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7. 뉴욕
- 뉴욕 시내관광(2) -
2014년 5월 13일(화). 오늘은 하루 날을 잡아서 Metropolitan Museum of Art를 보기로 했다. 간단히 줄여서 Met라고 부르는 이곳은 영국박물관, 루브르박물관, 에르미타주 박물관(러시아)과 함께 세계 4대 박물관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지하철을 타고 86th St역에서 내린 다음, 조금 걸었다. 길가의 꽃이 참 예쁘다.
박물관 도착. 나는 대중교통으로 왔으니 관계가 없지만, 주차는 어디에 하는지 모르겠다. 입구가 바로 대로변이라 약간 황당... 아무튼 입구는 보는 바와 같이 대단히 웅장하다.
입구 쪽에서 맞은편 거리를 보면 이렇다. 길가에는 아침부터 노점상들이 진을 치고 있는데, 단속의 대상은 아닌 모양이다.
드디어 입장. 매표소에 오니 권장요금이 성인은 25불. 학생은 12불. 어린이는 공짜이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기부금 1불만 내고 입장. 한편, 추가로 7불을 내면 오디오 기기를 이용할 수 있는데, [한국어]도 있다. 한국어는 모든 유물에 대한 설명이 다 들어있지 않고, 대표적인 것만 있다. 그런데 차라리 이것이 나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어차피 많아서 다 보지도 못한다. 여기서는 뉴욕시민이 아닌 이상 유명한 것만 빨리 빨리 보면서 넘어가는 것이 상책이다. 오디오는 하나만 빌려서 아내에게 준 다음, 듣고 나머지 가족에게 설명을 하도록 했다.
솔직히 뭐가 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관람 시작. 하지만 원래 아는 것이 없으니까 다녀와서 찍어온 사진을 봐도 뭔지 모르겠다. 따라서 그냥 인상적인 것만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이것은 미이라. 오래 전에 죽은 사람치고는 상태가 좋다.
이집트의 덴두어 사원(Temple of Dendur). 로마의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이집트를 점령했을 당시 만들어진 것으로 아스완댐 공사 때 이 유적이 수몰될 위기에 처하자 이집트 정부가 이를 철거하여 미국에 기증하였다고 한다.
이것은 로댕의 유명한 작품 – 칼레의 시민들 – 이다. 그러나 어디선가 본 듯한 모습. 그렇다. 작년 12월에 스탠포드대학교에 갔을 때 교정에서 본 그 작품이다. 그렇다면... 어느 것이 진짜? 로댕이 1895년에 만든 최초의 작품은 프랑스 칼레의 old town hall의 앞에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것은 여러 번 주물을 부어서 똑같은 것을 여러 개 만들 수 있는 모양이다. 이 작품은 주물이 총 12번 부어졌으며, 마지막의 것은 서울의 PLATEAU에 있다고 한다. 스탠포드 대학에 있는 것은 개인적으로 주물이 부어진 것이고, 지금 이것은 11번째 주물이라고 한다.
이것은 16세기에 나이지리아 베닌(Benin) 왕국에서 상아로 만든 Pendant Mask이다. 상아에 조각을 해서 이렇게 예술품을 만들었다는 점이 신기하다. 이 작품은 둘이 한 쌍을 이루며, 나머지 하나는 영국박물관에 있다고 한다.
이것은 12세기 초에 인도에서 사암으로 만든 Dancing Celestial이다.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오는 또 다른 의미라고 하면, 학교 다닐 때 미술교과서에서 보던 명화들을 직접 눈으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예술가들의 작품이 널려 있다.
① 렘브란트의 1653년 유화 Aristotle with a Bust of Homer.
② 베르메르의 1662년 유화 Young Woman with a Water Pitcher.
③ 마네의 1866년 유화 Young Lady in 1866.
④ 르누아르의 1878년 유화 Madam Georges Charpentier and her children.
⑤ 모네의 1916년 유화 Water Lilies.
⑥ 고호의 1889년 유화 Wheat Field with Cypreses.
⑦ 쇠라의 1884년 유화 Study for a Sunday on La Grande Jatte.
⑧ 고호의 자화상.
⑨ 고갱이 1888년에서 1890년 사이에 그린 유화 Walking Stick with a Female Nude and a Breton Sabot on the Handle, ca.
⑩ 마티스의 1912년 유화 Nasturtiums with the Painting Dance.
아주 유명한 사람들의 작품들이 이 정도이다. 이 가운데에서 쇠라의 그림이나 고호의 자화상이 가장 유명하지 않을까? 특히 고호의 자화상은 훔쳐가기에도 좋은 크기라서 전담 직원이 눈에 불을 켜고 지키고 있었다. 작품에 손을 대는 것은 물론이고, 작품이 놓인 곳에 기대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다.
점심은 노점에서 도시락을 사서 계단에 앉아 해결했다. 티켓을 옷에 붙이고 다니기 때문에 얼마든지 재입장이 가능하다. 점심을 먹으면서 앞에서 노래하는 친구들의 공연을 보았다. 이들은 비록 무명이지만 자신들의 CD까지 있는 분들이다.
좋은 작품도 오랫동안 보니까 피곤했다. 박물관에서 나와서 Central Park로 갔다. 하루 종일 서 있었기 때문에 다리가 아파서 산책도 안되고, 일가족이 모두 잔디밭에 누워 있었다. (남들은 배부른 소리라고 하겠지만, 미국 여행의 현실은 이렇다)
도심에 이렇게 크고 아늑한 공원이 있을까 싶을 만큼 편안했다. 그냥 밋밋한 잔디밭이 아니라 언덕이 있고 호수가 있으며 곳곳에 아기자기한 조형물들도 마련되어 있었다. 이런 것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군데군데 조성된 호수.
Jagiello 왕의 동상.
이런 산책길을 따라 걸으니 마음은 호젓하다.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시작해서 센트럴파크를 횡단해서 반대편, 그러니까 자연사박물관쪽으로 나왔다. 마지막에 만난 놀이터.
2014년 5월 14일(수). 오늘의 행선지는 뉴욕 자연사박물관이다. 여기도 기부금 입장이 가능해서 어제처럼 1불로 끝냈다. 정문의 모습은 이렇고, 말 탄 동상은 Theodore Roosevelt이다. (미국 역사에서 루즈벨트 대통령은 2명인데, 둘 다 업적이 훌륭해서 헛갈리기도 한다. 대공황기의 뉴딜정책으로 우리에게도 유명한 사람은 플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으로 저 사람이 아니다)
어제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서 녹초가 되며 얻은 결론은 과학관이건 박물관이건 빨리 빨리 중요한 것만 보고 지나치는 것이 상책이라는 점이다. 이곳에 자료를 수집하거나 공부를 하러 왔다면 모를까 어차피 나도 전부 다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아이들한테도 전부 설명하면 하나도 기억하지 못한다.
로즈지구우주센터(Rose Center for Earth and Space)부터 들어갔다.
첫 번째로 눈에 띈 것은 운석. 이름은 The Willamette Meteorite. 무게가 15.5톤이다. 요즘 한국에서도 이것 채취하는 것이 유행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참고로 미국에서의 1톤은 1,000kg이 아니다. 1톤은 2천파운드니까 900kg이 좀 넘을 것이다.
두 번째로 우주선을 타고 적색거성이나 핼리혜성에 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다. 내 몸무게 65kg은 143.3파운드인데, 적색거성에 가면 0.042파운드밖에 되지 않는다. 이유는 질량은 그대로인 상태에서 별의 크기가 매우 커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태양의 경우 적색거성이 되면 현재 금성의 궤도 이상으로 커진다고 한다.
이것은 과학관이랑 상관은 없는데, 엘리베이터는 사람이 타는 부분 말고 반대쪽에 쇠로 된 추가 있다. 지금처럼 누드형일 때는 추의 모습을 볼 수가 있다. 사진에서 사람 타는 곳의 오른쪽에 추가 보이는가? 추는 승강기보다 30%정도 무겁게 만든다. 그래야 사람이 탔을 때 거의 평형을 이루게 되고, 이래야 운행에 필요한 전기에너지가 적게 소모된다. 사람이 가득 타고 있는 엘리베이터를 순전히 모터의 힘만으로 끌어올린다고 생각해 봐라! (이런 것을 물리책에서는 Atwood’s machine으로 소개한다)
이것은 지구에서 얼마나 많은 지진이 일어났는지를 보여주는 모습이다. 1960년 1월 1일부터 40년 동안 일어난 지진의 수가 약 7만번이다. 그러니까 하루 평균 2-3회이다. 지구가 살아있음을 보여준다.
이 정도만 보고 포유류관(Mammal Hall)으로 이동. 이곳은 디오라마 기법을 이용해서 당시의 자연환경을 무대 장식처럼 배경으로 만들고 그 안에 박제된 동물을 넣어 실제와 같은 효과를 냈다.
화석관은 지난번에 휴스턴과학관에서 많이 보았기 때문에 생략했다. 문화관은 얼떨결에 생략. 지하철을 타고 좀 더 북쪽으로 이동해서 할렘(Harlem)으로 갔다. 공룡 뼈다귀를 들여다 보는 것 보다는 이게 훨씬 더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지하철이 100번가를 넘어서자 차량 안에는 흑인들의 수가 급격히 늘어난다. 솔직히 불안했다. 아무리 할렘이라고 해도 낮에는 위험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아는 것과 느끼는 것 사이에는 분명 괴리감이 있었다. 마침내 125th St 도착. 밖으로 나와 보니 거리에 흑인들의 수가 많은 것을 빼고는 다른 차이가 없다. 할렘의 랜드마크라 할 아폴로 극장이 보였다.
거리에는 좌판을 벌여놓고 각종 장신구를 파는 노점이 늘어서 있고, 지나는 사람도 많아 활기가 넘치는 모습이다.
이곳이 할렘임을 잘 보여주는 말콤X거리 이정표.
Malcolm X Boulevard에서는 특별히 교회들이 눈에 띄었다. 여기는 Ephesus Church of Seventh-Day Adventist. 한국에서 안식교라고 부르는 교회이다.
교회 앞에는 AIDS로 죽어가는 아프리카 어린이를 돕자는 현수막이 걸려 있는데, 장소가 장소이니만큼 훨씬 가슴에 와 닿는다.
Saint Martin’s Church. 교회의 색깔이 어두운 색이다 보니 색다른 느낌을 준다.
할렘에 오려면 일요일에 와서 가스펠도 들어보고 소울음식도 먹어보고 그랬어야 했는데, 이렇게 평일 대낮에 와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그리고 아무리 대낮이라고 해도 아무런 정보도 없이 헤매기는 할렘이란 이름이 주는 부담감이 컸다. 그래서 결국은 제자리로 돌아왔고, 이번에는 지하철을 타고 좀 더 북쪽으로 달렸다. St 190th 에 있는 포트 트라이언 파크(Fort Tryon Park) 내의 클로이스터스(Cloisters)가 목적지이다. 맨해튼의 북쪽 끝자락. 아마 여기까지 와 본 한국인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생긴 입구를 따라 들어가면 아름다운 공원이 펼쳐진다.
이곳은 1776년 11월 16일에 독립전쟁을 하던 미군 600여 명이 4천여 명의 영국군과 싸운 역사적인 장소로 트라이언은 당시 뉴욕 식민지 행정관의 이름이다. (전쟁은 영국이 승리) 이후에 록펠러 재단이 공원을 조성하여 뉴욕시에 기증하였다.
안으로 들어가서 10여 분을 걸으니 마침내 클로이스터스가 나타났다. 중세 수도원의 모습을 재현한 곳으로 현재는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소유이다. 따라서 어제의 표로 이곳을 입장할 수 있다.
이렇게 생긴 입구를 따라 들어가면 수도원의 멋진 풍광이 나타난다.
예배실.
Cloister란 원래 수도원 안뜰의 회랑을 일컫는 말이다.
내부에는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것은 Palmesel. 15세기에 독일에서 라임우드에 페인트를 칠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작품 이름은 Reliquary Busts of Female Saints. 16세기에 네덜란드에서 만들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의 이름은 Virgin and Child이고 14세기에 프랑스에서 만들어졌다.
사족:
1)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중학교 3학년 때까지 내가 미술시간에 배운 것은 없었다. 우리는 늘 뭔가의 준비물이 있었고, 그것을 그리거나 했다. 물론 뭔지도 모르고 왜 하는지도 모르면서 했다. 설명같은 것도 들어본 기억이 없다.
2) 그러다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좀 다른 스타일의 미술선생님을 만났다. 우선 그 선생님은 교과서를 읽게 했다. 그리고 거기에 나온 그림들을 설명했다. 그 선생님은 다른 과목에 비해서는 비록 적은 양이었지만 노트필기라는 것을 하게 했고, 프린트를 나누어줬다. 솔직히 신기했다. 그 선생님도 실기수업을 하셨지만, 이론수업을 병행하셨다. 그리고 그 분에게서 마네, 모네, 피카소, 세잔느, 모딜리아니, 칸딘스키 같은 예술가들에 대해 배웠다. 고호, 고갱, 고야가 모두 고(高)씨가 아니라는 것도 배웠다. 그 분에게 배운 것이 내게는 평생의 자산이 되었다.
3)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 한국관이 있다. 반가운 마음에 찾아가 보니 생각만큼 넓지 않았다. 부근에 일본관도 있었다. 거기는 한국관보다 훨씬 넓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