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여행기] 나홀로 31일 동남아 여행 - Day 15 (Hsipaw)
드디어 15일을 찍었네요.
어제는 아무~것도 안하는 그냥 쉬어가는 하루였습니다.
지금 아침 먹고 있는데 곧 트래킹 떠납니다. 어떨지 기대되네요. 다들 좋은 하루 되세요.
lkfar.tistory.com/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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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톡!"
...
"까톡! 까톡!"
이곳에서 카톡 소리에 잠을 깨게 될 줄이야. 일어나서 확인해보니 노여사가 어디 놀러간다고 자랑하는 내용이다. 아 오늘이 어린이날인가?
속이 울렁울렁하고 머리가 지끈지끈한게 전형적인 숙취증상이다. 어제 많이 마시긴 했지. 10잔은 넘게 마신건데, 한잔에 350cc 정도니 3리터 이상을 마신 셈이다. 숙취가 없으면 이상하다.
시간을 보니 9시다. 다행히 그래도 잠은 푹 잤나보다. 아, 중간에 모기한테 한두방 물린 다음에 억지로 깨서 가방을 뒤져서 홈매트를 켰던 기억은 난다. 덕분에 모기로 부터 자유로운 저녁을 보냈다.
아침을 먹을려면 지금 올라가야 하는데, 먹을 수 있을까? 경험상 그래도 밥은 억지로라도 먹어야 숙취가 빨리 해결된다. 무거운 몸을 일으켜본다. 머리 안에 뭔가 들어있는 것 처럼 흔들흔들 거린다. 아침을 먹겠다는 불굴의 의지로 겨우 침대에서 몸을 분리시킨다.
그런데 쫄이가 안보인다. 설마 맨발로 온건 아니겠지? 혹시나 싶어 문을 열고 밖을 보니 문 앞에 다소곳하니 신발이 놓여있다. 이건 또 새로운 술버릇인가?
왜 하필 식당은 옥상에 있는거야. 산을 정복한다는 의지로 계단을 하나하나 오른다. 그래도 길의 끝은 있어서 옥상 식당에 드디어 도착한다.
이미 사람들이 꽤 많이 밥을 먹고 있다. 이곳에 이리 사람이 많았던가? 자리를 잡고 앉으니 아침을 준비해서 가져다준다. 볶음밥에 계란후라이를 얹은 현지 음식이다.
한입 떠먹어보지만 쉽지 않다. 이거 먹을 수 있을까. 왠지 무리해서 먹으면 다 게워낼듯하다. 한입 두입 먹다가 결국 포기한다. 그래도 단백질을 섭취해야 빨리 정상이 되지. 계란후라이는 무리해서라도 다 먹는다.
여행와서 처음으로 음식을 남겼다. 어디서든 밥을 남기지 말라고 가정교육을 잘 받았는데 숙취에는 도리가 없다. 밥을 남기고 일어나려니 영 마음이 미안하다. 도망가듯 현장을 벗어난다.
오늘 하루는 아마래도 버린다고 생각해야겠다. 1층으로 가서 하루를 연장한다고 하고 에어컨 사용료로 3달라도 추가로 지불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숙취와의 전쟁을 위하여 물도 한병 사가지고 방으로 돌아온다.
하루를 버리게 되었지만 아쉽지는 않다. 어차피 여행의 중간지점인 현 시점에서 한번 쉬어가는 타이밍이 필요하기도 했고, 어제의 즐거운 파티는 충분히 하루를 버릴 가치가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방으로 돌아왔는지 모르겠다. 누군가 데려다준걸까?
에어컨은 이름이 무색하게 선풍기 수준이다. 직접적으로 바람이 향하는 곳은 그나마 시원한데 나머지는 동일하다. 결국 침대를 옮겨서 바람이 닿는 곳에 가서 눕는다. 위 아래 옷을 다 벗고 잠을 청해본다.
좀 잠이 들었을까? 갑자기 문에서 노크 소리가 난다. 누구지? 청소인가? 비몽사몽 간에 그래도 옷은 입어야 되는데, 라고 생각을 하고 있는데 문이 확 열려버린다.
다행히도(?) 요한과 알봉이다. 그래도 노크를 했으면 좀 기다린 다음에 열것이지. 몸을 가릴만한게 없어서 일단 최대한 태연하게 인사를 한다. 요한은 어제 입었던 강남스타일 티셔츠를 아직도 입고 있다. 둘이 오전에 어디 갔다 왔는지 땀에 젖어있다. 그렇게 마시고도 멀쩡하다. 니네가 인간이냐.
괜찮냐고 물어보길래 아직 상태가 좋지는 않다고 한다. 어제 이놈들은 나를 데려다주고 다시 그 가게로 가서 웨이터와 쌀로 만든 전통주를 또 먹었단다. 그러고 지금 또 멀쩡하다니. 진짜 니네가 인간이냐.
이제 나갈려고 해서 인사하러 왔단다. 내 방은 어떻게 알았지? 아마도 리셉션에 물어본게 아닌가 싶다. 안그래도 얘네 가기전에 인사는 해야 하는데 생각하고 있었는데 찾아와줘서 고맙다. 페이스북 주소를 묻기에 내가 어제 니네 메일 주소 적어놨으니 사진 보내면서 페이스북 주소도 알려준다고 한다.
요한이 손을 내밀어서 악수를 한다. 알봉은 오른손이 없는지라 왼손으로 손을 맞잡는다. 둘 다 하루 밖에 안되었지만 뭔가 정이 깊게 들었다. 여행은 정말 사람의 마음을 열고 친하게 만드는 마법적인 힘이 있다. 그래서 그렇게도 바람이 많이 나는거겠지.
그러고 보니 어제 술자리에서 알봉한테 손에 대해 물어봤었다. 후천적인게 아니라 선천적으로 없이 태어났단다. 취해서 정확하게 기억은 안나지만 알봉이 했던 한가지 말은 또렷하게 생각이 난다. "나는 이게 불행이라 생각한적이 없어. 다시 태어난다 하더라도 나는 지금 이대로 다시 태어나고 싶어."
사람들은 모두 자기에 대해 한가지 이상의 불만이 있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불만이 있다 하더라도 절대 바꿀 수 없다는거다. 성형수술로 외모적인 부분이야 바뀔 수도 있다지만 그게 진짜 바뀌는걸까? 그렇다면 자기에게 주어진 것에 만족하고 오히려 감사하며 살아야 하는게 그게 쉽지가 않다. 내가 항상 하는 말이 하나 있다. '단점을 바꿀려고 하지 마라, 그 단점으로 인하여 장점도 생기는거다. 단점을 신경 쓸 시간에 오히려 장점을 극대화시킬 노력을 해라.'
결국 속옷만 입은체로 인사를 나누고 이들을 보낸다. 약간 코믹한 상황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인사를 하고 보내서 정말 다행이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숙취는 여전하다.
둘이 간 후에 다시 침대에 드러눕는다. 대충 상황을 보니 오후 내다섯시는 되어야 좀 괜찮아지고 밥도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한마디로 독이 들어가서 열심히 간이 독을 중화시키고 있는 중일거다.
하도 자서 잠이 잘 안오지만 그래도 잘려고 노력해본다. 경험상 자야지 빨리 풀린다. 그래도 계속 눈을 감고 있으니 결국 잠이 들긴 한다.
3시쯤 잠에서 깬다. 상태를 보니 이제 좀 괜찮아진거 같다. 역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예상은 틀리지가 않는다.
밥을 먹으러 나가야 하는데 조금 애매하다. 지금 먹으면 저녁 시간도 애매해지고, 너무 더워서 나갈 엄두가 안난다. 어제 키얏을 다 쓰는 바람에 어차피 환전도 해야 해서 5시쯤 나가기로 마음 먹는다. 근데 도데체 어제 얼마를 쓴거지? 왜 키얏이 하나도 없는걸까. 설마 또 취해서 내가 쏜다! 이런건 아니겠지. 그런걸 받아줄 사람들도 아닌거 같았다.
일단 앉아서 애들한테 사진과 함께 메일을 쓴다. 셋다 1년 여행 중인데 지금이 1달째이다. 그래서 둘다 아직 인간다운 몰골을 보이고 있다. 근데 이거 메일 언제쯤 볼려나? 유안은 그러고보니 오늘 트래킹을 갔을려나 모르겠다. 사진은 역시 안올라가서 나중에 보내겠다고 하고 메일만 쓴다. 앞으로 이들을 다시 만날 날이 올까. 여행에서의 인연은 한여름밤의 꿈처럼 깊지만 짧다.
이제 어제 글을 쓰기 시작한다. 시간이 없어서, 그리고 술에 취하는 바람에 보트투어 갈때부터 써야 한다. 아, 이거 꽤나 일이다. 지금까지는 그때 그때 쓰느라 몰랐는데 몰아서 쓸려니 손가락이 아파온다. 그래도 잊어버리기 전에 써야 한다. 이것은 이번 여행에서 나와의 약속이다.
한시간 넘게 글을 쓴다. 여행와서 처음으로 그날을 넘겨서 글을 썼다. 그래도 하루니까 상관없겠지. 이제 밥도 먹어야 해서 업로드를 눌러놓고 밖으로 나선다.
몸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어제 저녁을 잘 먹어서 그런가 싶다. 일단 6시 되기 전에 은행을 들리기 위해서 길을 서두른다. 하루 밖에 안됐는데 시포의 거리가 뭔가 낯설다. 사람의 머리는 진짜 뭔가 간사하다.
은행을 들어가니 사람들이 모여있다. 환전을 물어보니, 오늘 문을 닫았단다. 아니 그럼 왜 열어놓고, 일도 안하고, 퇴근도 안하는건데. 큰일이다. 지금 키얏은 거의 한푼도 없어서 밥도 못 먹게 생겼다. 혹시 주변에 사설 환전하는데 있냐고 물으니 건너편을 알려준다.
일단 방법이 없기에 건너편 환전소로 가서 환율을 물어본다. 50달라나 100달라 기준 1000키얏이란다. 아니 이런 도둑놈들. 처음에 1080키얏으로 바꿨는데 지금 이 기준으로 바꿀려니 너무 아깝다. 100달라면 8000키얏이나 차이가 난다. 그래서 10달라만 바꿀려고 하니 그럼 또 환율이 970키얏이란다. 하, 어쩔 수 없다. 밥은 먹어야겠기에 일단 10달라면 환전을 한다. 속이 쓰리군.
시간을 보니 6시가 다 되어간다. 이제 저녁도 먹어야 하지만 내일 트래킹을 갈려면 예약도 서둘러야 한다. 혼자다 보니 누군가 다른 팀에 꼽사리 껴야 하는데 그걸 찾는게 쉽지가 않다. 봐서 정 없으면 촬스네로 갈까 싶다. 촬스네 여행사가 6시에 문을 닫으니 좀 서둘러야겠다.
가는 길에 왠 족발 같은거를 파는 곳이 보인다. 시간이 없지만 뭔가 그래도 땡겨서 얼머냐고 물어보니 500키얏이란다. 이야, 저렴하다. 일단 하나를 달라고 하고 자리를 잡고 앉는다. 보아하니 딱 우리나라 족발 같은데 거기에 양배추를 좀 넣고 초장 같은거를 뿌려서 준다. 한입 먹어보니 꽤나 먹을만하다. 그래도 시간이 많지 않기에 서둘러 먹고 자리를 일어선다.
시간이 이제 진짜 얼마 없다. 일단 촬스네를 가볼까? 그래도 가는 길에 어제 그 여사장님 가게가 있으니 한번 들려봐야겠다고 생각한다. 어제 살짝 물어본 바로는 혼자서는 할 수가 없다고 했다. 누군가 다른 사람들이 혹시 신청하지 않았을려나. 비수기라 사람이 없어서 모르겠다. 혼자 여행 다니는게 안좋을때가 딱 이럴때다. 그나저나 여기 와서도 한국인은 한명도 못 만났다. 진짜 다 어디 있는겨. 한국말 좀 쓰고 싶다고...
여사장님 가게에 가니 서양인 4명이 있다. 어제 보트투어 가기 전에 살짝 지나쳤던 사람들 같다. 이 사람들, 보트투어 할려고 하나? 일단 여사장님이 안보여서 프론트에 있는 아이한테 트래킹에 대해 물어보니 잠시 기다리라고 한다.
여사장님은 주무시고 계셨나보다. 부시시한 모습으로 나오더니 날 보고 완전 반가워하신다. 무뚝뚝한 남편도 날 보더니 매우 반가워한다. 나도 어제 워낙 만족했기에 트래킹도 여기서 했으면 하는데 될려나 모르겠다.
여사장님 어제 맴버와 파티했냐고 나에게 물어보신다. 어찌 아시냐고 하니 내가 어제 저녁에 깔깔 거리며 늦은 시간에 여기를 지나갔단다. 에고, 이거 동네방네 또 소리 지르고 다닌거 아닌지 모르겠다. 그리고 조금 있다가 프랑스 애들 두명은 다시 돌아가더니 새벽 3시쯤에 귀가를 했단다. 이 사장님 잠은 안자나? 물어보니 24시간 영업이라 지금 자는 시간이란다. 아 그래서 자다 일어나셨나보다. 뭔가 미안하다. 근데 여기 24시간 영업을 할 이유가 있나?
내가 트래킹에 대해 물어보니 저기 서양인 4명이랑 같이하면 되겠다고 하신다. 아, 이분들도 트래킹을 가나보다. 슬쩍 인사하고 혼자라서 갈 수가 없다고, 같이 껴서 가도 되냐고 물어보니 다들 혼쾌히 괜찮단다.
전부 프랑스 사람들이다. 시포에서는 프랑스인과 인연이 많이 닿고 있다. 남자 3, 여자 1인데 여자분 완전 모델 포스다. 근데 여기서도 그 '속옷 패션'이라고 하던가, 속옷을 노출시키는 패션을 하고 계신다. 몸매가 좋으시니 뭘 하셔도 어울리겠다. 남자분 한분은 왠지 그 여성분과 커플인듯 하고 나머지 둘도 인상이 좋다.
여사장님하고 4명의 여행자들과 같이 얘기를 나눠본다. 인당 22,000키얏이고 내일 오전 8시에 출발, 현지인 부족마을에서 하루 자고 내일 오후 2시쯤 귀가하는 스케쥴이다. 물과 음료 말고는 모두 포함된 가격이다.
상의하라고 여사장님이 자리를 비켜준다. 이 4분은 보아하니 촬스네까지 가서 다 물어보고 왔단다. 거기는 25,000키얏인데 나랑 비슷하게 너무 상업화된 거기가 싫어서 다른 곳을 알아보고 있었단다. 내가 어제 보트 투어하면서 여기 사람들 너무 좋았다고 넌지시 일러준다. 여사장님한테 내가 영업에 도움 줬다고 알려줘야 하는데. 이 사람들 내 얘기를 듣더니 여기로 결정하기로 한다. 나도 당연히 합류한다. 그나저나 프랑스인들의 영어는 정말 알아듣기 힘들다.
근데 환전을 얼마 안해서 돈이 부족하다. 내가 달라로 지불해도 되냐고 하니까 환율 1,000키얏으로 가능하단다. 그말에 내가 씨익 웃어주며 21달라로 하자고 지긋이 쳐다본다. 사장님 다른 여행자들이 안볼때 21달라를 잽싸게 집어넣고 나보고 다른 사람들한테는 얘기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낸다. 역시 단골이 좋지. 게다가 내가 영업도 좀 도와줬으니 미안하지는 않다.
돈을 지불하고 이 친구들은 내일 만나기로 한다. 근데 어차피 다들 나랑 같은 숙소에 있단다. 거기에 사람들이 그리 많았나. 얘네는 보아하니 다 나를 알고 있다. 역시 빡빡 머리가 기억에 잘 남는다.
나는 어차피 밥을 먹어야겠기에 여기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메뉴를 가지고 여사장님한테 가서 어제 술을 많이 마셔서 해장을 해야 한다, 오늘의 내 첫끼니까 하나 추천대할라고 한다. 사장님 남편이랑 둘이 심각하게 대화를 나누시더니 하나를 추천해준다. 뭔지 모르지만 그래도 심각하게 결정을 하셨으니 믿고 따라봐야겠다. 거기에 망고주스도 하나 추가한다. 아까 족발로 단백질을 좀 섭취했으니 당분과 수분을 좀 보충해야겠다.
미얀마는 사람들이 느긋하다. 그래서 음식도 한참 걸린다. 인도에서도 그렇고, 여기서도 그렇고, 뭔가 사람들이 여유가 넘친다. 경제적으로 우리보다 훨씬 떨어지는 나라임에도 사람들은 걱정 근심이 없다. 이걸 과연 단지 이곳 사람들의 민족성 때문이라고 말 할 수 있을까.
한참 기다리니 남편이 음식을 배달해주신다. 여기 남편분은 뭔가 여사장님한테 얹혀 사는 느낌이다. 여사장님이 영어가 그래도 가능은 하니까 모든 일에 전면으로 나서신다. 사실 대화가 쉽지는 않은 편이긴 한데 그래도 의사소통은 된다는게 중요한거겠지.
음식은 무슨 야채볶음 같다. 한입 떠먹어보니 먹을만하다. 동남아 음식답게 조금 짜긴 한데 밥이랑 같이 먹으면 괜찮다. 근데 단골이라고 양을 많이 주신건지, 먹다 보니 좀 질린다. 게다가 숙취해소를 해야 하는데 야채볶음이 왠 말이더냐. 그래도 고기 한두조각은 있어야지. 여사장님 확실히 술은 많이 안드셔봤나보다. 아, 양평해장국 먹고 싶다.
그래도 오늘의 첫끼이고, 또 단골이라고 챙겨주신 정성을 생각해서 악으로 깡으로 싹 다 비운다. 맛은 아까 먹었던 500키얏 짜리 족발이 더 좋았다. 미얀마에서는 모든 음식이 맛있는건 아닌지라 메뉴를 고를때 조심해야 한다. 확실히 음식은 태국이 우위에 있음이 확실하다.
밥값으로 3000키얏을 지불하고 인사를 하고 가게를 나간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여기 사람들을 보니 뭔가 정감이 간다. 이번 여행에서는 이곳 시포가 나에게는 가장 정이 가는 곳이다. 내가 말했던 중용의 덕을 가지고 있는 동네이다. 여기 언제까지 있을까. 내일은 트래킹을 갈테고, 모레 돌아오면 2시, 하룻밤을 더 잘까 아니면 기차를 타고 바로 이동할까. 고민이 되지만 그것 또한 닥쳐서 결정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아직은 시간의 여유가 있다. 급하게 결정할 필요는 없다.
숙소로 돌아와서 에어컨을 키고 속옷 빨래를 하면서 샤워를 한다. 잠옷으로 갈아입은 후에 침대에 앉아 오늘 하루를 정리한다. 오늘은 어찌보면 어제에서 이어지는 부록 같았다. 이번 여행 중에 가장 정적인 날이기도 했다. 뭐 한달을 다니면서 매일 같이 스펙타클할 수는 없겠지. 아무것도 안한 날이지만 어제의 여파가 있어서인지 나에게는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웠던 날이다. 다만 저녁만 좀 맛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내일은 아침 일찍 트레킹을 시작한다. 다들 좋다고 울부짖는 트레킹이니 만큼 기대가 좀 된다. 그런데 그러면 글은 또 즉시 즉시 못 쓰고 몰아서 써야겠구나... 몰아서 쓰는거 힘든데. 뭐 별 수 없지.
어제는 아무~것도 안하는 그냥 쉬어가는 하루였습니다.
지금 아침 먹고 있는데 곧 트래킹 떠납니다. 어떨지 기대되네요. 다들 좋은 하루 되세요.
lkfar.tistory.com/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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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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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톡! 까톡!"
이곳에서 카톡 소리에 잠을 깨게 될 줄이야. 일어나서 확인해보니 노여사가 어디 놀러간다고 자랑하는 내용이다. 아 오늘이 어린이날인가?
속이 울렁울렁하고 머리가 지끈지끈한게 전형적인 숙취증상이다. 어제 많이 마시긴 했지. 10잔은 넘게 마신건데, 한잔에 350cc 정도니 3리터 이상을 마신 셈이다. 숙취가 없으면 이상하다.
시간을 보니 9시다. 다행히 그래도 잠은 푹 잤나보다. 아, 중간에 모기한테 한두방 물린 다음에 억지로 깨서 가방을 뒤져서 홈매트를 켰던 기억은 난다. 덕분에 모기로 부터 자유로운 저녁을 보냈다.
아침을 먹을려면 지금 올라가야 하는데, 먹을 수 있을까? 경험상 그래도 밥은 억지로라도 먹어야 숙취가 빨리 해결된다. 무거운 몸을 일으켜본다. 머리 안에 뭔가 들어있는 것 처럼 흔들흔들 거린다. 아침을 먹겠다는 불굴의 의지로 겨우 침대에서 몸을 분리시킨다.
그런데 쫄이가 안보인다. 설마 맨발로 온건 아니겠지? 혹시나 싶어 문을 열고 밖을 보니 문 앞에 다소곳하니 신발이 놓여있다. 이건 또 새로운 술버릇인가?
왜 하필 식당은 옥상에 있는거야. 산을 정복한다는 의지로 계단을 하나하나 오른다. 그래도 길의 끝은 있어서 옥상 식당에 드디어 도착한다.
이미 사람들이 꽤 많이 밥을 먹고 있다. 이곳에 이리 사람이 많았던가? 자리를 잡고 앉으니 아침을 준비해서 가져다준다. 볶음밥에 계란후라이를 얹은 현지 음식이다.
한입 떠먹어보지만 쉽지 않다. 이거 먹을 수 있을까. 왠지 무리해서 먹으면 다 게워낼듯하다. 한입 두입 먹다가 결국 포기한다. 그래도 단백질을 섭취해야 빨리 정상이 되지. 계란후라이는 무리해서라도 다 먹는다.
여행와서 처음으로 음식을 남겼다. 어디서든 밥을 남기지 말라고 가정교육을 잘 받았는데 숙취에는 도리가 없다. 밥을 남기고 일어나려니 영 마음이 미안하다. 도망가듯 현장을 벗어난다.
오늘 하루는 아마래도 버린다고 생각해야겠다. 1층으로 가서 하루를 연장한다고 하고 에어컨 사용료로 3달라도 추가로 지불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숙취와의 전쟁을 위하여 물도 한병 사가지고 방으로 돌아온다.
하루를 버리게 되었지만 아쉽지는 않다. 어차피 여행의 중간지점인 현 시점에서 한번 쉬어가는 타이밍이 필요하기도 했고, 어제의 즐거운 파티는 충분히 하루를 버릴 가치가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방으로 돌아왔는지 모르겠다. 누군가 데려다준걸까?
에어컨은 이름이 무색하게 선풍기 수준이다. 직접적으로 바람이 향하는 곳은 그나마 시원한데 나머지는 동일하다. 결국 침대를 옮겨서 바람이 닿는 곳에 가서 눕는다. 위 아래 옷을 다 벗고 잠을 청해본다.
좀 잠이 들었을까? 갑자기 문에서 노크 소리가 난다. 누구지? 청소인가? 비몽사몽 간에 그래도 옷은 입어야 되는데, 라고 생각을 하고 있는데 문이 확 열려버린다.
다행히도(?) 요한과 알봉이다. 그래도 노크를 했으면 좀 기다린 다음에 열것이지. 몸을 가릴만한게 없어서 일단 최대한 태연하게 인사를 한다. 요한은 어제 입었던 강남스타일 티셔츠를 아직도 입고 있다. 둘이 오전에 어디 갔다 왔는지 땀에 젖어있다. 그렇게 마시고도 멀쩡하다. 니네가 인간이냐.
괜찮냐고 물어보길래 아직 상태가 좋지는 않다고 한다. 어제 이놈들은 나를 데려다주고 다시 그 가게로 가서 웨이터와 쌀로 만든 전통주를 또 먹었단다. 그러고 지금 또 멀쩡하다니. 진짜 니네가 인간이냐.
이제 나갈려고 해서 인사하러 왔단다. 내 방은 어떻게 알았지? 아마도 리셉션에 물어본게 아닌가 싶다. 안그래도 얘네 가기전에 인사는 해야 하는데 생각하고 있었는데 찾아와줘서 고맙다. 페이스북 주소를 묻기에 내가 어제 니네 메일 주소 적어놨으니 사진 보내면서 페이스북 주소도 알려준다고 한다.
요한이 손을 내밀어서 악수를 한다. 알봉은 오른손이 없는지라 왼손으로 손을 맞잡는다. 둘 다 하루 밖에 안되었지만 뭔가 정이 깊게 들었다. 여행은 정말 사람의 마음을 열고 친하게 만드는 마법적인 힘이 있다. 그래서 그렇게도 바람이 많이 나는거겠지.
그러고 보니 어제 술자리에서 알봉한테 손에 대해 물어봤었다. 후천적인게 아니라 선천적으로 없이 태어났단다. 취해서 정확하게 기억은 안나지만 알봉이 했던 한가지 말은 또렷하게 생각이 난다. "나는 이게 불행이라 생각한적이 없어. 다시 태어난다 하더라도 나는 지금 이대로 다시 태어나고 싶어."
사람들은 모두 자기에 대해 한가지 이상의 불만이 있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불만이 있다 하더라도 절대 바꿀 수 없다는거다. 성형수술로 외모적인 부분이야 바뀔 수도 있다지만 그게 진짜 바뀌는걸까? 그렇다면 자기에게 주어진 것에 만족하고 오히려 감사하며 살아야 하는게 그게 쉽지가 않다. 내가 항상 하는 말이 하나 있다. '단점을 바꿀려고 하지 마라, 그 단점으로 인하여 장점도 생기는거다. 단점을 신경 쓸 시간에 오히려 장점을 극대화시킬 노력을 해라.'
결국 속옷만 입은체로 인사를 나누고 이들을 보낸다. 약간 코믹한 상황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인사를 하고 보내서 정말 다행이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숙취는 여전하다.
둘이 간 후에 다시 침대에 드러눕는다. 대충 상황을 보니 오후 내다섯시는 되어야 좀 괜찮아지고 밥도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한마디로 독이 들어가서 열심히 간이 독을 중화시키고 있는 중일거다.
하도 자서 잠이 잘 안오지만 그래도 잘려고 노력해본다. 경험상 자야지 빨리 풀린다. 그래도 계속 눈을 감고 있으니 결국 잠이 들긴 한다.
3시쯤 잠에서 깬다. 상태를 보니 이제 좀 괜찮아진거 같다. 역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예상은 틀리지가 않는다.
밥을 먹으러 나가야 하는데 조금 애매하다. 지금 먹으면 저녁 시간도 애매해지고, 너무 더워서 나갈 엄두가 안난다. 어제 키얏을 다 쓰는 바람에 어차피 환전도 해야 해서 5시쯤 나가기로 마음 먹는다. 근데 도데체 어제 얼마를 쓴거지? 왜 키얏이 하나도 없는걸까. 설마 또 취해서 내가 쏜다! 이런건 아니겠지. 그런걸 받아줄 사람들도 아닌거 같았다.
일단 앉아서 애들한테 사진과 함께 메일을 쓴다. 셋다 1년 여행 중인데 지금이 1달째이다. 그래서 둘다 아직 인간다운 몰골을 보이고 있다. 근데 이거 메일 언제쯤 볼려나? 유안은 그러고보니 오늘 트래킹을 갔을려나 모르겠다. 사진은 역시 안올라가서 나중에 보내겠다고 하고 메일만 쓴다. 앞으로 이들을 다시 만날 날이 올까. 여행에서의 인연은 한여름밤의 꿈처럼 깊지만 짧다.
이제 어제 글을 쓰기 시작한다. 시간이 없어서, 그리고 술에 취하는 바람에 보트투어 갈때부터 써야 한다. 아, 이거 꽤나 일이다. 지금까지는 그때 그때 쓰느라 몰랐는데 몰아서 쓸려니 손가락이 아파온다. 그래도 잊어버리기 전에 써야 한다. 이것은 이번 여행에서 나와의 약속이다.
한시간 넘게 글을 쓴다. 여행와서 처음으로 그날을 넘겨서 글을 썼다. 그래도 하루니까 상관없겠지. 이제 밥도 먹어야 해서 업로드를 눌러놓고 밖으로 나선다.
몸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어제 저녁을 잘 먹어서 그런가 싶다. 일단 6시 되기 전에 은행을 들리기 위해서 길을 서두른다. 하루 밖에 안됐는데 시포의 거리가 뭔가 낯설다. 사람의 머리는 진짜 뭔가 간사하다.
은행을 들어가니 사람들이 모여있다. 환전을 물어보니, 오늘 문을 닫았단다. 아니 그럼 왜 열어놓고, 일도 안하고, 퇴근도 안하는건데. 큰일이다. 지금 키얏은 거의 한푼도 없어서 밥도 못 먹게 생겼다. 혹시 주변에 사설 환전하는데 있냐고 물으니 건너편을 알려준다.
일단 방법이 없기에 건너편 환전소로 가서 환율을 물어본다. 50달라나 100달라 기준 1000키얏이란다. 아니 이런 도둑놈들. 처음에 1080키얏으로 바꿨는데 지금 이 기준으로 바꿀려니 너무 아깝다. 100달라면 8000키얏이나 차이가 난다. 그래서 10달라만 바꿀려고 하니 그럼 또 환율이 970키얏이란다. 하, 어쩔 수 없다. 밥은 먹어야겠기에 일단 10달라면 환전을 한다. 속이 쓰리군.
시간을 보니 6시가 다 되어간다. 이제 저녁도 먹어야 하지만 내일 트래킹을 갈려면 예약도 서둘러야 한다. 혼자다 보니 누군가 다른 팀에 꼽사리 껴야 하는데 그걸 찾는게 쉽지가 않다. 봐서 정 없으면 촬스네로 갈까 싶다. 촬스네 여행사가 6시에 문을 닫으니 좀 서둘러야겠다.
가는 길에 왠 족발 같은거를 파는 곳이 보인다. 시간이 없지만 뭔가 그래도 땡겨서 얼머냐고 물어보니 500키얏이란다. 이야, 저렴하다. 일단 하나를 달라고 하고 자리를 잡고 앉는다. 보아하니 딱 우리나라 족발 같은데 거기에 양배추를 좀 넣고 초장 같은거를 뿌려서 준다. 한입 먹어보니 꽤나 먹을만하다. 그래도 시간이 많지 않기에 서둘러 먹고 자리를 일어선다.
시간이 이제 진짜 얼마 없다. 일단 촬스네를 가볼까? 그래도 가는 길에 어제 그 여사장님 가게가 있으니 한번 들려봐야겠다고 생각한다. 어제 살짝 물어본 바로는 혼자서는 할 수가 없다고 했다. 누군가 다른 사람들이 혹시 신청하지 않았을려나. 비수기라 사람이 없어서 모르겠다. 혼자 여행 다니는게 안좋을때가 딱 이럴때다. 그나저나 여기 와서도 한국인은 한명도 못 만났다. 진짜 다 어디 있는겨. 한국말 좀 쓰고 싶다고...
여사장님 가게에 가니 서양인 4명이 있다. 어제 보트투어 가기 전에 살짝 지나쳤던 사람들 같다. 이 사람들, 보트투어 할려고 하나? 일단 여사장님이 안보여서 프론트에 있는 아이한테 트래킹에 대해 물어보니 잠시 기다리라고 한다.
여사장님은 주무시고 계셨나보다. 부시시한 모습으로 나오더니 날 보고 완전 반가워하신다. 무뚝뚝한 남편도 날 보더니 매우 반가워한다. 나도 어제 워낙 만족했기에 트래킹도 여기서 했으면 하는데 될려나 모르겠다.
여사장님 어제 맴버와 파티했냐고 나에게 물어보신다. 어찌 아시냐고 하니 내가 어제 저녁에 깔깔 거리며 늦은 시간에 여기를 지나갔단다. 에고, 이거 동네방네 또 소리 지르고 다닌거 아닌지 모르겠다. 그리고 조금 있다가 프랑스 애들 두명은 다시 돌아가더니 새벽 3시쯤에 귀가를 했단다. 이 사장님 잠은 안자나? 물어보니 24시간 영업이라 지금 자는 시간이란다. 아 그래서 자다 일어나셨나보다. 뭔가 미안하다. 근데 여기 24시간 영업을 할 이유가 있나?
내가 트래킹에 대해 물어보니 저기 서양인 4명이랑 같이하면 되겠다고 하신다. 아, 이분들도 트래킹을 가나보다. 슬쩍 인사하고 혼자라서 갈 수가 없다고, 같이 껴서 가도 되냐고 물어보니 다들 혼쾌히 괜찮단다.
전부 프랑스 사람들이다. 시포에서는 프랑스인과 인연이 많이 닿고 있다. 남자 3, 여자 1인데 여자분 완전 모델 포스다. 근데 여기서도 그 '속옷 패션'이라고 하던가, 속옷을 노출시키는 패션을 하고 계신다. 몸매가 좋으시니 뭘 하셔도 어울리겠다. 남자분 한분은 왠지 그 여성분과 커플인듯 하고 나머지 둘도 인상이 좋다.
여사장님하고 4명의 여행자들과 같이 얘기를 나눠본다. 인당 22,000키얏이고 내일 오전 8시에 출발, 현지인 부족마을에서 하루 자고 내일 오후 2시쯤 귀가하는 스케쥴이다. 물과 음료 말고는 모두 포함된 가격이다.
상의하라고 여사장님이 자리를 비켜준다. 이 4분은 보아하니 촬스네까지 가서 다 물어보고 왔단다. 거기는 25,000키얏인데 나랑 비슷하게 너무 상업화된 거기가 싫어서 다른 곳을 알아보고 있었단다. 내가 어제 보트 투어하면서 여기 사람들 너무 좋았다고 넌지시 일러준다. 여사장님한테 내가 영업에 도움 줬다고 알려줘야 하는데. 이 사람들 내 얘기를 듣더니 여기로 결정하기로 한다. 나도 당연히 합류한다. 그나저나 프랑스인들의 영어는 정말 알아듣기 힘들다.
근데 환전을 얼마 안해서 돈이 부족하다. 내가 달라로 지불해도 되냐고 하니까 환율 1,000키얏으로 가능하단다. 그말에 내가 씨익 웃어주며 21달라로 하자고 지긋이 쳐다본다. 사장님 다른 여행자들이 안볼때 21달라를 잽싸게 집어넣고 나보고 다른 사람들한테는 얘기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낸다. 역시 단골이 좋지. 게다가 내가 영업도 좀 도와줬으니 미안하지는 않다.
돈을 지불하고 이 친구들은 내일 만나기로 한다. 근데 어차피 다들 나랑 같은 숙소에 있단다. 거기에 사람들이 그리 많았나. 얘네는 보아하니 다 나를 알고 있다. 역시 빡빡 머리가 기억에 잘 남는다.
나는 어차피 밥을 먹어야겠기에 여기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메뉴를 가지고 여사장님한테 가서 어제 술을 많이 마셔서 해장을 해야 한다, 오늘의 내 첫끼니까 하나 추천대할라고 한다. 사장님 남편이랑 둘이 심각하게 대화를 나누시더니 하나를 추천해준다. 뭔지 모르지만 그래도 심각하게 결정을 하셨으니 믿고 따라봐야겠다. 거기에 망고주스도 하나 추가한다. 아까 족발로 단백질을 좀 섭취했으니 당분과 수분을 좀 보충해야겠다.
미얀마는 사람들이 느긋하다. 그래서 음식도 한참 걸린다. 인도에서도 그렇고, 여기서도 그렇고, 뭔가 사람들이 여유가 넘친다. 경제적으로 우리보다 훨씬 떨어지는 나라임에도 사람들은 걱정 근심이 없다. 이걸 과연 단지 이곳 사람들의 민족성 때문이라고 말 할 수 있을까.
한참 기다리니 남편이 음식을 배달해주신다. 여기 남편분은 뭔가 여사장님한테 얹혀 사는 느낌이다. 여사장님이 영어가 그래도 가능은 하니까 모든 일에 전면으로 나서신다. 사실 대화가 쉽지는 않은 편이긴 한데 그래도 의사소통은 된다는게 중요한거겠지.
음식은 무슨 야채볶음 같다. 한입 떠먹어보니 먹을만하다. 동남아 음식답게 조금 짜긴 한데 밥이랑 같이 먹으면 괜찮다. 근데 단골이라고 양을 많이 주신건지, 먹다 보니 좀 질린다. 게다가 숙취해소를 해야 하는데 야채볶음이 왠 말이더냐. 그래도 고기 한두조각은 있어야지. 여사장님 확실히 술은 많이 안드셔봤나보다. 아, 양평해장국 먹고 싶다.
그래도 오늘의 첫끼이고, 또 단골이라고 챙겨주신 정성을 생각해서 악으로 깡으로 싹 다 비운다. 맛은 아까 먹었던 500키얏 짜리 족발이 더 좋았다. 미얀마에서는 모든 음식이 맛있는건 아닌지라 메뉴를 고를때 조심해야 한다. 확실히 음식은 태국이 우위에 있음이 확실하다.
밥값으로 3000키얏을 지불하고 인사를 하고 가게를 나간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여기 사람들을 보니 뭔가 정감이 간다. 이번 여행에서는 이곳 시포가 나에게는 가장 정이 가는 곳이다. 내가 말했던 중용의 덕을 가지고 있는 동네이다. 여기 언제까지 있을까. 내일은 트래킹을 갈테고, 모레 돌아오면 2시, 하룻밤을 더 잘까 아니면 기차를 타고 바로 이동할까. 고민이 되지만 그것 또한 닥쳐서 결정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아직은 시간의 여유가 있다. 급하게 결정할 필요는 없다.
숙소로 돌아와서 에어컨을 키고 속옷 빨래를 하면서 샤워를 한다. 잠옷으로 갈아입은 후에 침대에 앉아 오늘 하루를 정리한다. 오늘은 어찌보면 어제에서 이어지는 부록 같았다. 이번 여행 중에 가장 정적인 날이기도 했다. 뭐 한달을 다니면서 매일 같이 스펙타클할 수는 없겠지. 아무것도 안한 날이지만 어제의 여파가 있어서인지 나에게는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웠던 날이다. 다만 저녁만 좀 맛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내일은 아침 일찍 트레킹을 시작한다. 다들 좋다고 울부짖는 트레킹이니 만큼 기대가 좀 된다. 그런데 그러면 글은 또 즉시 즉시 못 쓰고 몰아서 써야겠구나... 몰아서 쓰는거 힘든데. 뭐 별 수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