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5. 보스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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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15. 보스턴

하로동선 0 931

- 보스턴 가는 길 -

 

2014년 5월 9일(금). 보스턴으로 이동하는 날이다. 아침 7시반에 [버팔로]행 버스를 탄 것을 시작으로 하루종일 꼬박 12시간 동안 버스에 앉아 있었다. 버스는 논스톱으로 달리지 않았으며, 중간에 [시라큐스]와 [알바니]에 정차했다. 심지어 버스를 갈아타기도 했다. 승용차로 달리면 8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그런데 그레이하운드로 이동하면 운전을 안해서 편하지만, 중간 중간에 시간은 많이 허비된다.

 

49-1) 시라큐스 터미널-수정.jpg

저녁 7시반에 보스턴 남역에 도착. Boston South Station은 기차역은 물론 지하철, 고속버스 등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보스턴 교통의 메카이다.


49-2) 보스턴남역-수정.jpg

택시를 타고 숙소를 향해 출발. 그러나 가도가도 숙소는 나오지 않았다. 차는 어느덧 보스턴 시내를 벗어나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정말 죽고 싶었다. 내가 호텔을 예약하면서 동부의 엄청난 숙박비에 눌려서 너무 싼 것만 찾다가 위치를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마침내 도착한 Knights Inn Danvers. 미터 요금만 70불이 넘어서 팁 포함 90불을 줬다. 정말 가슴이 찢어졌다. 이렇게 되면 배보다 배꼽이 큰 것이다. 숙박비가 세금까지 모두 포함해서 하루에 80불인데, 택시비가 90불이다. 그것도 편도.

밖에서 본 호텔의 모습은 이렇다. 우리 동네에도 35번 고속도로 부근에 이런 호텔들이 많다.


49-3) 호텔-수정.jpg

방은 이렇게 생겼다. 널찍하고 벌레가 안 다니는 것이 어디인가?


49-4) 호텔-수정.jpg

2014년 5월 10일(토).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가족들을 대동하고 식당에 갔다. 이래뵈도 여기는 조식을 제공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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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조식이다. 우유+시리얼+크림빵. 다른 빵도 있는데, 그나마 이게 제일 맛있다. 정말 깜놀... 역대 최악이다. 모두들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 결국 다음날은 나 혼자만 먹으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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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택시비를 90불씩 내고 보스턴 시내로 나갈 수는 없는 노릇이라 다른 방도를 알아봤다. 호텔 직원은 여기서 가까운 Salem까지 택시로 이동한 다음 기차를 타라고 했다. (진작에 이렇게 가르쳐줬어야지 이년들아... 내가 여행 떠나기 전에 호텔직원하고 통화를 했었는데, 그 때는 이런 이야기가 없었다) 콜택시를 불러서 역까지 이동했다. 요금은 팁포함 20불.

역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밖을 바라보니 세상에 이렇게 예쁜 동네가 있나 싶다. 여기는 보스턴이 아니고 Danvers라는 곳인데, 길가의 가로수는 푸른빛을 뽐내고 정원에는 막 꽃이 만개해서 떨어지고 있었다. 또한 사범대학으로 유명한 [피바디]도 이 부근의 동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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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em 역은 공사중이었는데, 외관은 보는 바와 같이 시골 간이역의 모습이라 정겹고 좋다.


49-8) salem 역-수정.jpg

기차를 기다리면서 본 낙서.


49-9) salem 역-수정.jpg

10시 38분. 거의 한시간을 기다린 끝에 기차에 올랐다. 보스턴 북역까지의 소요시간은 29분. 도중에 4개의 역들을 지난다. 자리에 앉아있으면 역무원이 다니면서 요금을 걷는데, 우리 가족은 13.5달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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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 07분. 마침내 보스턴 북역에 도착했다.


49-11) 보스턴북역-수정.jpg

- 하버드대학교 -

 

내가 보스턴에 온 이유는 다른 무엇보다도 하버드대학교를 보기 위함이었다. 학회나 세미나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단지 학교 건물을 보러 간다는 것이 솔직히 좀 한심하고 부끄럽지만 그래도 가보고 싶었다. 그 옛날 흑백 TV를 통해 보았던 미드‘하버드대학의 공부벌레들’의 그 하버드가 아닌가...

보스턴 북역에서 지하철을 탔다. 학교를 가는 방법은 아주 간단해서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내리면 되다.

1897년 9월 1일 개통하여 미국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이곳 보스턴 지하철은 역사 내부가 지저분하고 이상한 냄새까지 많이 났다. 게다가 스크린 도어가 없어서 열차가 들어올 때 좀 불안했다. 하여간 그렇게 달려서 도착한 곳은 하버드 역.


49-12) 하버드역-수정.jpg

역에서 하버드 스퀘어 방면으로 나오면 하버드 스퀘어. 광장은 생각보다 넓지 않다. 옆으로 난 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서면 드디어 하버드대학교이다. 이름하여 하버드야드. 이 대학에서 가장 오래된 곳 가운데 하나이며 대학의 중심이다.


49-13) 하버드대-수정.jpg

하버드 야드에는 존 하버드 목사의 동상이 있다. 1636년에 설립된 이 대학은 1638년에 존 하버드 목사가 재산의 절반과 책을 기부하면서 발전의 토대를 만들게 된다. 이런 이유로 학교의 이름도 현재와 같이 하버드대학교가 된 것이다. 재미있는 속설은 하버드의 왼쪽 발을 만지면 3대 안에 하버드대학교에 입학하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동상을 보면 왼발은 오른발과 달리 동상의 검은색이 벗겨져 있을 정도로 닳아있었다.


49-14) 하버드동상-수정.jpg

교정을 거닐어 보았다. 미국에서 가장 먼저 설립된 대학인만큼 캠퍼스는 고색창연하고 멋스러웠다.


49-15) 하버드대-수정.jpg

미국의 조상들은 정말 대단한 면이 있다. 이 대학만 해도 그렇다. 나라가 세워지기 140년 전에 대학부터 설립했다. 1636년이면 청교도가 이 땅에 온지 불과 16년이 지났을 때이다. 밖에는 야생동물과 인디언이 들끓는 시절에 대학을 생각할 만큼 미래를 내다보는 눈이 남다르다.


49-16) 하버드대-수정.jpg

이 건물은 눈이 휘둥그레질만큼 멋스러웠다.


49-17) 하버드대-수정.jpg

점심은 교내의 노점에서 해결했다. 텍사스주립대도 그렇지만 여기도 점심시간이면 노점이 섰다. 닭볶음밥. 가격은 8불이었나? 비록 우리식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간만에 밥을 먹으니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점심을 먹는 노천카페에서 하버드 동문들로 이루어진 악단이라고 소개된 분들이 음악을 들려줬다.


49-18) 하버드대-수정.jpg

솔직히 나는 음악을 모른다. 하지만 무식한 내 귀에는 저들의 연주가 훌륭하지 않았다. 하지만 저들을 바라보는 내 눈은 경외감으로 가득 찼다. 아... 저들이 하버드졸업생이구나. 저들은 지금 얼마나 대단한 일들을 하고 있을까...

다시 하버드 광장으로 나왔다. 광장에는 무리의 사람들이 나와서 피켓을 들고 있었다. 내용은 대만은 중국의 일부가 아니라는 거다.


49-18) 하버드광장-수정.jpg 

이름 모를 봄꽃이 흐드러지게 핀 하버드대학의 주변 거리들도 매우 아름다웠다.


49-19) 하버드거리-수정.jpg

- 프리덤 트레일 -

 

아메리카 대륙에는 영국인들만 오지 않았다. 다만 여러 세력들 가운데 현재의 미국을 건설한 사람들이 영국계이고, 그들은 1620년에 보스턴 인근의 플리머스 바위에 도착하였으며, 그 사람들은 지금 필그림 파더스로 추앙받고 있다. 미국 역사의 중심에 있는 보스턴. 미국 역사의 현장을 따라 걷는 프로그램이 바로 Freedom Trail이다.

출발점은 매사추세츠 주청사. 금으로 만든 돔이 멋스러운 이곳은 1798년에 지어졌으며, 주말이라 들어가 볼 수 없었던 점이 아쉬웠다.


49-20) 주청사-수정.jpg

두 번째는 보스턴 커먼(Boston Common). 1775년 4월. 미국 독립군과 첫 전투를 위해 렉싱턴으로 출전하는 영국군이 바로 이곳에서 집결하였다. Park라는 이름 대신 Common으로 불리는 이유는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같은 분들의 연설 장소로 쓰이며 대중집회가 많이 열리는 까닭이다.


49-21) 보스턴커먼-수정.jpg

Park Street 교회를 지나 네 번째는 Granary 묘지. 1660년에 조성되었으며,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사람들 중 3명(존 핸콕, 새뮤얼 애덤스, 로버트 트리트페인)이 안장된 곳이다. 묘지에는 많은 참배객들이 있었으며, 전통 복장을 입은 가이드로부터 설명을 듣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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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g’s Chapel과 묘지를 지나 여섯 번째는 구 보스턴 시청. 1635년에 필레몬 포몬트 선생님의 댁에서 시작된 미국 최초의 공립학교 터이다. 이후 학교가 이전하고 그 자리가 시청이 되었다가 현재는 스테이크 집이 되었다. 어이상실...


49-23) 구 시청-수정.jpg

이 학교의 졸업생 중에는 벤저민 프랭클린, 새뮤얼 애덤스, 존 핸콕 등이 있으며, 마당에는 프랭클린의 동상이 서 있다.

 

49-25) 벤자민 플랭클린-수정.jpg

일곱 번째는 1712년에 약방으로 건립되어 훗날 서점이 된 보스턴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바로 이 서점에서 주홍글씨(The Scalet letter)가 출판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는 멕시칸 요리집. 하하...


49-25) 구 서점-수정.jpg

잠깐 쉬어가는 코너. 꽃과 과일을 파는 할아버지. 이런 모습을 보면 사람이 사는 데는 다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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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번째는 1729년에 지어진 예배당이다. 미국 역사에서 이곳은 매우 중요한 공간이다. 바로 보스턴 차 사건(Boston Tea Party)의 시발점이 된 곳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교과서에도 나오는 이 사건은 영국 의회가 대중 음료인 차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자 1773년 12월 16일에 약 오천명의 미국인들이 이곳 예배당에 모여 격론을 벌인 끝에 새뮤얼 애덤스의 주동으로 보스턴 항구로 몰려가 배에 실려 있던 차를 모두 바다 속에 던져버린 일이다. 이 사건은 영국에 대한 미국인들의 저항 의식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를 보여주는 예로 미국인들은 독립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나는 중학교 다닐 때 사회시간에 이것을 배웠는데, 차 사건의 차를 tea가 아니라 car인 줄 알았다. 왜냐하면 나는 그 당시에 차(茶)라는 것을 먹어보기는커녕 구경도 해 본 적이 없었거든. 커피도 귀하던 시절이다)


49-27) 올드 사우스 미팅 하우스-수정.jpg

아홉 번째는 1713년에 지어진 매사추세츠 주 청사.


49-28) 구 주청사-수정.jpg

열 번째는 보스턴 학살 현장. 1770년 3월 5일에 바로 위에서 설명한 주청사 앞에서 보스턴 시민과 영국군 보초병 사이에 충돌이 있었고(당시에 주청사는 영국 총독부) 그 과정에서 보초병의 발포로 시민 5명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4.19나 5.18때 정부의 발포로 사망한 사람들의 수를 생각하면, 5명 정도를 [대학살]이라 부르는 미국인들은 좀 과하다)


49-29) 보스턴 대학살-수정.jpg

열한 번째는 패뉼 홀(Faneuil Hall). 건물 앞에는 새뮤얼 애덤스(Samuel Adams)의 동상이 있다.


49-30) samuel adams-수정.jpg

패뉼 홀의 바로 뒤는 퀸시 마켓이라는 유명한 시장이다. 시장 앞 광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한가로운 토요일 오후를 보내고 있었다.


49-31) 퀸시마켓-수정.jpg

시장 안에 들어가서 Boston Chowda라는 이름의 가게를 찾았다. 이 집은 Clam Chauda가 특히 유명하다.


49-32) 퀸시마켓-수정.jpg

음식을 사 들고 밖에 나와 보니 거리에서는 갖가지 공연들이 펼쳐지고 있었다. 벤치에 앉아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참으로 평화롭다.


49-33) 거리공연-수정.jpg

프리덤 트레일을 완주하기 위해서는 아직 다섯 군데가 남아 있었다. 폴 리비어 하우스, 올드 노스 교회, 콥스 힐 공동묘지, USS Constitution과 Charlestown Navy Yard, 벙커 힐 기념탑이 그들이다. 더 이상의 여행은 즐거움이 아니라 노동이라는 생각이 들만큼 길거리에서 하루를 보내는 일은 고단했다.

지하철과 기차를 타고 갔던 길을 되짚어 숙소로 돌아왔다. 살렘역에서 택시를 잡는 것은 마트 종업원의 도움을 받았다. 그래도 여행이 즐거운 것은 이렇게 고마운 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49-34) 살렘마트-수정.jpg

사족:

 

1) 여행 다니면서 숙소를 정할 때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항은 시내와의 거리이다. 시내와 멀어지면 숙박비가 싸지만, 그런 경우의 대부분은 대중교통으로 닿을 수 없는 곳이다. 따라서 택시비와 시간이 많이 깨진다.

 

2) 미국에서 렌터카 여행이 좋다는 사람들은 어떻게 된건지 모르겠다. 인터넷에서 알아보는 렌터카는 가격이 아주 저렴해서 매력적이지만, 실제로 사무실에 가서 차를 빌리려고 하면 인터넷과 달리 가격이 상당히 비쌌다. 기름값 빼고 렌트비와 보험료만도 하루에 12만원 정도 했다. 물론 소형차이다.

 

3) 렌터카는 인터넷에서 예약을 하고 심지어 결재를 했더라도 실제 비용은 차를 인수할 때 내는 것이다. 내가 그것을 몰라서 이번에 얼마나 당황스러웠는지 모른다. 나는 분명히 인터넷으로 예약과 결재를 했는데, 렌터카 사무실에서는 또 돈을 내라고 하니... 그것도 인터넷에서는 3일에 68불이었던 것이 현장에서는 234불이었다. 영어를 못하니까 상대방이 하는 말도 제대로 못 알아듣고... 남의 나라에서 생활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4) 지금 딴지일보 총수로 있는 김어준씨는 나랑 동갑이고, 홍익대 졸업하고 유럽에서 배낭여행가이드를 했던 사람이다. 그 김어준씨가 이런 말을 했다. 남-녀가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어 결혼을 생각한다면 외국으로 배낭여행을 떠나 보라고. 말도 통하지 않는, 모든 것이 낯선 환경에 부딪치면 생각지도 않았던 일이 발생하는데, 이 대목에서 대부분의 커플이 깨진다고 했다. 위기 상황이 오면 그 사람의 진면목이 드러나고, 그 사람이 가진 문제해결력이 나타난다고 했다.

 

5) 나는 이번에 보스턴에서 렌터카와 관련해서 아내에게 너무나 많은 실망을 안겼다. 남들이 보면 우리 가족은 미국 동부로 여행이나 다니니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겠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6)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필요한 것은 지식이 아니라 지혜이고, 지혜는 문제해결력으로 발현된다. 나처럼 지식만을 추구하며, 지식만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평생을 살아온 사람은 죽었다 깨어나도 갖출 수 없는 덕목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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