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탐험~ 짜잉뚱 세번째 이야기.
세상엔 착한사람만 있는것도 아니고 나쁜사람만 있는것도 아닌데, 여행을 하다 보면 이 단순한 진리를 종종 망각하곤 합니다. 변함없이 짜잉뚱을 어슬렁거리고 있던 날 재수없게도 '중국계 삐끼'와 마주치고 말았습니다.
모른척 무시하고 가려고 했으나 그넘이 저를 알아본 관계로 그러기 어려워져 그를 따라가보니 험악하게 생긴넘 1명, 홀쭉이 2명, 적당한놈 2명이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물정을 모르는 외국인들을 꾀어 자신들의 교통수단을 비싸게 이용하게 하는 사악한 무리들인듯 했습니다.
처음엔 단기관광으로 흥정을 했는데, 거기에 응하지않자 험악하게 생긴넘이 위협을 가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놈들도 돈을 뜯으려는 드러운 속셈이 있기 때문에 허풍인것은 잘 알고 있는데다 시간도 많으니 쪼는척 하면서 이놈들을 떨궈냄과 동시에 가지고 놀아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관광은 필요 없으니 4일 동안 짜잉뚱->몽라->짜잉뚱->타치렉(총 324KM)의 교통수단을 제공하는것이 얼만지 물어보니 그들은 누런이를 드러낸 채 웃으며 150달러를 불렀습니다. 물론, 그것을 웃으면서 거절하고 기사들의 숙박비와 팁이 없는조건으로 35달러를 부르자, 황당한 표정으로 95달러를 요구하는데 35달러 아님 안가! 배째로 나오니 '65달러 오케이? 플리즈' 라며 구걸까지 하기 시작했습니다.
슬슬 질리는데 이놈들은 오기가 있는지 39달러까지 가격을 떨구면서 제발 타달라고 하지만, 35달러 아니면 절대 안간다고 못을 박으니 가격은 36달러(버스로 갈 경우 30달러)까지 떨어지는데 이것마저 거절하니 놔 주더군요. 허나, 어두운 밤에 호텔까지 데려다줘서 위기탈출의 도움을 받은건 있기 때문에 20바트(20바트 안에 돈이 겹쳐 있어 저도 모르게 220바트를 줘야 했지만..ㅠㅠ)주고 떨어지게 만들었죠. 너무 심한거 아닌가 생각도 들긴 했지만 이놈들을 떼어내려는게 목적인데다 몽라까지 갈 여정도 아니었기 때문에 아깝지만 별 수 없었죠.
대학초기 읽었던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심리적 거리를 여러가지 예로 잘 설명한 '보이지 않는 차원' 이라는 책의 한 예에는 [공원에 의자가 있는데 거기에 사람이 앉아 있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른의자에 앉는데 중동사람들은 사람이 앉아있는 의자옆에 앉는다]가 있는데, 삐끼도 책에서 예를 든 중동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같은 경우는 처음 시도하는 배낭여행이라 그런지, 정보가 없는 낯선땅을 처음 밟을때 불안해한적이 많았는데 삐끼가 나타나 '헬로우' 한마디를 던지면 안심한적이 있었고, 간혹가다 귀중한 여행정보를 제공해 주기도 해 앞으로의 일정을 풀어가는데 도움을 받기도 했었습니다. (원한도 많았지만)
거두절미하고 삐끼와 놀면서 정신/체력적으로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었는데, 이것을 보충하기 위해 호텔로 돌아가 점심을 먹고 침대에 누워 알아듣도 못할 중국판 대장금을 보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다음날,짜잉뚱도 슬슬 질리기 시작했습니다. 도시가 하루만에 둘러볼 정도로 작은데다 느긋함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사람 기질상 빠른곳이 그리워 지는건 어쩔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마지막 시티투어를 하기위해 호텔을 나섰습니다. 마지막날로 정한만큼 대충 지나쳤던것도 다시 살피기로 했습니다. 호텔왼쪽으로 난 길을 걸으니 물위에 떠 있는 사원이 있었는데 생긴게 태국과 중국을 섞어놓은듯한 형태를 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서는 젊은 스님을 만났는데, 아직까지 수행중인 스님인듯 했습니다.
미 얀마 남자는 2~3년동안 절에서 수행을 하는게 관례로 여겨지고 있는데 이 스님도 그런 수행을 하는 사람중 하나인듯 했습니다. 말을 꺼내면 조용히 웃거나, 손을 모아서 기도를 하는데-영어를 잘 못하시는 듯 했습니다. 그래서 약간의 불편함이 있었지만 마음은 통했는지 따뜻한 차를 얻어마실 수 있었습니다.
짜잉뚱 두번째 이야기 : 평화로움속에 감추어진 이면.. 이란 글에서 언급했지만 짜잉뚱 시내는 한국의 읍정도 수준이라 작은 골목길들은 지나치기가 쉬운데, 이상하게 오늘은 그곳으로 자연스레 빨려 들어갔습니다. 여기서도 많은 사람들의 웃음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골목길을 나와 어디로 이어질지 모르는 길을 따라 꾸역꾸역 걸어가니, 또다른 화려한 사원이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었습니다. 이곳에서도 수행중인 젊은스님을 만날 수 있었는데 저를 보자마자 귀엽다고 합니다.(-_-)
이 상하게 미얀마에 머물면서 사람들에게 귀엽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한국에선 그런말을 일년에 한 두번 들을까 말까한데다가 듣는다고 해도 대부분 나이를 먹으신 분들이 인사차례로 건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처음엔 반신반의 했지만, 사람들이 계속 그러니(미얀마에 한해서) 저의 외모가 나름 귀여움으로 먹히는가 봅니다. 그래서 기분이 좋았죠. (헤헷..)
절을돌아 나오니 시내로 나가는 큰길이 보였는데, 그 길목에서 며칠전 시장에서 뵈었던 할머니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할머니를 처음만날땐 시장에서였는데, 당시 소액권이 없어서 곤란한 처지에 놓여있었는데 할머니가 대신 계산해 주셔서 위기를 넘길수 있었죠.
할 머니가 운영하는 가게는 짜잉뚱에서 제법 규모가 있는 식료품점이었는데 태국과 중국에서 넘어온 스넥이나 음료가 잔뜩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거기서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며 여러가지 재미있는 사실들을 알게 되었는데, 그 중 하나가 짜잉뚱에는 중국계(중국계 버마인)들이 많이 정착해 살고 있으며 자기도 그런 사람중 하나라는 것이었죠.
이곳에서 여러사람들을 만나며, 미얀마 사람들의 삶에 한층 더 다가간 기분이 듭니다. 특별한 볼거리가 있는것도 아니고 알려지지 않은 작은 곳이지만, 천천히 흘러가는 그들의 삶의 모습은 하루하루를 빨리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삶의'여유'가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행을 하는 즐거움 그것은 자유롭게 떠돌아 다니며 사람들을 만나는 로망이 아닐까요?
여행경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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