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45. 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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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45. 패리스

하로동선 0 991

2015년 8월 14일(금). 옐로스톤 국립공원 → 272마일(438km) → Brigham City/ Perry South K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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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West Thumb만 보고 옐로스톤에서 나왔다. 캠핑장 예약은 오늘까지 해 놓았으나, 그런 경우 내일 이동해야 할 거리가 너무 길기 때문이다. 아울러 옐로스톤에서는 더 이상 보고 싶은 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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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왔던 길을 되돌아갔으나 Hoback을 지나면서 이전과 달라졌다. 애프턴(Afton)에서는 엘크의 뿔로 만든 아치가 나왔다. 여기는 인구래봐야 2천명도 안되는 작은 동네인데, 아이디어가 참 좋다.

 

144-3) Afton Wyoming-수정.jpg

그렇게 달리다 보니 차는 아이다호 주로 들어섰다. 몬태나, 아이다호, 그리고 와이오밍. 이렇게 세 주는 한국으로 치면 강원도처럼 정말 시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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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동네를 만나면 매우 반갑다. 이곳의 이름은 파리(Paris). 프랑스의 수도와 이름이 같은, 1863년 9월 26일에 정착한 몰몬교도들에 의해 세워진 동네이다. 그런데 인구는 1910년 이래로 계속 감소하여 현재는 500명 정도에 불과하다. 인구가 이렇게 적으니 시청도 아담하다. 현판으로 봐서는 도서관도 겸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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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네의 랜드마크는 Tabernacle. 사전적으로는 천막집을 의미하나 일반적으로는 예배당을 뜻한다. 1884년부터 1889년 사이에 몰몬교의 2대 회장이었던 브리검 영(Brigham Young)의 여러 아들들 가운데 한 사람에 의해 지어졌다고 한다.


144-6) Tabernacle-수정.jpg

안으로 들어가니 맨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파이프 오르간. 이런 시골교회에 저런 것이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지금은 한국에도 파이프오르간이 100여대나 설치되어 있지만, 1990년 이전까지만 해도 전국에 단지 17대가 설치되었고, 그나마도 6대는 전쟁 등의 이유로 소실된, 정말로 귀한 악기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동네 주민이 다 합쳐서 2014년 말에 508명인데, 교회는 2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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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마당의 풍경. 오른쪽 아래는 초기 개척자인 Charles Coulson Rich의 동상이다.


144-8) 마당-수정.jpg

반대 방향의 풍경도 아름답기는 마찬가지이다. 다만, 풍경은 아름답지만 이 교회를 짓는 과정은 아름답지 않았다. 교회의 주요 건축재료는 붉은색 사암(Red Sandstone)인데, 스위스 석공들이 여기서 18마일(약 30km) 떨어진 곳에서 이것을 캔 다음 소나 말에 싣고 여기까지 운반했다고 한다. 또한 겨울에는 인근에 있는 베어레이크 얼음 위로 썰매를 이용해서 운반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겠는가?


144-9) 마당-수정.jpg

차를 타고 좀 더 달리니 아이다호 주가 끝나고 유타 주가 나온다. 달리는 차 안에서 창문 열고 찍은 건데, 절묘하게 잘 나왔다.


144-10) 주 경계-수정.jpg

이어 펼쳐지는 풍경이 장관이다. 바로 베어 레이크!! 로키마운틴 정상에 있는 호수와 이름이 같은데, 아름다움에서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렇게 높은 산중에 저렇게 눈이 시리게 푸른 호수가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호수의 넓이는 대략 서울시 면적의 절반. 물빛이 특별히 푸른색인 이유는 물속에 떠도는 탄산칼슘에 햇빛이 부딪힐 때 청색이 잘 반사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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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타 주로 들어선 이후에도 계속해서 달렸다. 목적지는 솔트레이크시티. 예약된 곳을 박차고 나온 터라 나를 기다리고 있는 숙소는 없었다. 그래도 마음은 홀가분하다. 이 넓은 땅에 나의 가족 네 명이 하룻밤 누울 곳이 없겠는가?


144-12) 가는 길-수정.jpg

그렇게 달려서 Brigham City KOA에 도착했다. 당연히 자리도 있었다. 유명한 관광지나 황금같은 연휴가 아니면 KOA가 Full인 경우는 없다. 캠핑장을 둘러싼 산세가 너무 우람해서 마음에 들었다. 몇 번 이야기했듯이 미국에는 유명 관광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연환경이 멋진 곳이 참 많다.


144-13) 가는 길-수정.jpg

사족

 

1) 몰몬교 얘기가 나와서 한마디. 이들의 정식 명칭은 The Church of Jesus Christ of Latter-day Saints이다. 우리말로 번역할 때 예전에는 latter-day를 일본어식으로 “말일”로 하여 <말일성도예수그리스도교회>라고 하였으나 지금은 <예수 그리스도 후기 성도 교회>가 정식명칭이다.

 

2) “후기 성도”라는 이름이 의미하듯, 이 교회는 1830년에 뉴욕주에서 조셉 스미스 주니어를 비롯한 여섯 명의 젊은이가 설립한 기독교 교파로 천주교나 개신교랑 달리 초기 교회의 원형을 복원하자는 것이 주요 이념이다.

 

3) 예수를 믿는 종교를 일컫어 기독교라 부른다면, 이들은 크게 세 부류로 구분할 수 있는데, 구교(가톨릭), 신교(개신교), 그리고 회복 기독교이다. 가끔 양심적 병역 거부로 뉴스가 되는 <여호와의 증인>도 이단이 아니라 회복 기독교의 부류이다.

 

4) 후기 성도 교회의 신도들은 성경 말고도 몰몬경이라는 책을 한 권 더 본다. 이런 이유로 사람들은 이들을 몰몬교라고 부른다.

 

5) 사람들은 가끔 몰몬교와 안식교를 헛갈려 한다. 안식교는 정식 명칭이 <제칠일 안식일 예수재림교회>이며, 교리상으로 개신교랑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기본적으로는 비슷하다. 한국에서는 삼육대학교, 서울위생병원, 시조사, 삼육우유 등이 안식교 재단이다.

 

6) 재미있는 사실은 미국의 주요 개신교 교단인 침례교, 감리교, 루터교, 장로교에서는 모두 안식교를 이단으로 보지 않고 자신들과 같은 개신교로 보는데, 유독 한국의 개신교에서는 안식교도들을 이단으로 취급한다는 점이다. 하긴 이들은 가톨릭 보고도 이단이라고 하는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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