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5. 샌프란시스코
- 스탠포드 대학교 가는 길 -
2013년 12월 23일(월). 오늘은 팰로엘토에 있는 <스탠포드대학교>에 가기로 했다. 호텔 앞에서 길을 건너서 47번 버스를 타고 곧바로 캘 트레인 기차역으로 간다. 그러고 보면 Opal Hotel은 정말 좋은 위치에 있다. 물론 이런 탁월한 선택은 인터넷을 통해 “내”가 했다. 호텔을 예약할 때 단지 가격만 생각하고 위치를 고려하지 않으면, 호텔값보다 차비가 더 많이 들고, 오고 가면서 시간만 깨지는 결과를 낳는다.
버스를 타고 한 40분쯤 달렸나? 마침내 47번은 종점에 이르렀다. 여기가 캘 트레인의 시작점(Caltrain Depot)이다.
먼저 자동판매기에서 표를 구입했다. 팰로앨토(Palo Alto)는 3구역인데, 요금은 편도가 어른 7불, 아이 3.5불이다. 기차 시각, 구간, 표 구입 등 탑승에 관한 모든 사항은 역에 비치되어 있는 팜플렛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드디어 10시 7분에 기차에 올랐다. 기차는 여기가 종점이기 때문에 방향은 생각할 필요도 없고, 그냥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가서 타면 된다.
기차는 2층이다. 우리는 처음 타 보는 2층 기차가 신기해서 2층으로 올라갔다. 내가 KTX를 타보지는 않았는데, 시설은 거의 그 수준이었다. 그만큼 훌륭하다. 이거 타고 1시간 반이면 인텔, 구글, 애더비, 휴렛패커드 등이 자리한 산호세(San Jose)에 이를 수도 있다.
11시 3분. 드디어 팰로앨토에 도착했다.
여기에서 학교까지는 걸어가기에는 좀 멀기 때문에 무료로 운행하는 마거리트 셔틀(Marguerite Shuttle)을 타는 것이 좋다. 그래서 셔틀을 타러 가는데, 길을 잘못 들어서는 바람에 다운타운으로 가는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이 때 우리에게 다가오는 흑인 남자... 키가 190cm는 되어 보이고 체격도 매우 건장한데, 우리한테 1달러만 달란다. 순간 긴장... 거지도 체격이 좋으니까 위협이 된다. 게다가 주변에는 사람도 없었다. 우리가 손을 저으며 지나가는데, 뒤에서 계속 따라왔다. 얼마나 긴장이 되던지... 캄보디아에만 있을 줄 알았던 “깁미 원달러”가 자본주의의 상징 미국에도 있을 줄이야...
- 스탠포드 대학교 -
1891년. 미국의 리랜드 스탠포드 상원의원은 열다섯의 나이에 병사한 자신의 외아들을 기리고자 사재를 털어 학교를 건립했는데, 바로 그 대학이 오늘날 세계적인 명문으로 발돋움한 스탠포드대학교이다. 학교 버스가 우리를 내려준 곳은 의과대학건물과 병원 앞이었다.
잘 꾸며진 정원과 같은 교정. 안으로 들어가니 시설들이 흡사 호텔과 같다. 감탄이 절로 나온다. 제일 먼저 이동한 곳은 캔터 예술 센터. “생각하는 사람”으로 우리와 친숙한 로댕의 작품이 20점 정도 야외에 전시되어 있었다.
그러나 학생들이 방학중인데다 성탄절이 다가와서인지 내부는 잠겨 있었다. 이어 우리가 이동한 곳은 <메인 쿼드>. 이곳은 이 대학의 중심이며 중세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이 멋들어진 곳이다. 일단 몇 장의 사진을 감상해 보시라...
바라보고 있으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샌프란시스코에 온 이후로 가장 큰 감명을 받은 나. 금문교고 소살리토고 다 필요 없이 누구든 샌프란시스코에 왔다면 이곳으로 오라고 권해주고 싶다.
점심은 이 대학의 또 다른 명물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서점 내 카페에서 했다. 서점에서는 대학생들의 교재만이 아니라 각종 서적, 옷과 학용품 등의 각종 물품들에 스탠포드의 로고를 붙여 판매하고 있었다. 예전에 미시간주립대에서 연수를 받을 때도 보았지만 미국에서 대학은 하나의 거대한 산업이다. 학교 홍보도 겸하면서 많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었다.
서점에서 점심을 해결한 다음에 본 Meyer도서관이다. 이런 도서관에 앉아서 책을 보면 내용이 머리에 쏙쏙 들어올 것만 같다.
다시 아까 둘러보던 메인 쿼드로 돌아갔다. 눈을 돌릴 때마다 보이는 것들은 모두 한 폭의 그림이다. 이와 같은 모습은 중세 유럽의 궁전을 보는듯한 착각에 빠지게 했다. 이곳은 이 대학의 1회 졸업생이면서 미국의 31대 대통령이 된 허버트 후버를 기념하는 후버 타워이다. 1층에는 후버대통령에 관한 갤러리가 있고, 높이 87m의 탑에 오르면 스탠포드의 전경을 조망할 수 있다는데, 하필이면 오늘은 문을 닫았다. 내가 택일을 잘못했다.
이것은 로댕의 작품으로 유명한 “칼레의 시민”으로 메인 쿼드의 입구에 있다. 이 부근에는 관광객이 끊이지 않아서 고즈넉하게 사진을 찍을 기회를 포착하기가 참 어렵다.
여기는 창립자의 아내 제인 스탠포드가 세운 <메모리얼 교회>이다. 빛이 바랜듯한 외벽의 모자이크가 주변 경관과 멋지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교회 안으로 들어가면 더욱 많은 모자이크를 볼 수 있다는 오늘은 여기도 폐문. 하여간 가슴이 아프다...
- 고려정 -
여기까지 둘러보고 다시 온 길을 되밟아 호텔로 돌아왔다. 이제 우리 가족 모두는 미국 음식이라면 진절 넌더리가 났다. 어제 실패한 경험도 있어서 이번에는 한국식당에 가기로 했다. 책자에는 서울가든이 나온다만, 무시하고 어제 중국음식점 찾으면서 보았던 고려정으로 갔다.
일단 여기는 밖에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패키지가 몰려가는 음식점의 특징은 가격표가 붙어있지 않다는 점이니 일단 그 점에서 안심이 되었다. 그런데 자리를 잡고 앉아 주위를 둘러보니 패키지 냄새가 좀 났다. 테이블이 아주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는 점이 눈에 거슬렸다. 그리고 샌프판시스코에 교민이 얼마나 사는지 몰라도 그들만 바라보고는 장사가 될 것 같지도 않았다.
“여기, 단체손님들도 좀 오나요?”
물 가지고 온 지지배에게 넌지시 물었다.
“아... 예...”
그러면 그렇지... “하긴, 뭐 교민이 얼마 안돼죠?”
어색함을 마무리하고자 한마디 더 걸쳤다만, 크게 기대는 하지 않기로 했다.
밑반찬이 훌륭했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 볼 때는 “별것 없다”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우리 가족은 벌써 며칠째 ‘컨티넨탈식’ 아침식사에 수제라고는 해도 어쨌든 ‘햄버거’ 점심에 저녁은 ‘햇반과 컵라면’으로 연명하는 상태였다. 이런 상태에서 한국 음식을 보니너무 반가웠다.
나와 아내는 나이가 많아 그렇다고 해도 어린 딸들까지도 ‘너무 좋아라’하며 음식에 덤벼드는 것을 보면, 우리는 영락없는 한국인이다.
사족:
1) 샌프란시스코 인근의 명문대학이라면 베이브리지 건너 버클리에 있는 UC버클리와 남쪽으로 50km 거리에 있는 스탠포드가 있다. 거리상으로는 버클리가 가깝지만 볼거리의 측면에서는 스탠포드가 낫다고 한다.
2) 스탠포드는 그 명성에서도 세계 1, 2위를 다투지만 학비가 비싼 것으로도 세계 최정상급이다. 연간 등록금이 4만5천달러 정도 하는 것으로 안다.
3) 예전에 가수 타블로가 이 대학을 졸업한 것이 사실이냐 아니냐를 두고 말이 많았었다. 그런데 실제로 이 대학에 한국인은 많은 것 같았다. 일단 한인학생회가 있고, 내가 갔을 때도 한국인을 여럿 보았다. 그들은 대체로 방학을 맞아 그들의 부모님을 모시고 학교의 이모저모를 소개해드리는 것 같았다. 저런 자식을 둔 부모는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4) 부모 마음이야 다 비슷하겠지만, 내가 일부러 여기까지 온데는 자식들한테 뭔가 좀 생각하고 느낄만한 주제를 던져주기 위함이었다. 처음 들어가서 맞은 스탠포드대학교 병원과 의과대학건물을 바라보며 큰 애한테 그랬다. “서현아... 나중에 스탠포드의대 어때?” 아비의 이런 속물같은 물음에 아이는 그냥 “좋아”라고 마지못해 대답할 뿐이다. 캠퍼스를 바라보며 무슨 대단한 결심이라도 했으면 했던 것은 나의 속된 희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