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멋있어요!!! - 미중년 나그네의 미얀마 여행기 (동네산책, 카누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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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이 가기 전에 여행기를 마무리 해 보고자 막판에 힘을 냅니다.
이후 일정은 특별한 이벤트없이 돌아다니는게 거의 모든 일상이었어요. 그래서 인레 벗어나기 전 이틀간의 이야기를 한번에 묶어서 올려보겠습니다.
이번 이야기는, 동네 산책과 마지막날 카누투어에요. 그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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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18
살짝의 두통과 함께 아침을 맞는다. 생각해 보니 매일밤 맥주와 함께했다. 아마...... 여행와서 맥주를 조금 멀리했으면 여행경비가 많이 줄었을것 같다. 뭐...... 혼자 온 여행에 저녁에 마시는 맥주는 긴 밤을 함께 해 주는 친구와 같기에, 친구를 멀리할 수 없는 애틋함쯤으로 여긴다.
시간을 보니 대충 열시 가까이 된듯 하다. 그래도 이곳의 맛있는 아침을 놓칠 수 없기에 주섬주섬 옷을 챙여입고 식당으로 간다. 간편하게 입기에는 론지가 최고다.
아침을 먹고 뭐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게스트하우스의 주인아저씨가 나를 부른다. 무슨일인가 찾아가 니 친구가 너한테 전해달라고 맡겨놨다면서 보니 책을 한권 전해준다. 어제, 보트투어를 같이했던 그 친구가 아침에 왔다가, 내가 자는것 같아서 여행 선물이라며 책을 맡겨두고 간거다.
생각치도 못한 선물에 마음이 따뜻하다. 맨 마지막장에 작게 이렇게 적혀있다.
"SEEK!
덕분에 바간에 이어 인레도 참 좋아졌어요. ^^
정말이지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있을까 싶네요.
남은 여행 건강하고 행복하게!
으~ 양곤가기 싫다. ㅠㅠ"
작은 글 한자락에 여행하면서 만난 따뜻한 인연이 담겼다.
그리고.... 인레를 떠나기 싫어진다.
원래 예정대로라면, 오늘까지 묵고 내일 양곤으로 돌아갈 계획이었다. 바간에 묵으며 미리 비행기 티켓을 예약해 놓았는데, 하루전에 재 확인이 필요하다고 신신당부를 받았다. 양곤에서도 딱히 할거는 없는데 싶어서 인레의 일정을 하루 연기한다. 게스트하우스 사장님께 이야기하니 친절하게도 전화로 예약을 변경해 주신다.
따뜻한 선물도 받았는데 제대로 인사도 못한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나중에 사진 보내주기로 하고 메일주소는 받아놨는데, 그렇게라도 연락이 되었으면 좋겠다.
천천히 밖으로 나가본다. 여행 막바지가 되니 빈둥빈둥 모드다.
일단 메일체크를 하러 인터넷 카페에 가본다. 뭐 백수라 연락올데도 딱히 없기는 하지만, 인천에서 방콕으로 올때 비행기가 취소되어 대체편으로 온 터라 방콕에서 인천으로 가는 비행기편이 온전히 있을지 걱정이다. 방콕에서 양곤으로 건너올때도 그날 인천으로 가는 항공편은 취소되어 있었던 터라 은근히 신경쓰인다.
길에서 편히 자고 있던 강아지입니다. 자식..... 참 편하게 자지요?
메일을 확인하고 시간을 보니 열두시언저리.... 인터넷 카페를 나와 조금 걷다보니 마사지샵 간판이 보인다.
갑자기 몸이 찌뿌둥하게 느껴진다. 마사지 간판은 사람의 몸을 찌뿌둥하게 만드는 이상한 마력이 있나보다. 무언가에 홀린듯 마사지집으로 들어간다.
마침 점심을 먹으려 준비하는듯했는데, 웃으면서 누우라고 한다. 시간을 잘못맞췄나 조금 미안하다.
조금있으니, 서양 아주머니 한분이 더 들어오신다. 내심 다행이다 싶다.
태국의 마사지는 남자 여자 구분없이 편하게 마사지를 하는데, 이곳은 좀 다르다. 남자는 무조건 남자가 마사지를 해 주고, 여자는 무조건 여자가 해준다. 그런것 불편하게 여기시는 분은 편하겠다 싶다.
마사지를 받으면서, 어김없이 한국드라마의 얘기가 나온다. 송승헌의 친구가 작년에 왔다갔단다. 그러면서 안내문도 써주고 갔다고 자랑을 한다.
마사지는 적당히 부드러웠고, 적당히 강했으며, 아주 편안했다. 한번쯤 받아도 좋을것 같다.
마사지 요금을 계산하는데 차를 한잔 준다. 차를 마시며 안내문을 보여준다. 그러고 보니 티비 밑에 한국 연예인 브로마이드가 걸려있다. 나를 마사지해준 사장의 와이프는 밥먹을때도 브로마이드 앞에서 브로마이드를 보며 밥을 먹는단다. 재미있는 농담에 마음이 편안하다.
다음에 또 올때는 브로마이드나 사진같은거 챙겨서 갖다주겠다고 약속을 한다. 미얀마에 올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마사지 집의 간판입니다. 위치는 시장의 동쪽편, 저녁에 국수집이 들어서는 길을 따라 쭉 가다보면 golden kite라는 곳이 나오는데, 그 옆골목을 보시면 저 간판이 보입니다. 명함에는 트래킹/보트/카누 트립/택시/버스/항공권을 다 취급한다고 적혀있네요. 메일주소는 winnyunt.inle@gmail.com 입니다.
마사지를 받으며 생각해 보니, 책을 전해줬던 친구가 이 근처에 묵었던 기억이 난다. 세시 언저리 비행기라고 들었던것 같은데, 잘 하면 호텔에서 만날 수 있을것 같다. 마사지를 받자마자 그친구가 묵었던 remember inn으로 가본다.
리셉션 게이트에서 한국인 여행자를 찾는다니, 10분전에 택시타고 공항으로 출발했단다. 아...... 고마운 마음도 전하지 못했는데..... 마사지를 받지 말고 바로 올걸 하는 후회가 든다.
아쉬운 마음을 담은채 동네를 걷는다.
이제는 여러번 보셔서 익숙하실 낭쉐 동네의 모습이에요. 생각보다 사람도 많고 붐비는 동네죠? 그렇게 보이는 곳만 골라서 찍었습니다. 활기차기는 한데 이정도는 아니에요.
오늘 해도 져 가는데, 카누를 타고 일몰 보트투어를 해 볼까 한다. 제티쪽으로 나가보니 일몰투어 하는 사람들을 찾기가 막막하다. 대충 걷다가 물어보니, 자기네들이 해줄 수 있는데, 잠깐 기다려 보라며 카누를 몰아줄 사람을 찾는다.
갑자기 물어봐서 그럴까... 카누 몰 사람이 없어서 고생한다. 내일 다시 오겠다고 이야기하고 동네로 돌아온다.
길가 카페에 앉아서 맥주한잔을 시켜놓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한컷씩 찍어서 모아놓으면 재미있겠다 싶어서 카메라를 든다.
그렇게 한시간 넘게 해질때 까지 기다리면서 찍어서 모아놓은 사진이 이거네요. 제일 먼저 찍었던 꼬마가 달려가는 사진이 이중 제일 마음에 듭니다.
혼자 사진놀이 하며 음악듣고 책보고 하다보니, 출출하다. 메뉴에 스파게티가 있기에 혹시나 하며 시켜본다. 미트소스 스파게티.... 아주 보편적이고 만들기 쉬운 메뉴이니 실망스럽지는 않을듯 하다.
이게 그 미트소스 스파게티입니다. 음.......
그런데..... 소스에 비해 너무나 푸짐한 면발..... 소스만 충분히 나왔으면 맛있을것도 같았는데 이곳 사장님의 정성이 너무나 넘쳤다.
사진을 찍고있는데....... 저 앞에, 바간에서 인레로 오는 버스를 같이 탔던 일본인(으로 추정되는) 여행객이 지나간다. 분명히 껄로에서 내렸을텐데...... 어쩌면 껄로에서 헤어진 자매들도 만날수 있겠다 싶다.
길가 카페에서 걸으면서 찍은 동네의 모습입니다.
이렇게 또 하루를 보낸다.
2011.11.19
어젯밤에도 맥주님들과 함께 밤을 보내고 아침을 맞는다. 오늘은 뭘하지??? 동네에서 빈둥대는걸 참 좋아하지만, 가끔 뭘할까 고민이될때면 나름대로 난감하기도 하다.
뭐... 책보고 돌아다니고 하지 뭐.... 오후에는 카누투어 가면되고....
아침식사를 하고 방에서 잠깐 비비적거리다 밖으로 나간다.
그런데....
문을 열고 나서니
반가운 얼굴이 문앞에 있다.
그리고 서로 깜짝 놀란다.
껄로 트래킹을 하고 온 자매들이, 숙소를 찾아 헤메다 여기로 온거다. 어디에 묵겠다는 이야기도 하지 않았고, 몇일에 이리로 온다는 이야기도 없었는데, 생각치도 못하게 마주친다.
이번 여행은, 참 신기하게도 인연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몇일간의 반가운 이야기을 하고, 동네 구경을 하며 낮시간을 보내다가, 시간이 되어 카누투어를 하러 간다.
저녁시간이 되면 이렇게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들어서 카누 트립을 합니다.
보통은 한명이 뒤에서 노를 젓고, 앞에는 두명정도가 타는데요,
저희는 가녀린 아가씨가 뒤에서 노를젓고, 세명이나 타고 갔던 탓에 다른사람보다 힘들어 하더군요.
이런 수로를 헤쳐나가면,
조용하고 평화로운 호수를 따라,
수많은 연꽃들이 나타납니다.
연꽃을 보고 좋아하니, 우리 뱃사공 처녀(아줌마일지도..)가 연꽃을 따서 우리에게 주더군요. 예쁜 연꽃들이 한아름 안겨옵니다.
평화로운 풍경속에서 조용히 시간이 흐릅니다. 어제의 보트투어와는 다른 잔잔하고 평화로운 시간입니다.
이런 수로를 지나면 수도원이 하나 나오는데, 그곳이 오늘의 일몰을 즐길 곳입니다.
스님의 푸근한 미소속에
창밖으로 조용하게 해가 집니다.
조용히 해지는것을 바라보며,
하루를 정리합니다.
이곳의 고양이도 귀찮은지 움직이질 않고요,
조용히 지는 해가 아쉽습니다. 이 해가 지면, 인레를 떠나야 하는군요.
아쉬운 마음에 셔터를 누르기 힘이듭니다.
하루를 마무리하고 집에가시겠지요. 오늘 하루는 어떠셨나요?
신기한 인연속에 만났던 자매들.... (옆모습이라 허락안받고 올리는데.... 괜찮겠지요?)
그렇게 일몰을 바라보다가, 다시 마을로 돌아갑니다. 여태껏 너무 아름다운 일몰을 봐와서인지는 몰라도, 가슴을 적시는 아름다움은 없었습니다만, 마지막 인레의 모습이라 그런지 제 마음속에는 따뜻하게 남았네요.
이런 수로를 따라 계속 가다보니,
물위에 가득한 부레옥잠에 꽃이 피었더군요.
아쉬운 석양을 받으며 카누 투어를 마무리 합니다.
숙소로 돌아가는길...... 하늘이 참 예쁘지요?
여행의 마지막이 되어가니, 가는 시간이 참 아쉽다. 며칠만에 만난 동생들에게 맛있는것을 사주고 싶어서, 숙소앞 그린칠리 레스토랑으로 간다.
그들이 했던 여행은, 내가 한 여행과는 분명히 다르겠지만, 내가 했던 여행과, 거기에서 느꼈던 것들을 조금이나마 전해주고 싶다. 어쩌면, 주제넘는 짓일지도 모르겠지만, 지금껏 다녀왔던 그 어떤곳보다 이곳은 다르고 특별하기에, 미얀마가 이들의 앞으로의 여행의 기준이 될 것이기에,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지금까지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처음 갔던 자유여행이 그 이후의 모든 여행의 기준이되기에, 어떻게 보면 미얀마는 첫 여행지로는 아주 안좋은 여행지라는 생각이다.
그 어느곳도 이곳의 사람들 처럼 따뜻하지 않을것이며, 이곳에서 느꼈던 친절과 순박한 미소를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여행의 기쁨과 행복보다는 실망과 아쉬움이 클 것이기에, 그들이 경험한 이곳을 객관화 하기를 바란다. 물론 주제넘은 일이고, 섣부른 이야기일것이다. 하지만...... 해줄수 밖에 없었다.
그린칠리에서 전채로 나오는 쌀과자 튀김입니다.
똠양꿍, 그린커리와 이름을 잊어버린 요리하나. 비싸지만 충분히 값어치를 하는 음식이었어요.
그린커리에서의 이야기는 장소를 옮겨, 게스트하우스의 식당에서 늦게까지 이어진다.
부디 이 이야기들이, 동생들에게 내 마음 그대로 전달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렇게.... 인레의 마지막 밤이 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