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2.약간은 약소한 느낌 드는 세부 시티의 볼거리들
요왕은 아침부터 일이 좀 있어서 노트북 앞에서 끙끙거리고 한국에 다가 전화도 넣고 또 뭔가 서류작업을 하다가 방을 나선 시간은 거의 10시 반이 넘어서였습니다.
우리 숙소가 있는 ‘오스메냐 써클’에는 로빈슨 백화점이 있길래 그곳으로 살짝 들어가 봤습죠. 세부 시티의 볼거리들을 돌아다니기 전에 밥이라도 먹으려고 말이에요.
오... 로빈슨에 들어가자마자 양옆으로 보이는 필리핀 대표 패스트푸드점 ‘졸리비(즐거운 벌)’와 ‘망 이나살(Mr.BBQ)’이 있네요.
어디갈까 하다가 결국은 음식사진이 좀 더 맛있어 보여서 망이나살로 갔는데, 닭고기는 괜찮았고 요왕이 시킨 돼지고기 쫑쳐서 양파랑 양념해서 철판에 올린 ‘돼지고기 시식’+밥은 그냥 그런 맛이였어요.
어째 점원이 음식 들고 올 때부터 찌질한 포스가 나더라구요. 늦게 나오기도 했고요. 유명체인점이라고 들었는데 약간은 으흠? 하는 느낌은 들었어요.
카운터에서 메뉴주문할 때 메뉴 시킬 때 밥을 하나 또는 무한리필로 시킬 수 있어 하나만 포함인걸로 시켰는데 나중에 앉아서 영수증을 보니 무한리필로 주문이 들어가 있더군요. 얘기 할까 하다가 요왕이 그냥 먹겠다네요.
그리고 셋트메뉴에 포함된 콜라 먼저 나왔는데 기름이 둥둥 떠 있지 뭐에요... 그래서 바꿔 달라고 했는데 다시 가져다준 것 역시 마찬가지 ㅠㅠ
시식에 간장 뿌려가며 배분 잘 해서 밥은 한번 더 추가해서 먹었네요. 이거 조절 못하면 나중에 밥만 남는 경우가 많죠. 예전엔 태국에서도 반찬덮밥, 볶음요리덮밥 시키고 반찬만 많이 먹다가 밥이 많게 되는 불상사가 있었는데 이젠 숙달이 되었네요.
밥 패스트푸드점 <망 이나살>
닭고기 구이
일단 먹었으니 하얀색 택시를 타고 ‘마젤란의 십자가’로 출바알~~
오스메냐 써클에서 마젤란의 십자가까지는 그닥 멀지 않아 택시로 70페소 정도 나왔어요.
우리는 초보여행자, 남들 다 하듯이 마젤란 크로스 –산토니뇨 성당–산 페드로 요새(입장료 30페소)를 둘러보게 됩니다. 사실 제가 종교적인 마인드가 전혀 없는 사람이라서 그런가... 특히나 기독교계열 교회나 성당을 가면 뭔가 좀 불편해요. 아... 제일 불편한곳은 이슬람 모스크군요. 모스크는 가장자리에 가자마자 위축됨.
절은 그래도 좀 덜한 마음이 드는데 그 이유가 어릴 때 가족이랑 놀러가는 느낌으로 방문하거나, 수학여행으로 경주 불국사도 갔던 기억이 있어놔서 좀 심리적인 문턱이 낮은 거 같단 말이에요.
하여튼 신자들 사이에서 몸을 낮추고 사부작 사부작 다니다가 나옵니다.
종교시설의 이러한 위압적인 분위기가 신심이 없는 사람에게는 너무 낯설고 벗어나고 싶습니다. 그런데 역으로 필리핀 신자들 입장에서보면 신성한 곳에서 예배드리는데, 뭔 듣보잡 외국인이 두리번두리번 닭눈을 하고서는 저리 서성거리나 싶어서 또 우리가 싫겠죠. -_-;;
그에 비해 산 페드로 요새는 다니기가 훨씬 나았어요. 말 그대로 요새이지만 공원 같은 분위기라 천천히 조용히 둘러봤습니다.
이 구역의 볼거리들을 다 보고는 우리의 방향은 ‘Casa gorordo 박물관’, ‘얍 산디에고 전통가옥’, ‘헤리티지 오브 세부 기념비’가 소복히 모여 있는 구역으로 향합니다. 거리가 뭔가를 타기에는 좀 애매해놔서 걸어가기로 했어요. 사실 산 페드로 요새에서 그곳까지 거리감은 전혀 문제가 아니였습니다. 그까짓 1킬로 남짓쯤이야 뭐 15분 정도 가벼운 산책일텐데... 길의 상태가 문제였습니다.
가는 길이 외국인 관광객은 물론 현지인들도 별로 없네요. 이 길을 걸으면서 세부의 현지인 구역 거리 풍경을 느낄 수는 있었는데 뭐랄까... 좀 편치는 않은 느낌이 드는걸요. 걸인과 홈리스로 보이는 사람들도 좀 있었고... 건물의 상태도 그렇고 먼지도 굉장히 많아서 요왕은 도로에 안개처럼 피어나는 먼지로 인해 쿨럭쿨럭하면서 날씨는 또 더워 땀도 막 흘려요.
그렇게 쿨럭거리면서도 다리는 부지런히 움직여서 길거리 똥도 피하고 말라죽은 쥐도 보고 하다보니까 결국은 도착했네요.
음... 헤리티지 오브 세부 기념비는 뭔가 역동적인 액션으로 가득한 큰 기념비였어요. 근데 필리핀 역사에 대한 소양이 없는 제 눈에는 그냥 ‘음... 여기 동상이 있군’하고 밋밋하게 볼 수밖에 없었어요. -_-;; 뭔가 서사적인 사건이 이 큰 기념비에 잔뜩 새겨진 느낌이였는데 , 세부 역사에 대해 뭘 자세히 알아야 그게 보이는거죠. -_-;; 그러니 사진이나 한방 찍고 다음 목적지로~
바로 그 맞은편에 있는 ‘얍 산디에고 전통가옥’은 입장료를 50페소 받는 오래된 2층 목조가옥의 사설박물관입니다. 입장료를 받는 아가씨가 아주 예쁘더라구요.
하얀색 레이스 베일을 뒤집어 쓰고는 옛날 느낌 물씬 나는 백색드레스로 잔뜩 치장하고 앉아있었고, 주위에는 무슨 목적으로 있는지 모를 필리핀 청년들이 몇 있었습니다. 이 오래된 전통가옥은 볼만은 했습니다.
가이드북의 설명에 의하면 대략 1670~1700년 사이에 세워진 걸로 추정되는 하여튼 필리핀에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목조가옥이라는군요.
정말 세월의 결이 벽마다 진하게 배어있고 축축한 냄새가 나는 집... 묘한 분위기 속에서 다소 음침한 기운이 깔린 곳이였어요. 밤이 되면 테이블에 귀신이 잔뜩 앉아서 계모임하고 , 전시된 인형이 눈을 깜박이며 팔을 들썩거린다 해도 하나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오히려 그래야만 될 것 같은 집...
모든 것이 오래되었는데 식기류는 또 반짝이는 것이어서 묘하게 언발란스한 가옥이였습니다.
이곳을 나와 바로 근처에 있는 ‘Casa gorordo 박물관’으로 갔는데 아니 이게 뭐야!! 오늘이 공휴일(필리핀 영웅의 날)이라고 문을 닫았어요.
여기까지 왔는데... 보고 싶었는데... -_-;;
이곳은 세부 유력가문의 저택이였다가 박물관으로 개장했다는 가이드북의 설명이 있는 곳이어서 좀 기대를 하고 갔었는데 말이죠. 19세기 후반 20세기 초의 필리핀인의 생활상을 볼 수 있다는데 이런 근대 로컬들의 생활상은 흥미가 돋거든요.
아흑... 아쉬운 맘으로 창살문 앞에서 얼쩡거리고 있으니 정원 안쪽의 수위아저씨가 우리에게 “투데이 클로즈 !!”라고 소리 질렀어요. 윽박지르는게 아니고 거리가 멀리 떨어서 말이에요.
이것이... 다소 밋밋했던 우리의 세부시티투어의 끝입니다.
아무래도 세부에 대한 깊은 이해도가 없으니까 좀... 그냥 휙 둘러보고마는 것 같은 느낌은 좀 들죠. ^^
북쪽으로 가면 도교사원도 있다는데, 사실 중국계가 꽉 잡고 있는 KL을 거쳐 온지라 화교냄새 물씬 나는 중국계 도교사원은 전혀 관심사가 아니었고, 세부 전경을 볼 수 있는 탑스룩아웃 전망대나 레아 사원은 흥미가 살짝 돋는데 왠지 이곳은 세부를 떠나는 마지막날 보고 싶어서 일정에서 그냥 뚝 잘라버립니다.
우리는 어차피 숙소에서 마젤란크로스까지의 택시비 70페소(50밧)정도, 그리고 박물관에서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택시비 70페소 정도에 그 외 소소한 입장료(요새 30페소, 고택 50페소 / 1인) 밖에 안 들었으니까 그 정도 돈과 시간을 투자해서는 볼만하다고 느꼈어요.
하지만 투어상품을 이용해서 보기에는 좀... 고개가 갸우뚱해지던데 이런 저와는 달리 이곳을 감명 깊게 보신 여행자들도 있으시겠죠. 특히나 종교적 신심이 있고 역사에 대한 관심이 아주 깊은분이라면요.
숙소로 가기전에 생활용품과 물 같은 걸 좀 사려고 로빈슨으로 갔습니다. 지하층에는 푸드코트와 슈퍼마켓이 있는데, 오... 푸드코트마다 각각 개성있는 맛있는 먹거리들로 가득하네요. 이럴줄 알았으면 다소 밋밋했던 망이나살 말고 여기서 먹어보는건데... 아쉬워라...
역시나 예상처럼 슈퍼마켓 물가가 편의점에 비해 저렴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처럼요. 대형슈퍼랑 가격차이가 거의 없는 태국 세븐일레븐에 너무 길들여져있었던게야.
태국 세븐... 사...사랑합니다. 에잇~~ -_-;;
아침겸 점심을 시원찮게 먹어서 그런지 오늘 저녁은 반드시 포식을 해야되겠단 일차원적인 다짐을 하고는 숙소 근처 식당을 찾아보니 오~ 하나 걸리는게 있었어요.
‘카사 베르데Casa Verde’라는 스테이크 식당인데 양이 많다는 반가운 소식... 이 식당도 이곳저곳 프랜차이즈처럼 있는데 오스메냐 써클 약간 남단에 있는 곳이 본점이라던데... 맞는건지는 모르겠어요. 하여튼 이 식당이 표방하는 컨셉이 ‘아메리칸 스타일 캐쥬얼 다이닝’이라는구만요. 미쿡식이란 말이지...?
그리고 ‘베르데’라는 말이 스페인어로 녹색 풀색이란 뜻이니까 대략 초록색 집 뭐 그런뜻인 듯... 하긴 외관이 좀 초록빛 나게 칠해놓긴 했더군요.
홈피도 있어요. www.casaverdecebu.com
위치 https://goo.gl/maps/Jc9fU1dZ3xx
우리 숙소 바로 뒷길에 있는 식당에 오후 6시가 되기 전에 갔더니 손님도 그다지 없고하더만 곧 테이블은 만석이 됩니다. 살짝 둘러보니까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뭐랄까 때깔이 중산층 정도는 되어 보인다는 느낌이 들었구요, 이날은 우리 외에는 전부 현지인들이였어요.
그리고 한가지 신기했던게... 일단은 고기요리잖아요. 그럼 술도 당연히 많이 마실 거 같았는데 술 마시는 테이블은 우리주위에선 우리밖에 없었던 듯했어요. 뭘까? 필리핀 사람들 술 별로 안좋아하나 ? 산미구엘의 나라면서...?
하여튼 우리가 시킨건 ‘브라이언즈 백립 싱글’과 ‘서프&터프’를 시켰는데 백립은 양이 정말 어마어마합니다. 가격도 2백몇십 페소밖에 안하두만...
근데 너 모양이 좀 이상하다... 원래 백립이란 단단한 뼈에 고기가 붙은건데, 이 양 많고 부드러운 고기는 전부 말랑말랑한 연골에 붙어있네요. 너 정녕 백립이 맞나? 그리고 어떻게 조리를 한건지 구이라기보다는 확연하게 찜 같은 느낌... '바베큐 갈비구이‘가 아니라 그냥 ’연골에 붙은 고기찜‘ 같아... -_-;; 뭐 이렇데...?
그리고 사실 접시가 식탁으로 탁 올라올 때 돼지고기 냄새가 좀 났습니다. 역하다고 까지 하기는 좀 그렇지만 그래도 돼지 냄새가 안 나는게 좋은데 말이죠.
어쨌든 별다른 기대없이 시켰는데 양은 많았고, 요왕이 시킨 서프 앤 터프는 백립보다 훨씬 더 맛이 좋아서 기분 좋게 배부른 저녁이었다고 대충 생각하고요.
다른 지점의 분위기는 잘 모르겠는데 ’카사 베르데 Ramos‘점은 나름 중간은 했던 듯... 프랜차이즈니까 다른 곳도 좋겠죠. 하여튼 요왕은 말레이시아에서 알콜 못 먹어 쌓인 한을 필리핀에서 다 풀고 가요.
산미구엘도 한 병에 50페소 밖에 안하고 메인요리2개, 감자튀김 1, 산미구엘 4병 하니 860페소 나와서 팁 40 주니 딱 900이구만요.
우리가 한 끼에 쓰는 평균 식사금액을 상당히 상회하는 가격이긴 하지만 한동안 고기생각은 안 날듯요. ^^ 고기패치 붙였다고 생각합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