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여행기] 나홀로 31일 동남아 여행 - Day 9 (바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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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여행기] 나홀로 31일 동남아 여행 - Day 9 (바간)

아랑다리 3 3233
태국에 있다가 미얀마로 넘어와서 여행기도 이쪽으로 옮겨서 연재합니다. 

바간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http://lkfar.tistory.com/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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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에 머무는 동안은 와이파이 사정으로 사진을 10장 내외로 합니다. 한국에 돌아가서나 태국에서 사진은 보강할 예정입니다.]

중국이 조만간 파워를 가질지는 모르겠지만 한동안 선진국이라 불리기는 힘들거다. 여행 다니면서 만난 중국인 중에 배려가 있는 친구를 본적이 없다. 

어제 도미토리에 중국인 두명이 같이 잤다. 10시가 넘으면 보통 도미토리에서는 무음으로 하고 조용하게 배려해줘야 하는데, 이놈들은 문자 두둥, 소리 키고 영상 보고 얄짤 없다. 나야 안자고 있었으니 상관없는데 독일인 한명이 자고 있는 상황이라 한마디 하려다 그냥 말았다. 

사람을 보면 확실히 그 나라를 알게 되고 그런게 모여서 나라의 이미지를 만든다. 한국 사람들은 과연 어떤 이미지일런지.

그 생각을 하면서 잠은 여행 후 처음으로 푹 잤다. 낮잠을 잤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에어컨은 적당하였고, 코고는 사람도 없었으며, 침대 메트리스도  얇지 않았다. 게다가 와이파이까지 안되니, 숙면을 취할 수가 있었다. 6시에 일어났는데 서울에서 10시에 일어날때보다 기분이 더 상쾌하다.

오늘은 바간으로 가는 날. 5시간 버스 타고 가지만, 빠이 갈때 3시간도 아무렇지도 않았으니 크게 어려움은 없을듯 하다. 바간, 과연 내 여행 역사상 가장 좋아했던 오르챠와 비슷할려나. 난 항상 오르챠의 그림자를 쫓아다니는듯 하다.

인도에서 일주일을 머물렀던 오르챠는 내가 원하는 것들을 다 가지고 있었다. 일단 관광객이 갈만큼 매력적인 유적지가 없으면서도 중간 중간 이런 저런 유적지가 많아서 충분히 앤티크한 분위기를 풍겼다. 관광객이 없다보니 사람들은 너무나도 친절하여 일주일 지나니 아이들이 "경훈아, 경훈아" 거리며 쫓아다녔다. 아침마다 좋은 일몰 포인트를 찾으러 다니던 중, 한 강아지가 인도하여 (진짜 이끌었다) 발견한 일출, 일몰 포인트는 그 이후 아침, 저녁마다 반드시 방문하는 곳이 되었다. 다른 곳보다 월등히 이쁘진 않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일출, 일몰이다. 그리고 오르차는 또한 노여사와 만난지 얼마 안되었을때 내 마음을 가장 솔직하게 보여줬던 곳이기도 하다. 어찌보면 내 인생에서 가장 순수하고, 순진하고, 솔직한 일주일이 아니었나 싶다.

이게 참 어려운건데, 좋은 여행지의 조건은 중용이다. 너무 사람이 많아도 안되고, 너무 없어서도 안된다. 그럴러면 유적지가 너무 유명해도 안되고, 또 아무것도 없어도 안된다. 지금 미얀마라는 나라 전체는 그런 느낌을 보이고 있다. 이제 이곳에서 나만의 장소를 찾고 싶다. 그곳을 찾으면 남은 기간 동안 최대한 정착하여 보내는 것이 가장 이번 여행을 알차고 기억나게 보내는 방법이다.

옥상에 올라서니 여자 스탭 둘만 있고 아무도 없다. 7시부터 시작인데 6시에 올라왔으니 당연하다. 어제 모래 바람 때문에 의자 정리를 해놨지만 하나만 앞에 있길래 앉아도 되냐고 물어보고 앉는다. 이곳에 앉아 있으면 경전을 읽는 소리인지, 어떤 '알라라라라 알라라' 같은 사람이 읊어주는 소리가 저 멀리서 마이크를 타고 항상 들린다. 근데 불교의 나라인데 왜 이슬람 같은 느낌이지.

커피나 마실까 하고 기웃 거리는데 컵이 안보인다. 물어볼려고 보니 여자 스탭분이 의자를 내려서 배치를 하고 있다. 놀면 뭐하나. 조용히 가서 손을 거든다. 여성 스탭분, 엄청 당황하면서 괜찮다고 한다. 그래도 같이 하면 훨씬 쉽지. 괜찮다고 도와드리겠다고 하고 계속 내려서 옮겨드린다. 이것도 여자 혼자 하면 은근히 힘들겠다. 둘이 같이 하니 15분 정도에 끝낸다. 아침 운동 잘 했다.

이제 앉아서 있으니 잠시 있다 커피와 오렌지 쥬스를 가져다 주신다. 아 아까 고마워서 그런가? 아까 올라온 남자가 하나 더 있어서 한번 스윽 본다. 나만 준거군. 뭔가 기분이 뿌듯하다. 이유야 어쨌든 스페셜 대우를 받는다는건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다. 토스트와 뭔지 모를 마시맬로우처럼 생긴것도 주신다. 이것도 나만 준건가? 옆에 남자한테도 주는거 보니 이건 다 주는건가 보다. 과한 욕심 부리지 말자. 남자들은 조금만 잘해주면 다 이러는 법이다.


여기 그늘막이 군대에서 보던 딱 그거다. 카투사 시절, 훈련할때 마다 치던 camouflage라고 부르던 그 위장막. 이걸 어떻게 구했지? 근데 이거 구멍이 송송 뚫려 있어서 그늘이 제대로 형성이 될려나 모르겠다. 일단 아침 식사부터 해야지.

아침을 다 먹은 후 커피를 리필하고 앉아있는데, 어제 그 영국 청년이 올라와서 앞에 앉는다. 이 친구는 론리플래닛 두꺼운 책을 가지고 다닌다. 왠지 여행책은 저렇게 두꺼운게 다니면서 해지고 이래야 멋이 난다. 킨들로 들고 다니면 휴대는 용이한테 인덱싱도 개떡같이 되어 있어서 영 불편하다.

헌데, 막상 론리플래닛이 의미가 없다. 예전에 인도 다닐때만 해도 도움이 많이 된듯 한데, 요즘은 변졀된건지, 뭐가 안맞는건지 실제로 다니는 곳하고 차이가 있다. 오늘 여기 숙소도 안나와있고, 내일 바간에서 머물게 될 모두가 머문다는 그곳도 찾아보니 없다. 요새는 어디든 와이파이가 가능하고, 휴대기기가 발전하면서 tripadvisor 같은 사이트들이 더 유용해고, 론리 같은 책들이 퇴색되고 있다. 그래도 역사나 문화 이런걸 읽기에는 나쁘지 않다.

영국 총각에 이어서 호주 누님도 나타난다. 또 어쩌다보니 오전 대화를 나누게 된다. 이상하게 여기 와서 내가 말이 많아졌다. 일주일 동안 말을 못 해서 그런가? 오늘은 문화 차이에 대해 얘기가 나와서 유교에 대한 설명을 한다. 충, 효, 의, 예 등에 대해 설명하다보니 사실 이게 그리 부정적인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요즘 잊고 있는 것들이 이런 것들은 아닐까?

결혼 얘기가 나와서 대학교때 읽었던 엥겔스의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 책이 내 가치관에 많은 영향을 줬다고 한다. 당시 금서여서 몰래 구했던 빨간책(근데 왜 빨간색 커버를 할까?), 이 책을 읽고 많은 생각을 했었다. 어찌 보면 단순히 가족이 생겨난 과정, 사유재산, 그리고 국가의 말 그대로 기원을 다룬 사회과학 책인데 읽으면서 너무나게 당연하게 생각했던 가족 단위와 국가라는 개념이 당연한게 아니라는것을 깨달았었다. 그리 생각하고 세상을 보니 당연하지 않음에도 너무나도 맹목적으로 따르고 있는 것이 수없이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사람들은 자기는 모두 사랑을 해서 결혼을 한다고 믿지만 과연 그게 그럴까? 보통 일반적인 사람들은 20살에서 30살 사이에 결혼하게 된다. 왜 사랑은 그때만 하게 되는걸까? 10대에도 할 수 있고, 진정한 사랑을 40대에 만날 수도 있다. 굳이 저 나이가 사랑에 적합한 나이는 아니지 않나. 성적으로 활발할 나이라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여튼 사회적인 현상이 무의식에 작용해서 결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하고 그래서 저 나이에 억지로라도 진정한 사랑을 만드는게 아닌가 싶다. 물론 학문학적으로 파고든게 아니니 틀린 얘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진정한 사랑을 하고 싶다면 독신으로 살라고 나는 얘기한다. 그 독신을 깰만큼의 사람이 나타나면, 그건 진정한 사랑이겠지.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노코멘트. 

영국 청년은 오늘 태국으로 들어가서 빠이로 향한단다. 아, 이번에는 내가 정보를 줄 차례군. 일단 메인 거리에서는 절대 자지 말 것을 알려주고, 내가 잤던 그 숙소도 알려준다. 히피들의 새벽까지 이어지는 음주와 고성방가도 유념하라고 한다. 이 친구 뭔가 예전 인도 갔을때 델리 들어가자마자 만나서 하루 같이 다녔던 그 친구가 연상된다.

인도에서 만난 나보다 열살 어리던 그 친구는 여행 마지막 날이었다. 그래서 이런 저런 정보를 얻고, 떠나는 쇼핑하는데 같이 다녔다. 팔찌, 목걸이 등을 사가서 한국에서 판다길래 잘해보라고 격려도 했었지. 나중에 한국 와서 보니 아직 안팔고 있길래 노여사한테 한번 같이 팔아볼까 했더니 그러자고 사라고 해서 내가 그 물건을 다 구매했다. 원래 계획은 데이트 삼아 홍대 프리마켓에서 판매하는거였는데, 그거 아직 노여사네 집에 그대로 있다. 노여사가 한번 보더니 자기한테 똥을 줬다고... 그 친구 이거 보고 있을려나?

여행다니다 만나는 사람들은 나이를 벗어나서 친구가 된다. 이름이 스티븐인 그 친구도 나보다 열살 이상 어린데 친구처럼 얘기를 하게 된다. 한국인들도 예외는 아닌데, 웃긴건 한국에 돌아가면 또 형 동생이 되어버린다. 언어가 사람의 관계에서 형성하는 효과는 지대하다. '형', '오빠'라는 표현을 쓰는 순간 친구가 되기는 쉽지 않다.

조금 있다가 둘다 내려간다. 호주 누님은 오늘 바간으로 같이 가게 될거 같다. 스티븐은 방콕으로 돌아간다. 둘다 내려가고 혼자 남아서 멍때리며 앉아있는다. 여기 확실히 모래가 많다. 주변에 사막이라도 있는걸까?

조금 있으니 스티븐이 풀배낭을 메고 인사하러 올라왔다. 그래도 어찌 보면 이번 여행에서 짧게나마 가장 길게 얘기를 하고, 또 나름 친구답게 만났던 아이다. 시간이 좀 있고 일정이 맞았다면 몇일 같이 다녀도 괜찮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근데 너, 인생의 무게가 장난이 아니구나? 내 배낭의 3배는 되어보인다. 3달 여행 다니는 것도 그렇지만 원래 좀 깨끗한 성격인가보다.

인사를 나눈다. 항상 헤어질때는 "Have a safe trip."이라고 얘기하게 된다. 즐거운 여행도 좋지만 제일 중요한건 안전한 여행이다. 그러고 보니 새끼 발가락은 어찌 된거지? 며칠 약을 바른게 효과가 있는지 그래도 좀 많이 나았다. 이삼일 후에 트래킹 할때까지만 나아다오.

별 생각 없이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널어놓은 빨래가 없어졌다. 어제 바람 분다고 누가 치웠나? 그다지 걱정은 안된다. 여기 사람들이 훔쳐갈 사람도 아니거니와, 이건 훔쳐갈 가치도 없는 물건들이다. 내 냄새를 너무 좋아하는 변태라면 모를까.

더워서 에어컨 나오는 시원한 방으로 들어왔다. 다 투어 갔는지 나 혼자 독차지다. 출발하기전 좀 쉬면서 한국에 있는 사람들과 대화도 한다. 아 물론 근심도 상쾌하게 내려놓는다. 

그나저나 노여사 절대 경주 따라오지 말란다. 그럼 그때 돌아가기 싫은데... 차라리 연장을 할까? 혹시 싶어서 좀 찾아보니 내가 타고온 진에어는 한달이 기한이라 최대치를 써서 늘릴 수가 없다. 빌어먹을 에어아시아 항공권은 두표가 남아있긴 하다. 그렇다면 방법은 진에어는 노쇼처리하고, 마지막으로 방콕에서 라오스 같은 곳으로 에어아시아 이옹해서 이동 후 그곳에서 그동안 모아놓은 대한항공 마일리지로 인천 경유 일본 같은 곳으로 편도신공 펼치면 딱이긴 하다. 라오스 좋다는데 가볼까 싶기도 한데... 뭐 시간적 여유 있으니 나중에 생각해볼련다. 굳이 지금 결정할 이유는 없지.

빨래 그나저나 어디갔나? 옥상에 한번 올라가보니 역시 다시 널어져있다. 바람 때문에 걷었다가 다시 널었나보다. 근데 현지인들 보면 얼굴에 석회 가루 같은 걸 다 칠하고 있다. 이게 일종의 화장이라는데, 역시 미의 기준은 나라마다 정말 다 다르다. 나도 저 분 칠하고 현지 바지 한번 입어볼까? 그럼 진짜 아무도 차이를 모르겠다. 훗. 

시간이 대략 되서 짐을 싸들고 내려간다. 또 다시 울러매는 가방. 이놈 가볍게 하고 온게 이번 여행에서 가장 잘한 짓 같다. 나오기 전에 직물린 새끼발가락에 약 바라는 것도 잊지 않는다. 많이 나았다. 트래킹 하는데 문제 없겠다. 야호!

내려오니 현지 스탭들이 모여있다. 잠시 앉아있으니 자연스럽게 얘기를 나누게 된다. 언어가 잘 안통하니 대화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지만 그래도 시간이 좀 걸릴뿐 소통은 된다. 

몇가지 단어를 배운다. 일단 안녕하세요, '밍글라바.' 감사합니다, '제주띠봐대.' 그리고 숫자들, 아 그새 잊었다. 익숙해질려면 시간 좀 걸리겠다. 

이 사람들 뭐 이리 해맑을까? 단어를 배우고 있으니 우루루 몰려들어서 자기가 가르치려 한다. 나도 한국어로 숫자를 가르쳐주니 자기들끼리 얘기하며 막 웃는다. 

긍정적인 에너지는 전파된다. 이곳에 있으면 우울할 틈이 안보인다. 뭘 하더라도 긍정적이고 해맑다. 특히 내 머리를 좋아한다. 자른 보람이 있군. 그 전통 치마와 화장에 관심을 가지니까 다음에 오면 같이 사러 가잔다. 저거 입고 다니면 좀 그럴까? 하긴 뭐 눈치 볼거 있나 싶다만, 그래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긴 하다. 한복에 대해서 알려주고 사진도 보여준다. 확실히 이쁜게 여자애는 바로 관심을 가지며 비싸냐고 묻는다. 나도 모르게 가격을 500달라 얘기하고 당황하는 표정을 보고서는 잘못했다 생각이 든다. 굳이 얘기할 필요가 있었을까. 

한국에서 왔다니 역시 관심을 갖는다. 한류가 동남아 전역에 퍼진건 확실하다. 처음에 준서, 은서 이러길래 뭔가 싶었는데 '가을동화'를 방영했나보다. 나도 잼있게 봤다고 한다. '꽃보다 남자' 구준표 얘기도 하길래 그건 관심없다고 한다. 

여자애가 확실히 관심이 많다. '대자뭐시기'라 하는데 뭔지 모르다가 영어로 적는거 보니 GG, 소녀시대다. 소시의 한문명이 그러했던거 같다. 이 오라버니도 소녀시대는 한참때 미쳐있었단다. 태연팬이라고 커밍아웃한다. 

다른 가수 아냐고 하니 빅뱅을 얘기한다. 관심없고, 아이유 아냐고 하니 모른다. 몇년 지나면 지은이도 이곳까지 알려질까? 지은아, 너는 진정 국내용인거니? 또 팬심 돋아서 적어주고 꼭 찾아보라고 한다. 한국에 넘버원 가수라고, 넌 얘를 알면 트랜드 리더가 되는거라고. 배낭여행인지 아이유 홍보여행인지...

아까 호주 누님도 가기로 했나보다. 내려왔길래 스탭 하나와 같이 출발한다. 길을 건너야 하는데 신호등은 없고 차가 많아서 건너기가 쉽지 않다. 계속 그러고 있으니 버스 운전수, 스탭 주변에 현지인들까지 이 상황이 웃긴지 막 웃는다. 일단 무조건 웃고 보는거 같다. 이 긍정적인 에너지 어쩔껴. 이 사람들을 어찌 안좋아할수가 있단 말인가. 


겨우 건너서 차를 탄다. 스탭에게도 인사하며 나중에 돌아오면 또 보자고 한다. 꼭 이곳으로 다시 돌아올거다. 나의 미얀마의 첫인상을 너무나도 좋게 만들어준 곳, 다른 곳도 마찬가지겠지만 나에게는 이곳이 미얀마에서의 고향이다. 

차는 세명이 한줄에 탄다. 우등고속과 같지만 물론 그정도로 훌륭하지는 않다. 그래도 이정도면 수준급이다. 에어컨도 나오고 편안하다. 특이한게 얘는 다른 차와 다르게 운전석이 정상적으로 왼쪽에 있다. 

5시간짜이 이동이 시작한다. 긴 여행이니 저번에 보다만 '21세기 자본주의'을 다시 연다. 이런 나라에서 자본주의 관련된 책을 읽는다는게 다소 아이러니하지만 또 오히려 의미가 있다. 모든건 알아야 한다. 알아야 보인다. 

하지만 피자마자 잠이 솔솔... 그래 일단 한숨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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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졸렸는데 왜 눈 감으니 잠이 안오지? 하지만 또 책을 피면 졸리겠지. 그럼 일단 론리를 피고 바간이랑 미얀마 공부나 좀 해야겠다. 

한 두시간이 지나니 휴게소에서 멈췄다. 내리니 이것저것 파는 분들이 있다. 지금 시각이 11시반, 점심이 참 애매하다. 여기에서 뭐라도 먹어야겠다 싶다. 

생선대가리 같은걸 팔길래 자세히 보니 새다. 닭은 아니고, 참새 같은건가? 얼마냐고 물어보니 1000키얏. 뭔가 좀 비싼 느낌이지만 산다.

먹으려고 보니 이거 뭐 살이 거의 없다. 그건 그래도 괜찮은데 왜 머리를 안잘라냈을까. 기분의 문제긴 하지만 머리가 달려있으면 뭔가 잘 못 먹겠다. 머리 부분을 안보이게 손으로 감싸고 다리와 날개를 열심히 뜯어먹는다. 

이거 간에 기별도 안가겠다. 때마침 호주 누님이 화장실을 갔다와서 합류한다. 과일 파는 사람이 있는데 누님, 바나나 하나와 망고 하나를 500에 산다. 나도 망고 두개를 조금 흥정해서 500키얏에 산다. 


잘라서 가져다주길래 먹으면서 누님과 얘기를 나눈다. 근데 누님 맞겠지? 서양 사람들은 워낙 늙어보여서 영 알수가 없다. 동남아여행 다닐때는 망고는 많이 먹을수록 남는 장사다. 망고 두개에 500원이라니, 뭐 거저 아닌가. 

이것저것 얘기하다보니 버스에서 타라고 경적을 울린다. 올라타니 에어컨을 끄거 창문을 열었다.  시원하긴 한데 바람이 거의 내 따귀를 때리는듯 하다. 이거 닫으면 더울테고, 뭐 참아보기로 한다. 
미얀마 노래도 뭔가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버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으며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를 보다 보니 우리들은 왜 이렇게 척박하게 사나싶다. 수많은 엄친아들과 엄친딸들이 우리를 이리 만드는데 일조한다. 하지만 누구나 누군가의 첫사랑은 아닐지라도 누구나 누군가의 엄친아와 엄친딸은 맞다. 그리 비교하시는 어머니들, 나가면 장점만 두세배 과장해서 평범한 우리를 엄친아로 만들어보인다. 어떤면에서 우리는 유령과 경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태국에 비해 길이 많이 험하다. 책을 읽기가 많이 힘들다. 조지오웰의 1984 오디오북을 듣다가 다시 21세기 자본주의 으로 갈아탄다. 자본을 투자하는 쪽과 인력을 투입하는 쪽, 양쪽에 이익을 어떻게 분배하는게 맞냐라는 다소 흥미로은 내용인데, 도저히 집중을 못하겠다. 다음 기회에 보는걸로. 눈을 감고 자다가 깨고 자다가 깨고 한다.

이제 이것저것 보이는거 보니 바간에 거의 다 왔나보다. 차가 멈춘다. 혼자 타고 왔던 꼬마가 내리며 마중나온 엄마와 반갑게 해우한다. 이쁜 자그마한 가방을 들고 있던데 어디서 어떤일로 오는거였을까.

한 현지인이 올라탄다. 나랑 호주 누님은 어제 스티븐의 추천으로 ostello bello로 가기로 잠정 합의를 했었다. 이 현지인이 올라타더니, 그곳은 매우 비싸다, 바간 근처에 2인에 35달라 짜리 에어컨 나오고 와이파이 빵빵한 곳을 빌려주겠다, 라며 유혹을 한다. 글쎄, 내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바간 유적지 근처는 워낙 외져서 탬플로 들어가기에는 좋을지 모르나 식사나 기타 다른 행동을 하기에는 매우 불편하다고 알고 있다. 나와 호주 누님, 그리고 폴랜드 누님 셋이서 버티고 나머지는 결국 다 끌려간다. 그 사람들 지금쯤 잘 있을려나.

우린 내리라고 해서 내린다. 다른 버스로 데려다준단다. 근데 내리고 한참이 지나도 데리러 오지를 않는다. 우리 버림 받은건가? 폴랜드 누님이 가장 먼저 그 가설을 제시한다. 나는 조금 더 기다려보자고 한다. 기다리면서 옆에 갓난아기가 엄마 품에 있길래 이상야릇한 표정을 지어가며 놀아준다. 아기는 어디든 똑같다.

조금 있으니 트럭이 하나 온다. 여기서 만약 버림 받았으면 미얀마에 대해 가지고 있던 좋은 기억이 순식간에 안좋아질뻔했다. 다 같이 트럭 뒤에 올라탄다.

거의 30분을 더 간다. 호주 누님과 나는 그래도 이런 저런 대화를 해서 어느정도 친해졌는데 폴란드 누님은 처음이다. 이건 내가 심리적인게 아니라 진짜인데, 서양인들은 동양인과 서양인이 같이 있으면 서양인하고만 얘기를 시작한다. 이 분도 마찬가지로 호주누님한테만 질문을 한다. 나보다 영어도 못하면서. 나도 너랑 얘기하기 싫거든? 그래도 조금 지나니 대화를 좀 나누게 된다.


가는 중간 보니 유적지가 정말 온 사방에 있다. 한군데 모여있다기 보다는 그냥 쌩뚱맞게 모든 곳에 흩어져있다. 어찌 보면 오르차와 비슷한 광경이다. 워낙 넓다 보니 돌아다니면서 나만의 포인트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목표했던 'Ostello Bello'에 도착했다. 아, 이 광경 뭐지? 성야인들만 수두룩하게 테라스에 앉아서 칠아웃 하고 있다. 이런 곳 몇군대 본적 있다. 뭔가 부담스럽지만 뭐 내가 신경 쓸 필요는 없겠지. 두 여인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간다. 버릇인지 일종의 일행이 생기면 앞으로 나서곤 한다. 가서 가격을 물어보고, 3명으로 해서 이것저것 조율도 해준다. 8인 도미가 12달라인데 지금 자리가 2개 뿐이고, 4인 여성 도미토리 21달라짜리는 자리가 많단다. 약간 미묘할 수 있는 상황에서 폴란드 누님이 자처해서 21달라로 가기로 한다. 내가 20달라를 내니 1달라 잔돈이 없단다. 폴랜드 누님이 21달라여서 내가 1달라 받으면 되는데 이분 역시 잔돈이 없다. 결국 1000키얏을 건네받는다. 내가 약 80원 손해 본 셈이다. 대인배 같으니라고.

폴란드 누님 그새 정이 들었나보다. 무슨 20분만에 정이... 여튼 헤어질때 되니 뭔가 아쉬워하고 두려워 한다. 여행 처음 온건가 싶다. 근데 사실 나는 지금 누구와도 일행을 만들고 싶지는 않다. 아직은 뭔가 혼자가 편하다.

폴란드 누님과 헤어지고 호주 누님과 숙소로 가본다. 8인실에 위 아래 침대를 써야 해서 골라야 하는데, 서로 괜찮다고 미룬다. 사실 나 괘찮지 않다. 위에 가면 뭔가 삐끄덕 소리가 신경쓰여서 불편하다. 그래서 그냥 당당히 아래를 내가 쓰겠다고 한다. 이제 눈치 보는 여행은 그만.

잠시 앉아서, 도데체 이곳이 어딘지, 여기가 어떤지 얘기를 좀 나눈다. 나는 이곳 별로다. 미얀마에 왔으면 미얀마스러운 곳에 있어야 하는데, 여기는 뭔가 휴양지스럽다. 주인도 이탈리아 사람이고, 로비에서 여행 후 처음으로 미국 여자애들을 봤다. 전형적인 미국 억양을 여기서 들으니 뭔가 새롭더군. 나는 이곳에 하루 이상 머물지 않을거 같다. 스티븐이 추천한 이유인, 사람이 많이 모이고 정보를 얻기 좋다는거, 맞는거 같긴 한데 그건 너한테 그렇겠지. 이래서 잘 생긴 놈들은 오징어의 마음을 알 수 없는거다. 나도 그래서 오징어의 마음을 알기 힘...

근데 시설은 정말 좋다. 화장실은 무슨 호텔 화장실 같고, 와이파이도 잘 터지며 이런 저런 배려가 잘 되어 있다. 하지만 중국인, 일본인, 한국인은 한명도 안보인다. 우리도 이런데 전세내고 좀 버텨야 하는데. 하긴 태국에서 그 많던 한국인을 미얀마에서는 비록 며칠 안됐지만 한명도 못 봤다. 바간에서는 좀 있을려나.

호주누님 뭔가 같이 다니기를 원하는건가? 내일 떠나신다더니. 여기 온 가장 큰 이유는 일출 일몰을 혼자 보며 생각에 잠들기 위해서인데 같이 다니면 의미 없다.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거절하는 것도 웃기고, 일단 로비에 있겠다고 하고 나온다.

한 곳에 앉아서 키보드를 피고 글을 좀 쓴다. 나를 중심으로 결계가 하나 생긴 느낌이다. 여기 있는 서양인들은 옷차림도 여행자 옷차림이 아니라 휴양지 차림이다. 조금 있으니 호주 누님도 나와서 지도를 받아온다. 호주누님도 나처럼 거지 복장이라 뭔가 여기 안어울리긴 매한가지다. 

서양인들은 어제처럼 좁은 곳에서 한두명 만나게 되면 친해지기 그리 어렵지 않은데 이런 곳에 우루루 있으면 뭔가 동양인을 그룹에 끼우는걸 꺼려한다. 어릴때 외국에 살때 하도 체감해서 안다. 뭔가 우월감을 가지고 있는거 같기도 하다. 토론대회라도 한번 열어야 하나. 그래서 난 이렇게 서양인들이 그룹으로 뭉쳐있는 곳이 싫다. 괜히 눈치 보는 것도 싫고, 내가 있어야 하지 않을 곳에 있는거 같다는 느낌도 싫다. 아, 여자는 물론 예외다. 하지만 왜 예외인지는 생각하고 움직일것.

뭐 또 하루 자고 나면 의견이 바뀔지도 모르지. 이따 다니면서 숙소도 좀 알아보고 해야겠다. 4시 현재, 지금은 도저히 못 나가겠다. 햇볕이 살인적이다.한 5시쯤 나가야겠다.

갑자기 옆에 앉아있는 서양인이 말을 건다. 안좋은 얘기를 잔뜩 써놓은 직후이다. 얘기를 좀 나눠보니 스위스 사람이다. 한국 사람은 처음 본단다. 우리도 좀 뻔한데 말고 다녀보자. 여자친구도 같이 대화에 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한다. 스위스에는 4가지 언어가 있다고 한다. 한글에 대헤 묻길래 또 세종대왕 블라블라. ㅣ 어쩌면 벽을 치고 있었던건 이들이 아니라 내가 아닐까? 오히려 이렇게 동양인이 없는 곳에서 나는 희소성을 가지고 있을지도. 그래도 내일 옮길래... 여기 싫어... 부담시러...

5시가 됐으니 슬슬 나가봐야겠다. 지도를 받긴 했는데 주머니에 쑤셔넣는다. 첫날에는 지도보다 발로 동네를 배워야 한다. 바로 앞에서 전자바이크라고 부르는 결국에는 스쿠터인 것을 저녁 반나절 3000키얏에 빌려주는데 같은 이유로 스킵한다. 미국인들 막 돌아다니면서 포인트만 보고 다니는게 뭔가 내 맘에 안든다. 

일댄 무작정 걸어본다. 걸으면서 게스트하우스가 나타나면 들어가서 가격을 물어본다. 이동네 비싸다. 도미가 아니면 기본 28달라는 넘는다. 여기 말고 다른 옵션은 없단 말인가. 

좀 걷다보니 길을 모르겠다. 중간에 있는 아이들에게 사원가는 길을 물으니 다들 멀뚱멀뚱. 그래, 안물어볼께. 

큰길로 가다 샛길로 들어간다. 어디 가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샛길로 들어가니 완전 다른 광경이 나온다. 여기도 사람 사는 동네구나. 소, 돼지를 풀어서 키우고 있고 굉장히 허름하지만 모여서 티비도 보고 있다. 

아기를 업고 가는 젊은 엄마가 보이길래 샐짝 웃어준다. 아기가 날 빤히 쳐다보길래 "밍글라바"라고 먼저 안녕이라 해준다. 애가 수줍어서 피한다. 어머니 깔깔 웃으시면서 왜 인사를 못해라고 구박한다. 아마도. 

길을 가다보니 왠 아름다운 강이 보인다. 그쪽으로 들어가는데 왠 오토바이 하나랑 헐벗은 아저씨 하나가 뒤에 따라온다. 살짝 무섭다. 안으로 들어와서 그런지 외국인이 하나도 없다. 살짝 경계모드로 들어간다. 

오토바이 타고 있는 애가 세우더니 영어로 말을 건다. 미얀마에서 들은 영어 중에서 꽤나 상급이다. 만달레이에서 공부를 하고 있단다. 왼쪽 눈에 장애가 있어서 살짝 무서워한게 미안해진다. 그래도 혹시 몰라서 조심스레 말을 섞어본다.

나름 이 동네의 엘리트 자부의식을 가지고 있는 청년이다. 자기 아버지가 화가였는데 영어를 못해서 기념품으로 판매 못했다며, 자기도 화가고 그래서 만달레이까지 가서 영어를 배운단다. 지금은 방학으로 돌아와서 마을에서 쉬고 있다며, 이곳이 자기 마을이란다. 물론 영어가 아주 훌륭한건 아닌지라 한참 얘기하고 알아들을 수 있었다.

오토바이 뒤에 있는게 그 그림인가 보다. 뭔가 친근하게 구는데 그림이 궁금해져서 한번 봐도 되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물론이라며, 자기는 지금 영어 연습할 상대가 필요하다며 그냥 부담없이 보라고 돗자리를 피고 펼친다.

그림은 생각보다 괜찮다. 나름 집에 걸어놓을만한 구도다. 한장 한장 펼치며 자부심을 가지고 설명해준다. 좋은 구경했다며 일어날려고 하는데 다음 그림 꾸러미를 펼친다. 아, 보자고 한게 잘못 했구나.

다음 것도 펼치고, 그 다음 것도 펼친다. 안물어볼 수가 없다. 얼마냐고 물어보니 작은게 7000키얏이란다. 이 나라 기준이면 엄청 비싼거 아닌가? 내가 미안하다, 그림 살려고 한건 아니다 했더니 5000키얏에 주겠단다.


아, 이게 아닌데. 그래도 한 30분을 대화하고 같이 돗자리 깔고 앉았는데 안사기도 뭐하다. 결국 가장 마음에 드는 그림을 5000키얏에 사겠다고 한다. 비싸게 준걸까? 혹시 사기 당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사기 당해서 손해가 최대 5000원 정도라면 감수할만하다. 게다가 나름 그림도 마음에 들어서 방에 걸어놓을 수 있을듯 하다. 이 청년과의 만남 과정도 마음에 들고, 앞에 호수의 정경도 너무 아름다워서 그다지 피해를 봤다는 생각은 안하게 된다.

그 청년이 고맙다며 옆에 사원이 일몰을 보기 좋은 장소라고 추천해준다. 안그래도 찾고 있었는데 땡큐! 그 청년이랑 헤어지고, 사원쪽으로 길을 나선다. 내가 떠나자마자 그 청년 친구들이  청년 주위로 집결한다. 무슨 얘기를 나눴을까.

사원은 은근 바로 앞이다. 그 앞에 강이 이쁘게 펼쳐져 있어서 정경이 꽤나 아름다울 것으로 기대된다. 올라갈려고 보니 제일 밑에부터 쫄이가 벗어져있다. 맨발로 올라가는건가? 쭈뼛쭈볏하면서 옆의 현지인에게 물어보니 벗으란다. 그렇군, 벗고 맨발로 올라선다.


땅이 뜨끈뜨끈하다. 발바닥에 닿는 땅의 까칠까칠한 감촉이 나쁘지 않다.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종소리가 은근하게 계속 울려퍼진다. 탑의 꼭데기를 바라보니 작은 종이 바람에 살짝 살짝 흔들리며, 딸랑딸랑 소리를 내고 있다.

아직 일몰이 본격적으로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일몰의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그냥 서서 보기 뭐해서 눈치를 좀 보다가 벽에 올라타고 앉는다. 괜찮나 주변을 살펴보니 다른 사람들도 올라타고 있다. 승려들도 그러길래 괜찮나보다고 생각한다. 근데 왜 내가 올라가기 전에는 없었지.


여기서 앉아서 일몰을 보고 있으니 왠지 고산리 기상관측 센처에서 본 일몰이 떠오른다. 거기도 진짜 좋았는데. 벽 끝에 앉아있는지라 뭔가 불안불안하다. 뒤에서 누가 밀면 어쩌지? 나를 왜 밀겠어. 그럴 가능성이 없는지 알면서도 살짝 오금이 저린다. 하지만 여기까지 올라와놓고 두려워하는 티가 나면 안되지. 쿨한척 하며 억지로 분위기 있는 얼굴까지 지으며 앞을 지긋이 쳐다본다.

해가 구름 뒤로 사라진다. 아, 오늘 일몰 제대로 못 볼려나. 다들 안타까운 소리를 낸다. 하지만 조금 지나니 해가 그 구름 밑으로 수줍게 다시 얼굴을 들이민다. 그래, 아직 쇼는 끝나지 않았다. 조금씩 조금씩 해는 더 붉어지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밑으로 한발자국씩 내려간다.


강과 산과 들, 그리고 구름과 해가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는듯 하다. 하지만 생각보다 쇼는 짧게 끝난다. 해가 산 밑으로 숨고 나니, 멈췄던 시간이 다시 흐르고 사람들이 정신을 다시 차린다. 나도 주위를 이제 좀 둘러보니 현지인들이 매우 많이 보인다. 승려들을 포함하여 현지인들도 이쪽이 관광지로 많이 오는 곳인가보다.

여운을 즐기며 조금 더 앉아있는다. 그러고보니 이어폰을 가지고 왔지만 이번에도 꺼내지 않았다. 이번 여행에서는 음악을 준비해왔어도 안듣게 된다. 자연의 소리, 사람들의 소리가 더 좋다.

너무 어두워지기 전에 집으로 향해야겠다. 슬슬 일어나서 밑으로 내려온다. 내 쪼리는 이번에도 아무도 안가져가고 살아남았다. 쪼리를 찾아서 신고 길을 나선다.

이번에도 굳이 지도를 보지 않고 걸어간다. 왔던 길로 찾아서 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맞는지는 모르겠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웃음을 보내면 거의 모두가 웃음으로 화답한다. 이게 별거 아닌거 같지만 막상 이런 사람들이 흔하지 않다.

꼬마들이 지나가면서 '헬로'라고 외치기에 나는 '밍글레바'라고 대답해준다. 그러면 자기들끼리 깔깔거리며 웃는다. 아 사랑스러운 것들. 여기가 관광지임에도 거주하는 사람들은 영향을 거의 안받은거 같다. 사실 외국인도 지금 있는 그 리조트 같은 게스트하우스 말고는 본적이 없다.


배구를 하며 노는 아이들을 마주친다. 이럴때면 내가 운동을 그다지 잘 못한다는게 아쉽다. 왠지 여기 앉아서 구경하고 있으면 껴줄듯 한데. 스파이크 때리고 하는게 내가 낄 분위기는 아니다. 그러고보면 난 잘하는게 뭐지? 조금씩은 다 하는데 막상 잘하는건 없다. 말하는거?

한번 길을 해메고 결국 지도를 편다. 축복 받은 구글 지도, 바로 내가 갈 길을 알려준다. 진짜 내가 가야하는 그 길도 얘가 알려주면 참 편할텐데. 뭐 그러면 또 인생을 사는 의미가 없겠지.

중간 중간, 식당들이 보이지만 일단 숙소 근처 갈때까지 들어가지 않는다. 아무래도 밥은 안정된 곳에 가서 먹는 것이 좋다. 한 20분 걸었나, 이제 대충 어딘지 알고 숙소가 어딘지 감이 잡힌다.

현지인 식당을 보니 또 어제 식당들과 마찬가지로 백반인듯 하다. 나쁘진 않은데 오늘은 뭔가 다른걸 먹고 싶다. 주변에 조금 다른 듯한 식당이 있어서 메뉴판을 본다. 고기가 3500키얏, 싸진 않지만 또 못 먹을 정도는 아니다. 들어가서 자리를 잡고 앉는다.

주문을 받는다. 그래도 메뉴가 있고 주문을 하는게 어디냐. 근데 뭘 주문해야 할지 전혀 감이 안잡힌다. 아무거나 하나 골라달라고 하니 또 그 당황하는 웃음을 짓더니 그래도 닭고기와 파인애플 조합을 추천한다. 콜!

콜라도 하나 시킨다.1000키얏인데 병이 아니라 캔이다. 얼음도 없단다. 그래 주어진 거에 만족하며 먹자. 조금 기다리니 닭고기가 나온다. 흠, 비쥬얼은 조금 실망이다. 밥을 먹을거냐고 해서 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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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아디다스와초장 2015.05.02 19:20  
와이파이 문제인가요?
애독자라 매일매일 들어와 보는데.
다음 편 언제 올라오나요?
(늘 같이 여행하는 기분으로 같이 생각하면서 잘 읽고 있습니다.^^)
아랑다리 2015.05.03 01:39  
아 와이파이가 느려터져서 블로그에는 올리는데 다른 곳은 못 올리고 있었습니다. 사건도 하나 있었두요. 보시는 분들이 있다니 올려야겠네요. 일단 블로그에는 다 있으니 거기서 보셔도 됩니다.

lkfar.tistory.com
필리핀 2015.05.11 06:23  
도미토리 비매너는 중국인 뿐만 아니라 서양인도 심하더군요...

중국인이 교양 부족이라서 그렇다면,

서양인은 개인주의 때문에...

자신의 내면을 꼼꼼하게 드러내는 여행기... 잼 나게 읽고 있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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