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힌분(탐꽁로) 답사 이틀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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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힌분(탐꽁로) 답사 이틀째

*글과 관련된 사진은 아래의 링크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사진 올리기가 넘 힘들어요;;;


6월 18일 



아침 일찍 일어났으나 비가 축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우기에 비가 내리는 것이 뭐가 대수로운 일인가. 나는 거리로 나섰다. 부지런한 아주머니들이 비옷을 입고 그 사이에 벌써 논일을 마치고 돌아온다. 거리에는 자전거로 통학하는 여자애가 동생을 태우고 학교에 간다. 비닐로 동생을 덮고서. 동생은 뒤에서 연신 무슨 불평인지 고시랑거리고 있다. 



나는 쏙싸이 게스트하우스가 인터넷이 될 것이라고 친구에게 들었으나, 아직 꾸물거리고 와이파이 설치를 안해놓았다. 나는 짐을 짠타 게스트하우스로 옮겼다. 여기는 위양짠에서 내려온 젊은 부부가 운영을 하는 곳이다. 이 동네에서 시설이 제일 좋다고 볼수 있다. 

꽁로는 도시지역에서 흔히 쓰이는 메까리(제곱미터)나 라이(6라이가 대략 1헥타)가 쓰이지 않고 과거 한국의 마지기 개념 비슷한 단위로 토지가 거래된다. 논 다섯 마지기 뭐 이런 식이다. 이들은 논 다섯마지기를 사들여 게스트하우스를 널찍하게 지었다. 망고 나무도 심고 작은 화분으로 담장을 꾸며놓았다. 와이파이도 제법 시원하게 터진다. 



나는 아침을 푸짐하게 먹었다. 호주 부부와 두명의 남자 애들과 겸상을 했다. 나는 라오스의 죽인 카오비약카오를 시키고 와플도 시키고 카이다오(달걀 노른자 터트리지 않은 후라이)까지 시켜서 잘 먹었다. 


그제서야 비가 그치고 구름이 개이기 시작한다. 열대의 구름은 늘 멋있다. 그런데 석회암 석림에 구름이 깔린 모습과 구름이 걷혀가는 모습은 사진의 배경이 되어주던 것과는 달리 구름 자체가 피사체의 중심으로서 환상이다. 개인 날은 꽁로 마을 쪽이 볼만했으나 너른 들인 타마린동굴쪽의 산들이 구름으로 멋진 층위를 이루며 렌즈를 유혹한다. 신이 나게 스마트폰의 디카를 눌렀다. 


담배창과 어울린 타마린케이브(탐막캄)쪽의 구름은 산수화다. 


호주에서 온 폴이라는 이름의 남편과 그리스어를 구사하는 마케도니아 출신의 이민자로 호주인이 된 파이라는 부인. 그리고 축구에 열광하는 맥스와 잭이라는 초등학생들인 두 어린이와 일행이 되어 꽁로 동굴을 보러 나섰다. 국립공원이지만 입장료가 착하다. 2000낍(250원 정도). 꽁로 나루까지 가는 길은 키 큰 마이쁘아이 숲이다. 마이쁘아이는 목재로서 인기가 없다. 크기만 크고 속이 비어버리는 특성 때문이다. 어쨌거나 보기는 좋다. 나루에는 정자가 있는데 거기가 사공들의 대기실이다. 


꽁로 동굴을 탐험하는 배삯은 기본이 11만낍이고 한사람당 1만낍이 추가 된다. 승객은 3명까지 탈 수 있고 사공은 둘이 탄다. 꽁로 동굴은 강이 산을 완전히 관통한 터널이기 때문에 안에는 칠흑이다. 그래서 사공이 둘이 타서 뱃머리에 탄 사람이 해드랜턴으로 길잡이 역할을 하고 뒤에 있는 사공이 배를 조정한다. 선미에 스크루가 달려있는 모터를 붙여서...우리 일행이 5명이라 아이 둘은 파이라는 호주 부인과 같이 타고 나는 폴이라는 남편과 같이 탔다. 


강에서 부터 배를 몰고 가는 것이 아니고 그냥 모터없는 배로 강을 건너고 동굴로 진입해서 모터달린 배로 달리는 것이다. 어둠속에서 강을 배가 전동음을 내면서 달리기 시작한다. 군데 군데 낙수가 쏟아지고 동굴은 아주 서늘하다. 얼마를 달렸을까...멀리서 조명이 보인다. 거기는 프랑스인들이 종유석을 여행자들이 볼 수 있게 배려를 해두었다. 나는 종유석에 대해서 별 흥미를 가지고 있지 않다. 한국에서 실컷 보았으니까. 강이 날라온 모래들까지 밭을 이루어서 지대가 넓고 종유석도 잘 발달이 되어있다. 

라오스에는 탐파(부다케이브)가 많이 있다. 나는 호주부부와 아이들에게 씨양쿠왕에 있는 부다케이브의 전설을 들려주었다. 라오스 왕위 계승에 얽힌 이야기다. 두명의 왕자가 왕위를 물려받고자 싸움을 해서 부왕이 아들 둘에게 동굴을 만들라고 시합을 시키고 그것으로 왕위를 물려주었다는 이야기. 카르스트 지형이 발달되어 굴이 많은 나라 답게 그럴듯한 전설이다. 그런데 왕자들 간의 왕위 쟁탈보다 실은 딸들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딸들이 아들들에게만 기회를 주고 7명의 딸에게 물려주는 것이 없냐고 왕에게 따지자 왕이 딸들의 이름을 따서 요일의 이름을 정했다는 이야기다. 첫째딸의 이름이 짠이었는데 그래서 월요일이 완짠이라는 것이다. 정말 라오스에는 짠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가 수없이 많다. 위양짠의 짠이기도 하고. 달이라는 뜻이고 완짠은 월요일이다. 라오 여성의 이름이 짠이면 월요일에 태어난 딸이다. 

전설 때문인지 여자들의 이름에 요일을 많이 쓴다. 산달을 따서 이름이 되기도 하고. 우리도 과거에 그랬으니까. 

탄생석도 라오스나 태국은 태어난 달이 아니고 요일을 기준으로 한다.. 요일 마다 상징색이 정해져 있다. 이것은 인도차이나 여성들이 전통 의상을 입을 때 반영이 된다. 태국에서 공항과 관광서를 툭하면 점거하는 말썽꾸러기 왕당파가 노란셔츠를 입는 것도 왕의 태어난 요일이 노란색을 상징색으로 하기 때문이다. 

종유석 지대를 구경하고 나서 미리 대기하고 있는 배를 타고 다시 한참을 달리면 동굴의 반대편인 씨양레라는 나루에 도착을 한다. 칠흑같은 어둠속을 한시간 정도 달려 아름다운 석벽들이 코앞에 펼쳐친다. 강과 어울린 벽도 있고, 들을 보호하는 병풍같이 생긴 석림도 펼쳐져있다. 그냥 봐도 황홀경인데 한시간 동안 눈을 가린 것과 진배없으니 눈에 펼쳐진 세계는 별유천지다. 이 세상의 언덕을 건너 피안에 도달한 느낌이다. 모두가 인디아나 존스가 된 기분이기도 하고. 


우리 일행은 폰캄쪽으로 걸었다. 폰은 언덕, 캄은 금. 황금언덕이란 뜻을 가진 마을. 실은 그들은 트렉킹 계획이 없었고 정보를 가진 것도 아니었는데 내가 걷기 시작하니 덩달아 따라온 것이다. 길에는 아무런 인적도 그 흔한 오토바이 한대도 없다. 우리는 멋진 경치에 취해서 걸었다. 모두가 찍사가 되었다. 그런데 길의 진도를 나갈 수가 없다. 어디를 눌러도 그림이니까. 폰캄 초등학교에 오니 소떼가 운동장으로 들어간다. 아이들은 신이 나서 소떼들을 쫓아가고 호주인 부부는 혹시 있을 사고를 겁내서 아이들에게 소들에게 너무 가까이 접근하지 못하게 단단히 주의를 준다. 


아이들은 대사활동이 활발해서인지 허기를 빨리 느낀다. 나는 길 욕심이 많아 더 가고 싶었으나 이들을 데리고 트렉킹을 할 수 없어서 폰캄학교 까지 밟아보고 다시 씨양레로 돌아섰다. 그제서야 두 대의 자전거를 탄 부자가 보인다. 윗통을 벗고 있다. 누가 있다고 의관정제를 하겠는가. 

되돌아 오는 길에 많은 강우로 웅덩이가 되어 버린 곳에 물소들이 목욕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우리들에게 아무런 경계심과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는 듯이 자신들의 스파에만 열심이다


탐꽁로 안쪽 마을 1차 답사를 마치고 돌아와 늦은 점심을 먹고 쉬었다. 

한참을 쉬고서 반꽁로(반:마을) 마실을 나섰다. 

꽁로 동굴 방향으로 걸어 올라가 마을로 바로 들어갈 수 있지만 꽁로 들판을 걷고 싶어서 빙 에둘러 갔다. 

들은 편안했다. 

부드러운 들판을 맨발로 걷기 시작했다. 

가다가 처녀가 동생을 데리고 물고를 보고 있는 모습이 보였는데 들길에 예쁜 자전거를 세워두었다. 

처녀는 동생을 태우고 어둑해지면 저 선경같은 마을로 돌아갈 것이다. 

 

들길을 걸어 마을에 들어서니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이 꽁로 초등학교다. 

한국에서도 시골에 있는 학교들이 그렇듯이 정말 명당에 자리를 잡고 있다. 

석림이 막아주어 아늑하게 느껴지는데 거기에 앙증맞게 학교가 앉아있다. 

공부할 분위기가 아니라 놀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다. 얘들아 열심히 놀아랏! 

 

 마을은 완연히 저녁을 맞이하는 활기로 가득하다. 중학생 정도 되는 아이는 벌써 오토바이를 배워 그럴 듯한 포스로 자전거를 타고, 어린 여자 아이는 자기의 어깨 높이 보다도 높은 안장에 도움닫기를 해서 사뿐히 차고 오른다. 

 

탐꽁로는 라오스인들에게야 유명한 여행지이고, 서양의 베낭여행자들에게도 인기있는 여행지이다. 한국의 관광객이나 단기 여행자들은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잘 알려진 북으로 가지 남쪽으로 내려올 일이 별로 없서 생소할 것이지만, 비엔티엔에 거주하는 사람들이나 전문가들에게 지나치게 멀지 않은 캄무완주의 탐꽁로와 락싸오는 절경으로 지명도를 높여가고 있다. 이런 분들이야 이미 볼 곳은 다 본 상태이기 때문에 '손을 타거나 때가 묻은' 곳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남들 다니는 곳에 안가면 뭔가 손해를 본 듯한 불안감을 느끼는 일반 여행자와는 다른 정서와 심리를 가지고 있다.  

  

서양의 젊은 여행자들은 보통 타켁에서 모터싸이클을 빌려서 1박 2일로 그들이 Great Wall이라 부르는 카르스트 지형과 남힌분(남:강이나 물)을 돌아본다. 타켁에서 1박 2일에 200불 정도 되는 투어코스를 구매하기도 하고. 

이제 우기라 모터싸이클이 들어갈 수 없는 곳이 많아서 나힌에서 탐꽁로로 택시를 타고 들어온다. 

이런 여행자들을 위하여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의 주거를 홈스테이로 내어준다. 

 

그런데 선경의 군계일학처럼 눈에 확 띠는 까페겸 레스또랑이 힌분강가에 자리를 잡았다. 

너무 아늑해 보인다. 그리고 건너편에는 Boy GuestHouse라는 간판이 보인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이 둘은 쪼이라는 나힌 출신이 꽁로로 장가를 들어 만든 어엿한 사업체들이다. 

걍 마실길이라서 마을 전체를 보기 위하여 아쉬움을 달래가며 게스트하우스와 멀어졌다. 

 

날이 어둑해져서 마실을 마치고 짠타게스트하우스로 돌아오는데 학교 앞에 미니버스가 질컥한 곳에 빠져서 허우적 거리고 있었다. 미니버스의 곤경을 보고도 못본 척 할 수 없어 마을 아이들과 사람들에게 장정들을 데려오라고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이들은 듣지를 않는다. 이 촌구석에 재미난 구경거리가 생겼는데 그것을 앗아가려는 못된 콘까올리(한국인)가 되는 것이다. 

나는 이들의 관전욕에 두손을 들고 선선히 항복하고 내 길을 서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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