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41. 록키산 국립공원
2015년 8월 10일(월). 본격적으로 로키마운틴 국립공원을 돌아볼 차례이다. 미국의 많은 국립공원에서는 무료로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은 자가용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셔틀버스를 타고 공원을 돌아본다. 이렇게 하면, 공원 내 교통량이 줄어 환경보존에도 이롭고, 관광객도 편해서 좋다. 따라서 나의 가족도 이렇게 생긴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15분 간격으로 이렇게 생긴 셔틀버스가 다닌다.
차창으로 보이는 경치가 정말 좋다.
로키마운틴의 핵심은 베어 레이크에서 산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러려면 셔틀버스를 중간에 갈아타고 마지막 정류장까지 가야 한다. 마침내 눈앞에 나타난 절경.
저런 의자에 앉아 인증샷을 남기면 그림엽서같은 사진이 나온다.
베어 레이크에는 아침과 저녁에 각각 오는 것이 좋다. 태양의 위치가 변하면 같은 경치도 다르게 보이고, 특히 사진을 찍었을 때 큰 차이가 나타난다. 또한 아무리 시간이 없더라도 호수 주변을 한바퀴 돌아야 한다. 그래봐야 1킬로미터도 안된다. 트레일을 하면서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로키 마운틴의 봉우리들은 Longs Peak(4,346m)를 비롯해서 대부분 4천미터를 넘기 때문에 정상 부근에서는 여름이면 눈이 녹아서 흘러내리는 빙하를 볼 수 있다. 버스정류장은 Glacier Gorge Trail. 여기서 빙하가 녹은 물이 흘러내린다는 앨버타 폭포(Alberta Falls)까지의 거리는 채 1킬로미터가 안된다. 폭포로 가는 길.
그렇게 도착한 폭포. 빙하가 녹은 물이 흘러내린다고는 하지만 폭포의 크기는 작다. 게다가 빙하를 보려면 정상 부근까지 올라가야 한다.
Glacier Gorge에서 한 정거장을 더 내려오면 Bierstadt. 조금 가파른 트레일이 있다고 해서 올라가 봤다. 하늘을 향해 높이 솟은 침엽수림이 빽빽한데, 주변에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분위기는 고즈넉하고 정말 좋은데... 이런데서 곰이라도 만나면 대책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을 먹고는 빨래를 해야 해서 에스테스 파크에 다녀왔다. 빨래방이 아무데나 가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먼저 여행자센터로 갔다. 안에는 각종 사연을 가진 방문객으로 북적였는데 이들의 안내를 맡은 이들은 보는 바와 같이 할머니들이다.
캠핑장에 샤워시설과 세탁실이 없다 보니 틈새를 노린 업종이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세탁기도 건조기까지 사용할 수 있지만 돈은 제법 든다. 샤워요금은 5불.
빨래를 마치고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본 에스테스 파크는 정말 예쁜 동네였다. 우람한 산세는 기본.
메인 스트리트의 교회.
아이스크림 가게.
다시 캠핑장으로 돌아와서 오후에는 좀 더 아래쪽으로 길을 잡았다. Cub Lake. 버스에서 내려 트레일을 시작했다. 좁다란 강줄기를 따라 길을 걸으니 낚시대를 드리운 사람들도 볼 수 있다. 눈에 들어오는 풍경 하나하나가 모두 예술이고, 마음도 가볍고, 모든 것이 참 좋았다.
마지막으로 로키마운틴에서 가장 전망이 좋다는 Moraine Park Discovery Center로 갔다.
이곳에 서면 넓게 트인 시야에 로키 마운틴의 준봉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여기서부터 캠핑장까지는 걷기로 마음먹었다. 15분마다 온다는 셔틀버스가 때로는 30분을 넘게 기다려야 하고, 캠핑장까지의 거리도 멀지 않은데다가, 무엇보다도 이 경치를 즐기고 싶었다. 지금이 아니면 또 언제 이 길을 걸어보겠나!
사족
1) 베어레이크에서 바라본 로키마운틴의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풍경이 너무 멋있으니까 카메라가 따라가지를 못해. 사람의 눈이란 참으로 위대하구나... 생각했다.
2) 늦은 오후에 디스커버리센터에서 모레인 캠핑장까지 걸었던 길은 앞으로도 평생동안 잊지 못할 것만 같다. 가장... 기본으로 돌아가서... 우리는 걸어야 한다. 걸어야 길가의 들풀도 보이고, 향기도 맡을 수 있지 않나... 그냥 혼자서 그렇게... 서편으로 기우는 해를 등지고... 걷는 기분이...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