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0. 러레이도
- 멕시코 맛보기 -
텍사스에 살기 때문에 좋은 점 가운데 하나는 멕시코와의 국경이 가깝다는 점이다. 집에서 차 몰고 길을 나서면 멕시코에 도달하는데 채 4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거리는 230마일. 서울에서 대구 정도의 거리쯤 될까?
2014년 7월 31일(목). 1박 2일의 일정으로 길을 나섰다. 샌 마커스를 출발해 35번 고속도로의 남쪽방향으로 내달려서 샌 앤토니오를 지나면 도로는 편도 2차선으로 좁아진다. 주변에 펼쳐지는 모습은 드넓은 평원.
멕시코와 국경을 맞댄 미국쪽 도시는 러레이도(Laredo). 3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곳은 바비큐 식당. 점심을 먹어야 했다. 식당 이름은 Ruby’s Country Store and Bar-B-Que. Yelp에서 조회한 결과 평이 가장 좋았던 곳이다.
안으로 들어가면 종업원이 반갑게 맞아주면서 이곳에 처음 왔는지를 묻는다. 그렇다고 했더니 친절하고 자세하게 안내를 해 준다. 자리에 앉아 편안하게 음식을 주문하는 것이 아니라, 서서 메뉴판을 보면서 음료와 식사를 주문하는 시스템이다.
뭐가 뭔지를 모르니까 주문 자체가 안됐다. 그러자 무료로 맛뵈기까지 주면서 설명을 해줬다. 주문한 음식과 식빵, 소스 등을 상자에 담아주면, 이것을 들고 자리로 가서 먹는 것이다.
바닥에는 그릇 대신 종이를 깔고 음식을 덜었다. 텍사스BBQ는 보는 바와 같이 갈비(rib), 양지머리(brisket), 소시지 이렇게 3종 세트를 식빵에 싸서 맥주를 곁들여 먹는 것이다. 맛은? 아주 좋다. 특히 양지머리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떡국이나 장조림에 주로 쓰이지만, 여기서는 은근한 불에 8시간 이상 익혀서 구이로 만드는데 그 맛이 정말 좋다.
노인 둘을 포함한 어른 다섯과 초등학생 셋이 배부르게 먹어도 80불 정도에 가능하고, 따로 팁을 줄 필요가 없어서 더욱 좋았다. 이렇게 늦은 점심을 배 불리 먹고 도착한 곳은 러레이도 역사 지구(Historic Downtown Laredo). 길거리에 주차를 하고 미터기에 동전을 넣었다. 20분에 25센트.
이렇게 이정표가 있는 이곳은 San Agustin Plaza라는 이름의 작은 공원이다. 무더운 날씨에 몇몇 사람들이 더위를 피해 벤치에 앉아 있었다.
공원 주위로는 성 어거스틴 성당, 리오그란데 공화국 박물관 등의 유적들이 있다. 오후 5시가 지난 시각이라 어디에 들어가기는 늦었고, 날씨는 상상 이상으로 더웠다. 공원에서 본 또 다른 동상. 설명이 스페인어로 되어 있어서 해독 불가.
이런 날씨에는 투어고 뭐고 수영장에 뛰어드는 것이 제일. 호텔은 La Quinta Inn이라는 이름의 드라이브 인 호텔로 1박당 가격은 세금을 포함해서 6만원 정도. 조식이 포함된 조건이나 continental breakfast라서 기대는 금물이다.
2014년 8월 1일(금). 아침식사를 마치고, 제일 먼저 간 곳은 여행자센터. 멕시코 당일 관광에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이다. 초인종을 누르면 안에서 문을 열어주는데, 안내하는 직원은 매우 친절하게 지도까지 펴 놓고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멕시코에 가는 것이 위험하지 않느냐고 물으니 “위험하다면 그곳에 다녀온 나는 어떻게 여기에 있겠느냐?”고 되묻는다. 그 바람에 모두 웃음.
이어 환전소로 갔다. 1달러는 12페소(peso). 멕시코 페소는 우리나라 외환은행에서도 취급은 하는데, 수량이 많지는 않다고 한다. 동네에 있는 외환은행에 가면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 가끔 멍청한 은행원한테 가면 필리핀 페소로 환전해 준다고도 한다. 믿거나 말거나...
미국에서 국경을 넘으려면 먼저 1인당 75센트를 내고 표를 산 다음, 보는 바와 같이 개찰구에 넣고 지나야 한다.
오전 시간인지라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넘어오려는 자동차와 사람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졌다.
러레이도에서 미국과 멕시코의 경계인 리오그란데 강(Rio Grande River)을 건너는 다리는 두 개인데, Juarez-Lincoln International Bridge는 자동차 전용이고, 나처럼 주차한 다음 걸어서 국경을 건너는 사람을 위한 다리는 International Bridge of the Americas이다. 다리를 건너면서 본 리오그란데 강.
다리를 건너다보면 미국과 멕시코의 경계 표시가 나온다.
다리를 완전히 건너오면 멕시코의 국경 도시-누에보 러레이도(Nuevo Laredo). 역사적으로 현재의 텍사스주 러레이도는 원래 멕시코의 영토였다. 미국과의 전쟁에서 패한 멕시코가 리오그란데강 남쪽으로 물러난 다음에 새로 조성한 도시가 바로 누에보 러레이도. 멕시코의 입장에서는 아픈 역사의 현장이다.
멕시코에 입국하면서 만난 중심도로는 게레로 거리(Guerrero St). 가난한 국경도시답게 땟국이 절절 흐르고, 무엇보다 동남아시아 여행 때 맡았던 특유의 냄새가 코를 찌른다. 아이들은 괴롭다고 코를 쥐는데, 나는 옛날 생각이 나서 좋았다.
조금 걸어 들어가면 후아레스 광장(Juarez Plaza)이란 아담한 공원이 나온다. 벤치에 앉아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멕시코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 세상살이는 어디서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Santiago Mauro Belden의 동상. 이름만 겨우 읽어냈을 뿐 다른 사항은 전혀 모르겠다.
공원 한쪽에서 본 재미있는 모습. 내가 구두를 신고 있었더라면 무조건 닦았을 것이다. 저렇게 파라솔이 쳐진 높은 의자에 앉아 신발을 맡기고 있으면 얼마나 행복하겠는가?
길가의 공중전화.
게레로 거리를 따라 좀 걸어보았다. 많이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옆 골목으로는 들어가지 못하고, 큰길만 따라서 걸었다. 주변에 행인이 아주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가게들은 저마다의 하루를 맞아 열심히 장사를 하고 있었다. 특별히 위험한 것은 없었다.
쭉 걸어갔다가 길을 건너서 돌아오는 길에는 면세점에 들렀다. 장인어른께서 멕시코가 자랑하는 술인 데낄라를 사고 싶어 하셨기 때문. 내가 잘 몰랐는데, 데낄라는 알콜농도 45%의 아주 강한 술이었다. 가격은 천차만별이었지만 많이 비싸지 않았다.
여기까지 본 다음 멕시코쪽에서 다시 국경을 넘었다.
미국으로 들어가는 사람이 많은데다 입국심사를 까다롭게 하는 바람에 시간이 매우 오래 걸렸다. 미국-캐나다 국경에서는 여권이외에 I-20를 보자고 했는데, 여기서는 I-94를 보자고 했다. 없으면 1인당 6달러의 수수료를 내고 만들어야 한다. 거의 두 시간쯤 걸려서 미국 재입국. 점심은 여행자센터에서 안내해 준 멕시코 전통 음식점인 El Meson으로 갔다. 메뉴판의 글씨가 모두 스페인어로 되어 있어서 당황했지만 안내를 잘 받아서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사진은 매운 소고기 요리이다. 은박지에 들어있는 또띠야(tortilla)에 갈비를 싸서 소스와 함께 먹는 요리인데, 최고의 맛이었다. 가격은 11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