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2. 여행의 시작과 끝 LA 구경하기
LA에 오는 여행자들은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가거나 디즈니랜드에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며 시간을 보내는데, 우리는 오사카에서 유니버셜을 가보기도 했었고 이런 놀이공원을 단 둘이서만 가기에는 흥도 안나서 두 곳은 큰 미련없이 제껴버렸다.
그리고 쇼핑도 그다지 즐겨하는 편이 아니고보니 남들 다 가는 프리미엄 아울렛도 패스하고...
그러다보니 LA에서 갈만한 곳은 대충 몇 군데로 추려졌다.
카마릴로의 도로변 모텔에서 아침을 맞이한 후 우리는 아무 미련 없이 이 도시에서 재빨리 나와 LA 방면으로 달렸다.
그날의 일정은 LA 가는 도중에 있는 말리부 해변을 들러서 살짝 둘러보고 산타모니카를 구경하고는 게티센터에 들르는 루트였다.
말리부는 그전부터 꽤나 귀에 익숙하게 들리던 곳이라 자못 기대가 컸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자동차 이름로 이름을 날리기도 하고 말이다. 그런데 막상 이곳에 도착하니 연이은 해변생활 때문인지 그다지 감흥이 강렬하게 오질 않는다.
말리부Malibu에는 부자들의 대저택이 해변가에 자리잡고 있다는데, 그런 부잣집이야 지금까지 오면서 볼만큼 봤고... 말리부에서 이름 높은 뷰포인트에 가려고 차를 몰고 꼬불꼬불한길을 올라갔는데, 규모가 작은 주차장은 진입하려는 차들로 한참을 기다려야 될 것 같고 이 구역에서는 갓길주차하기도 마땅치 않고 해서 그냥 그대로 내려와 버렸다. 그래서 내 심사가 꼬인걸까... 해변에 딱 붙은 집들 보니까 일년내내 바닷바람을 엄청나게 맞을거 같던데 어떻게들 그 바람을 견디면서 사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고 그다지 부러운 마음이 안 든다. ^^
말리부에서의 다소 허무한 관광을 끝내고 산타모니카로 향하면서 요왕은 얼마전에 데니스에서 먹었던 생선튀김이 정말 맛있었다면서 피시 앤 칩 먹으러 데니스 가자고 한다.
구글맵에서 산타모니카 근처의 데니스를 검색한 후 이곳에서 미쿡식사를 했는데 요왕은 피시 앤 칩 나는 써로인 스테이크를 먹고는 그 이름도 유명한 산타모니카로 고고~
산타모니카는 좀 대중적인 느낌의 상점이 즐비하게 늘어서있는 해안 쇼핑가였는데, 길가에 자리 잡은 식당에는 야외테이블에 많은 사람들이 앉아 식사를 즐기고, 그 앞에서 공연을 하는 거리의 가수도 있고 해서 나름 재미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었다.
해변 가까이에 이렇게 있는 쇼핑가라... 우리나라의 어느 곳이랑 비슷할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잘 떠오르질 않는다. 하긴 우리가 우리나라여행을 많이 해본 것이 아니어서 싱크로율이 높은 지역이 잘 연상되지 않고있다. 아마도 부산에 이런 곳이 있을라나...?
처음 미국에 와서는 영화에서나 봤던 동전주차기 이용하는 것도 꽤나 신기하고 버벅거렸는데 여행 말미가 되니까 능숙하니 이용도 하고, 언젠가 한번은 아직 사용시간이 남았는데도 불구하고 일찍 떠나버린 차의 자리에 살짝 대기도 하고 그랬다.
우리에게 쇼핑가는 의무감으로 둘러보는 수준이므로 산타모니카의 명성에 비해서 머무른 시간은 잠시잠깐이었다.
우리의 이런 여행스타일...아니 생활스타일은 시간이 지나면 바뀔까 아니면 이번 인생은 그냥 이렇게 쭈욱 살다가 죽게될까...? -_-;; 죽기 전에는 바뀌어서 좀 다르게 살다 죽어야될텐데...
말리부 가는 길
말리부 해변의 주택가
요왕이 먹은 피시앤칩
스테이크
산타바바라 쇼핑가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게티라는 백만장자가 세운 전시관이라는데, 그야말로 미국답게도 굉장히 큰 규모의 전시관이었다. 자기이름을 따서 게티센터Getty Center라 불리는 이곳은 특이하게도 입장료는 없고 주차료가 15달러였는데, 큰 차에 한가득 타고 가면 완전 저렴하게 볼 수 있는거네.
전시관가는 길도 좀 특이했는데 일단은 주차장을 빠져나와서 다시 트램을 타고 위로 올라가야하는 시스템이다.
그래서 그런가 건물이 고지대에 있어서 전망하나는 진짜 멋졌는데 고지대라 그런가 볕도 정말 강렬하다. 뭔가 전부 말려버릴 듯 한 햇살...
처음 와보는 곳인데다가 규모가 꽤나 커서 건물 위치를 파악하기가 처음에는 좀 헷갈렸는데 , 어쨌든 지도에 의지해서 서서히 서치해보니 그 큰 건물들에 예술작품들이 빼곡하게 들어차있었다.
다행히도 한국어오디오 가이드기계도 제공해주는 터라 어느 정도는 설명을 들을 수도 있는데 한글설명 부분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그래도 까막눈으로 다니는 것보다는 뭐라도 가이드 되는 게 있으면 좋으니까 거추장스럽긴 해도 열심히 듣고 다니게 된다.
시대를 달리한 각종 회화, 조각, 사진, 현대미술, 스테인드글라스와 중세미술 등등등... 그리고 잘 꾸며놓은 야외정원까지...
뭔가 엄청나게 많고 건물자체도 넓고 크고 전망대도 멋있고해서 여기 있는 전시품을 꼼꼼하게 다 보려면 하루정도는 할애해도 될법한데... 우리는 2시간만에 튕겨져 나왔다.
역시나 예술적인 소양이 없어서 ... -_-;;
우리는 미국 유통문화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월마트나 놀러가기로 하고 대략 숙소근처에서 가까운 곳을 서치했는데 그곳은 바로 코리아타운 남쪽에 있는 지점이었다.
서서히 그 동네로 진입해 들어가는데 동네분위기가 대략 흑인거주지 분위기 물씬 난다.
90년대에 LA에서 흑인폭동이 일어난 적이 있었는데, 그 폭동의 원인이 백인경찰 때문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정작 폭동이 날 당시에는 애먼 한인타운이 엄청나게 큰 피해를 본적이 있었다. 그때는 LA 지리를 전혀 몰라 잘 이해가 안 되었는데 흑인동네에서 가까운 북쪽에 코리아타운이 자리 잡고 있어서 괜시리 화를 입은 게 아닐까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코리아타운에서 더 북쪽으로 가면 그쪽은 좀 더 고급주거지인거 같은데 거기까지 다다르기도전에 그냥 코리아타운을 공격해버린게 아닐까? 하는 이야기를 우리끼리 했던듯하다.
우리나라에 있으면 며칠씩 밖으로 안 나가는 날도 많은데 여행을 나오니 오늘 만해도 여기저기 엄청 쏘다니고 월마트에서 저렴한 걸로 쇼핑도 하고 또 저녁에는 아는 분네 부부를 만나기도 하면서 엄청 바쁘게 지내게 된다. 그분들과 함께한 저녁은 완전한 한국스타일로 1차는 회 2차는 호프집이었다. 역시나 한국사람이 편안하게 술먹기에는 역시 한국식당이 최고로구나...^^
게티센터에서 내려다본 LA 시내
한인타운의 한국식 맥주집에서...
이날밤 우리는 그리피스 천문대에 올라가 LA의 야경을 바라봤는데 낮에 게티센터에서 본 풍경과는 또 다른 감흥이었다. 약 25일간에 이르는 여행이 이제 거의 마무리라니...
처음 LA에 도착 했을 때 느꼈던 생경함과, 우리의 흥분되고 약간 얼빠진 듯한 서로의 얼굴이 떠오른다. 지금도 뭔가 어리둥절하고 잘 모르는 것 투성이이긴 하지만 그때는 지금보다 몇 배는 더 했던 듯...
내일은 미국여행의 진짜 마지막 날인데 어떻게 보내게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