이 배어있었다.

공항근처의 알라모 렌트카에 차를 반납하고 셔틀을 타고 공항으로 오니 왠지 아쉬운 마음이 한 가득이다.

 

공항의 유나이티드 항공 카운터에 갔더니 직원이 여럿 있기는 한데 체크인해달라고 했더니 앞에 있는 기계를 가르키며 셀프체크인을 하란다. 헉~ LA 공항에서는 직원이 대신 해주질 않나? 나 혼자였다면 좀 멘붕이 왔을텐데 요왕은 침착하게 해내기 시작한다.

카운터의 직원들이 모두 흑인여성들이었는데 뭐랄까 좀 과도하게 발랄하다고 해야하나...

손님들이랑 큰소리로 농담주고 받으면서 박장대소하면서 웃고, 딱 영화에서 보던 흑인여성 말투다. 우리나라의 공항 카운터 직원과는 좀 분위기 많이 다른... 너무 후리한 스타일의 언니들이시다.

요왕이 어째어째 셀프체크인을 하고나서 짐을 부치고 나니 이제야 한시름이 놓인다.

우리의 표는 직항이 아니라 샌프란시스코로 가서 국제선을 타는 여정인지라,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해서는 트렁크를 다시 찾아야 하나보다고 좀 헤맸는데 샌프란시스코 공항직원이

“짐은 곧바로 서울로 가고 있다”고 말해준다.

 

2번의 기내식과 한 번의 간식... 저려오는 다리와 밀려오는 졸음 속에서 약 11시간이 넘는 이동이 끝났었고 드디어 우리집에 도착했다.

 

미국여행은 지금까지 우리가 했었던 아시아 근교 여행과는 달리 그동안 미디어에서 오랫동안 봐왔던 것의 실체를 직면했다는 것에서 그 감흥이 좀 남달랐다.

 

영화에서 수차례 무너지던 금문교를 실제로 보고 달리고

다큐멘터리와 영화에서 엄청나게 등장했던 알카트래즈 감방에도 들어가 보고

헐리우드 간판과 해외에서 가장 큰 규모라는 LA 코리아타운의 실제모습도 보고

그리고 수많은 협곡과 바위와 사막들...

 

동남아로 향할 때는 늘 일상인 것처럼 무감흥으로 짐을 꾸린 것과 달리 오랜만에 가슴 콩닥콩닥한 느낌을 누려본 약 한 달 간의 미서부여행... 꽤나 좋았던 나날이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니 우편함에 미국에서 신나게 긁고 다닌 카드청구서가 기다리고 있는 것만 빼면 말이다.

 

 

(끝)

 

 

우리의 미국서부여행 루트  https://goo.gl/aRQdc6

 


6 Comments
필리핀 2015.07.14 12:17  
LA에서는 갈비를 드셔야죠... 순두부라니... ^^;;;

류현진은 올해 내내 안식년이에요... ㅜㅜ

아... 드디어 미쿡여행기가 대미를 장식했군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제가 마음이 덩달아 허전하네요... ㅜㅜ

그러나... 끝이 있어야 시작이 있는 법!

곧 새로운 여행 떠나시겠죠??? ^^
motu 2015.07.15 14:34  
다음 여행으로는 미국 동북부여행
뉴욕에서 출발하여 캐나다 퀘백까지 기대해보겠습니다.
참고로 9월 중순에 출발 하시면 멋진 단풍구경을 하실수 있습니다.
zoo 2015.07.21 22:00  
미서부 여행 함께 해서 즐거웠어요^^ 덕분에 저도 오래전 추억을 떠올려볼 수 있어서 더 좋았구요.
고생 많으셨지만 그래도 덕분에 너무 멋진 사진들이 남았고 이렇게 소중한 후기가 남아서 전
감사해요^^ 여행하시느라 또 여행기 올리시느라 정말 수고하셨어요^^
알뜰공주 2015.08.09 09:48  
함께한 미서부 여행 즐거웠습니다.

다음 여행기도 기대할게요.
깜따이 2015.09.25 00:48  
LA 에서 4년 살았습니다. Palos Verdes라고 Redondo Beach 와 가까운데
제 생각에는 가장  치안이 좋고 아름다운 동네였습니다. 문제는
시내에서 한시간 이상 거리이고 방 값이 시내보다 비싼거..
orbitz 2015.11.02 07:19  
미국교민들도 이 정도 여행하려면 오년은 걸릴텐데요 ^^
다음에 오시면 여행 + 로컬처럼 체험도 하시기 바래요.
역시 고구마님 여행기 맛깔나게 쓰셔서 저도 즐거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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