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사장(金砂江)줄기를 따라 판츠화(攀枝花) 올라가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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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사장(金砂江)줄기를 따라 판츠화(攀枝花) 올라가다(3)

꺼벙이 3 2138
■ 06-03-27.
 
  7:00시. 격정의 밤바람은 사라지고 조용한 미명이 밝아왔다. 잠에서 깨기 무섭게 다시 토림(土林으)으로 향했다. 해가 떠오르는 방향을 따라 아침 해에 조명되는 왕국을 바라볼 참이다. 북쪽 계곡보다 깊고 웅장하다. 토림(土林을) 비추는 아침 해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며 또 다른 멋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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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숨쉬는 것들에 대한 색의 조화였다. 깊은 계곡에 잔재하는 어둠과 해를 받아 하얗게 속살을 드러내는 황토모래의 흙기둥이 각기 다른 색감을 보여준다. 능선 위 분지에서는 염소를 모는 목동의 외마디 소리가 들려오고, 밋밋한 구릉과 능선에는 마른풀들이 해를 향해 일제히 기립해있다.

토림풍경구 외곽경계를 따라 어제와는 반대편의 능선을 따라 관망한다. 7시부터 10시까지의 거의 한 바퀴를 돌아 내려왔다. 적막하던 토림(土林은) 그때서야 말을 타고 오르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침식사도 건너뛴 채 다시 판츠화(攀枝花반)- 리장(麗江)을 향해 출발이다. 돌아 나오는 길은 한층 수월하다. 아줌마 기사의 오토바이와 두 번의 빵차를 갈아타며 웬모(元謨)역으로 향했다.

사람들의 옷차림은 누추하고 피부는 햇빛에 그을린 까만 모습이지만 그들의 표정만큼은 아직 선하게 보인다. 흙먼지가 사정없이 들어오는 빵차(다마스형)로 울퉁불퉁한 비포장 길을 사정없이 달린다.

13:00시. 열차 출발 전후로 개방하는 역전 대합실은 문이 굳게 잠겨있다. 드문드문 자리한 노점에서는 과일, 국수, 옷가지, 자주색고무신까지 향수를 자극하는 물건부터 최신 핸드폰까지 다양하다. 여자와 남자를 구분할 것 없이 군데군데 모여 앉아 포커와 마작(?)이 벌어지고 있다. 해는 중천에 올라있고 역전 마을은 느릿느릿 세월을 흘리고 있다.

급할 것 없고 아쉬울 것 없는 시골 장터에서 비빔국수로 늦은 점심을 먹는다. 자상한 아주머니는 이것저것 양념과 소스를 권하며 먹어 보란다. 2위엔 짜리 국수치고는 맛이 제법이다. 사과 몇 개를 사려고 노점 과일상에서 흥정을 벌이자 주위에 처자들이 우르르 모여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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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짓과 필담, 영어를 섞어가며 옥신각신하는 모습이 사뭇 우스운 모양이다. 저울로 무게를 달아 파는 사과 5개가 7위엔, 가난한 여행자의 배낭 속에서 비상의 때를 기다리리라.

대합실은 2시가 넘어서야 문을 열었다. 남루한 차림의 인민들, 갖가지 동물부터 농산물까지 몸보다 큰 보따리가 대합실 구석을 채웠다. 매표구 옆에는 아이들 반표를 가늠하기 위한 년령별 표시가 표기되어있다. 실용주의에 있어서는 더할 수 없는 아이디어로 보인다.

차를 즐기는 그들의 문화에 맞게 온수를 보급하는 큰 보온물통도 있다. 나는 냉수를 따르려고 음료수병을 대고 꼭지를 누르다 손이 익을 뻔했다.

4시 반 출발시간까지 성도(成都) 청년 ‘장용(張勇)’을 만나 필담을 나누니 기다림도 지루하지 않다. 여행자의 눈에 비치는 사물하나 조차도 이채롭지 않은 것이 없겠지만 어눌한 의사소통이나마 사람과의 대화는 더욱 호기심이 발동한다.

청년은 신이 나서 황허(黃河) 양츠, 진사장(金沙江)의 환경보호에 대해 말하는 듯한데 내용은 모르고 고개만 주억거리는 수준이다.

전자사전까지 동원해 영어, 한자 병음을 찾아 열심히 설명해 주는 성의가 고마울 뿐이다. 성도(成都)까지 가는 고마운‘장용(張勇)’은 입석표를 가진 나의 자리까지 주선해 주고 그의 자리로 돌아갔다.

운남을 벗어나 판츠화(攀枝花)로 향하는 기차는 금사강 줄기를 따라 올라간다. 큰 협곡에 발을 담근 듯한 헐벗은 산은 곳곳에 절개지 유출 흔적이 많이 보인다. 상류로 올라갈수록 폭은 넓고 깊어진다. 산을 뚫어 만든 터널은 얼마나 많은지 아마도 절반은 터널 속에 잠기는 것 같다.

2시간에 걸친 기차이동, 오후 6시에 스촨성(四川) 판츠화에서 도착했다. 판츠화는 운남성 리장(麗江)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이다. 날은 쉽게 저물고 교통편은 이미 끊어졌다. 600위안(78,000원)에 리장(麗江)까지 합승하자는 유혹을 물리치고 숙소를 찾아 나선다. 도시는 금사강을 가운데 두고 강변을 따라 위태롭게 이어지고 있다.

높은 건물과 깨끗한 시내의 거리는 활발하다. 사람들은 어느 도시 못지않게 세련된 옷차림에 자유 분망해 보인다. 높은 절벽에 아파트가 위태롭게 줄지어 빼곡하다. 시내 외곽에는 공업도시다운 면모가 확연하다. 중국의 10대 철광기지 답게 높은 굴뚝과 공장건물이 강을 따라 줄지어 있다. 

리장(麗江)으로의 이동을 위해 시외버스 터미널(汽車客運中心)에 숙소를 정했다. 40위안의 대안으로는 그럴듯하다. 층마다 내무반장(복무원)이 있어 출입 때마다 직접 키를 가지고와 열어준다.

침대 밑에 보관된 세면대를 들고 가 공동화장실에서 몸을 씻는다. 문도 없는 낮은 칸막이 공간에서는 뒤를 보며 힘주는 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온다. 한 쪽 구석에 놓여진 큰 프라스틱 그릇은 아마 욕조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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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제대로 먹지도 못했다. 터미널 부근에 즐비한 식당은 맛이나 량보다는 시기를 놓친 민초들의 빈속을 채우는 것이 우선 아닌가. 그러나 언어 소통의 문제로 선택은 늘 조심스럽다. 주인 할멈과 옥신각신 설전을 벌이고 있은데 눈이 똥그란 앳된 청년이 달려왔다. 한두 번 오가는 대화가 통하지 않자 장발청년은 메모지에 영어로 써 보였다.

"My english vely good."(영어를 잘 할 수 있다는 표현인 듯) 

어디서 왔느냐? 어디로 가느냐? 말을 배우려는지 다양한 질문과 메뉴판을 영어로 알려주는 성의를 보였으나 장발의 영어수준이나 나의 영어수준이나 영어가 외국에 나와 천대받기는 매 한가지 인 듯싶다.

토마토 계란국, 돼지껍질볶음, 야채무침, 훌훌 날아가는 밥알도 시장이 반찬이다. 장발은 나의 식사가 끝 날 때까지 어슬렁거리다가 또 달려와 음식값 잔돈을 뻥 튀기려는 할멈의 잔돈을 가로채 내게 쥐어준다. 친절한 장발청년이여 복 받으라!

숙소 담벼락 밑으로는 금사강의 역동적인 검은 물줄기가 불빛을 받아 뒤척인다. 판츠화는 인상적인 강의 도시다. 강물에 부침(浮沈)하는 도시의 활력은 단순히 경유하는 도시로 지나치기에는 아쉬움이 남는 밤이다.
 
 *계/산/서8
차비(투린-우모-황과웬-웬모역) 10.5元,
점심(미센1.5, 사과7, 물2) 10.5元,
기차(웬모-판츠화(경좌)) 14元, 버스(판츠화-시외버스터미널) 3元,
숙소(攀枝花汽車客運中心) 40元, 저녁(밥, 돈육, 계란 과일국) 14元,
  합계 : 92元(11950원)

3 Comments
신스 2006.04.17 14:59  
  읽을수록 감칠맛이 나네요
여행기를 책으로 내실 생각은 없으신지....?
좋은글 계속 부탁합니다.  谢谢!!
선미네 2006.04.18 13:13  
  꺼벙이님의 글은 읽을수록 잘 다듬어진 기행문학을 접하는것 같습니다. 자연의 모습이 참으로 장엄합니다.
꺼벙이 2006.04.18 13:30  
  신스님,  니하오!!  谢谢!!!
선미~님!
올해도 어김없이 베트남 잘 다녀오셨더군요.
사모님 두 공주와 함께 행복한 모습이 참 좋아 보였습니다.
그리고 선미~님 도 사진을 보니 아주 미남에 동안(童顔) 이시더군요.
어째든, 면식은 없지만 인연은 만 3년이 넘은 것 같습니다. 언제 한 번 만나 ‘이슬’한 방울 기울이며 통성명이라도 해야 되는 것 아닌가요?  서울- 대전, 10시간 버스에 이동하는 것에 비하면 절대로 먼 거리는 아닙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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