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8. 워싱턴D.C
- 워싱턴 D.C로 가는 길 -
2014년 5월 15일(목). 뉴욕 Port Authority Bus Terminal에서 그레이하운드를 타고 워싱턴 D.C의 Union Station으로 왔다. 소요시간은 4시간 반. Union Station은 기차, 지하철, 고속버스가 모두 모여 있는 교통의 요지이다.
이번에도 숙소는 워싱턴 D.C에 있지 않고 외곽의 메릴랜드주 클린턴에 있다. 지난번에 보스턴에서 숙소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한 까닭에 이번에는 미리 호텔하고 통화를 해서 교통수단을 확실하게 확보해 놓았다. 지하철을 타고 Branch Avenue로 이동. 워싱턴 D.C의 지하철은 보스턴이나 뉴욕과 비교하면 비둘기호와 KTX의 차이만큼이나 확연했다. 비록 역사 내부는 좀 어둡지만 여기는 일단 더럽지가 않다.
드디어 그린라인의 종점인 Branch Avenue역 도착. 여기서 호텔에 전화를 하면 픽업을 나온다.
픽업을 나온 승합차를 타고 15분을 달려 마침내 호텔에 도착.
방안도 깨끗하고, 욕실도 정돈이 잘 되어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조식은 불포함이지만 하룻밤에 세금을 포함해서 51불짜리 숙소임을 감안하면 훌륭했다.
더욱이 이 호텔에는 수영장이 있었다. 그래서 아이들이 정말 좋아했다. (실제로 저녁 먹고 나면 밤마다 자기 전까지 여기서 놀았다)
2014년 5월 16일(금). 아침식사를 식당에서 해보기 위해 내려갔다. 요금은 따로 1인당 7불씩 내야 했다.
보는 바와 같이 그냥 그랬다. 딱 7불만큼 만의 가치를 했다. 시내관광을 나갈 때 픽업차량을 이용하면 지하철역까지 데려다준다.
이렇게 지하철을 타고 이동한 곳은 국립항공우주박물관.
워싱턴 D.C에 오면 해야 할 일은 스미소니언박물관 단지를 돌아보는 것이다. 이것은 영국인 제임스 스미슨(James Smithson)의 유산으로 세워진 13개의 박물관, 갤러리, 동물원을 말한다. 이것들은 단지를 이루고 있는데, 이 단지는 The Mall이라고 불린다. 하루에 13개를 자세히 돌아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므로 중요한 곳만을 빠르게 돌아보는 것이 상책이다. 다행히 입장료는 모두 무료이다.
국립항공우주박물관(National Air & Space Museum)의 볼거리 중 하나는 월석이다. 아래 삼각형 모양으로 된 돌이 아폴로 우주선이 달에서 가져온 돌이다. 아쉬운 대로 손으로 만져볼 수도 있다.
인류 최초의 달 착륙선 아폴로 11호 Eagle의 모습도 볼 수 있다. (발사체는 앞서 소개한, 휴스턴의 존슨우주센터 내에 있다.)
1903년 12월 17일에 인류 최초로 조종 가능한 비행기(키티호크)를 만들어 비행에 성공했던 라이트형제(Orville and Wilbur Wright)의 비행기도 천장에 걸려 있다.
1927년 5월 20일에 뉴욕을 출발하여 33시간 39분 만에 파리에 도착하는 대서양 무착륙 단독비행에 성공한 찰스 린드버그(Charles Lindbergh)의 비행기 Spirit of Saint Louis도 있다.
How things fly라는 코너도 마련되어 있었는데, 저런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닌지라 패스. 1957년 10월 4일에 발사된 우주선 스푸트닉도 있었다. 저것은 당시 소련, 지금의 러시아가 발사한 것인데 어떻게 여기에 와 있는지 모르겠다.
항공우주박물관에서 꼭 봐야 할 중요한 것들은 이 정도이다. 이어서 국립미술관(National Gallery of Art)으로 이동.
박물관 단지 내에서는 경찰이 말을 타고 다닌다.
미술관 내부로 들어가면 로비부터 웅장하고 멋스럽다.
미술관은 전체적으로 동관, 조각공원, 서관으로 나뉜다. 이 중 서관에는 마네, 모네, 피카소, 르느아르, 세잔느, 고갱, 고호,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 미술책에서 보던 작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이 중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소개할 때 설명했던 내용과 중복되지 않는 작품들에는 이런 것들이 있다.
① 고갱의 1898년 작 Te Pape Nave Nave.
② 모딜리아니의 1917년 작 Chaim Soutine.
③ 피카소의 1905년 작 Family of Saltimbanques.
④ 다빈치의 15세기 작 Ginevra de’Bench(reverse)
20세기의 현대미술의 작품을 전시해 놓은 동관은 보지도 못하고 다음 장소로 이동. 고작 두 군데를 대충 보았는데도 벌써 배가 고프다. The Mall의 넓은 잔디밭에는 무리를 이룬 사람들이 모여서 무언가를 주장하고 있었다. 멀리 국회의사당이 보이는 이곳에서 이들은 무엇을 주장하고 있는 걸까? 아쉽게도 내용은 모르겠다.
The Mall의 한켠에 있는 회전목마. 처음에는 그냥 놀이시설인줄 알았으나 설명을 읽어보니 그게 아니었다. 1963년 8월 28일에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가 I have a dream을 이야기할 때 볼티모어에 있는 Gwynn Oak 놀이공원에서는 거의 10년간의 투쟁 끝에 Sharon Langley라는 11개월 된 여자아이가 흑인으로는 최초로 이 놀이기구를 탔다고 한다. (회전목마는 1981년에 이곳으로 이전)
1846년. 스미소니언박물관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때 박물관이었던 붉은 벽돌의 건물을 지금은 [스미소니언캐슬]이라고 부른다.
안으로 들어가면 스미소니언의 흉상을 만날 수 있다.
녹색의 돔이 인상적인 국립자연사박물관(National Museum of Natural History).
안으로 들어오면 아프리카 코끼리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한글로 된 브로셔를 받아들고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한국관이다. 이곳에서 한국은 어떻게 소개되고 있을까? 하는 기대와 궁금증... 생각만큼 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우리를 소개하는 공간이 있고, 이곳에 사람들이 찾아와 줘서 고마웠다.
2층에는 세계 최대의 다이아몬드로 토플 교재에도 나오는 Hope Diamond가 있다. 45.52캐럿이라고 하는데, 생각보다는 크지 않다.
정작 다른 것은 보지도 않고 나와 버렸다. 이어서 간 곳은 허시혼박물관(Hirshhorn Museum). 이곳은 현대미술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게 구성해 놓아서 찬찬히 살펴보면 정말 좋을만한 곳이었다. 내부에서는 사진 촬영은 금지. 우리는 이곳도 대충 훑어보았다. 마지막으로 간 곳은 전쟁범죄에 관한 기념관(The United States Holocaust Memorial Museum)이었다. 여기는 원래 인쇄국을 찾아가다가 예정에 없이 들어간 곳인데, 2차 대전 중에 독일 나치에 의해 자행된 대량 학살에 대한 기록물을 전시하고 있었다. 우리와 친숙한 [안네의 일기]에 관한 내용도 볼 수 있다.
2014년 5월 17일(토). 워싱턴 D.C에 오면 해야 할 일은 대체로 두 가지이다. 하나는 스미소니언박물관 단지를 돌아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백악관, 국회의사당 등을 보는 것이다. 이런 국가기관들은 미리 예약을 하는 경우에는 안에도 들어가 볼 수 있어서 좋다. 하지만 나처럼 예약이 없는 경우에는 건물 앞에 가서 인증샷이나 찍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상책이다. (백악관 내부 관람을 예약하려면 최소한 한달 전에는 해야 된다고 한다) 그것도 아니면 이런 절차들은 생략해버려도 나쁘지 않다. 건물 앞에 가서 사진이나 찍고 있는 것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워싱턴 D.C에 있는 대부분의 시설들은 지하철을 타면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그게 아니면 걸어 다녀도 충분히 가능할 거리 내에 있다. 백악관은 지하철 무슨 역에서 내려서 조금 걸어가면 나온다. 처음에는 길 건너 맞은편에 보이는 건물이 백악관인줄 알고 깜짝 놀랐다.
9.11 테러로 백주에 수천명이 죽어나간 마당에 그럴 리가 있나... 저 건물은 당연히 백악관이 아니었다. 저 건물을 오른쪽으로 끼고 돌면 이런 건물이 나온다. 그럼 이것이 백악관인가? 열심히 사진을 찍었지만 아니었다.
백악관은 이곳이었다. 쇠창살 안. 줌으로 최대한 당겨 찍어도 이렇게 나온다. 당연히 가족사진같은 것은 찍어도 의미가 없다. 사람들은 창살 사이로라도 백악관을 보겠다고 얼굴을 디밀고 있으니 곁에서 보기에 안타깝다. 나는 누가 예약 없이 백악관에 가겠다고 하면 말릴 것이다. 아무런 의미가 없다.
백악관에서 국회의사당은 블록으로 14개 정도 떨어져 있다. 그래도 빠른 걸음이면 30분 이내에 닿을 거리이다. 급할 것이 무엇이 있나? 천천히 거리를 구경하면서 걸어나갔다.
워싱턴 D.C는 200여년 전에 계획에 의해 탄생한 도시답게 거리는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으며 품위마저 느껴졌다.
뉴욕하고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그렇게 도시구경을 하며 걸으니 마침내 국회의사당이다. 그리스 복고 양식으로 지어졌다는 건물은 아주 멋있었다. 정면에 Grant 장군의 동상도 있다.
하지만 여기도 마찬가지로 입장을 못하니까 밖에서 인증샷만 찍고, 다음 장소인 링컨 기념관으로 이동했다. 거리가 꽤 멀어서 어제 본 스미소니언박물관 단지를 모두 지나가야 했는데 멀리 워싱턴기념탑이 보이고, 그렇게 한참 걸으니 기념관 앞 호수가 나타난다. 높이 169m의 워싱턴 기념탑은 여기서 보는 모습이 가장 아름다운 것 같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탑은 조지 워싱턴을 기념하는 구조물이다.
링컨기념관으로 가는 길은 호젓하게 걸을 수 있어서 좋다.
멀리서 보는 링컨기념관은 위용이 대단하다. 1963년 8월 28일. 기념관 앞의 광장에서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는 ‘I have a dream’이라는 유명한 연설을 했다.
가까이 가면 특별히 대단한 것이 있는 것은 아니고, 그냥 링컨의 대형 좌상이 있으며, 그가 게티즈버그에서 했다는 연설문이 있다. 이 연설에서 링컨은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이 땅에서 멸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유명한 말씀을 남긴다. (원문은 That government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 shall not perish from the earth.)
링컨기념관의 옆에는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이 있었다. 나는 그다지 마음에 내키지 않았는데, 아내가 강력히 주장해서 가게 됐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한국전쟁에 미국이 참전하여 한반도의 공산화를 막아준 것은 고마운 일이 아니겠는가?
미국의 현충일인 메모리얼 데이는 5월 마지막 주 월요일이다. 올해는 5월 26일. 이날이 가까워서 그런지 공원에는 한국전에 참전했던 노병들이 많이 와 있었다. 그들은 모두 휠체어에 의지해야할 만큼 늙었으니 세월이란 참으로 무상한 것이다. 60여 년 전에 이름모를 나라에 가서 이유도 모른 채 싸워야 했던 젊은이들... 그들 중 얼마나 많은 수가 고향을 그리며 이역만리 타국 땅에서 죽어갔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숙연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