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37. 로스웰
2015년 8월 6일(목). 텍사스주 러벅 → 175마일(282km) → 뉴멕시코주 로스웰 → 184마일(296km) → 산타페.
미국의 도로에서는 100년 또는 200년 앞을 내다 본 선조들의 혜안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래의 도로를 보라. 상행선과 왼쪽의 하행선 사이에는 중앙분리대가 아니라 아예 잔디밭이 조성되어 있다. 이는 최초에 도로를 건설할 때 땅을 많이 구입한 다음, 양쪽 끝에 각각 두 개의 차선만을 만든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교통량이 늘어나서 차선을 증가시킬 때는 도로의 안쪽으로 공사를 하면 된다. 이미 땅은 확보되어 있으므로 토지보상비는 필요 없고 건설비만 부담하면 된다. 중앙선이 잔디밭으로 되어 있으니 주행시 안전이 담보된 것은 말할 필요도 없겠다.
다만 모든 도로가 위와 같지는 않다. 예를 들어 아래의 도로는 편도 1차선인데, 우리가 흔히 보아온 모습이다.
1925년에 건립된 테리(Terry) 카운티 법원. 그러나 별로 멋있지는 않다.
요아쿰(Yoakum) 카운티 법원도 마찬가지이다.
법원보다는 옆에 있는 Plains Tex Museum이 더 인상적이었다. 앙증맞을만큼 작은 규모의 박물관이라 들어가 보고 싶은데, 앞으로 남은 일정이 만만치 않아 겉만 보고 지나갔다. (사실은 나를 제외한 나머지 가족들이 원하지 않았다.)
이렇게 보고 싶은 것도 생략해가며 달려온 곳은 뉴멕시코 주의 로스웰(Roswell)에 있는 UFO박물관이다.
1947년 6월 14일. 윌리엄 브라젤(William Brazel)이라는 이름의 농부는 로스웰에서 약 100km 떨어진 목장에서 추락한 어떤 물체의 잔해를 발견했다.
그는 이를 보안관과 지역 언론사에 알렸다. 아래의 사진은 Roswell Daily Record의 1947년 7월 8일자 보도 내용.
보안관 조지 윌콕스(George Wilcox)는 이를 로스웰 공군에 알렸으며, 제시 마셀(Jesse Marcel)소장은 부하들을 데리고 와서 잔해를 수거해 갔다. 당시 공군은 이것이 기상관측용 기구의 잔해라고 발표했으며, 이후 이 사건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졌다.
1991년. UFO 연구자들이 UFO Crash at Roswell 이라는 책을 쓰면서 이 사건은 다시 사람들의 주목을 끌게 되었다. 게다가 2005년 12월에는 왈터 하우트(Walter Haut)라는 사람이 자신이 공군 중위 시절에 수행했던 로스웰 잔해 수거 작업에 대해 알려진 바와 다르게 언급했고, 2012년 7월에는 전직 CIA 요원 체이스 브랜든(Chase Brandon)도 로스웰 사건을 외계인과 연관지어 주장을 폈다.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미국은 외계인의 사체를 해부하였다.
이에 대해서 미국 공군은 보고서를 통해 반박하였다. 결국 시간이 흐르면서 외계인을 둘러싼 공방은 점차 가열되었으며 영국의 BBC는 로스웰 사건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유튜브에서 언제든 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우주의 어딘가에 우리와 다른 생명체가 있기를 바라는 것 같다. 그리고 그런 마음들이 모아져 이런 박물관이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UFO 박물관이 대단한 것은 저런 조잡한 조형물을 만들어 놓고 입장료나 받아 챙기는 곳이 아니라 도서관과 연구센터를 함께 운영하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입장료라고 해 봐야 어른은 5불이고, 애들은 2불이다.) 이곳의 정식명칭은 International UFO Museum and Research Center이다.
박물관에서 나오면 근처에서 이렇게 멋진 건물을 볼 수 있다. 1911년에 건축된 차베스(Chaves) 카운티 법원.
로스웰에서 북쪽으로 184마일을 세시간 동안 달려 싼타페에 도착했다.
사족
1) 가끔 학생들은 UFO가 있느냐고 묻는다. 그럼 나는 “물론”이라고 대답한다. 학생들이 미확인 비행 물체(Unidentified Flying Object)의 의미를 몰라서 하는 이야기인데, 하늘에 이상한 물체가 떠서 돌아다니면 그것을 본 사람들이 주로 방송국 등에 문의를 하고, 방송국에서는 천문대, 공군 등의 관계기관에 비행물체의 정체에 관해 알아보는데, 그들이 다 모르겠다고 하면 UFO가 되는 것이다.
2) 외계인이 존재하느냐고 묻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3) 본문에서도 언급했지만, 많은 사람들은 우주 어딘가에 외계인이 존재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는 것 같다. 1981년에 KBS를 통해 방영된 National Geographic Channel의 다큐멘터리 <코스모스>를 진행했던 칼 세이건(Carl Sagan) 前 코넬대 교수는 그의 소설 <콘택트>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이 무한한 우주에 살아있는 생명체가 인간뿐이라면, 그건 엄청난 공간의 낭비일 것이다.”
4) 박물관에 들어서면 세계지도가 있고, 자기가 어디서 왔는지를 표시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