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6년만의 배낭 여행 #09 - 캄보디아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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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6년만의 배낭 여행 #09 - 캄보디아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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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가 지배하는 땅 - 캄보디아

여기가 바로 캄보디아 국경 - 아름답지 않은가!!

 

캄보디아 가는 길

 

이번이 몇 번째 도전이었더라....그래 세번째다. 캄보디아에 가려고 한 것이.

첫번째는 2002년 태국에 잠시 머물렀을때. 원래는 캄보디아에 일주일 있으려고 했는데 인도 상사병에 걸린데다 경비도 빠듯하게 남아서 게다가 태국이 넘 싫어서 한국으로 그냥 돌아가서 실패.

두번째는 2008년에 태국에 머물렀을때 원래는 차근차근 캄보디아도 둘러보고 주변국도 둘러보려고 배낭까지 싸짊어지고 갔었는데 취업 사기 비스므리한 걸로 상처만 입고 귀국하는 바람에 실패.

 

그리고 이번이 세번째 도전.

방콕에서의 일주일은 이제까지의 내 여행 스타일과 비교해보더라도 정말 호사스러운 여행이었다. 원래 난 하루에 1만원 가지고 벌벌 떨며 생활하는 거지 배낭여행자였는데 당췌 방콕에선 그렇게 생활이 되야 말이지. 생각보다 훨씬 비싼 물가에 자포자기하여 디저트 카페니 뭐니하며 먹고 싶은것 다 먹고, 잠도 편안한 곳에서 잤는지라 내가 배낭여행을 온 건지 아니면 럭셔리 (이정도면 배낭여행자 입장에선 럭셔리)한 휴양을 하러 온 건지 스스로도 헷갈리더란 말씀.

 

그래서 다시 배낭을 쌌다. 일단 캄보디아에 가서 배낭여행다운 배낭 여행을 좀 해보기위해. 방콕만 봐선 내가 과연 태국이라는 나라에서 인도에서와 같은 모험을 할 수 있을까 의심스러울 지경이었기 때문에 얼른 좀 더 모험이 가득한 곳으로 떠나고 싶었다. 도시가 싫었다. 난 도시를 구경하러 온 게 아닌데 일주일 동안 빌딩숲만 잔뜩 보고 쇼핑만 잔뜩 한 것 같아 죄책감까지 생길 지경이었다. (정신차려!! 이렇게 여행하면 이주일도 못버티고 빈털털이로 돌아가게 된다구!!)

 

그래서 떠났다. 캄보디아로. 모험이 그립고, 덜 발전된 곳이 그리웠던, 무엇보다도 정말 우리나라와 다른 환경이 그리웠던 난 짐을 덜어 당장 필요한 짐만 싸짊어지고 캄보디아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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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가 바로 국경까지 가는 999 국영버스

- 정말 공무원같이(?) 생긴 버스. 누가 나라에서 운영하는 버스 아니랄까봐. (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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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내부 모습

- 비교적 편안하고 쾌적한 분위기로 국경까지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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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 타면 요렇게 물 한 잔과 모닝빵 한 조각을 준다.

- 빵은 먹을만 했는데 저 물병이 완전 복병이었음. 뚜껑이 안따져...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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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엄마와 함께 여행하던 아기

- 크게 투정부리지도 않고 긴 버스 여행을 잘 버티던 타고난 여행가 아기. ^^

 

 

태국에서 캄보디아로 육로를 이용해가려면 크게 3단계를 거친다.

 

1단계 - 태국에서 국경마을 아란으로.

 

1) 일단 모칫마이 버스터미널 (북동부 터미널)로 간다. (씨암에서 이른 아침 차 안막힐 시간을 이용하면 택시로 90밧 나온다)

2) 이 곳에서 아란까지 가는 [999 고급 국영버스]를 타거나 [일반 에어컨 버스]를 탄다.

   

    a) 999 고급 국영버스의 가격은 202밧. 모칫마이 버스터미널 1층 22번 창구에서 발권이 가능하며 시간은 05:00, 05:30, 06:00, 09:30, 14:40, 16:00 이다.

        시간대는 정확하지 않으니 적어도 30분 일찍 도착하는게 좋다. 내 경우 미리 알고 간 정보에선 06:30 출발 버스라고 했는데 실제로는 06:15 에 출발했다.

        일찍 도착하지 않았으면 버스 놓칠뻔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으니 무조건 30분 이상 일찍 도착하시라.

 

    b) 일반 에어컨 버스의 가격은 187밧. 국영 버스에 비해 정차가 많은 편이라 소요 시간이 좀 더 걸린다고 한다. 

        (국영 버스는 맥시멈 5시간, 일반 버스는 맥시멈 6시간 이상 소요)

   

   가격 차이가 얼마 안 나니 왠만하면 999 국영 버스를 이용하길 추천한다.

 

3) 아란 터미널에 도착하면 구경까지 5km. 툭툭을 이용해 이동해야하는데 담합으로 80밧이라는 정보를 미리 입수하고 갔었다.

    하지만 난 50밧만 냈음. 음.....내가 에누리계의 마이너스의 손(내가 건드리면 다 비싸져-_-;;)인 점으로 미루어봤을때 날 태워준 툭툭 기사 언니가 초짜라 잘 몰랐거나 아니면 담합에 변화가 생겼을지도...??

 

 

 

2단계 - 아란에서 국경 넘어 캄보디아 국경마을 포이펫까지.

 

1) 캄보디아는 1개월짜리 관광 비자가 있어서 입국할 수 있는 나라이다. 근데 이 입국 과정이 어렵지 않으니 걱정 마시라. 국경 근처에 가면 비자를 대신 내주겠다는 여행사들이 마치 자기들이 비자 사무소인냥 번듯하게 꾸며놓고 운영하는데 다 무시하고 무조건 국경 끝을 향해 쭈~욱 걸어가는 줏대가 필요하다.

 

비자비는 20불 혹은 1000밧. 명함판 사진 1매가 필요하며 소요 시간은 5분 내외.

 

예전엔 한국인들은 무조건 줄 세워놓고 1불을 찔러 주지 않으면 무조건 기다리게 하며 비자를 느릿느릿 내주었다고 하는데 적어도 내가 갔을땐 그런게 없었다. 한국인들이 꾸준히 항의하여 지금은 많이 없어졌다고 하는데.....솔직히 이건 복불복이여. -_-;;

재수 없으면 걸리는거고 재수 좋으면 안걸리는건데, 엄연히 우리는 비자를 구입하고 들어가는 사람들인만큼 1불의 불법 비용(?)을 지불해야할 의무가 없음을 기억하자. 우리나라 돈으로 얼마 안되는 돈인지라 또 우리가 사랑하는 빨리빨리 신공을 1불이면 시전해주는지라 쉽게 쉽게 찔러주다보니 캄보디아의 부패한 공무원들이 한국인만 보면 '호구 왔능가~' 하며 자꾸 붙잡고 늘어진다는 소문이 있으니 못된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기 위해서라도 이 1불은 거절하자.

안그래도 한국에서도 호구 인생인데 캄보디아에서까지 국제 호구가 될 필요는 없지 않겠나. (자존심이 있지!!)

 

 

 

3단계 - 포이펫에서 씨엠립까지.

 

1) 비자를 받고 캄보디아 국경을 딱 넘어오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삐끼가 붙기 시작한다. 여기서 택시를 타도 되고 ( 택시 한 대에 비수기 30불, 성수기 40불. n분의 1 하면 된다), 아니면 공용 버스 터미널에 가면 또 버스나 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는데 요건 비추라는 평이 많아서 패스.

 

 

내 경우 바로 택시를 잡아타려고 했는데.....드디어 여행의 묘미 시작!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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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란에서 국경까지 50밧에 날 태워준 툭툭 기사 언니

- 이번 여행 내내 태국, 캄보디아 합쳐 유일하게 본 여자 툭툭 기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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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이 롯데마트 조끼를 입고 있어서 깜놀;;

- 조끼야...넌 어쩌다 한국에서 여기까지 오게 된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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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에 도착하면 요런 간판들이 보인다. 심지어 위의 툭툭 언니도 날 여기에 내려줬음. (그래서 50밧이었던게냐? -_-)

- 참고로 여기는 비자 보더가 아니라 여행사. 이렇게 대놓고 사기를 쳐댄다. (헐헐;;)

잘 모르는 여행자 등처먹을 놈들이니 절대 넘어가지 마시라.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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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비자 발급 사무실 간판은 요렇게 생겼음.

- 힌트는 무조건 끝까지 걸어갈 것. 뒤 돌아볼 필요도 옆을 두리번거릴 필요도 없다.

군인들이 가로막기 전까지 가다보면 거기가 바로 비자 발급처임.

 

 

어차피 혼자 여행 다니는 몸. 주위를 둘러봐서 적당한 인원수로 다니는 사람이 있으면 택시를 나눠 타려고 하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중국인 언니가 다가오더니 나보고 버스 왔다고 버스를 타란다. 응? 버스?? 그랬더니 공짜니까 그냥 타면 된다고. 처음엔 거절했는데 주변 사람들도 우루루 다 타는게 아닌가!

 

헉!! 택시를 나눠탈 사람이 없어!!! (-0-;;)

 

나 혼자 30불 다 내기는 아까운데.....결국 에라 모르겠다 하고 버스에 올라타니 그 중국인 언니가 어깨를 으쓱하며 빙그레 웃는다. 근데 이거....정보에서 비추하던 그 무료 버스 아닌가 싶어 은근슬쩍 불안해지는 마음. 그래도 뭐...설마 버스에 꽉 찬 사람들을 전부 사기라도 치겠냐며, 다 같이 사기 당하면 그래도 혼자 당하는 것 보단 덜 쪽팔리겠다는 개념없는 생각도 하며 버스에 앉아 출발을 기다렸다.

 

그리고 그 버스 안에서 역시 혼자 여행다니는 한 한국인 아가씨를 만나게 되었다.

해외 출장 도중 잠깐 짬을 내 캄보디아에 들른 이 아가씨의 캄보디아 일정은 2박 3일!! (커헉)

캄보디아가 넘 가고 싶어 억지로 시간을 냈다는 이 아가씨도 이 버스에 올라타는건 전혀 예상치 못했다며 당황해했다. 그래도 타지에서 같은 한국인 여행자를 만나니 어찌나 반갑던지.

 

얼마간의 시간이 흘러 버스가 멈춘 곳은 어떤 정류장. (아...그 비추했던 코스를 내가 그대로 밟아가고 있구나!)

그 곳에서 중년의 오스트리아-태국 커플을 만나 택시를 나눠타고 씨엠립까지 가기로 했다. (가격은 1인당 12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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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어지지 않겠지만 얘가 캄보디아의 택시

- 내부를 보면 좌석에 다 떨어져가는 시트 조각만 겨우 붙어있고 그 외엔 남아있는게 거의 없다.

하지만 이래뵈도 캠리라오. (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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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 넘다 한 컷 찍은 유리에 비친 내 모습

- 헐렁한 옷차림. 어깨에 맨 배낭 두 개. 뿌옇고 거칠지만 배낭여행자의 에너지가 느껴져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사진.

 

 

택시가 달리기 시작하자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

 

이전에도 이 감정을 느껴본 적이 있다. 인도에서 네팔에 뚝 떨어졌을때.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서 며칠을 묵은 후 안나푸르나 트래킹을 하기 위해 포카라로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였다. 4시간이 넘게 걸리는 버스 여행 내내 내가 본 건 끝도 없는 산, 산, 산.

 

그렇게 오랜 시간을 국토를 가로지르며 달려도 내 눈에 띈 건 끝없는 산과 머리에 짐을 매단 가난한 사람들의 모습 뿐.

번화가는 커녕 작은 공장 하나 볼 수 없어 네팔의 경제 상황을 짐작케 했었다.

 

그리고 지금. 태국에서 캄보디아 국경을 넘으면서부터 풍경이 갑자기 바뀌기 시작했다.

 

버스 터미널 근처의 작은 번화가를 지나자 나오기 시작하는 들판. 그리고 그 들판을 가로지르며 쭉 뻗은 아스팔트길.

내가 처음 캄보디아에 가려고 했던 2002년엔 이 아스팔트길이 만들어지지 않았었다. 아니 아스팔트는 커녕 포장조차 제대로 되있지 않아 우기가 되면 (일 저렴한 이동 수단인) 나눠 탄 작은 트럭이 푹푹 빠져 여행자고 운전자고 할 것없이 다같이 빠진 바퀴를 다시 빼내고, 그러다 조금 가면 또 빠져서 또 빼내고를 밤새도록 했다고 들었었다.

왠만한 베테랑 배낭여행자도 고개를 설레설레 젓게 만든다는 문자 그대로 악명 높은 죽음의 코스.

 

그 길이 10년이 지나자 깨끗한 포장 도로가 되었다. 하지만 그 주변의 풍경은....아마도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을게다.

 

황량한....아.무.것.도. 없는 도로.

 

도로의 양 주변은 황량하게 펼쳐진 들판이었고, 간혹가다 쓰러져가는 집들이 나타나 스산한 분위기를 더해줬다.

그리고 개들. 태국에선 개들이 조금 마르거나 약간의 병이 있어보이긴 했어도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국경을 넘자마자 보이는 들개들의 모습은 충격 그 자체. 갈비뼈가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마른 모습. 온 몸이 피부병으로 덮여 비틀비틀 걸어가는 개들의 모습이 보기만해도 숨이 턱 막히게 가슴속에 박혀오기 시작했다.

 

아...이제부터 시작이구나.

이른바 동남아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인 태국과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인 캄보디아를 가로지르며 느끼고 경험할 나의 진짜 여행이.

 

그렇게....진짜가 시작되었다는 느낌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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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여행기는 저의 태국 여행기와 이어지는 여행기입니다. 하지만 캄보디아 여행기로는 첫 편이에요.

(저의 태국 여행기를 보시려면 http://www.thailove.net/bbs/board.php?bo_table=mytravel2&sca=&sfl=wr_subject&stx=6%EB%85%84%EB%A7%8C%EC%9D%98&x=0&y=0&sop=and  이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2. 제 익스플로러에서는 태사랑이 열리지가 않아서;; 크롬을 통해 올려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또 분량이 많으면 뒤가 잘리기도 하더라구요. ㅜ_ㅜ

크롬을 통해서는 수정도 못해요. 어쩔때는 수정 버튼만 눌러도 2/3가 날라가거든요. 흑흑....

혹시 뒤가 잘리거나 날아가면 제 블로그(http://blog.naver.com/simplecode81)를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




5 Comments
싱주민 2012.03.28 10:52  
어머..영국고양이님 여자분이시구나~ 왜 남자라고 생각했지? 영국신사라고 내맘대로 바꿔읽은거 같아여 ㅎㅎㅎ
영국고양이 2012.03.28 19:40  
앗, 그러셨군요. ㅎㅎㅎ 영국 신사....음...전 게으름뱅이 영국 고양이 비스무리한 것 쯤 됩니다. 하하...^^;;
아떠 2012.03.29 21:04  
엇...버스가 국경까지 안가나요?
영국고양이 2012.03.30 14:12  
버스는 아란까지 가구요, 아란에서 툭툭으로 갈아타셔야합니다. 정류장에 툭툭 기사들이 잔뜩 기다리고 있으니 걱정마세요. ^^
날자보더™ 2012.05.22 18:24  
아, 무료버스... 정말 안당할 수 없게 치밀하신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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