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멋있어요!!! - 미중년 나그네의 미얀마 여행기 (만달레이 도착-일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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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멋있어요!!! - 미중년 나그네의 미얀마 여행기 (만달레이 도착-일출)

하늘빛나그네 19 4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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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력받은김에 하나 더 씁니다.

제가 원래 산타는거를 참 안좋아합니다. 힘들거든요. 늘 '산은 바라보라고 있는거지 올라가라고 있는게 아니다'라고 말하곤 했지요. 그런데 이번 여행하면서 일출 / 일몰 보기위해 참 많이 오르락내리락 했습니다. 만약에 트래킹마저 했으면 정점을 찍었겠지요.

오늘은, 정말 환상적인 일출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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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10

버스는 밤 고속도로를 달린다. 익히 들었던 명성에 맞게 엄청나게 빵빵한 에어컨과 귀가 터질것 같은 노랫소리를 벗삼아 밤길을 달린다.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이불을 둘러쓰거나, 꼭 끌어앉아서 추위를 참으며 티비를 본다. 왜 에어컨을 줄여달라는 말을 안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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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버스가 제가 타고갔던 버스입니다. 꽤 괜찮아요.

조금 졸다보니 불이 켜지고 방송이 나온다. 휴게소다. 대충 눈치봐서 볶음밥을 하나 시켜먹는다. 1600짯. 가격 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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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소 전경입니다. 요 밑에 케이토님 여행기에도 등장하는 거기에요.

밥먹고, 양치하고 다시 버스에 오른다. 출발해서 털털거리며 가다가.... 갑자기 섯다. 그런데 다들 익숙한가보다. 엔진소리 없고 티비소리 없으니 사실 잠들기는 더 좋다.

밖에 나가 바람도 좀 쐬고, 허리도 좀 펴고 하면서 하늘을 보니, 커다란 보름달이 머리위에 있다. 밝아서 좋기는 한데, 달빛에 가려 별이 안보인다. 이렇게 공기맑고 하늘께끗하고 가로등 없는곳이 별보기는 제격인데, 못내 아쉽다.

갑자기 방비엥에서 봤던 밤 별빛이 그립다.

우리 아저씨들이 버스를 고쳤다. 힘차게 출발했고. 새벽 다섯시... 만달레이에 도착했다.

오토바이 기사에게 로얄 게스트하우스로 가자고 한다. 예약도 안하고 나도 참 무대포다. 게스트하우스 도착하니 방 없단다. 좀 기다려 보라고 하기에 근처 호텔들 돌아봤는데... 죄다 옥탑방이다. 호텔 오르내리다 죽을것 같아서 로얄게스트하우스에 다시 간다. 좀 있다 아홉시쯤 체크아웃 하는 방 하나 있다길래 일단 한다고 하고, 오토바이 운전기사에게 오늘 하루 가이드계약을 한다.

잠도 안깬 그 새벽에 만달레이 힐에 올라거야 한단다. 일출이 장관이니 꼭 보라고..... 올라가는데 참높다. 이것 참... 등산 싫은데.

만달레이힐로 가는 길에 새벽이 눈을 뜬다. 궁전앞 해자에 여린 물안개가 붉은 빛과 어울려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감탄하는 사이에 사진을 못찍었다. 이거 좀 후회될듯 하다. 내일 새벽에 볼 수 있으려나....

만달레이 힐에 오르는 계단은, 처음엔 만만하게 봤다. 거기에다, 가이드가 해 뜰시간 다 되가니 쉬지말고 올라가라고 한 터라 숨한번 안고르고 열심히 오른다.

그런데... 힘들어 죽을것 같다. 아... 저질체력... orz...

조금 올라가니, 첫 햇살이 부처님의 얼굴을 비춘다. 왠지 온화하고 마음편해지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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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 거의 다 오르니 첫 햇살이 비춘다. 푸르스름한 햇빛에 세상은 새빛을 머금는다. 잔잔히 가라앉은 안개를 헤치고 그림같은 만달레이의 풍경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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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걸음을 빨리해서 정상에 오르니... 이건 감동이다. 이곳을 오르며 느꼈던 고민과 후회같은건 순식같에 사라진다. 장엄함.. 아니 이건 그것보다 더 큰 뭔가가 있다. 지금까지 많은 곳을 다니변서 보았던 수많은 일출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벅찬 감동. 이 일출은 이번 여행중 만난 여러번의 일출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장엄한 일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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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느낌이 조금이나마 표현될 지 모르겠습니다.

일출을 보고 천천히 내려온다. 살짝 배도고프고...... 만달레이 힐 바로 앞에 있는 식당에서 볶음밥을 먹는다. 2000짯.. 싸고 맛있다. 아침부터 바쁘게 다니는것 같지만 그래도 무척 만족스럽다.

일출도 봤고, 이제 짐좀 챙기고 잠깐 쉴까 했더니, 우리 모토 기사아저씨 쉴 시간 없단다. 옆에 꼭 봐야하는 사원이 두어개 있으니까 일단 보라고 데려간다.

캄보디아의 크메르 양식과는 꽤나 다른 양식의 탑들이 수없이 몰려있는 사원.... 특이하기도 하고 신선하기도 하다. 쉼없이 카메라의 셔터를 누른다. 하지만, 쉐다곤 파고다에 너무 익숙해져 버렸나...... 깔끔한 흰색의 파고다들, 분명 멋있기는 한데 약간 맥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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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원들을 보고나니 피곤함이 몰려온다. 우리 가이드 아저씨.... 터프한 여행객들만 상대했나보다. 난 하루에 한두개만 보고 쉬는 스타일인데..... 쩝. 다른곳으로 끌고가려는걸 힘들어서 그러니 좀 쉬겠다고 하고 호텔로 온다. 지금열한시... 두시쯤 만나기로 하고 낮잠을 청한다.
19 Comments
동쪽마녀 2011.12.14 18:09  
들어와보길 잘 했네요.
야호!!^^
부처님 사진과 그 아래 두 사진,
마음이 너무나도 울컥입니다.
저는 앙코르왓에서 일출을 봤을 때 사람들이 말하던 그런 감동은 별로 못 느꼈었어요.
근데,
만달레이의 일출은 뭐라 말 할 수가 없구먼요.
바간이 아닌데도 너무 멋집니다.
ㅠㅠ
하늘빛나그네 2011.12.14 22:55  
곳곳을 다니면서 일출을 봤지만 만달레이힐의 일출은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일출이었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어요. 사진으로 채 담을 수 없는 감동이었습니다.
그런데, 우기가 지나고 건기가 시작된지 얼마 되지않아서 볼 수 있었던듯 하기도 합니다. 우기에는 저런 하늘을 보기 힘들것 같은 생각도 들고요, 건기가 지속되면 새벽 안개가 저렇게 깔릴까 걱정도 됩니다.
올레 2011.12.14 21:28  
저도요.. 앙코르왓 일출 별론데 했었어요..
바간일출만 멋있는줄 알았는데 만달레이도 좋네요...
기대됩니다.
탄력받으셨으니 계속~~~~;;;
하늘빛나그네 2011.12.14 22:58  
만달레이 힐의 일출은 ...... 뭐랄까 역동적이었어요. 갑자기 짠! 하고 나타나서 온 세상에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내는 햇살에 감동받게 하지요.
그에 반해 바간의 일출은 잔잔한 일출입니다. 어스름이 밝아올때부터 실루엣으로 주변의 불탑들이 기대감을 갖게하고, 햇살이 비추면서 불탑들에 둘러싸인 스스로를 발견하지요.

그런데, 멋있는건 만달레이힐의 일출이었습니다.
하늘향 2011.12.14 21:42  
두 달 전 다녀왔던 열흘 동안의 미얀마 여행..
참으로 기억에 남던 시간들이었기에 오랜만에 올라온 미얀마 여행기를 반갑게 읽고 있는데 여행기중 쉐다곤 파고다를 배경으로 찍은 하늘빛나그네의 기념사진 한 장에 눈이 번쩍 떠집니다.
어..이게 누구야? 혹시나 비슷한 사람인가 싶어 아내에게 사진 확인도 해봤는데 역시나 외사촌동생이네요.
하늘빛나그네야. 일산 형이다.
깜짝 놀랐다. 너도 태사랑 회원이었네?
너의 미얀마여행계획을 진작 알았으면 내가 여행일정을 조절해 미얀마를 같이 가서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었을 텐데 아쉽다.
다음에는 꼭 기회를 만들어 보자.
그리고 여행기를 맛갈나게 잘쓰네.
형도 다음 여행기 기다릴게..
탄력받아서 쭉~~~
하늘빛나그네 2011.12.14 22:59  
우핫!!!!!! 형님!!! ㅋㅋㅋ 이런..... 세상 참 좁네요. ㅎㅎ 거짓말도 못하겠어요. ㅋㅋㅋ
여행갔다오면서 술한병 사왔으니 작은형하고 상주 형님들 불러서 송년회나 한번 하시죠!
어라연 2011.12.14 23:16  
사촌형제분의 해후..^^

두 분이 하늘氏시군요..ㅋㅋ
하늘빛나그네 2011.12.15 02:43  
허허.. 그러네요. ^^
rkdalgus01 2011.12.15 10:34  
부끄럽게도 일출을 한번도 못본 일인이라...
입맛만 다시고 있어요... 쩝...
장관이네요 정말.. ㅠㅠ
하늘빛나그네 2011.12.15 15:01  
이런...... 일출때문에라도 다시 한번 가셔야겠네요.
왕소금 2011.12.15 12:55  
저 위의 흰색 파고다들은 혹시 망자들을 위한 파고다가 아닌가요? 치앙마이 왓수안독(Wat Suandok)에서도 저와 비슷한 흰색의 파고다 무리를 본적이 있는데...
하늘빛나그네 2011.12.15 15:01  
음.... 글쎄요. 그런데 여기저기에 흰색 파고다가 많은걸 보면 꼭 그런것 같지는 않습니다. 사실 잘 모르겠어요.

지금 기억을 더듬어 보니, 저 탑 안에는 부처님은 계시지 않고 산스크리트어로 된 경전을 새긴 비석들이 있었습니다. 안내문에도 경전을 모아놓은 사원이라고 씌여있던 기억이 있네요.
열혈쵸코 2011.12.15 23:20  
정말로 그림같은 일출모습이에요. 터프한 여행객만 만나신 가이드아저씨도 정말 열심이시네요. ^^
하늘빛나그네 2011.12.16 00:36  
생각치 못한 큰 선물이었습니다. 잊을 수 없는 일출이에요.
난봉 2011.12.19 08:34  
체력이 좋으신듯합니다....^^
야간이동에 일출에.....ㅎㅎ
하늘빛나그네 2011.12.19 16:40  
결국 조금 돌아다니다가 호텔에서 낫잠잤습니다. ^^
zoo 2011.12.28 21:48  
와~ 일출 사진...말이 안나옵니다. 운해도 너무 멋지고 정말 말그대로 장관입니다. 힘은 드셨겠지만 정말 고생한 보람이
있으셨을 것 같아요, 살면서 저런 일출 한번 이라도 본다면 뿌듯할 것 같습니다. 정말 올라가시길 잘하셔서 저까지
좋은 사진 감상했습니다^^
하늘빛나그네 2011.12.29 22:30  
^^ 기회가 되신다면 꼭 보셨으면 좋겠어요. 요즘 태국 여행기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 다음번 여행지는 미얀마 어떠신지요?
동암 2012.02.21 21:08  
흰색의 탑이 많이 있는곳은" 구도도" 사원 이라 불리우는데 탑이 729개가 있고 탑 하나하나마다 불교 경전이 새겨져 있습니다.
마치 우리나라의 팔만 대장경 판과 같이 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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