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1. 샌안토니오
- 샌앤토니오 가축쇼 -
2014년 2월 15일(토). 손꼽아 기다려 온 여행가는 날이다. 우리 동네에서 70km 정도 떨어진 샌앤토니오에서 로데오 축제를 한다고 해서 카이-알파의 친구들이랑 모두 같이 가기로 했다. 우리 집 앞에서 IH-35 남쪽 방향으로 한 시간만 가면 된다. 여행을 떠나기에는 더 없이 좋은 날씨이다.
도착한 곳은 At&T Center. 주변에 넓은 공터가 있는데, 이곳에서는 Stock Show가 열렸다. 집에서 기른 소나 돼지같은 동물을 데리고 나와서 품평회도 하고 1등도 뽑는 행사이다. 여기가 행사장 입구. 입장료는 로데오를 포함해서 12불이다.
대회에 나온 돼지가 주인과 함께 우리로 가고 있다.
여기는 낙농제품 대회장이다. 구경꾼은 없지만 대회 참가자들의 표정은 자못 진지했다.
우리 가족은 개인적으로 간 것이 아니라 교내 기독교 학생 클럽 “카이-알파”의 인솔하에 따라 간 것이라 대접이 좀 좋았다. 돼지우리를 지나 향한 곳은 여러 나라의 국기가 꽂혀 있는 인터네셔날 하우스이다. (아쉽게도 한국은 없다)
텍사스 카우보이의 흉내를 내 봤다.
소박한 점심이 무료로 제공되었다. 멕시코랑 가까워서인지 메뉴는 타코(tacos)이다. 옥수수 반죽으로 만든 또띠야(tortilla)에 고기, 콩, 양상추 등을 넣은 다음 칠리소스를 뿌려 먹는 멕시코의 대표적인 음식이다. Lone star는 텍사스의 대표적인 맥주이다.
식사를 하는 중에 멕시코 음악이 연주되고 있었다. 악사들의 표정이 즐거워 보이지 않아서 마음이 좀 무거웠다.
행사장에는 카우보이 복장을 하고 노란 조끼를 입은 진행요원이 있어서 우리를 안내했다. 나이는 많아 보였지만 화장을 짙게 했다.
안내를 받고 간 곳은 Hall of Fame. 이번 행사의 여러 가지 모습과 역대 수상자들의 모습을 전시한 곳이다.
샌앤토니오 가축쇼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어서 1950년부터 시작되었다. 사진은 1952년에 대상을 수상한 소와 주인의 모습이다.
- 샌앤토니오 로데오 -
오후 1시. 드디어 기다리던 로데오 시간이 되었다. 행사장은 At&T 센터. 밖에서 보니 건물이 웅장하다. 이곳은 평소에 NBA 경기가 열리는 곳으로 샌앤토니오 스퍼스의 홈구장이다.
줄지어 안으로 들어가니 기아자동차의 쏘울이 전시되어 있다. 반가웠다.
행사장 내부는 생각보다 훨씬 웅장하다.
드디어 행사 시작. 먼저 국민의례로부터 시작해서 처음에는 맛보기로 말을 탄다. 그 다음에는 송아지 제압. 신대륙을 개척한(원주민 입장에서는 침략한) 미국인의 진취적인 기상과 용맹심을 보여주는 것이 로데오라면 소가 더 커야할 것 같다. 저건 용맹이 아니라 ‘동물 괴롭히기’같다. 버팔로를 저렇게 제압했다면 내가 기립박수라도 보냈을텐데... 어린이 로데오도 있는데, 대상은 ‘양’이다. 애들한테도 저런 것을 시키는 것을 보면, 미국인의 정서라는 것이 대략 어떤 것인지 알 것도 같다. 송아지를 혼자서 또는 떼로 나와서 괴롭히기도 한다. 송아지 괴롭히기 다른 버전도 있는데, 적어도 송아지가 사람보다는 커야 ‘소’란 소리를 듣지 않겠나? 말 달리기에 이어 마지막 하이라이트. 진짜 ‘소’가 나왔다. 이것이 TV에서 보던 로데오이다.
로데오는 내가 보여준 이것들이 전부이다. 이런 레파토리로 2시간가까이 시간을 끌기 때문에 아내와 두 딸은 잠이 들었다. 실제로 똑같은 것을 여러 번 보여주기 때문에 보고 있으면 하품이 나온다. 한번은 볼만 하지만 두 번은 보고 싶지 않다.
로데오가 끝난 다음, 좀 이른 시간이었지만 캠핑장으로 향했다. 오늘은 캠핑장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내일은 시내관광에 나설 예정이다.
사족:
1) 미국 국가에 관한 재미있는 사실. 많은 수의 미국인들은 자신들의 국가를 끝까지 부르지 못한다고 한다. 내가 좀 어이가 없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이유를 물어봤다. Granado 선생님 曰 “부르기가 너무 어렵다”고 한다. 여기서 사귄 또 다른 친구 Adam 曰 자기네는 “국가를 부를 일이 별로 없다”고 한다. 많은 학교에서 국가를 부르지 않는다고 한다. 심지어 요즘 젊은 애들은 국가보다 훨씬 짧은‘국기에 대한 맹세’도 외우지를 못한다고 한다.
2) 올해 62세인 Granado 선생님조차 국가를 불러 보시더니 처음 한소절 부른 다음에 막히더라구. 실제로 Oh! say can you see, by the dawn’s early light... 까지 밖에 못 하셨다. 하하!! 그래서 내가 그랬다. 한국에서는 초등학교만 들어가도 국가부터 가르치고 일주일에 한번, 적어도 한달에 한번은 부르기 때문에 국가를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3) 실제로 미국 국가는 매우 길다. 우리나라처럼 4절까지이지만, 한 절의 가사가 애국가보다 훨씬 길다. 그래도 국가를 모른다는 것은 좀 어이가 없다.
4) 샌앤토니오 뿐만 아니라 휴스턴, 댈러스, 오스틴 등 텍사스의 다른 곳에서도 로데오를 볼 수 있다.
5) 이번에 함께 한 카이-알파의 친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