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1. 디즈니랜드
- 미국 서부 여행 -
2014년 8월 11일(월). 새벽 3시 기상. 방학을 맞아 이곳에 온 처가 식구들까지 모두 9명이 미국 서부로 여행을 떠나는 날이다. 오스틴-버그스톰 국제공항까지의 이동수단은 밴이다. 미리 예약을 했더니 아침 3시45분부터 4시 사이에 오겠다고 문자가 왔다. 여행을 떠나기 전 주말에는 조촐한 출정식을 가졌다.
새벽 4시30분의 공항. 이른 아침부터 어디론가 떠나는 사람들로 분주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이른 시간인지라 대체로 한산하다.
오스틴을 떠나 세 시간을 날아 도착한 곳은 로스앤젤레스공항. 흔히 LAX라고 부른다. 공항을 빠져 나와서 하늘을 보니 맑고 화창하다. LA는 연 강수량이 385mm에 불과해서 기본적으로 기후는 사막과 다를 바가 없는데, 특히 여름철 월 강수량은 0~3mm니까 날씨가 맑은 것은 당연. 곳곳에 야자수가 늘어선 풍광은 흡사 열대지방에 온듯한 느낌을 준다.
지난 동부 여행에서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돈은 돈대로 쓴 우리 가족이 이번 여행에서 선택한 방법은 현지 여행사를 통한 <패키지 관광>이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팻말을 든 기사를 만나니 이런 호강이 따로 없다. 밴을 타고 도로를 달리며 본 신기한 장면. 알려진 대로 캘리포니아는 유명한 유전지대이다. 이렇게 길가에서도 원유를 채취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코리아타운으로 갔다. 낯익은 한글간판을 대하니 반갑기 그지없는데, 놀라운 것은 K-타운의 규모이다. 뉴욕에서 보았던 한인타운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몇 블록에 걸쳐 있다. 오죽하면 <서울특별시 羅城區>라는 말이 있을까?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도 가장 큰 규모의 한인타운이라고 한다.
물가도 아주 싸다. 한국음식이 5불(콩나물 해장국)부터 시작한다. 뉴욕 한인식당의 설렁탕 값이 11불인 점을 생각하면 거의 반값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부산항을 출발한 컨테이너선이 도착하는 곳이 바로 캘리포니아의 롱비치 항이기 때문이다. 미국 내에서 물류는 이곳에서 다시 분배되어 운송된다.
- 디즈니랜드 -
LA에서 남동쪽으로 43km 떨어진 애너하임(Anaheim)에 위치한 세계 최대 규모의 테마파크로 1955년 7월에 개장한 놀이동산의 원조이다. 지금은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있는 디즈니월드에 규모와 시설에서 밀린 감도 없지 않으나, 도쿄, 홍콩, 파리에도 비슷한 시설이 있으니 과연 세계적이라 하겠다.
입구에서는 한국의 놀이동산처럼 가방검사를 했다. 음식물도 반입은 가능하지만, 한 사람이 너무 많이 가지고 입장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이어서 표 검사. 월요일 아침이라 사람이 적은 편이었는데도 이 정도였다.
입구부터 길게 뻗은 메인 스트리트. 길옆으로는 식당, 카페, 기념품점이 즐비한데, 이들 나름대로는 100년 전 미국 소도시의 모습을 재현했다고 하나, 내가 보기에는 에버랜드랑 비슷했다.
디즈니랜드 시청. 이곳에 가면 기념 배지와 지도 등을 받을 수 있다.
메인 스트리트의 끝에서 본 월트 디즈니와 미키 마우스의 동상. 2001년 12월 5일에 월트 디즈니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건립되었다. “Where the Magic Began”
동상의 뒤로는 이곳의 랜드마크라 할 성이 나타났다. 생각보다 규모가 작아서 롯데월드만도 못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래도 여기서는 기념사진을 찍었다.
디즈니랜드의 내부는 Adventure Land, New Orleans Square, Critter Country, Frontier Land, Fantasy Land, Mickey’s Toon Town, Tomorrow Land 이렇게 일곱 군데로 구성된다. 따라서 이렇게 넓은 지역을 효율적으로 즐기기 위해서는 사전에 계획을 잘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날은 월요일이라 다행히 사람이 적었다. 따라서 거의 모든 놀이기구를 30분 이내에 탈 수 있었다.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단계부터 놀이기구에 접근하여 탑승하기까지 전 과정은 롯데월드, 에버랜드와 거의 같았다. 우리나라 업체에서 이곳을 벤치마킹한 모양이다. 물론 놀이기구의 내용도 우리나라와 비슷했다. 차이라면 디즈니랜드의 것들이 좀 더 규모가 크고 작동하는 시간이 길다는 정도였다.
Frontier Land에서는 뗏목을 타고 강을 건너 월트 디즈니가 직접 설계했다는 Tom Sawyer Land라는 작은 섬에 닿을 수 있다.
여름 성수기에는 범선 콜럼비아호(Sailing Ship Columbia)가 운항한다.
증기선 마크 트웨인(Mark Twain Riverboat)은 1년 내내 운항한다고 한다.
미국 남부의 재즈로 유명한 도시 뉴올리언스 거리를 재현한 뉴올리언스 광장에 유령의 집(Haunted Mansion)이 있다.
롯데월드에 있는 <후룸라이드>와 비슷한 Splash Mountain. 아찔한 낙하의 순간을 사진으로 담아 판매하는 것도 한국과 같다.
낮동안 놀이기구를 타느라 시간을 보내면 저녁 무렵에는 퍼레이드를 볼 수 있는데, 내용은 한국과 거의 비슷하다. 밤까지 즐긴다면 보다 많은 놀이기구를 이용할 수 있고, 퇴장 후 재입장도 가능하기 때문에 마음만 단단히 먹으면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사족:
1) LA의 테마파크는 영화관련 볼거리인 Universal Studio, 서부 시대를 재현해 놓은 Knott’s Berry Farm, 어린이 놀이동산인 Disneyland, 청소년 놀이동산인 California Adventure, 어른을 위한 놀이동산인 Six Flags Magic Mountain, 이렇게 다섯으로 구성된다. 하루에 하나씩 본다고 하면 닷새가 걸린다.
2) 디즈니랜드 일일권은 우리로 치면 자유이용권인데, 가격은 96불(10세 이상) 또는 90불이다. 여기에 39불을 더 내면 캘리포니아 어드벤처를 하루에 같이 구경할 수 있는데 하루에 두 군데를 모두 보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3) 여행사에서 옵션비로 받아간 디즈니랜드 비용은 1인당 140불. 말이 안된다고 할 수 있겠지만 배낭여행의 경우 택시를 타고 왕복해야 하므로 이를 고려하면 140불은 비싸다고 할 수 없다.
4) 미국의 합리주의는 디즈니랜드에서도 볼 수 있었다. 놀이기구 앞에서 하염없이 줄을 서지 말고 Fast Pass를 이용하면 효율적으로 즐길 수 있다. 놀이기구 옆에 있는 발권기에서 표를 뽑으면 시간이 나와 있는데, 다른 곳을 구경하다가 그 시간 안에 돌아와서 줄 서지 않고 타는 것이다. 이 때 시간은 1시간이 주어진다. 예를 들어 롤러코스터 14:00 - 15:00. 여기서 중요한 사실 하나. 패스는 하나만 유효하다는 점이다. 만일 누군가가 입장을 하자마자 각 놀이기구를 돌아다니며 패스를 모조리 끊은 다음, 하나씩 하나씩 차례로 탄다면 어찌되겠는가? 또는 모든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놀이기구를 탄다면 패스가 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다행히 미국인들은 이 정도로 어리석지 않았다. 두 개 이상을 예약하면 가장 나중에 예약한 하나만 유효하게 되고, 앞의 것은 자동으로 취소된다. 따라서 우리가 흔히 잔머리라 부르는 얕은 수는 이곳에서 통하지 않는다. Fast Pass는 하나만 끊고 줄을 서야 한다.
5) 이용자의 연령에 맞게 놀이기구가 배치되어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디즈니랜드의 놀이기구에서 어른이 공포를 느끼는 일은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 보지는 않았지만 California Adventure나 Six Flags Magic Mountain에 가면 짜릿한 공포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