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여행기] 나홀로 31일 동남아 여행 - Day 16 (Hsip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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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여행기] 나홀로 31일 동남아 여행 - Day 16 (Hsipaw)

아랑다리 2 2107
트래킹 갔다가 방금 들어와서 빨래하고 목욕하고 지금 방금 앉았네요.

아 죽다 살아났습니다. 이 나이에 갈건 아닌가 봅니다. ㅎ

http://lkfar.tistory.com/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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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번째 맞이하는 아침. 공식 일정이 31일이었으니 이제 드디어 반을 넘긴 셈이다. 근데 공식 일정인 31일로 과연 이번 여행을 끝내게 될까?

오늘은 드디어 트래킹을 떠나는 날이다. 8시까지 어제 예약한 그 여자 사장님네로 가야하니 조금 서둘러본다. 어제 낮잠을 하도 자서인지 새벽에 잠을 깬 이후에 잠을 잘 못 잤다. 그래도 절대적인 잠 시간은 충분하니 괜찮겠지.

일어나자마자 신호가 와서 근심을 해결한다. 트래킹 중에 신호가 오면 어쩌나 걱정이었는데 기특한 내 몸은 알아서 오전에 해결해준다.  근데 진짜 부족마을의 화장실을 어쩔려나. 감이 안온다. 그래도 나름 여행자들이 방문을 꽤나 하니 조금은 외지인에 익숙해져있지 않을까 싶으면서도 미얀마의 특성상 안그럴거 같기도 하다. 이거 다음에 병만족이 오지 탐험! 하면서 여기 나오는거 아냐?

일어났으니 아침을 먹으러 옥상으로 올라간다. 어제는 제대로 밥을 못 먹었지만 오늘은 반대로 배를 든든하게 채워야 한다. 오늘 총 8시간을 걷게 된다. 내 발이 괜찮을까? 오늘 하루만 힘 좀 내자 애들아.

자리에 앉으니 아침을 가져다준다. 어제는 볶음밥이더니 오늘은 면이다. 근데 밥에서 면으로의 변화만 있을뿐 양념이나 계란후라이 올리는거 까지 동일하다. 거기에 식빵 2개, 수박, 바나나까지, 어제는 몰랐던 이곳 조식의 푸짐함을 오늘 깨닫는다.

커피를 한잔 타서 밥과 함께 천천히 먹는다. 맛이 훌륭하다고는 못하겠지만 오늘 하루를 든든하게 해줄 고마운 양식이다. 아침마다 풍기는 미얀마 특유의 분위기가 조식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 강가쪽은 안개가 자욱하게 껴 있고, 반대편은 커다란 나무들이 나와 눈높이를 같이 하고 있다.

친구들과 간만에 얘기를 하다가 연휴였다는 것을 깨닫는다. 오늘이 무슨 요일이지? 또 잊었다. 찾아보니 수요일이다. 그러면 어제가 휴일이었으니 월요일이 껴서 연휴는 아니지 않나. 나랑 별 상관없는 쓰잘데기 없는 생각을 해본다.

어제 노여사와 얘기하다가 일정을 연장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어차피 일찍 가봤자 노여사는 경주로 떠나서 없을테고, 이번에 다 가보지 않으면 죽을때까지 못 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라오스, 그리고 시간나면 베트남을 찍기로 결심한다. 아직 빌어먹을 에어아시아의 표가 2장이나 남았지만 이 중에 하나만 쓰기로 한다. 여기서는 인터넷이 너무 느려서 노여사한테 메일로 예약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방콕에서 라오스로 간 이후에는 진짜 아무 무일정으로 다니게 될듯 하다. 육로로 이동하다가 귀국은 대한항공 마일리지로 일본까지 편도신공을 펼칠 계획이다. 하노이에서 일본으로 편도표를 끊으면 하노이-인천, 인천-일본, 이렇게 표 2장이 생긴다. 인천에서 스탑오버가 1년까지 가능하기에 생긴 편법이다. 이번 여행이 끝나면 조만간 노여사와 일본이나 잠깐 갔다올까 생각중이다.

아침을 다 먹고 커피를 한잔 마시며 어제 글을 올린다. 이제는 사진이 없어도 잘 안올라가서 3G로 바꿔서 올린다. 이상하게 갈수록 인터넷이 느려지는거 같다. 왜지? 오늘은 이동하느라 글을 쓰기 힘들거 같아서 걱정이다. 이번에 한번 몰아서 써보니 이게 엄청 빡센 작업임을 알게 되었다. 그때그때 써야 재미도 있고 쉬운데... 뭐 어쩔 수 없다.

밥을 먹고 쉬다 보니 7시가 넘었다. 이제 슬슬 일어나서 짐을 싸고 나올 준비를 해야 한다. 아 그래도 예의상 세수는 한번 해줘야겠다. 선크림도 발라야 할까?

내려와서 짐을 싼다. 이것도 트래킹이니 짐이 많으면 안된다. 뭘 가져가고 뭘 남겨놓지? 일단 비올지 모르니 우비 집어넣고, 혹시 모르니 반창고랑 연고 챙기고, 잠옷 하나, 쫄이도 필요할지 모르지, 폭포 간다고 했으니 수영복... 이거 넣다보니 한짐이 나온다. 뭐 그래도 그다지 무겁지는 않으니 들고 가야겠다.

로비로 내려가서 어제 얘기한데로 짐을 맡겨놓겠다고 하니 어떤 구석진 방으로 데려간다. 딱히 짐을 안전하게 챙겨놓을 방처럼은 안보이는데. 뭐 그래도 미얀마에서 최소한 도난사고는 안일어날거 같은 믿음이 있다.

작은 가방을 들고 여사장님네 가게로 출발한다. 이주만에 신발을 제대로 신으니 뭔가 발에 느껴지는 감촉이 낯설다. 역시 쫄이가 최고이긴 하다.

내가 1등이다. 아니 지금 45분이 지났는데 왜 아무도 없는거지. 앞으로 코리안 타임이 아니라 웨스턴 타임이라고 지어야겠다. 하루를 함께 한 정이 있어서인지 나를 보더니 남편분과 가이드 전부 다 반가워한다. 아들내미는 그새 또 내가 어색해졌는지 나를 보더니 도망간다. 아기들하고 친해지기 정말 힘들구나.

사람들이 올때까지 차를 마시면서 글을 좀 쓴다. 티비에서는 싸이가 나오고 있다. 여기 아들내미가 싸이 팬이라더니 주구장창 싸이 노래만 나온다. 차라리 싸이처럼 머리를 자르고 춤을 제대로 배워서 다녔으면 인기 좀 있었으려나? 인기 있어봤자 하등 의미 없는 인기였겠지 뭐.

이 이간들 8시가 되도 안온다. 아까 아침 먹고 내려올때 한명 올라오더니 아직 준비중인가보다. 이런 예의 없는 것들.

오랜만에 카톡하면서 사람들하고 얘기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노여사네 회사 선배들 두명이 지금 연애를 하는데 다 내 과 후배들이란다. 참 세상 좁다. 역시 죄짓고 살면 안된다.

조금 기다리니 드디어 사람들이 도착했다. 늦게 와서는 당당하게 천천히 들어온다. 그래도 다 도착했으니 이제 출발할 수는 있겠다. 프랑스 사람들은 서로 친하게 지낸듯 해서 같이 잘 어울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자 이제 출발. 가방을 짊어지고 길을 나선다. 가방이 가벼워서 걸어가기는 편하겠다. 해가 중천에 떠 있어서 얼굴이 시꺼매지겠지만 뭐 결국에는 까매질꺼 포기하고 좀 일찍 까매지면 좋지.

프랑스인들과 대화를 좀 하면서 걸어간다. 이 친구들은 2년을 같이 여행 중이란다. 돈이 있을때 여행하고 떨어지면 호주로 가서 일해서 다시 돈을 벌고, 이런 식이다. 다들 여행 다니면서 만나서 같이 다니고 있단다. 2년을 같이 다닌 사람들 사이에서 친해질려면 쉽지 않겠다. 부장님 유머라도 하면서 친해져야 할려나. 모델 포스 언니는 30살 아저씨가 중간에 꼬셔서 같이 다닌다고 한다. 이 아저씨 능력 좋네. 하지만 난 더 능력이 좋지롱.

길아 꽤나 가파르다. 그래도 선두 그룹에서 낄려고 노력한다. 이런데서 한번 뒤로 처지면 따라 잡기가 더 힘들어진다. 햇볕이 뜨거워서 선글라스를 끼고 걸어간다.

오늘의 가이드는 엊그제 같이 보트투어를 했던 '해태'와 새로운 가이드인 '조조'이다. '조조'가 메인 가이드이고 '해태'는 서브이다. 하긴 저번에 보니 해태는 아직 아는게 없다. 따라다니면서 배우는 중인가보다.

둘다 한국 노래를 엄청 좋아한다. 이곳에서도 EXO가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둘이 계속 '으르렁' 노래를 부르면서 따라온다. 2NE1도 꽤나 인기가 많고 역시나 빅뱅도 유명하다. 의외로 AOA도 인기가 좀 있다. 하지만 역시나, 아무도 아이유를 모른다. 하....

언제나 그렇듯이 아이유 홍보대사의 임무를 시작한다. 왜 도데체 아무도 아이유를 모르는걸까. 아무리 한국에서 제일 유명하고 이쁘고 노래 잘부르고 춤도 잘 춘다고 홍보해봤자 관심을 안 갖는다. 소속사가 문제인가? 아이유도 SM으로 가야지만 해외에서 인기를 끌려나. 하긴 코드가 다른거 같기도 하다. 팬심에 많이 안타깝다. 좋은 것은 같이 봐야 한다고 빨리 아이유가 알려져야 할텐데.

중간에 마을에 하나 들어선다. 전기가 안들어와서 태양에너지를 사용하고 주변에 흐르는 물을 사용하는데 그래도 신기하게 슈퍼마켓이 있다. 이곳에서 첫 휴식을 취한다. 물을 살까 하다가 아직 좀 남아서 안산다.

술과 음식 얘기가 나온다. 개고기 얘기가 나와서 한국에서는 많이 먹지만 나는 안먹어봤다고 한다. 외국인들이 의외로 개고기에 대해서는 생각보다 관대하다. 하긴 지네는 거위 간을 불려서 먹으니 할말이 있겠는가. 하지만 모두 원숭이 뇌를 산채 먹는 중국인에 대해서는 안좋게 생각한다.

이곳에서는 맥주를 'Happy Water'라 부르고 쌀을 발효시킨 전통주를 'Work Medicine'이라고 부른단다. 맥주는 행복한 물이고, 소주는 일을 하게 만드는 약이라는 얘기다. 한국과 나름 비슷한듯 하다. 아 빨리 행복수를 입에 머금고 싶다. 여기서 전통주를 500키얏 주고 산다. 두병을 사서 저녁에 마시기로 한다. 소주를 가지고 왔으면 오늘 딱 먹을 타이밍인데 아쉽다.

시간이 좀 있어보이길래, 키보드를 펴고 글을 쓰기 시작하니 모든 사람들이 주목하기 시작한다. 한글도 신기하고 키보드도 신기한가보다. 그렇다고 그렇게 빤히 쳐다보고 있으면 글 쓰기가 민망하지 않냐. 집중하기가 힘들지만 그럭저럭 쓴다.

해태는 16살이고, 조조는 21살이다. 해태는 동년배의 여자친구가 있고, 조조는 5살 연상의 여자친구가 있다. 핸드폰 배경화면으로 있는 노여사 사진을 보더니 다들 이쁘다고 몰려든다. 당연하지, 내 여자친구가 제일 이뻐!

근데 해태는 16살임에도 담배도 피고, 술도 마신다. 뭐 이 나라 문화겠지? 똑똑한 아이 같은데 머리 안좋아질까봐 걱정이다. 정말 걱정도 팔자다. 알아서 하겠지.

물을 하나 사고 다시 출발한다. 산을 올라가고 올라간다. 여기는 내려가는건 없나보다. 오르면 내려가야 하거늘 오르기만 한다. 햇빛이 정말 무섭다. 이거 진짜 시꺼머스 되겠다. 선크림 좀 바를걸 그랬나. 뭐 어떻게 하들 서울에 갈때면 이미 까매졌을것이 뻔하다. 차이지만 않았으면 좋겠는데.

생각보다 경치가 별로다. 나무를 다 잘라냈는지 뭔가 횡하다. 농업 국가이다보니 경작을 위해서 그런건지 연료를 위해서 그런건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뻥 뚫려있어서 보면 시원하긴 하다. 중간 중간에 쌩뚱맞게 집이 하나둘 있고 사람들이 살고 있다. 뭐하는 사람들이지?

지하수가 나오는 곳에서 다시 한번 휴식을 취한다. 우리만 트래킹을 하는게 아닌지라 다른 팀들과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가 이곳에서 모두 만난다. 여기도 프랑스 사람들이 많다. 미얀마는 프랑스 사람 천지다.

물어보니 프랑스에서는 정부에서 실업자에게 지원금을 준다고 한다. 그 돈으로 열심히 여행 다니고 있다며, 이제 곧 미국식 자본주의가 도입되면서 이런 시스템이 없어질거라고 지금 많이 다녀야 한단다. 여행 다니면서 다양한 국가의 사람을 만나보면 우리나라가 절대로 선진국이 아님을 느낀다. GDP, GNP 같은 수치로는 높겠지만 대기업 의존도가 너무 크고 무조건 성장 위주의 발전을 했는지라 문화나 복지 제도가 너무나도 약하다. 프랑스는 선진국임에도 우리가 알만한 대기업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많은 것을 상징한다. 삼성공화국에서 벗어나야 우리도 진정한 선진국 대열에 낄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느낀다.

뒤쳐지지 않기 위하여 가능하면 앞에서 걸어간다. 이놈들은 다 20대라 체력도 좋다. 이거 생각보다 빡세다. 하지만 나, 논산훈련소 출신의 육군 만기 제대한 남자다. 행군도 했는데 이거 하나 못하랴. 그러면서 조금씩 뒤쳐지기 시작한다. 나이는 어쩔 수 없다. 게다가 발가락들이 또 짓물리기 시작한다. 왜지? 신발이 작나? 내가 걷는 방식에 문제가 있나?

결국 다음 휴식에서 신발을 벗고 오른쪽 새끼 발가락에 반창고를 바른다. 출발 전에 테이핑이라도 할걸 그랬다. 그러고 다시 걷는데 이번에는 왼쪽 3번째 발가락이 아파온다. 지난번에 다쳤던 그곳이다. 여기는 점심 먹을때 반창고를 붙여야겠다.

한참을 걸어서 첫번째 마을에 도착한다. 아 이거 생각보다 힘들다. 중간에 포기할뻔했다. 모델 포스 여자도 잘 걷는데 한국인의 자존심이 있지. 그래도 낙오 안하고 잘 따라왔다. 원래 Kalaw에서 인레호수까지 트레킹도 할까 했는데 이건 무조건 패스다. 나 이거 절대로 두번 못한다. 노여사 말맞다나 돈 주고 이게 왠 사서 고생이냐.

첫번째 마을에 들어가는 줄 알았더니 밖에서 좀 쉬다가 또 출발한다. 아 이거 진짜 만만치 않다. 어차피 장기간 쉴게 아니라면 조금 쉬었다가 출발해도 그게 그거다.

중간 중간 쉴때마다 글을 쓴다. 처음에는 이상하게 쳐다보더니 이제는 그냥 그런가보다 한다. 아무래도 4명 일행에 홀로 껴서 가다보니 혼자서 뭔가를 할만한 게 필요한데 잘됐다.

그래도 여기부터는 녹색이다. 트래킹의 2부라 다른가보다. 숲이 우거져 있으니 그래도 공기도 좀 시원해지고 걸을만하다. 하지만 계속 언덕이다. 좀 오른다음에 내려간다더니 왜 도데체 올라가기만 하는건데.

발바닥이 심해진다. 난 평발도 아니고 멀쩡한데 왜 이러는걸까. 물집도 잡힐듯 하다. 확실히 걷는 방식에 문제가 있거나 내 발에 문제가 있는거 같다.

결국 뒤쳐진다. 도저히 못 올라가겠다. 먼저 가라고 손짓을 하니 프랑스 젊은 친구 둘, 니코와 코코가 같이 쉬어준다. 이해해줘. 니네도 30살 넘어봐. 30살부터는 확실히 몸의 변화가 느껴진다. 그러고보니 서양인을 포함하여 나보다 늙은 배낭여행객을 못 만났다. 아무래도 체력 때문이겠지? 나도 체력의 한계를 자주 느끼는거보니 진짜 막판인가보다.


그래도 경치가 좋아진다. 발바닥이 아프지만 경치를 느껴볼려고 노력한다. 여기까지 힘들어서 바닥만 보고 오다가 한번 고개를 들어본다. 하, 그래. 이걸 볼려고 여길 온건데 바닥만 보고 왔구나. 경치가 죽여준다. 숲이 우거지고 산속 깊숙히 들어온 것을 드디어 느낀다. 새소리와 벌레 소리가 우렁차게 들린다. 역시 자연의 소리가 들리면 기분이 좋다.

잠시 내려가나 싶더니 또 다시 올라간다. 도데체 언제까지 가는 걸까. 1시가 넘어가면서 배고파서 걷기가 힘들다. 밥을 내놔라! 배고파 죽겠다. 2시쯤 먹는다고 했는데 이거 2시까지 갈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악으로 깡으로 버텨본다. 다리가 아픈건 그냥 견딜만한데 발가락이 아픈게 문제다. 이거 이러다 발톱 빠지는건 아니겠지? 쫄이를 신으면 괜찮은데 진짜 신발이 문제인거 같다.

아까 얼마 남았냐고 물으니 15분이라고 하더니 지금도 15분이라고 한다. 해태, 네 말 안믿어! 다시 물어보니 자기도 모르겠다. 보트투어 할때도 길을 모르고 아무데나 데려가더니만 여기서도 똑같군.

2시가 넘어가니 진짜 배고파진다. 진짜 거의 악으로 걷는다. 2시반쯤 되니 드디어 마을의 모습이 나타난다. 문명이다! 마르코 폴로가 이런 기분이었을까? 콜롬버스가 이런 기분이었을까? 드디어 쉴 수 있다! 내 밥 내놔!

깜박한게 있다. 행군을 할때 마지막 숙소가 보일때가 제일 힘들다. 역시 마찬가지로 마을이 보이니 긴장이 풀리는지 가기가 힘들다. 언제나 마지막 한걸음이 가장 힘든 법이다. 완전히 뒤쳐지지만 어차피 길이 하나니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그나저나 참 쌩뚱맞은 곳에 마을이 있다. 이런 곳에 어떻게 이런 마을이 있지? 그것도 꽤나 큰 마을이다. 인간의 힘은 정말 대단하다.

내가 생각했던 그런 마을은 아니다. 바나나 잎을 옷으로 입고 '우가꺄꺄' 하는 그런 곳이 아니고, 나름 차도 있고 물, 전기도 있다. 혹시 모르지, 관광상품으로 코스프레를 해줄지도.

도착하니 나 빼고 모두가 앉아서 쉬고 있다. 아니, 해태가 낙오되서 아직 안오고 있다. 제일 젊은 놈이 나보다 늦다니, 쯧쯧. 일단 앉아서 점심을 기다리면서 차를 마신다. 이곳은 무조건 뜨거운 차를 마신다. 더워 죽겠는데 뜨거운 차를 준다. 아마도 상할까봐 끓여서 주느라 그런거겠지. 그래도 냉수 한사발을 지금 먹을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

도착하자마자 신발을 벗고 쪼리를 꺼낸다. 왼쪽 발가락을 보니 역시 상처가 나있다. 연고를 바르고 반창고를 붙이고 쪼리로 갈아신는다. 훨씬 낫다. 한국에서 가지고 온 물티슈도 꺼내서 사람들에게 권한다. 이거 인도 여행 다닐때 매우 유용하게 써서 미얀마에도 가지고 왔다. 역시 유용하다.

식사를 하러 방문한 이곳은 오늘 밤에 잘 곳이기도 하다. 나름 물부터 맥주, 각종 통조림까지 안 파는 것이 없다. 단, 냉장고가 없다. 맥주를 한캔씩 사서 마신다. 점심을 기다리면서 한입 마시다 일어나니 어지럽다. 아 빈속에 힘들어서 그런가보다. 안마시고 다른 애들한테 넘겨준다. 프랑스인들은 술 정말 잘 마신다. 와인 때문일까.

여기도 고양이가 있다. 아깽이도 있다. 우리 둘째 고양이도 처음에 길에서 픽업할때 저만했는데, 지금은 돼지가 되어버렸다. 너희도 곧 돼지가 되겠지. 갑자기 밖에서 고양이가 쥐를 하나 물고 들어온다. 와, 나 이거 처음 본다. 사진을 찍을려고 따라 들어가니 고양이들끼리 싸움이 나더니 한놈이 이겨서 쥐를 물고 사라진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사진도 못 찍는다. 고양이가 정말 쥐를 먹는구나. 우리 애들은 뚱뚱해서 쥐 못 잡겠지.

드디어 밥이 나온다. 밥 먹자! 밥과 커리, 그리고 각장 반찬이 같이 나온다. 프랑스 친구들과 같이 둥글게 앉아서 같이 식사를 한다. 미얀마식 김치도 나오고, 커리와 오이 샐러드가 나온다. 다들 배고팠는지 밥을 두세 그릇 먹는다. 나도 세그릇 정도를 먹는다. 밥을 먹으니 드디어 살거 같다.

밥을 먹고 앉아서 죠죠가 틀어주는 미얀마 노래를 들으면서 키보드를 핀다. 미얀마 음악은 뭔가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게 있다. 프랑스 애들은 방으로 가서 낮잠을 잔다고 올라간다. 나는 죠죠와 해태와 남아서 수다를 떨면서 글을 쓴다.

여기는 은근히 상품화 된건지, 부족마을에서 지낸다는 느낌은 전혀 안든다. 그냥 한 펜션에 온 기분이라고 할까. 캠프파이어에 전통복을 입고 창을 하늘에 찌르면서 돌고 이런걸 원한거는 아니지만 살짝 실망스럽긴 하다.

조조와 해태, 둘다 한국인은 내가 처으이라고 한다. 내가 걸어오는 동안 한국단어를 몇개 알려준다. 물, 불, 폭포, 돌 등. 나중에 한국인 오면 얘기해보라고 했는데 한국인이 올지를 모르겠다. 언젠가는 여기도 인도나 태국 처럼 한국인이 넘쳐나겠지?

아까 오면서 니코한테 들으니 라오스 방비앙에는 80%가 한국 사람이란다. 아주 난리가 났단다. 난 이해가 안되는게, 티비에서 그런 프로를 보면 왜 꼭 거기를 가려고 할까. 그런 프로를 보면서 여행이 가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것은 좋지만 꼭 '라오스 방비앙'을 가야 하는건 아니지 않나. 미얀마에도 한국인들이 좀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건강한 여행자들만.

조조와 해태도 어딘가로 사라졌다. 자러 갔나보다. 현지 집주인들이 왔다 갔다 하는데 혼자 앉아있자니 좀 뻘쭘해서 나도 자러 올라가 본다.

방이 두개인데, 한 방은 30살 프랑스 아저씨 '욘'과 이름을 아직 파악 못한 모델 언니가 차지한다. 뭔 여기까지 와서 연애질이야. 누구는 여자친구 없나. 쳇. 다른 방에 가니 니코와 코코가 옷을 벗고 누워있다. 칙칙한 총각 냄새 나는 방에서 오늘 밤을 불태우겠군.

서양인들은 진짜 그냥 옷을 훌러덩 훌러덩 잘도 벗는다. 모델 언니도 속옷 패션으라 다니고, 얘네도 좀 덥다 싶으면 그냥 벗는다. 그렇다고 몸매가 막 좋은 것도 아니다. 유교권 나라에서 나고 자라서 그런지 나는 그건 잘 못 따라하겠다. 친한 친구랑 둘이 있어도 못 그런다. 으, 생각만 해도 징그럽다.

4시인데 할일이 없다. 이런 줄 알았으면 책이라도 가지고 오는건데. 킨들을 넣었다가 어차피 여기서 볼일이 있겠어, 싶어서 빼버렸다. 코코는 깊이 잠들었고 니코는 핸드폰으로 책을 보고 있다. 나는 뭐하지? 할게 없을때는 뭘 하겠어. 키보드나 펴야지.

근데 현 시점까지 글을 다 써버렸네? 한시간은 더 보내야 하는데 당황스럽다. 글을 좀 천천히 쓸걸. 스펙타클한 현지 부족 탐방을 머리 속에 그리고 있었는데 부족 체험이 아닌 완전 정적인 부족 꾸지르한 방에서의 낮잠 체험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저녁에는 조금 이벤트가 있을려나.

뭐 글도 다 써서 다시 눕는다. 엄청 덥더니 꿈쩍 안하고 시체 놀이하고 있으니 그래도 견딜만하다. 밖에서 나는 새소리와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대는 닭소리는 은근히 정겹다. 하지만 방에서 나는 쾌쾌한 총각들의 땀 냄새는 절대 정겹지 않다.

할일이 없으니 괜히 스케쥴이나 좀 짜본다. 오늘이 6일이고 방콕으로 가는 비행기가 12일이니 6일이 더 남았다. 일단 내일은 시포로 돌아가서 하루 더 잘까 싶다. 힘들어서 이동도 못하겠거니와 실제로 시포의 명소는 한번도 못 가봐서 한번쯤 가보고 싶다. 그러면 8일에 기차를 타고 그 유명한 다리를 건너서 핀요린으로 간다. 8일 저녁을 거기서 자고 9일에는 버스를 타고 인레호수로 직행한다. Kalaw에서 인레호수로 넘어가는 트래킹이 좋다고 하긴 하는데, 인간적으로 트래킹은 다시 못하겠다. 마지막 일정을 인레에서 보내고 11일에 만달레이로 돌아와서 내가 좋아하는 Ace Star에서 마지막 밤을 지내고 방콕으로 간다. 인레가 별로면 그냥 다음날 바로 만달레이 가서 이틀 있는 것도 괜찮지 싶다. 이렇게 짜고 보니 진짜 미얀마에서의 일정이 얼마 안남은게 실감난다. 언젠가 다시 올 수 있을까, 이곳?

잠도 안오는데 누워있는게 바보 같아서 키보드와 카메라를 들고 나온다. 나오는 길에 어떤 청년을 만나는데 학생인가보다. 갑자기 말을 걸어서 대화를 좀 해보니 영어를 꽤나 한다. 만달레이에서 공부를 하고 있단다. 보통 영어 공부하는 사람들은 외국인을 보면 적극적으로 말을 건다. 그리고 뭔가 말투에서 자부심이 느껴진다.

나보고 어디서 왔냐고 해서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이 마을에서 한국인은 처음 봤단다. 야, 이거 영광이라고 해야 하나. 뭐 한국인이 단 한명도 안오지는 않았을듯 싶지만 그래도 내가 처음이라 생각할련다. 미개척지를 내가 개척하다! 이곳을 좋아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이 마을에 대해서도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자부심을 가질만하다. 조금 돌아다녀 보니 한적하고 조용하며 분위기가 너무 좋다. 진작 나올걸. 단체 관광도 아닌데 왜 가이드를 기다리듯이 그러고 있었을까. 여기에도 역시나 사원이 있어서 그 앞에 앉아서 경치를 바라보며 바람을 쐬고 있으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아기 승려들이 지나가면서 웃으며 말을 건다. 여기서는 모두가 말을 건다. 외국인을 그리 많이 못 본걸까? 아니면 이 사람들의 순수함이 외국인 몇명 따위에게 무너지지 않는걸까.

앉아서 혼자 여유를 즐기고 있는데, 코코와 니코가 저 멀리서 이쪽으로 걸어온다. 아 왜... 혼자 사색에 잠기고 있었는데 왜 방해하는거니. 혼자 여행 다니다보니 누군가와 같이 있을때가 오히려 불편하다. 그냥 혼자 있는게 최고다.

그래도 온걸 피할 수는 없지. 앉아서 이들과 잠시 자연을 감상한다. 해가 지고 있지만 산이 높아서 일몰을 보기는 쉽지 않겠다. 아까 봤던 그 학생이 또 지나가다 우리를 보고 멈췄다. 이번에는 친구도 데리고 왔다. 여러가지 얘기를 하는데 사실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다. 그래도 천천히 얘기를 들어준다. 영어공부가 여기서는 신분 상승을 뜻하는듯 하다. 물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 뭐.

니코, 코코와 셋이서 동네를 한바퀴 돈다. 미얀마 사람들이 원래 순박하지만 이곳은 미얀마에서도 산골동네라 그런지 더 순박하다. 아이들이 따라오면서 '헬로' '바이바이'를 외친다. 그리고 도망간다. 우리가 떠나면 몰래 따라오면서 또 계속 헬로를 외친다.

아까 봤던 동자승이 지나가다 우리를 보고 멈춰서 말을 건다. 하, 지금 이 순간, 동자승이 나무 옆에 서 있는 모습이 너무 한폭의 그림 같다. 이거 사진으로 정말 남기고 싶지만, 내 원칙상 사람한테 카메라를 들이대지는 않는다. 아까 아이들도 유혹이 굉장히 컸지만 사람은 절대 기념품이 되서는 안된다.

여기 마을 사람들은 전부 다 녹차를 재배한단다. 여기 녹차가 매우 유명하다고 아까 죠죠가 얘기를 해줬었다. 나중에 여기서 사갈 수 있을까? 한번 슬쩍 물어봐야겠다. 한국 가서 노여사와 타먹으면 딱 좋겠다. 선물로 사가는 것도 괜찮지 싶다.

다시 오늘 머무는 집으로 돌아온다. 어두운데 전구 하나를 켜준다. 역시 타자를 치고 있으니 사람들이 몰려든다. 한국어라고 하니, 모두가 하는 질문을 한다. "한국어는 중국어와 같나요?" 사람들은 그리 생각하나보다. 한국어와 일본어, 중국어는 다 다르다구요! 이번 여행은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고 아이유를 홍보하다 끝나겠다.

코코가 맥주를 두병 가지고 온다. 아 이제 시작인가? 오늘은 절대로 프랑스 사람들과 경쟁하지 않으리라. 욘이 내려오더니 양주를 가지고 온다. 아 오늘 조심해야겠다. 한잔 준다고 해서 나는 패스한다.

같이 한잔 하다가, 이들이 불어로 얘기를 시작하면 글을 쓴다. 한국에서는 영화를 보면서 술을 마셨다면 여행 중에는 맥주 한잔 마시고 글 쓰는게 하나의 즐거움이 됐다.

프랑스에 뭐가 유명하냐고 물으니 '바게트, 치즈, 프랑스 대혁명'을 얘기한다. 한국에 대해서 뭐가 유명하냐고 되묻는다. 어라? 뭐가 유명하지? 삼성이라고 답하자니 바보 같고, 김치는 어차피 모른다. 유명한 철학자가 있냐고 묻는데, 없다. 대답할 수 있는 것은 북한 김정은과 싸이 뿐이다. 이런데도 선진국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

그래도 한글에 대한 얘기를 또 다시 하며 한글을 조금 가르쳐준다. 관심을 갖는다. 문신을 할려고 한다는데 이거 문신으로 적합한 글자인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한글로 이름을 쓰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근데 진짜 돌아다니면서 한국에 대해 물을때마다 참 답답하다. 결국 이들이 아는 것은 이스포츠와 싸이, 이게 거의 전부이다. 둘다 문화적인 대답일 수는 있지만 역사적인 큰 변화를 준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 대해 가지고 있는 자부심이 이럴때 가끔 무너진다. 한 기업이 나라를 대표하는 문화라고 얘기하기에는 좀 아쉽지 않은가. 심지어 그 기업이 해당 나라에서도 이슈가 많다면 더욱 더 애매하다.

한 현지인이 대화에 낀다. 이곳에서 처음으로 영어를 공부한 친구라고 한다. 10년 전에만 해도 여기 마을에서 영어를 하는 사람은 단 하나도 없었단다. 이 친구가 만달레이에 가서 영어를 배우고, 여기 유일한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쳐서 지금은 거의 다 조금씩은 한다.

이 친구, 그런데 21살이다. 게다가 양주를 권하니 "술 마시다가 결혼하게 됐다"고 한다. 하긴 술이 사랑의 매개체이긴 하지. 근데 이 친구 미얀마에서 만난 사람 중에서 가장 똑똑해보인다. 정부에 대한 의견도 거침 없이 얘기하고 자기 소신이 있다. 헌데 결혼 이후 생계 유지에 신경 쓰는걸로 보인다. 전세계 유부남들, 힘내자!

맥주를 먹고, 양주를 비우니 저녁이 준비됐단다. 다 같이 저녁을 먹으러 간다. 역시 밥과 카레 등이 나온다. 니코가 아까 산 쌀로 만든 전통주를 가지러 간다. 반주로 먹게 될듯 하다.

밥을 먹으며 술을 조금씩 마신다. 아 이 술 굉장히 독하다. 고량주 느낌이다. 그러고보니 예전에 베트남에서 이런 술을 사서 마신 기억이 난다. 우리나라로 치면 청주 느낌이라고 할까, 물론 더 독한 버전이다.

밥을 다 먹고 프랑스인 4명과 오늘 가이드를 한 조조와 같이 남은 술을 마신다. 전등 하나에 의존해서 다른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서 술을 마시니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이놈들, 술 좀 취하더니 불어를 하는 빈도가 높아진다. 그래, 나도 엊그제 술 마시니까 한글이 나오더라. 어쩌겠어.

프랑스 애들이 샹송을 틀고 같이 따라 부른다. 샹송이라 하면 우리나라 트로트 같은 거일텐데 젊은 애들이 이리 좋아하는거 보니 보기 좋다. 우리도 예전 노래, 우리의 전통에 대해 젊은 사람들이 더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하긴 우리한테는 장윤정이 있다.

8시 좀 넘으니 모델포스 언니가 그만 자러 간다고 일어난다. 남친인 유안, 바로 따라가면 될텐데 굳이 조금 있다가 담배를 마저 피고 일어난다. 어차피 그래봤자 둘이 커플인거 다 아는구먼. 남은 사람들끼리 남은 술을 마신다.

몇명 안남고 분위기가 으슥하다. 프랑스 애들이 조조한테 슬쩍 마리화나에 대해 물어본다. 왜 안물어보나 했다. 왜 꼭 이런 분위기에서는 마리화나가 필요한걸까. 오늘도 나한테 담배를 5번이나 권했는데 다 거절했었다.

장기 여행자들이 모두 그런건 아니겠지만 마리화나 정도의 가벼운 마약은 많이들 하는 편이다. 뭐 이것도 개인의 선택이라 나는 믿지만 굳이 이런 약에 의존해서 분위기를 탈 필요가 있을까 싶다. 게다가 그 시작이 본인의 선택이라기 보다는 몽환적인 분위기에서 권할때 이를 거절할 명분과 용기가 없기 때문도 많다. 뭐, 호기심 때문일 수도 있고. 특히 어린 친구들은 이런 유혹을 견딜 힘이 당연히 부족할 수 밖에 없다. 나는, 그냥 술로도 차고 넘친다.

조조, 한국 문화에 너무 깊이 빠졌다. 나한테 '형님'이라고 부르면서 한국 음악과 드라마에 대해 계속 물어본다. 이곳에서는 이민호가 가장 인기가 많고 요즘은 시티헌터라는 드라마가 유명하단다. 그거 한국에서 망한 드라마 아닌가? 역시 요즘 우리나라 드라마는 국내를 겨냥해서 만들 필요가 없다. 이민호도 꽃남자 이후에 그냥 그런지 알았더니 여기서는 슈퍼 인기이다.

헌데, 조조 좀 과하다. 프랑스 애들하고 넷이 남아있는데 나한테 너무 집착한다. 이해는 되지만 걔네 입장에서는 기분 나쁠 수도 있겠다 싶다. 내가 주제를 자꾸 바꾸는데도 계속 현아, 포미닛, 이민호, 티아라 얘기만 한다. 낮이라면 모르겠는데 이런 아늑한 분위기에서 이런 얘기하고 싶지는 않은데.

결국 니코가 자러 간다고 일어난다. 재미 없었을거다. 나도 사실 불편해서 자리를 파할려고 한다. 코코한테도 물어보니 잘 시간인듯 해서 조조한테도 얘기를 하고 자리를 파한다. 뭔가 아쉬운 저녁이다. 매우 기억에 남을 수도 있는 저녁이었음에도 애매하게 정리를 하게 되었다.

우리 방은 불이 없다. 화장실도 불이 없다. 후레쉬를 가지고 오지 않아서 코코한테 불을 빌려서 화장실을 갖다온다. 방으로 돌아오니 둘다 만화를 보고 있다.

나도 정리하고 자야겠다. 이 마을, 생각보다 기억에 남을 마을 같다. 하지만 그것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행군 같았던 트레킹과 땀을 흘리고 씻지 못해서 프린팅 처럼 생긴 옷의 자국이다. 내일은 가자마자 일단 씻고 하루를 시작해야겠다. 그래도 마을의 사람들이 남긴 인상은 꽤나 강렬하다. 자기만의 전통을 지키면서도 변하는 세상에 대응하고자 다들 열심히 영어공부를 하는 것이 나름 멋있어보인다. 이렇게 조금씩 변하는거겠지. 그리고 이렇게 조금씩 물드는 거겠지. 이것이 순리라면 어쩔 수 있을까. 우리는 이미 그 길을 넘어섰다고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너희는 순수를 지켜'라고 얘기하는 것만큼 이기적인 것은 없다. 단, 이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2 Comments
디아맨 2015.05.07 23:35  
방비앵은 전 빠이 보다 더 좋앗어요,,
작은 마을이지만 경치도 좋고..방송 나오기전에도 이미 50% 정도
한국인 ^^ 트랙킹 안한거 후회햇는대..이글 보니 안하길 잘햇단 생각이 드네요 ㅎㅎ
필리핀 2015.05.11 20:09  
서양인들은 몸에 털이 많아서 옷을 훌렁훌렁 벗는 거에요...

특히 덥고 습한 나라에서는 깝깝하거든요...

우리나라의 자랑거리... 한글 외에도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도 있고...

영국 넬슨 제독보다 위대하다는 이순신 장군도 있고...

조선왕조 500년의 찬란한 문화도 있고...

잘 생각해보면 꽤 있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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