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정원이 되어준 미얀마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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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정원이 되어준 미얀마 7

요시무라간이치로 3 2534

아침 일찍 인레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로 했습니다.

냐웅우의 소이닌산 게스트 하우스에 미리 택시를 요청했더니

합승할 한국인 여행자분이 계시다며 합승을 요청했습니다.

택시비를 반만 내니 거절할 이유가 없었죠.

 

바간에선 약간 컨디션이 안 좋아 하루 일정이 끝나고 방에 들어가 휴식을 많이

취했습니다. 소이닌산 게스트하우스엔 한국 여행객이 많고 제가 있는 동안에도

8명이나 있다고 저녁 시간 옥상 카페에서 얘기를 나누라고 게스트하우스

아주머니가 말씀했지만 전 좀 조용히 있고 싶어 방에서 음악 듣고 책을 보았습니다.

아침도 땡기지 않아 안 먹는다고 했더니 걱정스런 눈빛을 보내며 과일을 접시에

깍아 주시더군요.

 

게시판 어느 글엔 이 소이닌산 게스트하우스에 대해 과잉 대응 또는 버스표 강매 등의

말씀을 하시는데요, 저는 뭐 그에 해당되는 상황이 없어서 그저 미소를 짓고 친절을

보여준 게스트하우스 식구들에 감사의 인상만 남겼습니다.

 

공항 가는 길과 같은 비행기를 타는 잠시 동안 길동무가 생겨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일정이 워낙 빡빡하셔서 정말 열심히 이동하시는 남자분이셨습니다.

저 역시 돈보다는 시간이 아쉬운 직장인이라 서둘러 많은 걸 보러다니는 그분에 공감되었습니다.

 

공항에서 파는 에스프레소 한잔을 마시니 하루를 시작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인레 가는 비행기도 바간 올 때 탔던 KBZ Air, 인레는 약 45분 정도에 도착하였습니다.

비행기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니 큰 산이 둘러쌓여있는 중간 오목하게 호수가 있는 형상이었습니다.

 

헤호 공항은 시골스런 바간 공항보다 더 시골스럽더군요.

비행기에 내려 이동버스 승차 없이 걸어서 활주로를 건너 공항청사 건물로 들어와

리어카로 옮기는 제 짐을 눈길로 찾아봤습니다.

 

공항 청사 밖으로 나와 게스트하우스가 모여있는 냥쉐까지 가는 택시를 타기 위해

물어보니 25,000짯을 부르더군요.

별도의 협상 없이 25,000짯을 수락했습니다. 아마 20,000짯 정도가 정가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헤호와 냥쉐까지는 산을 넘고 들판을 가로질러 약 40분 정도 거리였습니다.

 

바간보다는 고산지역이라 풍경도 바간과 사뭇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황토빛 맨살이 많았던 바간보다는 울창한 숲과 헤호 호수가 공급하는 넉넉한

수량으로 많은 논밭이 있는 인레가 훨씬 풍요롭고 신선한 느낌이었습니다.

실제 기온도 바간보다는 높은 고도라 선선한 편입니다.

 

저는 낭쉐에서 숙소를 메이 게스트하우스(May Guesthouse)로 잡고

길동무는 지인들이 있는 피 게스트하우스(Phi Guesthouse)로 하여

각자의 숙소에서 내려 헤어졌습니다.

 

제가 지냈던 메이 게스트하우스는 낭쉐 주도로 중간에서 남쪽으로 약간 들어간

위치로 론니 플레닛이 추천한 숙박업소입니다.

소박하면서 매력적인 정원이 있고 나무와 대나무로 된 객실이 편안하고

자연스런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트윈룸이 하루 15,000짯이라 합리적인 객실요금이었고 아침으로 커피와 계란프라이,

토스트가 준비됩니다.

다만 아쉬운건 벽이 얇아 방음이 잘 안 된다는 점이었죠.

저는 혼자 지내다 보니 핸드폰으로 음악을 계속 들었는데 다음날 아침 옆방의

서양 아가씨가 음악소리가 너무 잘 들려 잘 쉬지를 못한다고 하소연하여

수차례 사과를 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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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객이 많이 상주하는 낭쉐는 사실 큰 마을이 아닙니다.

동서로 약 1km, 남북으로 약 800m 정도라서 걸어서도 충분히 동네의 분위기를 읽을

수 있습니다. 저는 그걸 모르고 마지막 날이 되서야 보트투어를 마치고 저녁 어스름에

걸어서 한바퀴를 둘러봤는데 도착한 첫날 못 돌아봤던게 너무나 아쉽더라구요.

저는 소란스럽고 북적거리는 메인 도로가 전부인 줄 알고 그 근처에서만

식사하고 커피마시고 했는데, 남쪽 거리로 들어가면 훨신 한산하고 조용하면서

세련된 식당과 커피숍, 게스트하우스가 많더라구요.

또 북쪽엔 현지인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시장도 있으니 처음 낭쉐 마을을 방문하신다면

걸어서 또는 자전거를 타고 호수 주위 라이딩에 앞서 낭쉐 마을의 구석구석을

한번 돌아보시라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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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하고 짐을 풀고 본격적으로 인레 관광에 나섰습니다.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에게 어떻게 관광을 해야하냐고 물으니

친절하게도 인쇄한 지도를 주며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첫날 반나절 여행으로 추천은 자전거를 타고 인레 호수를 반시계 방향으로 돌아가다

9시 정도의 위치의 나룻가에서 보트에 자전거를 싣고 반대편 3시 방향의 나룻가로

호수를 가로질러 가 다시 도로를 반시계 방향으로 돌아 오는 코스를 추천하였습니다.

 

평소 실내 자전거를 꾸준히 타고 다리를 단련하는 편이라 주인장의 추천대로

5,000짯을 주고 일단 자전거를 빌렸습니다.

점심 때가 다가오는 지라 우선 허기를 채우기 위해 낭쉐 시내의 적당한 식당을 찾았습니다.

큰 도로 서쪽으로 조금 달리니 왼편에 대나무 외벽에 녹색으로 칠한 눈에 띄는 식당이

눈에 보여 서슴없이 들어가 동네가 잘 보이는 2틍 테라스 자리에 앉았습니다.

안타깝게도 식당의 이름은 기억이 나지가 않네요.

볶음밥에 망고주스... 적당한 맛과 적당한 가격의 식당이었습니다.

커피까지 해서 약 8,000짯 정도.

 

배를 채웠으니 본격적으로 인레 호수 주위를 달려보기로 했습니다.

낭쉐 마을 서쪽의 수로를 가로지르는 다리를 지나 계속 달려가니 그야말로 시골길이 펼쳐집니다.

멀리까지 펼쳐진 푸른빛 논과 길 아래 작은 냇가, 그 냇가에서 한가로이 낚시질 하는 청년들

원근감이 직설적으로 느껴지는 곧은 직선길과 햇볕을 가려주는 가로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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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목표 지점은 호수 약 10시 방향에 위치한 온천....

근데 지도로 가리킨 위치보다 생각보다 거리가 꽤 되더라구요.

한참을 땀을 흘려 아주 잘 꾸며진 온천 건물에 도착하였습니다.

온천비용은 일인당 10,000짯 또는 10달러... 이러면 짯으로 계산하는 게 이익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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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저는 출발할 때부터 챙겨갔고, 이곳을 방문하기 위해 잊지말아야 할 것 !

이것은 우리식 온천이 아니라 남녀공용의 노천온천이기 때문에 여벌의 반바지 또는

수영복을 챙겨가야 합니다. 수건은 서비스 해 줍니다...

간단히 샤워를 하고 노천온천으로 들어가니 호수의 습지를 끼고 탁 트인 시야를

볼 수 있는 네 개의 크고 작은 원형 온천욕장이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세련된 목조로된 욕장이었습니다.

이미 한 시간 가량 자전거를 타고 와 목이 말랐기에 내부에 있는 바에서

미얀마 맥주 한캔을 시켰습니다. 맥주는 3,000짯... 비쌌지만 땅콩과 오렌지주스까지

서비스해주기에 기분 좋았습니다.

 

온천장엔 저 외에 커플 한쌍만 있었기에 가장 가장자리 욕탕에 자리를 잡고

제가 좋아하는 재즈음악을 핸드폰으로 작게 틀고 욕탕에 몸을 담궜습니다.

아주 뜨겁지도 그렇다고 미지근하지도 않은 물온도가 피로를 풀기에 아주 좋았습니다.

갈증을 찬 맥주 한모금으로 씻어내고 뒷 산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니

아주 나른하면서 상쾌한 느낌이었지요.

 

나중에 얘기를 들으니 많은 여행객들이 쉽게 이 온천을 지나치지만 저는 꼭 여기를

들러보시라 당부하고 싶습니다.

더운 나라에서 호수를 바라보는 온천욕, 그리고 산바람.... 쉽지 않은 경험일 겁니다.

 

한시간 정도 온천을 마치고 다시 자전거를 타고 달립니다.

온천을 지나니 정말 시골 풍경이 펼쳐집니다.

소달구지를 끌고 밭일 가는 농부, 이미 옥수수 수확을 마치고 쟁기를 옮기는 아낙네,

조그만 시골학교 마당에서 재잘재잘 뛰어노는 아이들,,,,

그리고 무엇보다 저를 보며 사람들이 보내는 해맑은 미소와  '밍글라바' 인삿말...

전 이번 여행 중 사진으로 찍지 못한 기억의 가장 인상깊은 장면이 이것입니다.

풍요로운 자연, 따듯한 사람들, 포장되지 않은 생활의 모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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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레 호수의 규모는 생각보다 상당히 컸습니다.

남북으로 20킬로, 동서로 11킬로의 규모이니

12시 방향의 낭쉐에서 부터 9시 방향의 나룻가까지도 족히 15킬로는 달린 듯 합니다.

더구나 정서에서 정동으로 가로지르는 보트를 타기 위한 나룻가의 위치도 약간 애매합니다.

큰 도로를 달리면 후핀 리조트라고 아주 멋지고 화려한 리조트의 정문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 곳에서 오른쪽 도로로 그냥 달리기 쉬운데 호수를 건너려면 이곳에서 멈춰야 합니다.

이 지점에서 보트가 있는 습지까지도 조금 거리가 있는데 그 사이에 마을이 있어

어느 골목으로 들어가야 하는지 약간 헷갈리기 쉽습니다.

 

여기서는 망설이지 말고 동네 사람을 붙잡고 보트타고 건너편 가는 보트가 필요하다고

묻는 편이 좋습니다. 물론 자전거를 싣고 가야한다는 말을 잊으면 안 되지요.

보트를 가진 마을 주민을 만나면 좁은 골목으로 마을을 가로질러 나룻가로 내려가야 합니다.

보트 비용은 7,000짯... 게스트하우스 주인은 10,000짯이라고 했는데... 제가 운이 좋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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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는 보트는 생각보다 크더라구요.

실제로 이 나무로 만든 보트는 관광객 4명을 태울 수 있는 보트입니다.

보트에 자전거를 싣고 저는 나무 의자에 앉아 호수를 내달렸습니다.

잔잔한 호수 위에 펼쳐진 호수의 풍경은 자전거를 타며 보는 그것과 또 다른 느낌이더군요.

습지의 수생식물 군락을 벗어나 탁 트인 호수 표면을 물보라를 일으키며 달리는 기분은

정말 상쾌했습니다. 두꺼운 구름이 건너편 산자락에서 내려와 약간의 빗방울을 떨어뜨리는

장면도 일품이었습니다.

 

약 30분을 달려 건너편 나룻가에 닿아 다시 자전거를 굴렸습니다.

해질녁이 되서인지 가끔 보이는 외국인 여행객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고

거리도 꽤 남아 쉼없이 내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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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코스는 아마도 전체 거리가 약 20~25km 정도 자전거로 달려야 할 것 같은 거리입니다.

쉬엄쉬엄 달린다면 서너시간은 넉넉히 잡아야 될 것 같아요.

평소 체력이 걱정이 되거나 일정이 빡빡하다면 코스를 좀 더 단촐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하여 샤워를 하고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저녁은 큰 길가에 있는 오울 그릴 하우스(Owl Grill House)

체력소모가 많은 날이라 좀 많이 시켰습니다.

수제 닭고기 햄버거, 토마토 수프, 참치샐러드, 망고주스....

 

식사 도중 동네에 전기가 나가 테이블 마다 작은 양초를 키고 식사를 하니

더욱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다만 큰 길가라 경운기, 트럭 소리가 성가시죠.

식사는 훌륭했습니다. 다만 소음이 많고 어수선한지라 앞서 글 쓴대로

남쪽 도로로 들어가면 훨씬 조용하고 편안한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이 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메이 게스트하우스로 들어가는 골목 즘 큰 길가에 멋진 외관의

마사지샵에 들렀습니다. 안타깝게도 상호가 기억이 안나네요.

하지만 특이한 형태의 이층의 목조건물이고 간판에 Beauty Spa라고 되어 있으니

쉽게 인식하실 수 있습니다.

일층 내부는 세련된 외부에 비해 허름한 편이지만 대단히 많은 마사지사가

대기하고 있더군요. 물론 비수기라 손님이 없어 다들 티비를 보고 있었습니다.

저는 18,000짯 90분짜리 타이마사지를 신청하고 마사지실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큰 마루 형태의 넓은 마사지실에서 저 혼자 젊은 여성 마사지사의 야무진 태국마사지를

받으니 활동량이 많았던 이 날의 피로가 말끔히  풀렸습니다.

 

바간에 이틀을 머무르고 떠날 때 다시 미얀마에 오면 바간에서 더 오랜 시간 보내야겠다라고

생각했는데, 인레에 오니 다음번엔 바로 인레로 와 일주일 동안 여기서만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에겐 각자 좋아하는 풍경과 여행의 모습이 있지만 아마도 저는 여기 인레의 자연과 사람이

큰 안식과 사색을 만들어내어 정말 좋은 여행지가 되었습니다.  

 

3 Comments
긴여행 2017.02.07 10:34  
기분좋은 여행기네요
이번달 8박예정인데 제가좋아하는 분위기입니다.저는 미국에서 오래살은 60대 반영감입니다
무명소졸 2017.06.14 21:07  
인레호수 더 가고 싶게 만드시네요.
꽁이1 2017.12.05 21:43  
크... 멋지네요. 저도 일부로 인레호수 넣었는데 만족하길 바랍니다.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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