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여행기] 나홀로 31일 동남아 여행 - Day 12 (만달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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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여행기] 나홀로 31일 동남아 여행 - Day 12 (만달레이)

아랑다리 1 2205
http://lkfar.tistory.com

[오늘 좋은 사진들이 많아서 올려보려 했는데 절대 안올라가네요. 아쉽습니다. ]

이 곳 숙소에서는 항상 숙면을 취한다. 침대도 은근히 편안하고, 그 무엇보다 룸메이트 중에서 코고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축복이다. 푹 자고 아침에 일어나니 몸과 마음이 편하다. 오늘은 해돋이를 보지 않으려 마음 먹었기에 7시까지 늦잠을 잔다. 여행 다닐때는 7시가 늦잠이다.

이미 어제 바간과 제대로 이별인사를 했기에 오늘 해돋이를 또 보러 가는거는 이미 이별한 전여친에게 새벽에 '자니?'라고 문자를 보내는거와 같은 행동이다. 몸은 아직 바간에 있지만 내 마음은 이미 바간을 떠났다. 이곳에 더이상의 미련은 없다.

뒤집어놔도 국방부의 시계는 간다더니 여행의 시간도 마찬가지다. 벌써 12일, 생각보다 시간이 금방 가버렸다. 하지만 아직 반도 안지나갔다. 조바심을 내기에는 많이 이르다.

7시부터 식사가 시작해서 아침을 먹으러 로비로 향한다. 조금 앉아있으니 베트남 친구가 나와서 같이 자리를 잡는다. 어제부터 이상하게 미얀마 번호가 인증이 안되서 카톡을 못하고 있었는데 이 친구의 도움으로 드디어 등록을 한다. 여러모로 많은 도움을 주는 친구이다.

연결되자마자 노여사한테 연락을 한다. 걱정할까봐 보냈는데, 왜 자꾸 연락질이냐며 혼난다. 솔로 코스프레 하느라 신났는데 방해하지 말고 메일 보낸거나 보란다. 난 그저 걱정할까봐 그랬는데...

그러면서 나의 반삭에 대응하고자 박수진의 단발머리를 했는데 머리만 박수진이 됐단다. 괜찮아, 나ㅗ도 원빈이 아닌걸. 일단 인증샷을 보내라고 한다. 나름 기대된다. 사진이 오고 열어본다. 어..... 이쁘네...... 이쁘군..... 머리는 다시 자라니까....... 복수는 확실하게!

한바탕 풍파가 지나간 후에 생각이 나서 메일함을 열어본다. 노여사가 아침에 보낸 메일이 있다.

' 한국은 잊고 여행에 집중하셔요.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하루하루잖아. 특히나 미얀마를 또 언제 가겠어.

잃어버릴 물건은 원래 내 것이 아니었던 거임. 내가 회사에서 일이 늘면 원래 내 일이었는데 늦게 온 것이다... 라고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것처럼(ㅜㅜ).

건강하기만 하면 무얼 잃어도 문제 없어.

돈으로 살 수 있는 건 중요하지 않아. 또 무얼 잃게 되더라도 허허- 하고 웃으며 내것이 아니었군. 하고 넘어갈 수 있기를...

연락 안 해도 되니 여행자로 존재하시오!

난 당분간 남친 없는 솔로의 주말을 친구들 만나며 잘 놀고 있을 테니 걱정말고. '

여친 하나는 잘 뒀다. 내가 맨날 하는 말이지만, 나보다 똑똑한지는 모르겠지만 나보다 현명하다는 생각은 자주 한다. 나처럼 복잡하게 재지않고 항상 자신의 생활 방식, 가치관대로 살아간다. 언제나 변하지 않는 등대처럼 나에게 사람의 이정표를 제시한다.

거기에 나는 6년을 만나면서 노여사보다 이쁜 여자를 못 봤다. (아이유는 티비에 나오니 예외...) 여행 다니면서도 그런 사람은 못 봤다. 그러니 바람 필까봐 걱정하지 마세요.

물론 안좋은 상황도 꽤나 있었지만 취향이 맞고, 가치관이 맞다보니 항상 잘 넘겨왔다. 취향이 맞는다는 것은 꽤나 중요하다. 누구는 호텔 레스토랑을 좋아하는데 누구는 곱창에 소주를 좋아한다면 문제가 된다. 영화 혼자 보는걸 좋아하는거부터, 곱창으로 상징되는 음식에 대한 선호도까지, 같은 성향의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행복이다.

식사는 언제나 그렇듯이 별로다. 어제와 다른 음식이 나왔는데 기본적으로 밥에 튀김이라는 조합은 동일하다. 뭔가 한국의 튀김과도 비슷한데, 미안하지만 맛이 없다.

앉아있으니 어떤 서양인이 와서 합석한다. 언제나 그렇듯이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눈다. 이 친구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왔다. 여행 다니면서 미국 사람을 많이 못 보는데, 이상하게 이곳에서만 많이 본다. Ostello Bello의 영향인가?

괌에서 한국인 두명하고 1년을 같이 지내고 한국 어린이들에게 한국말을 가르쳐서 한국에 대해 좀 익숙하단다. 한국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가져서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게 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부터 박정희와 박근혜 현 대통령에 대한 얘기,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 이번 일주년때 광화문에서의 얘기까지. 듣는 사람이 잘 들어주니 나도 신나게 얘기한다.

사실 정치적인 스탠스는 모두가 각자의 소신을 가질 자유가 있다고 믿는다. 그러하기에 최대한 객관적인 사실만 전달할려고 노력한다. 이번 일주년때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탐방과 광화문에 우연히 갔다가 갖혀서 지하철도 못 탈뻔한 얘기, 뭐 이런 객관적인 얘기들.

여행을 다니다 보면 일주일을 같이 다녀도 마음이 안맞는 사람이 있는 반면, 단 30분만 얘기해도 통하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 뭔가 통한다. 얘도 지난번에 한국인들하고 얘기할때는 나이트, 소맥, '씨X새X' 같은 것만 배웠다고 매우 흥미 있어 한다. UCLA를 나왔다더니 내가 얘기해주는 정치, 경제적인 이야기에 많은 관심을 갖는다.

때맞침 만달레이로 가는 버스가 왔다고 알려준다. 이런, 한참 잼있게 얘기하고 있었는데 아쉽다. 그 사람도 아쉬워하더니 페이스북 친구하게 메일 주소를 알려달라고 한다. 주소를 알려주고 아쉬워하며 떠난다. 북부쪽을 다닐 예정이라고 했으니 인연이 맞으면 또 만나게 되겠지.

버스를 타니 사람이 꽤 많다. 어제 8시 표를 자리 없어서 못 끊었다더니 오늘 이쪽으로 가는 사람이 많은가보다. 생각해보니 오늘이 토요일이라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말레이시아 애들 4명이 있어서 또 얘기를 나눈다. 또 어쩌다보니 세종대왕과 한글 얘기...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얘기를 할때, 한글이 가장 자랑스럽다. 다른 언어와 다르게 기획하에 '발명'이 되었다는게 자랑스럽고, 그 의도가 민중을 계몽시키기 위한 민주주의 정신에 있다는게 또 자랑스럽다. 놀라운건 외국인들은 한국이 한문을 쓰는줄 알고 있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는거다. 여행자로서 한국에 대해 알리고, 또 다른 나라에 대해 배우는 것도 필요한 마음가짐이라 생각한다.

7만원짜리 핸드폰의 한계일까? 낮에 쓴 글이 다 날라갔다. 다시 썼는데 또 날라갔다. 에버노트를 깔았어야 했는데. 결국 세번째 글을 쓴다. 역시 제일 처음 쓴게 마음에 든다. 아무래도 다시 쓰면 처음 쓸때처럼 진심이 담기기 힘들다. 그러니 이것아, 내 글 좀 씹어먹지 말아다오. 어쩔 수 없지, 이것도 여행의 일부분인걸.

또 하나 문제는 보통 키보드로 60%, 그리고 단모음 키보드로 40%를 써왔는데 이건 터치감이 너무 안좋아서 그냥 키보드에만 의존해야 한다. 그때 그때 순간을 적지 못하니 좀 답답하다. 하지만 뭐, 언제나 그렇듯 적응하겠지.

버스가 출발하고 중간 중간 또 꽤 사람을 태운다. 중간자리까지 내려서 거의 만석으로 간다. 가방을 발 아래 놓고 그 위에 양반다리를 하고 가면서 글을 써본다. 아 멀미 난다. 그냥 휴게소에 있을때만 쓰기로 한다.

버스로 5시간, 한국에서 생각하면 긴 시간이지만 막상 이곳에서는 그리 긴 시간이 아니다. 밖을 보고 멍 때리고 있으면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되고 사색을 하게 된다. 면벽수행이 아닌 면창 수행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 이동 중에 생각이 가장 많아지고, 또 의외로 시간은 빠르게 간다.

갑자기 핸드폰이 연결되더니 부재중 전화 두통이 뜬다. 어? 내 번호를 아는 사람은 경찰밖에 없는데? 살짝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걸어본다. 어떤 현지인이 받는데 영어를 하는건지 미얀마 언어인지 모르겠지만 도통 무슨 말인지 알수가 없다.

버스에서 현지어와 영어가 가능한 사람을 급하게 찾는다. 머리속으로는 여기서라도 내려서 돌아가야 하나, 하는 별 생각이 다 든다. 버스 운전수가 영어를 좀 한다기에 부탁을 좀 해보지만 원활하지가 않다.

마음은 급한데 버스는 출발한다. 소통이 안되니 문자로 영어로 보내달라고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문자를 보낼려고 버튼을 누른다. 내가 어제 보낸 문자가 있다. 아...

어제 심을 넣고 개통 후 문자가 가는지 확인 하기 위해 아무 번호에 test라고 문자를 보냈었는데, 그 번호다. 하, 뭐 실망은 안된다. 어차피 그 핸드폰은 내거가 아니었으니 돌아온다해도 덤이다.

다시 전화가 오길래 받아 보니 영어를 좀 하신다. 괜히 의도치 않게 번거롭게 해드렸다. 상황을 설명하고 미안하다고 한다. 보통 그냥 무시해도 되는데 끝까지 영어하는 사람을 찾아서 온거 보니 여기 사람들의 성향을 알만하다.

오늘은 제주도 고산리 풀밭카페의 여사장님이 결혼하는 날이다. 노여사가 지금 결혼식에 가있다고 사진을 보내준다. 이걸 미얀마 오지 한 가운데서 받아볼 수 있다니, 새삼스레 문명의 편리함을 느낀다. 근데 풀밭카페는 계속 유지하나? 궁금하지만 한국 가면 물어봐야겠다. 야외에서 하는 결혼식이 꽤나 좋아보인다. 행복하세요.

차가 한참 가다가 고속도로에 들어선다. 그래도 고속도로를 들어가니 다소 승차감이 좋아진다. 그래봤자 도찐개찐이지만. 내 옆에 앉은 아저씨는 고개를 훽 제끼고 자다가 앞에 앉은 부인한테 얻어터진다. 한번이 아니라 한 10번 정도. 어디가나 남자들은 맞고 사나보다.

오후 1시가 지나니 만달레이에 들어섰는지 조금 큰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한번 왔던 곳이라 그런지 뭔가 미묘하게 익숙하고 반갑다. 차는 중간 중간에 서며 사람들을 내린다. 이제 곧 반가운 미얀마에서의 내 고향에 갈 수 있겠군.

생각해보니, 이 사람들 내가 가는 곳을 아나? 타기 전에 스탭이 얘기를 했던가, 가물가물하다. 앞에 베트남 친구한테 물어보니 자기는 얘기를 했단다. 옆에 말레이시아 그룹도 다 얘기를 했단다. 뭐지? 왜 나만 안 묻는거지? 후딱 가서 얘기를 하니 뭐라뭐라 하는데 나랑 그 베트남 친구가 일행인줄 알았나보다. 물론 비슷해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지. 바로 지도를 펴고 내가 갈 곳을 알려준다. 78번길의 31번과 32번 사이!

듣더니 뭔가 큰일이군, 하는 표정을 짓는다. 말레이시아의 '레이첼'이라는 이름의 아이가 지도를 보더니 지나친거 같다고 한다. 저번에도 말했지만 난 동양인이 서양인 이름을 갖는 것을 매우 부정적으로 보는지라 뭔가 쟤 꺼려진다. 영어를 매우 잘하는거 보니 이민한 애 같기도 한데... 여튼 그게 중요한게 아니고, 난 어쩌지?

일단 얘기는 했으니까 기다려본다. 그래도 데려다 주겠지 뭐. 아니면 만달레이 어딘가에 내려주면 그거 하나 못 찾아가겠어. 처음에는 여기 길 주소 구조가 머리에 안들어왔는데 이제 이해하고 나니 매우 쉽다. 단순히 얘기하면 길주소만 있고 번지수는 없는데, 길주소가 숫자로 되어 있는거다. 그러니까 횡으로 78번 길에 종으로 31번길과 31번 길 사이에 내 숙소가 있는건데, 정확한 위치를 핀포인트 할 수는 없다. 찾아갈때는 그리 어렵지 않은데 우편은 어떻게 보내는지 궁금해진다.

이제 하나 둘, 모두 내리기 시작한다. 베트남 청년도 내린다. 이 친구 다 좋은데, 말이 너무 많아서 싫었다. 나는 책 봐야 하는데 옆에서 계속 말을 걸고, 잘려고 해도 말을 걸고... 혼자 다니느라 외로워서 그랬겠지? 그래도 3일을 옆 침대에서 보냈는데 살짝 아쉽다. 하지만 버스는 출발하기에 이별은 순식간이다.

레이첼이 갑자기 불안해졌다. 아마도 가는 길을 운전수가 잘 모르나 보다. 호텔에 전화해서 대신 알려달라고 하고 난리다. 뭐가 그리 급할까. 어떻게든 못 가겠어? 풍기는 포스가 배낭여행자가 아닌 '곱게 자란 쳐녀의 미얀마 체험' 같아 보인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행동을 한다. 운전수에게는 친절하게 행동하면서 돌아서서 영어로 '쟤 뭐야'라고 하면서 약간 무식하다고 무시하는 행동.

내가 사람한테 정이 딱 떨어질때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서비스를 받는다고 그 사람을 소유한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지위를 그 사람 위로 올려서 행동하는 경우다. 예전에 한 선배가 택시 기사한테 별거 아닌거 가지고 나는 돈을 지불하는데 넌 뭐 그딴식이야 라고 얘기하는걸 보고 정내미가 뚝 떨어진 적이 있다. 사람이 사람을 1분이라도 소유할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 노예제이고 그건 내가 아는 한 현재 불법이다. 그리고 남들 무시하는 사람 치고 그다지 잘난 사람 못 봤다.

그나저나 나는 기억하고 있겠지? 슬슬 불안해지지만 그래도 기다려본다. 운전수가 다시 주소를 묻길래 "78번길에 31번과 32번 사이"라고 소리를 질러주니, 아 저리 얘기하면 찾기 편하지, 라는 뜻의 환한 웃음을 짓는다. 그래, 길에 버리지는 않겠구나.

말레이시아 애들도 내리고 나만 남았다. 이제 뭔가 내 개인 택시 같다. 느긋하게 의자에 기대서 밖을 보고 앉아있는다. 여기서는 또 어떤 사람들을 만날까? 그것보다 스탭들이 날 기억하고 있을까? 빡빡이 한국인이라면 나름 강렬한 인상을 남기긴 한거 같은데.

차가 멈춘다. 다 도착했나? 보니까 여기가 아닌거 같다. 또 누굴 태우나, 싶어서 쳐다보니 여기가 갈 수 있는 최대란다. 이건 또 무슨 소리지? 여기서 5분에서 10분 거리니까 택시를 타든지 걸어가라고 한다. 하... 가만히 있으니 호구로 보였구나. 항의할까 싶다가 영어도 안통하는데 그냥 참기로 한다. 그래, 안그래도 너무 쉽게 왔어. 조금은 걸어야지 배냥여행이지. 하지만 기분이 매우 얹찮다. 미얀마에 온 이후 처음으로 겪는 이기적인 행동이다.

나름의 불만을 최대한 표시하고 내린다. 그래봤자 신경도 안쓰는거 같다. 세컨드 백을 메인 백 안에 집어넣는다. 두개를 합체시켜야 여행자 도보 패션의 완성! 선글라스를 잡아 슬쩍 눈에 쓰고 샌들 신은 발을 한발 내딛는다. 뭐라고 항의하긴 했지만 난 은근히 풀군장으로 걸어가는 이 시간을 즐기는거 같다.

4일 전에 봤던 거리와 비슷한 거리인데 느낌이 전혀 다르다. 짧은 시간에 이국적이던 곳이 익숙해지는거 보면 사람은 참 대단하다. 길의 사람들도 익숙하고, 말들도 친근하다. 근데 그러고 보니 이곳에서 길거리 음식을 많이 못 먹어봤다. 태국에서는 맨날 먹었는데 여기는 뭔가 환경이 다르다.

생각보다 얼마 안가 도착한다. 길주소 체계를 이해하고 나니 지도를 필 필요도 없다. 저 멀리 'Ace Star' 게스트하우스가 보이니 기분이 들뜬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역시나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날 맞이해준다. 여기는 로비가 제일 시원하다. 근데 로키가 안보인다. 처음 보는 스탭이 앉아있으니 뭔가 당황스럽다. 장소는 익숙한데 사람은 익숙하지 않다.

일단 방이 있냐고 물어보니 예약 안했냐고 하면서 좀 찾아보겠다고 한다. 허, 없으면 안되는데. 갈데도 없고 더워서 가기도 싫다. 다행히 좀 찾더니 방이 있단다. 그런데 방이 두종류가 있다고 어떤걸로 가겠냐고 한다. 이미 지난 번에 왔던 아이임을 인식시키기 위하여 12달라 지난번에 묵은 방으로 달라고 하고 로키는 어디 갔냐고 넌지시 물어본다. 어디서든 아는 티를 내야 사기를 안당한다.

계산을 하려 하는데 그냥 나갈때 내라고 한다. 하긴 나도 몇일 있을지 모르니 그게 낫겠다. 여권을 맡기고 계단을 올라가는데 로키를 만난다. 로키, 날 보더니 반가워한다. 나도 반가워 이것아. 아 나보다 나이가 많을려나.

방으로 갔더니 내 침대는 구석 자리다. 지난번 자리가 좋았지만 뭐 별 수 있나. 짐을 놓고 일단 뭐라도 먹으러 내려간다.

식당을 물어보니 78번길과 31번 사이에 무슨 유명한 식당이 있다고 해서 길을 나선다. 그정도 주소면 찾아가기 어렵지 않겠다. 근데 덥다. 진짜 덥다. 동남아는 낮에는 방에서 나오면 안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식당을 못 찾겠다. 내가 갑자기 길치가 된게 아니라면 얘가 길을 잘못 알려준걸거다. 이리 보고 저리 봐도 없다. 에잇. 그냥 근처 식당이나 갈려고 보는데 그냥 식당 자체가 없다. 여기 뭐 이래?

일단 숙소로 발을 돌린다. 헌데 왼편에 빵 가게 같은데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유명한 빵집인가? 원래 빵을 좋아하진 않지만 어차피 시간도 2시가 넘었고, 저녁을 제대로 먹을려면 간단히 요기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다.

들어가니 시식 처럼 해놓은게 있다. 시식 맞겠지? 괜히 도둑놈 소리 안들을려고 다른 사람들을 지켜보다 시식 맞는거 같아서 한입 먹어본다. 호두케이크 같은 맛이 난다. 내가 서 있으니 여종업원이 와서 뭐라뭐라 한다.

아 또 현지인으로 오해 받았구나. 영어로 하니 또 이전에 봤던 그 수줍어하며 어쩔 줄 몰라하는 표정을 짓는다. 이 나라는 어찌된게 시골인 바간보다 대도시인 만달레이 사람들이 외국인을 보고 더 당황한다. 바간은 관광지라 그런가? 내가 그래서 바간에 정을 못 붙인건가 싶기도 하다.

뒤에서 애들끼리 어떻게 해 어떻게 해 하면서 모여서 회의를 하는 모습이 귀엽다. 대충 이거 얼마냐, 양은 어느정도 주냐를 묻는건데 결국 계산기로 숫자를 표시하고 박스를 보여주는 것으로 의사소통이 된다. 언어를 몰라도 다 된다.

2천원짜리 하나를 산다. 그러다 하나 더 산다. 생각해보니 스탭들도 주면 좋아하지 않을까 싶어서다. 봉지를 싸들고 숙소로 온다. 아 진짜 덥다.

이 숙소에서 가장 시원한 곳에서 무위도식하고 있는 스탭에게 빵 좀 주냐고 물어보니 괜찮단다. 사실 너희 줄려고 산건 아니고, 옥상에서 맨날 고생하는 여자 스탭들 줄려고 산거야. 알겠다고 하고 방으로 와서 키보드와 충전시켜놨던 내 핫핑크 스마트폰을 들고 옥상으로 올라간다.

방에는 아무도 없더니 다 여기 모여있었나보다. 인도 여자분 하나와 남자 둘이 있다. 둘다 한테 빵을 권했더니 괜찮단다. 그리고 여자 스탭들도 안보인다. 이러면 안되는데. 나 먹기도 싫은 빵 이리 많이 사왔는데 다 어디간거야. 이거 뭐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일단 커피를 한잔 타고 앉아서 빵을 먹는다. 흠 역시 빵은 나랑 맞지 않다. 이거 양이 너무 많은데... 주방으로 가서 접시와 칼을 가지고 와서 반 넘게 뚝 떼서 그릇에 담는다. 잘 보이게 주방 한 가운데 그릇을 놔둔다. 보고 먹겠지?

좀 앉아서 글을 쓰는데 덥다. 너무 덥다. 너무 너무 덥다. 안되겠어서 방으로 내려온다. 샤워를 할까 싶다가, 어차피 저녁에 또 나갈텐데 그냥 가만히 있으면 괜찮겠지 하고 침대로 간다.

침대에 누워서 글을 좀 쓰는데 더위가 안가신다. 안되겠다. 이건 더위와 찝찝함이 극에 달한거다. 결국 다 접고 수건을 들고 화장실로 뛰쳐가서 물을 끼얹고 간단히 샤워를 한다. 물론 옷은 안갈아입는다. 지금 갈아입으면 저녁에 입을 옷 없다. 여행 다닐때 이정도 드러움은 견딜줄 알아야 진정한 여행자다.

그나저나 앞으로 일정을 어찌 할지 고민이다. 아까 스탭한테 살짝 물어보니 hsipaw로 가는 기차는 매일 오후 4시에 출발한단다. 그리고 10시간이 걸린다. 그 말인 즉슨 새벽 2시에 도착한다는 얘기다. 이거 그냥 대충 가면 안될거 같다. 그 시간에 숙소 못 구하면 난리난다. 물론 가는 여행자들이 있으니 방법은 있겠지만 좀 찾아봐야겠다.

어차피 빨리 가도 내일 4시니까 숙소에 누워서 검색을 좀 한다. 에버노트도 받고 말 그래도 개인정비 시간을 갖는다. 아직 내일 바로 hsipaw를 갈지 하루 더 만달레이에 있을지도 결정 못했다. 이따 저녁 먹으러 나가기 전까지는 결정을 해야 할텐데.

간만에 인터넷다운 인터넷을 하니 속이 다 시원하다. 모든 것은 상대적인게 지난번에 왔을때는 방콕에서 왔던지라 여기 인터넷 속도가 너무나도 답답했는데, 바간에서 돌아온 지금 미얀마에 이 속도가 어떻게 나오지 싶을 정도다. 초고속 인터넷이 부럽지 않구먼.

좀 찾아보다 오늘은 'Mandalay Hill'에서 일몰을 보고, 81번가에 유명한 중국음식점을 들리기로 마음 먹는다. 지금이 5시니 슬슬 나가야겠다.

내려가니 여자 스탭을 포함한 모든 스탭이 모여있다. 여자 스탭들이 날 알아보고 환하게 웃어준다. 외국에 다닐때는 문화를 모르니 이성을 대할때는 조심스럽다. 옥상에 케이크 여성분들 줄려고 놔뒀다고 하니 신나하면서 뛰어 올라간다. 일단 내일 Hsipaw 가는 버스를 물어보니 아침 6시와 저녁 7시, 이렇게 두개만 있단다. 아니 무슨 스케쥴이 이러지? 근데 옆에 방금 들어온 서양 여행자분이 자기는 2시반 차를 타고 갔다고 일러준다. 하지만 여기서 예약은 못하고 다른 곳에서 했다나. 근데 그곳이 어딘지 모른다나. 어쩌라는거지.

일단 Mandalay Hill 부터 가야겠다. 택시타면 얼마냐고 물어보니 5달라란다. 아니 뭐 이리 비싸. 오토바이 택시를 타면 3달라라는데 이리 된거 한번 일반 버스를 타볼까 한다. 어디서 타는지, 또 어디로 가는지 얘기할 수 있게 종이에 미얀마어로 써달라고 해서 가지고 나온다.

막상 나오니 해가 좀 지고 있다. 어느새 5시가 훌쩍 넘었다. 이거 버스 타고 갔다가는 일몰을 못 볼수도 있겠구나 싶어서 방황하고 있는데 옆에 오토바이를 탄 사람이 갈거냐고 물어본다. 아까 스탭이 미얀마어로 써준 만달레이힐을 보여주니 2000키얏에 가잔다. 오, 빙고. 바로 타자고 하고, 준 헬멧을 쓰고 뒤에 올라탄다.

좀 출발해서 보니 싼 이유를 알았다. 이건 오토바이가 아니라 스쿠터다. 게다가 백미러도 없는 스쿠터. 뭐 사실 상관없다. 목적지까지 가기만 하면 되지.

스쿠터에 타고도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가고 있는데 옆에 똑같은 속도로 가는 아빠, 엄마, 딸이 탄 오토바이에서 아빠가 나를 지긋이 쳐다본다. 그래도 내가 뭔가 신기한가보다. 사람들이 항상 쳐다본다. 무의식적으로 항상 하듯이 "밍글라바"를 외친다. 모두가 그렇듯이 역시 반갑게 웃으면서 답변해준다. 이곳 사람들에게 "밍글라바"는 마법의 단어다.

생각보다 꽤 멀다. 조금 가니 멀리서 산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 저 산을 올라가야 한단 말인가. 근처까지 가서 내려달라고 하고 약속한 2000키얏을 준다. "제주디마레"라고 외치니 운전한 분도 또 순박하게 웃는다. 두번째 마법의 단어.

이곳으로 올라가는건가? 올라가는데 애들이 꽤나 보인다. 또 "밍글레바"를 시도 없이 외친다. 근데 그 중에 하나가 이쪽이 아닌 옆쪽이라고 알려준다. 큰일 날뻔했다. 진짜로 "어라? 이 산이 아닌가벼."를 외칠뻔했다.

진짜 입구를 찾아 들어갈려고 하니 왠지 신발을 벗어야 할거 같다. 쭈볏쭈볏 거리다가 옆에 누가 벗길래 벗고 들고 간다. 내려오던 아주머니가 날 보더니 옆을 손가락질한다. 보니까 거기 신발을 맡기는 곳이 있다. 200키얏이라고 써 있길래 내야 하나 하고 있는데 그냥 가라고 웃으면서 얘기하신다.. 공짜는 마다하면 안된다고 배웠다.

계단이 많다. 올라간다. 또 계단이다. 또 또 계단이다. 아 이거 만만하게 볼게 아니구나. 올라가는 중에 만나는 사람 마다 "밍글라바"를 외친다. 헥헥 거리는 반삭의 동양인이 그 와중에 "밍글라바"를 꼬박 꼬박 하고 있으니 웃긴가보다. 많은 사람에게 오늘 웃음을 선사했다.

올라가는 중에 보니 여기 사는 사람들도 꽤나 보인다. 하긴 이 높은 곳을 출퇴근하기 위해 오른다면 누가 여기서 일을 하겠는가. 애기들도 있고, 강아지 고양이도 많다. 강아지, 고양이가 친근하게 누워 자길래 고양이 사진 찍을려니 강아지가 짓고 난리난다. 안 데려가 이놈아. 뭔 견묘지우가 이리도 깊다냐. 우리 애들은 같은 고양이인데도 서로 못 죽여 안달인데.

이제는 어깨로 숨을 쉬기 시작한다. 이거 백미터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으로 생각하고 왔어야 했다. 이러다 세컨드 브레스까지 나오겠다. 이제는 거의 죽어가면서 "밍글라바"를 외치니 사람들이 웃는게 아니라 안쓰러워한다. 여기 만만히 볼게 아니구나.

드디어 도착! 인간승리다. 생각해보니 남산하고 비슷한 곳인가 보다. 올라오니 확실히 만달레이 시내가 다 보이는게 좋다. 다만, 미세먼지인지 안개인지 모래인지 때문에 해가 사라졌다. 해가 사라졌다. 30분을 낑낑거리며 올라왔는데 해가 없다. 에잇, 빌어먹을 에어아시아.

그래도 여기, 만달레이에서 제일 높은 곳에서 키보드를 피고 글을 쓰니 기분이 좋다. 땀이 흥건하지만 바람도 시원하다. 해는 사라졌지만 구름 뒤에 후광을 이쁘게 보여주고 갔다. 나름 의리는 있구먼. 바람을 쐬면서 좀 앉아있는다.

이제 내려가야지? 후....... 한숨부터.... 맨발로 이동한 가장 먼 거리로 KH 기네스 북에 등재해야겠다.

숨을 좀 가라앉힐겸 앉아서 쉬고 있으니 여기는 외국인이 좀 보인다. 일본인도 지나가고 서양인도 지나간다. 갑자기 뒤에서 "Hello"라고 누가 부른다. 뭐지?

뒤를 돌아보니 베트남 청년이 있다. 그 베트남 청년이다. 이야, 이건 또 인연인데? 아무 약속 없이 여기서 만나다니. 전생에 부부 정도의 연은 닿았겠다. 그리 친하게 생각하진 않았지만 뭔가 격하게 반갑다.

이정도면 저녁을 같이 먹자고 얘기해야겠다. 슬쩍 물어보니 친구를 만나러 가야 한단다. 아쉽네. 우리의 연은 여기까지인가보다. 헤어지면서 뒷모습을 보다 보니 이 친구는 페이스북도 안물어봤다. 사실 나는 아무에게도 물어본적 없다. 물어보면 답했을뿐. 영어를 잘 못해서 서양인들하고 잘 못 어울리던 청년, Have a safe trip back home.

너무 어두워지기 전에 내려가야겠다. 하... 내려가기 싫어. 힘들어... 그래도 여기서 살 수는 없으니 내려가야지.

모든 길은 올라갔으면 내려가야 하는 법. 올라갔는데 더 올라가려는건 욕심이다.

올라갈때는 그리 힘들더니 내려가는건 순식간이다. 항상 이런식이다. 한발 한발 힘겹게 올라갔더니 사라지는건 순식간이다. 허무하다. 그렇다고 올라갔던 그 순간이 무의미한것은 아니겠지.

내려오니 오토바이 택시들이 대기하고 있다. 물어보길래 바로 81번가의 38번과 39번 사이까지 얼마냐고 물어보니 3000키얏이란다. 올때 2000키얏에 오긴 했지만 왠지 너무 저렴하다 느껴졌다. 30분은 가는거 같은데 3000키얏이면 나쁘지 않다. 가자고 한다.

신발을 찾으러 가니 200키얏을 내란다. 공짜일리는 없지. 뭐 200키얏이면 200원인데 그걸 아까워하면 안된다.

오토바에 올라타니 이번에는 헬멧을 안준다. 아저씨가 출발하자마자 이 아저씨 좀 놀았구나 싶다. 아까 헬멧까지 쓰고 선비처럼 왔다면 이 아저씨는 폭주족 처럼 운전한다. 요리조리 잘 피하면서 속도도 우렁차게 낸다. 나도 같이 무게중심을 맞춰주면서 간다. 이게 설명하기 좀 어려운데 위에 앉은 사람이 조금씩 무게중심을 맞춰주면 훨씬 수월하다, 라고 나는 믿는다.

더위에도 냄새가 있다면 이해를 할까? 더운 냄새와 도시의 냄새를 맡으며 왼편에 왕궁의 야경을 두고 스쿠터를 타고 달린다. 하필 또 오늘따라 보름달이다. 이거 생각해보면 굉장히 로맨틱할 수도 있지만... 수염 덥수룩한 남자 둘이서 간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왕궁의 야경이 너무나도 멋진데 사진에 못 담아서 아쉽다. 어차피 이곳 또 와야 하니, 다음 만달레이 방문 시에는 저기를 저녁에 한번 가볼까 싶다.

30분 정도 걸려서 도착한다. 'Super 81', 드디어 론리에 나오는 식당에 나도 방문을 했다. 유명한 식당 답게 사람이 엄청 많다. 1층에 자리가 없어서 2층으로 불려가고, 결국 2층에도 자리가 없어서 옥상으로 올라간다.

이야, 들어서자마자 이 경치에 감탄한다. 혼자서도 충분히 로맨틱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일단 제일 유명한 것을 시킨다. 뭔지 모르지만 5000키얏 정도면 여기서는 비싸긴 하지만 못 먹을 이유는 없다. 눈에 생맥주가 띈다. 물어보니 600키얏! 물론 350cc 정도긴 한데 그래도 600원이라니! 눈이 뒤집혀서 바로 주문한다.

근데 벌레가 문제다. 바로 옆에 전등이 있다보니 벌레가 어마어마하다. 결국 자리를 옮겨달라고 해서 어두컴컴한 곳으로 간다. 그래, 난 어두운데가 어울리지... 바로 옆에 가족 단위로 왔나보다. 겨우 걸음마하는 애기와 눈이 마주쳐서 또 습관처럼 "밍글라바" 하니 엄마가 방긋 웃으며 좋아한다. 애가 걸어와서 만지지는 않고 인사를 하니 좋아한다. 2살 정도 됐나? 영어로 물어보니 어머니 순간 표정이 팍 굳어지면서 긴장하신다. 영어울렁증은 만국 공통이다. 1살이란다. 아 우리나라 나이로 생각해서 그런가? 조카를 보면 딱 2살 같다. 귀여운 것.

시키지도 않은 안주가 나온다. 기본 안주인가보다. 이것만 우리나라에서 만원에 팔겠다. 아 내일 새벽에 버스 타야 하는데... 이거 불안하다. 그냥 하루 더 있어? 마늘, 고기, 옥수수 등을 고기에 구운거다. 같이 주는 소스는 약간 제주도의 멸젖 느낌도 난다. 오 맛있다. 진짜 하루 더 있어?

자리가 없는지 옆에 간이 자리를 피고 남녀 4명이 앉는다. 약간 눈치가 보이지만 신경 안쓰련다. 너희는 자주 올 수 있지만 난 아니야! 그리고 너희는 커플 둘이 짝짝꿍으로 왔잖아... 봐줘... 풀밭 카페 사장님 결혼식 이후 인도에서 만난 후배들과 함께 현재 노량진에서 회 먹으면서 카톡으로 사진 보내는 노여사가 그리워진다. 배신자, 나 없이 노량진을...

기다리니 밥이 나온다. 혹시나, 궁금해서, 아까 나온 안주가 혹시 메인디쉬냐고 물어보니 '뭐냐' 싶은 표정으로 아니라고 한다. 미안해, 워낙 이런 대접에 익숙지 않아서. 근데 진짜 저 안주가 메인디쉬라고 해도 먹을거 같은데. 아니 무슨 기본 안주로 숯불에 구운 고기와 마늘과 옥수수를 준다냐. 한마디로 이게 우리나라에서 기본으로 주는 새우깡급이라는거잖아. 600원짜리 생맥주를 시켰는데 말이지.

일단 맥주 하나 더! 땅땅! 뭐 내일 갈지 말지는 숙소로 갈때의 컨디션 보고 결정하는 걸로. 여기 그리 멀지 않아서 걸어갈 예정이다. 한 30분 걸어가면 충분히 갈 거리다. 이거 다음에 왔을때도 여기로 와야 하나. 어마어마한데. 론리에 나온 곳인데도 외국인은 하나도 안보이고 현지인들만 지금은 가득한걸 보니 정말 맛집은 맛집인듯 하다.

키보드를 펼쳐놓고 먹으면서 글을 쓰니 나름 혼자 먹는게 아니라 누구랑 대화하면서 먹는 느낌이다. 아 좋구먼. 날도 시원하고.

기다리니 메인디쉬가 나온다. 새우를 한점 뜯어서 먹어본다. 헉! 진짜 육성으로 울부짖는다. 껍질은 바삭바삭하고 양념은 매콤하고. 코코넛으로 했다더니 풍미도 느껴진다. 야 이거 대박인데? 하느님, 오늘 저를 이곳으로 이끌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까지는 빠이에서 구워먹었던 고기가 1등이었는데 한입 떠먹자마자 얘가 1등으로 등극한다. 물론 생맥주의 앙상블도 무시 못한다. 그동안 1000키얏짜리 밥만 먹으면서 미얀마 음식 못한다고 무시했던 내가 다 부끄럽다.

양도 새우가 이게 몇마리야. 오동통한 새우가 8마리가 5000원. 허허. 머리도 넣었는지 내장 맛도 일품이다. 신기한건 그럼에도 새우 머리의 질김이 잘 안느껴진다. 새우 하나 밥에 얹어 먹고 시원한 맥주 한모금. 캬. 아무도 듣는 사람이 없는데 육성으로 "야, 이거 진짜 맛있다." 하면서 먹는다. 미얀마 와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하늘에는 보름달이 날 비추고 있고, 테이블에는 한잔에 600원이니 거의 무제한으로 시킬 수 있는 생맥주가 있으며, 내가 태어나서 먹은 가장 맛있는 새우요리가 있으니 어찌 행복하지 않을 수가 있으리요!

에라 모르겠다, 한잔 더! 이 순간이 다시 오지 않을건데 복잡하게 생각할 거 있나. 내일 못 가면 못 가는거지. 하루 더 있는다고 님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니고. 여기 먹고 나니 만달레이 맛집 투어나 제대로 해볼까 싶기도 하다.

그래봤자 500 두잔 정도 먹는건데 잔이 3개가 테이블에 있으니 뭔가 부끄럽다. 슬쩍 두개를 저 옆으로 치운다. 물론 인증샷은 찍은 이후에. 그러고 보니 이사람들 쟤 뭐하나 싶을거다. 밥 한입 먹고 술 한잔 마시고 갑자기 글을 쓰고. 어쩔텨, 내 혼자 여행하는 스타일이다. 스타일. 근데 사람이 나가면 새로 손님이 계속 와서 그런 생각할 여지가 없어보이긴 한다.

혼자 4명 자리에 있다보니 자꾸 의자를 가져간다. 결국 다 가져가서 내 의자 딱 하나만 있다. 이거 뭔가 초라하구먼. 괜찮아, 엉덩이 붙일 곳만 있으면 되지.

개인적으로 머리 부분이 가장 맛있는거 같다. 그래도 이제 그만 감탄하고 가야지. 마지막 한입을 준비해놨는데 먹기 아깝다. 그래도 먹어야지.... 간이 테이블이 계속 펴지는게 슬슬 눈치 보인다. 소화도 시킬겸 계산하고 숙소까지 슬금슬금 걸어가야겠다.

계산서를 달라고 한다. 손님이 많아서 그런지 한참 걸린다. 11,300키얏이 나왔다. 확실히 미얀마 물가를 생각하면 엄청 비싼거지만 개인적으로는 전혀 아깝지 않은 돈이다. 아니 오히려 여기는 오면 올수록 돈을 버는 느낌이다. 계산서가 늦게 나왔다고 매니저가 와서 사과까지 한다. 혼자 왔다고 구박 받던 한국의 식당들과 비교된다. 내가 나가자마자 대기하고 있던 손님들이 그 자리에 앉는다. 내려가면서 보니 1층, 2층 다 만석이다.

만달레이의 밤 거리는 마음이 편하다. 우리 동네 명일동 뒷거리를 걷는 느낌이다. 하긴, 낮에 안전함을 느꼈는데 저녁이라고 그 사람들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바뀔 이유가 있나. 거리가 흙으로 되어 있음에도 왜 이리 깨끗한가 했더니 사람들이 항상 나와서 수시로 청소를 하고 있다. 저녁 8시라 그리 늦은 시간이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빗자루를 가지고 와서 청소하는 모습이 뭔가 특이하다.

급할 것도 없고 천천히 걷는다. 한 도시가 보여주는 낮의 모습과 저녁의 모습은 많이 다르다. 그나저나 그리 멀지 않음에도 이리 다른 곳이 있단 말인가? 역시 도시는 발로 느껴야 한다는 철학을 다시 깨닫는다. 차를 타고 가면 못 느끼는 것들이 걸어가다보면 하나하나 보인다.

한 곳에서는 개가 엄청나게 많은 강아지들에게 젖을 물리고 있다. 한 곳에서는 나이트에서 나왔는지 섹시하게 차려입은 젊은 남녀들이 서로를 유혹하고 있다. Myanmar라고 표시가 되어 있는 곳에서는 현지인들이 생맥주를 마시고 있다. 아 저기가 생맥주를 먹는 곳이구나. 다음에 왔을때 와야지. 그 어떤 곳도 불안하지 않다.

중간에 기분이 좋아져서 아무도 없는 거리에서 노래도 부르고, 지나가는 개한테 "밍글라바"라고도 외쳐본다. 취한거 아니다. 그냥 뭔가 기분이 업되서 분위기에 취한 것일뿐. 이상하게 만달레이에서는 마음이 안정된다. 여기서는 게스트하우스가 30%가 아니라 80% 이상을 차지하는거 같다. 첫 인상도 좋아서 그런지 대도시임에도 미얀마에서의 고향 같은 느낌이 든다.

어느새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한다. 들어서니 로키와 다른 남자 스탭들이 있다. 기분이 좋아서 81번가에 중국집 아냐 라고 한참 얘기하는데 아무도 모른다. 생각해보면 여기 사는 스탭들에게는 만 키얏이 큰돈이겠구나. 한복 얘기하고 아차 싶었는데 또 괜한 자랑을 한게 아닌가 싶다. 으유, 이 눈치 없는 것.

컨디션이 나쁘지 않아서 그래도 내일 Hsipaw로 떠나기로 마음을 먹는다. 만달레이는 어차피 돌아와야 하는 곳이니 방콕처럼 올때마다 조금씩 볼 것을 남겨놓는 것도 나쁘지 않을거 같다. 로키한테 지금 시간이 좀 늦었지만 내일 오전 버스 있는지 좀 알아봐달라고 하니 조금만 기다리란다.

여기저기 전화하더니 아침 6시 버스는 없단다. 저녁 7시 버스는 그다지 타고 싶지 않고, 역시 하루 더 있어야 하나? 뭐 나쁘지 않다. 그런데 여기저기 더 전화하더니 오후 2시반 버스가 있단다. 아니 없다더니. 뭐 이건 더 좋다. 아침 먹고 느긋하게 쉬다가 가면 딱이겠다.

돈을 주니 이 시간에 표를 사러 간다. 너무 미안해서 멀리 가냐고 물어보니 가깝다고 별거 아니라고 한다. 로키 첫인상은 솔직히 약간 정신지체가 있는 착한 사람이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좀 겪다보니 일도 똑부러지게 하고 심성은 너무나도 착하다.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는거, 나쁜지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거 보면 인간은 참 어리석다. 어찌 보면 만달레이, 아니 미얀마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가지게 만든건 로키 이 친구와 처음 갔던 식당의 그 종업원이었다. 사람의 첫 3초의 인상이 3년을 간다더니 나라도 같은가 보다.

고맙다고 인사하고 올라온다. 9시가 넘어서 조심스레 방을 들어가니 아무도 없다. 아니, 다들 어디 간겨. 이곳은 아무래도 북부 미얀마 여행의 허브이다 보니 오래 머무는 사람이 없어서 뭔가 친해지기는 쉽지 않다. 뭐 없으면 잘됐지. 내일 떠나는 시간도 좀 늦어졌겠다, 세제를 물에 풀고 빨래를 담궈놓고 씻으러 간다.

이제 드디어 잠옷으로 갈아입을 시간. 하루 중에 거의 유일하게 뽀송뽀송하게 있는 시간이다. 왜? 내 잠은 소중하니까. 서양인들은 잘때 거의 다 벗고 잔다. 여자가 있든 없든 신경 안쓴다. 몸이 비루하건 왕자 복근이건 신경 안쓴다. 나는 못하겠다. 내 몸, 아무한테나 함부러 못 보여준다. 유교권 나라에서 자랐기 때문이다. 몸이 비루하기 때문은 절대 아니다.

침대에 와서 오늘 정리를 한다. 이제 오늘 마무리를 한 이후에 담궈놓은 빨래를 제대로 빨고 옥상에 널은 다음 책을 보면서 잠들면 된다. 요즘 21세기 자본론에 재미를 제대로 붙였다. 버스에서 볼 수 있으면 좋을텐데 아쉽다. 내 오디오북은 노트4와 함께 저 멀리로...

오늘 뭔가 기분이 많이 좋다. 만달레이는 날 기분 좋게 하는거 같다. 어떻게 보면 항상 내 스토리가 있냐 없냐가 중요하다. 백명 중에 99명이 즐겼다 하더라도 나는 다를 수 있다. 그러하기에 여행은 계속 나의 자리를 탐구하는 모험이다. 내일 시작될 Hsipaw에서의 여행, 다시 한번 나의 자리를 찾아 떠나보자.
1 Comments
필리핀 2015.05.11 07:03  
오호~ 정말 멋진 여친이군요! ㅎ

벳남 청년은 왠지 은인 같은 느낌이 나네요... ㅎㅎ

동양인들은 자기 속살 보이는 걸 부끄러워 하지만,

서양인들은 남 속살 훔쳐보는 걸 이상하게 생각하지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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