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 - 사천성 북부여행<강족마을과 강족들,.>
원래 이 마을에서 숙박할 마음은 없었지만, 첫 인상이 좋아서 숙박하게 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그 귀중한 국경절 7일 중에 2일을 보낸 것은, feel이 지대로 꽂혔기 때문이다.
저녁에 되자, 나의 에너자이저 건전지 "술"이 나를 불러준다.
동생들과 각자 한병씩 손에 들고 숙소에 돌아왔는데,.
그런데,.
참...나..
영 분위기가 안 산다. 세명이서 황토방에 앉아 술병 들고 쪼로록 앉아있으려니 분위기 영 빠이다.
,.
엇.. 그때 밖에서 사람들 모이는 소리가 들리고,.
밖에 나가 잠시 보니, 아 글쎄 주인장 딸래미와 그의 친구들이 모여서 술자리를 벌리려고 준비하는 것이 아닌가.!
아,. 타이밍 좋다.
,.
손에 맥주한병씩 들고 당당하게 들어가 말을 걸어본다. "니하오!"
자. 여기서 밝혀야지,.
우리는 잘나가는 한국인이잖아.
숙박요금은 벌써 쇼부봤고 문제될 거 없다 이거지,.
당당하게 우리자신을 소개한다.
청두에서 공부하고 있는 한국유학생들이라고,.
젊은이들은 우리를 반겨주며 기꺼이 자기네들 자리를 내어준다.
아~ 좋다. 이 환호성,.
그래,. 나는 잘나가는 한국인이잖아.
.
가지고 간 술을 한병 다 마시고 하니 자기네들이 사온 맥주를 건네준다.
여기서 또 얻어먹고~, 아싸! 공짜다.
중국 젊은이들에게 나이를 물으니 전부 20대 초반이다.
가장 젊은 것은 18살이다. 어린 것이 벌써 술을...
여러명이서 2박스를 좀 마셨나?
나는 많이 마시시 않아서 괜찮던데,. 아 글쎄 중국젊은이들이 뭐가 그리 급한지 맥주를 물 마시듯 마신다.
새벽 두시가 되었을까?
한 총각이 일어나 강족 전통노래를 부르기 시작하고 주위에 애들이 따라부르기 시작한다.
노래가 끝나자 아낌없는 박수를 쳐주었고,.
그 젊은이는 우리에게 한국전통노래를 불러달라 그런다.
아-
난감하다.
아리랑을 불러야되나?
대장금을 불러야되나..
결국 우리는 대장금을 불렀고 <솔직히 오나라~ 오나라~ 노래 모르는 중국인 없는 것 같다.>
우리에게도 박수를 뿌려준다.
애들 맛이 살살 가기 시작할 때 찍은 사진이다.
자 왼쪽은 우리애기들이고, 오른쪽은 전부다 강족이다.
오른쪽 두명은 내일있을 행사를 위해 전통의상을 입었고, 중간에 저 빨간 옷이 나이가 가장 어리다는 젊은이다. ..
표정이 예사롭지 않다.
이 사진찍은 긴박한 순간에도 자신의 얼굴크기를 감추는 한국학생들,..
역시 우리는 잘나가는 한국인이야,.
이 예쁘장한 아가씨가 주인장 딸래미다.
어찌나 싹싹하고 사글사글한지, 내맘에 쏙 든다.
이제 20살이라고 하는데,. 한국나이로 치면 21살이겠구나..
근데,.
사진을 보아하니,.
눈이,. 좀 이상하다.
초점이...
이 아가씨가 18살이라는 그 아가씨인데,.
어찌,. 18살짜리 딸이 있을 것 같은 분위기다.
흑백으로 찍는 게 아닌데,.
완전 공포분위기다.
이 아가씨는 맥주 딸때도 예술이다.
그냥 가볍에 입으로 딴다.
한 새벽 3시까지 술을 마셨나?
와.. 진짜 화장실 많이 왔다갔다 했다.
불도 없는 화장실에 핸드폰 들고 가서, 온갖 사람들의 흔적위에다 나의 흔적을 남기려니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나중에는 지희라는 동생과 채소밭에서,.............................................................
다음날 아침이 되자 날씨는 더욱 더 좋다.
청두에서 이런 날씨가 계속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천천히 마을 구경나간다.
우리가 묵었던 집 앞인데,.
괜히 분위기 내려고 흑백으로 찍었나보다.
그냥 찍을껄,.
마을을 사부작 사부작 걸어다니니, 어제 만난 사람들 또 만나고, 또 만나고,.
또 새로운 여행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그제 우리의 가이드는 딸랑 우리 세명을 끌고다니면서 소개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확장기까지 들고 다니면서 20명씩 되는 사람들을 끌고 다닌다.
나에게 가방 빌려줬던 그 할머니인데, 그 자리에서 또 만났다.
강족 젊은이들이야 행사가 있을 때만 전통옷을 입지만, 할매들과 아줌마는 늘 입고 다닌다.
갑자기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중국에 있는 조선족은,. 왜 한복을 안 입고 다닐까?
마을 웬만한 곳은 다 돌아다니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어제 같이 술마셨던 총각을 또다시 만났다.
다른 강족집안을 구경하고 싶어서 그 총각을 꼬셔서 우리를 데리고 너네집에 좀 가자...그랬더니 흔쾌히 오케이다.
허름한 담장과 초라한 골목길만 봐왔던 나는,
'분명 집안도 허름할 것이야' 라고 생각했는데,.
와 이건 완전 달라도 완전 다르다.
집안에 정수기도 있고, 냉장고도 있고, 쇼파도 있고, 티비에, 가스렌지에, 난로에,. 완전 일반집과 똑같다.
낯선이가 집안에 들어갔지만, 그래도 그 총각어머니는 웃으면서 우리를 맞이해준다.
그리고 차를 내어주며 그 총각에게 강족말로 뭐라뭐라 그러는데, 알고보니
'호두를 까줘라!' 였다.
그쪽에는 특히 호두가 많이 나는 가 보더라.
저 중간에서 티비를 보고 있는 머리숱 별로 없는 총각이 그 총각이다.
말이 총각이지, 나이는 20살이다.
나보고 "따지에"<큰누나> 라고 부르는데, 청두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단다.
소수민족이라서 그런지, 역시 형제들도 있다.
무려 3명이나 된다.
하지만 2명까지는 괜찮지만 3명은 벌금 아닌가?
이것은 그 집에서 내어준 차인데, 이름을 물어보니 '강차' 란다. 강족의 차인가..?
맛이 굉장히 독특하다.
한모금 마시고 나면 입안이 화~ 한것이 맛보지 못한 맛이다.
기념으로 조금 사갈까.. 해서 이 차를 어디서 파느냐고 물었더니,.
파는 곳 없단다. -_-;
내보고 산에가서 직접 뜯으란다.
-_-;;
그 총각의 별채에는 주방과 두개의 방이 또 있었는데, 하나는 부모님 침실이고, 하나는 막내동생 방이란다.
집안의 천장에는 고양이가 왔다갔다하고,
전부 나무로 지은 듯한 이 집은 대낮인데도 불구하고 어둡기만 하다.
그리고 요새는 보지 못했던 중국의 모택동사진과 등소평 사진도 보인다.
주방에서 무슨 음식을 도대체 무슨 음식을 만드는지 벽은 전부 그을러 있다.
그리고 특이한 것은,. 고기가,. 돼지고기가 주렁주렁 매달려있다.
저렇게 말린 고기를 반찬으로 먹는데,. 저 고기 말고도 10줄기는 더 있었던 것 같다.
맛은,..
그냥,. 고기 맛인데,.
비계부분이 투명하다. 기름기가 많은 것을 빼고는 짭쪼롬한 것이 내 입맛에는 괘얀타.
저녁이 되자 이 무마을에는 잔치가 벌어지고 순식간에 늘어난 여행객들은 어떻게 알고 왔는지 캠프파이어<?>하는 곳에 모여있다.
불위에는 맛있는 양한마리가 네다리를 뻗은 채 불빛을 쬐고 있다.
우리생각에
"아싸~ 양고기~ 나눠주는 갑따..."
했는데 우리꺼 아니란다. -_-;
다른 여행단이 와서 예약한 것이라나 뭐라나..
그리고 우리보고 돈 주고 사먹으란다.
쳇.!
.. 하지만 땡긴다.
얼마인지는 몰라도..
쏭판에서 먹었던 그 양고기 맛을 잊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돈은 부족허다.
양고기 대신에 닭이라도 구워먹자.. 해서 물어보니 150원이란다.
헉 소리 난다.
한국돈으로 얼마고? 2만원 아이가.
2만원이면 우리학교 근처에 닭 4마리 먹겠다.
아니면 돈좀 더 보태가 불닭 먹으러 가던가..
주인장 아주머니에게 쇼부를 좀 치보니, 영 안먹힌다.
마침 주방에서 일하는 아저씨가 어제 같이 술 마신 그 아저씨다.
약간의 <빽>을 좀 써서 130원에 촌닭한마리 시킨다.
약 17000원..
아 비싸다..
하지만 이때 먹은 음식이 우리가 먹은 음식중 가장 비싼 음식이었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춤판이 벌어진다.
저녁 12시까지 신나게 놀고 집에 돌아오는데,.
내일 내려가는 길이 문제다.
그때 타고 왔던 그 아저씨에게 연락해서 타고 내려가야되나?
그러기엔, 돈이 아깝다.
자 여기서 나는 한가족을 소개하기로 한다.
내가 중국에서 만난 가족들 중에서 가장 행복해 보였던 가족이다.
이 사람들은 우리 옆방에 묵었던 사람들인데,
아버지는 사천사람으로서 광주에서 광고업에 종사하시고,
어머니는 운남사람으로서 청두 외국어 중학교<사립중학교로 학비가 굉장히 비싸다>의 미술 쌤이시다.
이 중간에 2세는 사천 외국어 초등학교에서 열심히 수학중인 '위강'이라는 아이인데,
아 글쎄 이들 부부는 뭐라고 해야되나?
내가 보아온 사람들 중에서 가장 교양있는 사람이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나는 나름 돈 많은 중국인들을 많이 만나봤다.
하지만 이들 부부처럼 행복하고, 예의를 갖추고, 인텔리하며 ,생각이 있는 사람을 만나보지 못했다.
그들의 사소한 행동들이 나로하여금 그들을 이렇게 생각하게 만들었다.
밥을 먹을 때에도 지나치게 많은 반찬을 보며 손수 그릇을 가져다 덜어놓고 주인장에게 돌려주었고,
<그때 우리는 일단 돈을 냈으니 우리 것이야,. 무조건 많아야 좋은거야.... 라며 돼지같이 먹고 있었다>
자기네들이 가져온 각 다른 성<귀주성, 광시성, 운남성등등>에서 가져온 반찬을 우리에게 나눠주며 맛보라고 하였으며, 물론 다른 곳의 음식을 먹어보지 못했을 주인장을 위해서도 덜어놓고 갔으며,
<그때 나는 동생이 가져온 김을 누가 봐서 달랠까봐 허겁지겁 몰래 먹고 있었다>
지나치게 비싼 기념품을 사려는 아들래미에게 물건의 용도와 이유를 묻고, 왜 여기서 그 물건을 사면 안되는지를 조목조목 아들에게 이해를 시켜 심통난 아들의 미소를 되찾았으며,
<만약에 내라면 떼쓰는 아들래미에게 "안돼!!!!!!!!" 라며 벌써 한대 때렸을 것이다. >
그리고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돌아가는 길이었다.
돌아가는 길에 그들 부부는 3일간 알고 지낸 강족아이들에게 연필과 공책을 나눠주며, 공부열심히 하라고 했다. 그리고 우리에게 말하기를,
전에는 아들이 입던 옷가지와 내가 안 입는 옷들을 깨끗이 씻어서 나눠주려고 그랬는데,.
아 글쎄 우리옷이 필요한 사람들이 없더라구요,.
그때 여행할 때 우리 옷이 짐만 되었지 뭐에요,.
그래서 이번에는 좀 작은 것을 들고 왔어요.
..
바보같이..
왜 우리는 그런 생각못했을까?
연필 그거 얼마한다고,.
잘나가는 한국인이 순식간 부끄러워지기 시작한다..
이들 부부의 모습에 감명받은 우리는 하산을 하게 되면 반드시 연필을 가득사서 여행을 하자고 다짐했다.
우리는 내일 이 가족의 차를 얻어타고 산을 내려갈 것이다.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