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51. 하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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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51. 하와이

하로동선 0 1248


- 하와이 가는 길 -


2년 전에 이곳으로 와야 했을 때, 나는 곧바로 텍사스로 오지 않고 샌프란시스코에서 4박5일동안 머무르며 여행을 했었다. 돌아갈 때도 마찬가지이다. 곧바로 한국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하와이에 가서 3박4일 동안 여행을 하는 것으로 계획을 잡았다. 추가로 비용이 들기는 하지만 그렇더라도 그냥 돌아가는 것은 너무 서운하잖아?

2015년 11월 30일(월). 새벽 4시가 조금 넘은 시각의 오스틴 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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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호놀룰루까지 가는 길은 유나이티드항공으로 예약했다. 가격이 싸고, 아시아나항공과 같은 스타얼라이언스 항공사라 마일리지를 아시아나항공으로 적립할 수 있다. 저가항공이라 짐을 부치는 데도 돈을 내야 했다. 가방 하나에 25불. 따라서 나는 부치지 않을 재간이 없는 가방 3개를 제외한 나머지 모두를 기내로 반입하기로 했다. 그러려면 저렇게 일찍부터 줄을 서야 한다. 늦게 타면 비행기 수하물칸(baggage compartment)에 자리가 없을 것이다.


178-2) 세모녀-수정.jpg

나의 예상은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승객들은 모두 수하물을 들고 기내로 들어왔다. 당연히 대란이 일어났다. 스튜어디스가 가방을 넣지 못하는 사태가 여기저기서 발생했다. 아시아권 항공사의 여승무원이 대부분 아리따운 아가씨들임과 달리 유나이티드항공은 그렇지가 않다. 나이도 많아 뵈고, 특히 힘이 세 보였다. 수하물을 넣고 문이 닫히지 않으면 “shit”이라고 했다. 그게 뭐 심한 욕은 아니고 그냥 제기랄, 젠장.. 정도의 의미인데, 그래도 여승무원이 할 말은 아니지... 자리에 앉아 TV를 켜 보니 이런 화면이 나온다. 텔레비전 보고 싶으면 돈 내라고.


178-3) 유나이티드항공-수정.jpg

싸구려 표를 끊었더니 이마저도 경유편이다. 채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도착한 곳은 휴스턴.


178-4) 휴스턴공항-수정.jpg

갈아타는 시간을 이용해서 아침을 먹었다. 메뉴는 아주 다양했는데, 그 중 내가 선택한 것은 중국볶음밥.


178-5) 중국볶음밥-수정.jpg

이렇게 아침을 먹고 다시 비행기에 올랐다. 휴스턴부터 호놀룰루까지는 8시간을 날아가야 한다. 저가항공인 까닭에 승객에게 제공되는 것은 음료수가 전부이다. 물, 콜라, 사이다, 오렌지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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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간을 날아가도 기내식은 없다. 먹고 싶으면 돈 내고 사먹어야 한다. 샌드위치를 파는데, 9.49달러. 이래뵈도 만원이 넘는다. 돈 아끼려고 하나만 사서 애들을 줬는데, 나는 방금 전에 아침을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먹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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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나는 컴퓨터를 켜고 이렇게 글이라도 쓰기 때문에 괜찮았는데, 다른 가족들은 아무 것도 못하고 8시간을 날아가려니 정말 죽을 노릇인 모양이다. 기껏 한다는 것이 태블릿 PC로 하는 오락인데, 그마저도 1-2시간만 지나면 재미도 없고... 이럴 때는 자는 것이 제일인데, 잠도 안 오는 모양이다.

하여간 그렇게 힘들게 날아서 마침내 호놀룰루 공항 도착. 비행기에서 내리면서 본 미국인들의 질서의식. 이들은 서로 먼저 내리겠다고 아우성치지 않는다. 비행기가 정지하기도 전에 일어난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이런 것을 보면, 확실히 피는 속일 수 없는 모양이다. 승무원이 내게 말없이 앉으라고 손짓을 했다. 비행기가 정지하자 오랜 비행의 끝이라 자리에서 일어난 사람들은 있었지만, 내리는 것은 앞줄부터 차례차례이다. 앞사람이 신발 신느라 또는 짐 챙기느라 늦어지면 가만히 제자리에 서서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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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청사를 빠져 나와서 택시를 기다렸다. 시내버스도 있기는 한데, 저렇게 많은 짐을 들고는 탈 수도 없었다. 공항에서 시내까지의 요금은 팁을 포함해서 50불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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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앰배서더 호텔 -

 

내가 예약한 호텔은 와이키키 해변의 앰배서더 호텔. 이렇듯 외관은 근사하다.

 

178-10) 앰배서더호텔-수정.jpg

안으로 들어가면 리셉션은 이렇다.


178-11) 리셉션-수정.jpg

체크인을 했더니 배정된 방은 332호. 1박당 가격은 12만원 정도. 단언컨대, 와이키키 해변에서 이런 가격의 호텔은 없다. 다른 호텔에 비하면 반값이다. 그렇다면 이유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 높은 층에 올라가면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더라도 그것을 ocean view라고 우길 수는 없다. 여기서 해변까지 나가려면 10분은 걸어야 한다. 그 외에 조식도 없다. 호텔에 왔으면 우아하게 식사를 하는 낭만이 있어야 하는데, 이 호텔에는 방안에 조리기구와 시설이 있을 뿐이다. 호텔 밖으로 나오면 바로 편의점이 있어서 음식을 사다가 덥혀 먹거나 조리를 할 수도 있지만, 솔직히 구질구질하다.


178-12) 현판-수정.jpg

- 둘러보기 -

 

방안에 대충 짐만 던져놓고 밖으로 나왔다. 호텔 앞 풍경은 열대의 모습 그대로이다. 멀리 하와이 왕국의 일곱 번째 왕이었던 칼라카우아(David Kalakaua)의 동상이 보인다. 호텔 앞을 지나 와이키키 해변으로 이어지는 칼라카우아 애비뉴(Kalakaua Ave)는 길 자체가 볼거리로 가득하다. 거의 전 세계에서 왔을 법한 수많은 관광객들, 거리에 늘어선 명품 가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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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일단 배가 고프니까 점심을 먹으러 갔다. 일본 라면집 ‘에조기쿠’. 하와이는 전체 인구의 17%가 일본계이다. 주문한 음식은 미소라면, 추카라면, 해물짬뽕. 이들 중 일본라면의 대표선수는 된장국물로 맛을 낸 미소라면. 가격은 8.75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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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후에 걸으면서 본 Mele at the moana의 웅장한 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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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3년에 하와이 왕조가 무너지고, 1959년에 하와이가 미국의 50번째 주가 된 이후, 한 때 3백만명으로 추정되던 원주민의 수는 급격히 감소하여 현재는 10만명을 조금 넘는 수준이 되었다. 그들은 그나마도 이런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한다. 그들의 조상은 폴리네시아 사람들이며, 이들은 약 2천년 전에 카누를 타고 태평양을 항해하여 하와이에 도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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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명물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동상처럼 보이는 저 사람은 팁을 기다리는 중이다. 저렇게 서 있다가 달러를 받으면 소리를 내며 조금 움직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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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도로에서 본 Lea Lea Trolly. 일본인 여행자들이 이용한다. 하와이를 여행하는 즐거운 방법은 저렇게 트롤리를 이용하는 것인데, JCB 카드를 만들어 오면 저것은 아니지만 트롤리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178-18) Lea Lea Trolly-수정.jpg

반얀트리(Vanyan Tree). 희한하게도 가지에서 줄기가 나와 아래로 자라서 땅에 도달하면 땅속으로 들어가서 양분을 흡수하며 굵어진다. 앙코르와트의 타프놈에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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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키키 해변에서 석양과 일몰을 보는 행운을 누렸다. 보통 하와이에는 신혼여행으로 오는데, 그런 경우 아침부터 밤까지 가이드한테 휘둘리다 보면 석양을 보기는커녕 와이키키 해변에 발도 못 담그고 돌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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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

 

1) 1995년 3월 10일. 내가 교사가 되어 구리여자중학교로 첫 출근을 한 날이다. 내 손으로 돈을 벌게 되면서 나도 남들처럼 신용카드를 갖게 되었는데, 이 무렵에 항공 마일리지 카드가 출시되었다.

 

2) 카드 사용실적에 따라 무료 항공권을 지급한다는 달콤한 유혹에 빠져 나도 마일리지 카드를 만들었더니 주변에서 누가 그랬다. 가까운 동남아라도 다녀오려면 최소한 4천만원을 신용카드로 써야 한다고. 당시에 내 월급은 108만 3510원. 그러니까 보너스항공권을 얻으려면 3년 6개월의 월급을 모두 카드로 써야 했다. 하지만 세상은 넓은 안목으로 보아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월급이 올랐고, 그토록 멀리 보이던 보너스항공권도 서서히 시야 안으로 들어왔다.

 

3) 나는 지난 18년 동안 모은 마일리지를 이번에 미국을 오고 가며 모두 사용하였다. 인천에서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편도요금은 1인당 140만원 내외이다. 따라서 4인 가족이 아시아나 항공을 이용해서 미국을 왕복하려면 천만원 정도가 든다.

 

4) 2000년 12월 30일(토). 신혼여행으로 왔던 곳이 바로 하와이였다. 그리고 15년 후, 다시 하와이를 찾았다. 그 옛날 나와 아내가 묵었던 호텔은 오늘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Aston Waikiki Beach Hotel. 저 호텔 1825호에서 우리 부부는 첫날밤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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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신혼여행으로 왔던 곳을 15년이 지나 아이 둘을 데리고 다시 찾으니 감회는 남달랐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여기에 다시 오고 싶었는지 모른다. 진부하지만 누군가는 말했다. 꿈은 이루어진다고... 뭐 꼭 그런 것이 아니더라도 평소에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가?’ 하는 문제는 중요한 것 같다. 무엇이던 사람이 마음속에 품고 진정으로 그것을 위해 노력한다면 대체로 그것은 이루어진다. 많은 사람들이 꿈을 이루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이미 그 꿈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이미 화석이 되어버린 꿈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6) 일상의 행복이란 그렇게 대단한 것이 아니다. 경비를 조금이라도 아껴보겠다고 저녁에는 호텔 앞 편의점에서 먹을 것을 사 왔다. 그리고 방안에서 이렇게 건배를 했다. 그래도 어쨌거나 우리는 지금 그동안 꿈에 그려왔던 하와이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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