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36. 러벅
여름학기를 마치고 여행을 준비했다. 행선지는 미국 중부지방. 기간은 보름. 예산은 하루에 20만원*15일=300만원을 넘지 않으려고 했다. 이동수단은 자동차. 휘발유값이 싸다는 사실이 그나마 위안이 된다. (미국에서는 휘발유를 갤런 단위로 팔고, 1갤런은 3.785412리터이다. 주마다 다르지만 휘발유의 평균 가격은 1갤런에 3달러가 안된다. 그러니까 리터당 천원이 안되는 셈이다.)
여행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해서 따로 책처럼 묶었다. 분실에 대비해서 두 권을 만든 다음 아내와 내가 하나씩 소지했다.
2015년 8월 5일(수). 텍사스 주 샌마커스 → 401마일(645km) → 러벅.
이른 아침을 먹고 길을 나섰다. 하루에 이동하는 거리는 최대 400마일을 넘지 않도록 계획을 잡았다. 400마일이면 640km니까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보다도 멀다. 쉬는 시간과 식사 시간을 포함하면 대체로 하루에 8시간 정도를 운전해야 한다.
미국 여행의 소소한 즐거움 가운데 하나는 [법원]을 구경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전통적으로 권력 3부 가운데 <행정>이 우세하다면, 미국의 경우는 <사법>이 우세했다고 한다. 실제로 옛날에는 법원에서 지역을 통치했다고 하며, 지금도 그 흔적이 유물로 남아있다.
라노(Llano) 카운티 법원.
맥컬록(McCulloch) 카운티 법원.
이 법원의 맞은편에는 시내 중심가답게 극장이 정겨운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현재 상영되는 영화는 Antman. 13세 이상 관람가라고 하니, 그 나이가 안 되는 애들은 부모와 동반해야 한다.
콘초(Concho) 카운티 법원. 1886년에 지어졌다고 한다.
러널스(Runnels) 카운티 법원.
이 법원의 앞마당에는 카우보이로 말을 타다가 사망한 C. H. Noyes의 동상이 서 있다.
메이슨(Maison) 카운티 법원. 1909년에 지어졌다.
어디나 그렇듯이 법원이 있는 곳은 그 동네의 중심이다. 이 법원의 맞은편에는 자그마한 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텍사스에서 볼 수 있는 재미있는 풍경 중 하나는 원유를 캐는 모습이다. 저렇게 밭의 한 가운데에서 oil rig 또는 oil platform이라 부르는 굴착기를 이용해서 땅을 파고 원유를 퍼 올린다. 원유가 흔한 텍사스에서는 휘발유값도 싸다. 1갤런에 2.3달러 정도니까 오늘 환율(1192.8원)로 계산하면 1리터에 725원이다. 최근에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했는데도 한국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이다.
그렇게 차를 달려 도착한 곳은 텍사스주의 러벅(Lubbock). 인구 24만의 도시 러벅은 Rock and Roll의 전설 Buddy Holly의 출생지로 유명하다. 솔직히 나에게는 생소한 이름이었지만, 기념관과 기념공원이 있고, 해마다 그를 기념하는 음악회도 열리고 있었다.
이 분의 명성을 증명하는 것은 바로 이 나무-The McCartney Oak였다. 설명에 따르면, 2014년 10월 2일에 러벅에 있는 United Supermarkets Arena에서 비틀즈의 멤버 폴 매카트니가 버디 홀리에 대한 존경의 표현으로 공연을 했다고 한다.
여행 첫날의 숙소는 KOA 러벅의 캐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