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일로코스 노르테 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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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일로코스 노르테 찬가

두루애비 0 1011

엊저녁엔 친구 Carlo 네 아이들이 눈에 밟혀

피자 두판 - 마침 1+1 하기에 - 과 럼 한병을 사들고

집을 찾았네.

Carlo는 이곳에서 알게 된 친구인데

처음 도착하여 숙소 주변에 밥 먹을 곳이 없나

어슬렁대던 나를

자신의 어머니가 하는 노점상으로 데려가 이것저것

먹을 것을 주었지.

세 아이의 아빠이고 야매 타투이스트인 그는 손재주가 좋고

잘 웃는 편이고

아내는 반짝이며 영리해 보이는 눈을 가졌지.


매일이다시피 골목에서 맥주 파티를 벌이다 보니

동네 사람들이 오며가며 한잔 하게되고

구멍가게는 난데없는 술 손님에 맥주가 동이나고

해 지면 밖으로 나와 뛰어다니는 아이들은

어른들 자리를 기웃거리며 간식거리를 챙기기도 하고

뽈루딴(안주)을 집어 먹기도 하는데

술 처먹는 어른들이야 그렇다치고

아이들 먹을 거리가 부실해 보이더란 말이지.

특히 외국인을 보고 신기해 똘망거리는 눈동자를 보자면

주머니에서 뭐라도 꺼내주고픈 마음을 억누르기 힘들어져.


그런 김에 에라 패스트 푸드든 뭐든 아이들이 좋아만 한다면

MSG, 설탕, 미 제국주의가 대수냐 싶어

골목 아이들 다 같이 나눠먹으라

들고 갔던거지.

 

그게 고마웠는지

Carlo 는 자기집 나무에서 딴 과일과

말고기 튀김을 안주로 내놓고 또 술판을 벌이다

안주가 떨어지자 긴 장대를 가져와

우리 머리를 덮고 있던

옆집 망고나무에서 덜 익은 푸른 열매만 따는데

그게 그린 망고 더라니까.

새콤달콤 한 것을 설탕 들어간 젓갈에 찍어 먹으라는데

사실 그건 좀 저렴한 맛이 났고

그냥 생 망고가 훨씬 좋았어. 비싼 그린망고,

무농약, 무보존제, 어디 가서 내가 이런 걸 먹어 보았겠어!!


재미있는게

이곳 사람들은 우기가 되면 삼삼오오 모여서

물론 남자 위주 겠지만

누런 개를 잡아 먹는다네. 우리처럼.

잡종은 냄새난다고 잘 안먹고

오로지 토종 위주로만 섭식을 하시는데

그것도 우리랑 비슷하다니까

6월부터 9월 정도까지 우기인데

그때 와서 한그릇 하자네.

이런 고마운 ㅜㅜ.


뭐 이런저런 기억하지 않아도 좋을 이야기들을 떠들다

Carlo가 간단한 종이찢기 마술, 카드 마술을 보여주기도 하고

일흔을 넘긴 그의 할머니는 취중에 귀신과 큰소리로 말씀 나누시고

한 때 잘 나갔던 아버지는 생각보다 유창한 영어로 자꾸 말 시키고

나는 꼭 개 잡아먹으러 다시 오마 몇 번 약속 하다

땀에 흠뻑 젖어 다리가 꼬여버렸지.


믿어져?

Carlo와 내가 불과 일주일 전에 처음 만났다는게.


* 이곳의 정확한 지명과 사진은 올리지 않으렵니다. 뭐, 대단한 지역도 아니거니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Carlo의 사생활과 마을공동체 겠지요.

그리고 나만 알고 싶은 개저씨 특유의 곤조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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