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대만)여행기[9]-타이뻬이 근교 여행 3. 예류 + 에필로그
기암괴석의 바닷가 예류는 다녀온 사람들에 따라 반응이 다 천차만별이었습니다. 볼만했다라는 의견도 있는가 하면 생각 외로 별 볼일 없었다는 이야기도 있었구요. 여하튼 타이뻬이 기차역의 서쪽에 있는(사실 서쪽에 여러 개의 버스 터미널이 있습니다. 정확한 건 가이드북이나 아니면 기차역의 인포메이션 센타 직원이 친절히 가르쳐 줄 거에요.) 예류 행 버스를 타고 한 시간 남짓 가니 쉽게 도착합니다.
타이완 전역에 걸쳐 가장 많은 노선을 운행하는 버스회사인 궈광(國光)
근데 이 버스 기사 아저씨, 까먹었는지 우리를 예류 들어가는 바로 입구에 내려주지 않고 약간 더 가서 사람들이 없는 한적한 곳에다가 덜커덕 내려놓았는데, 여기서 예류까지 가는 길이 멀지는 않았지만, 낮인데도 동네 분위기가 약간 음침하고 개들이 돌아다니는 것이 여자 혼자였다면 대낮에도 약간 움찔할 분위기더라구요. 주말이 아니어서 사람이 없어서 그랬나....
여하튼 어찌어찌하여 예류로 들어가는 길로 들어서니, 우리나라처럼 초입에 각종 해산물들 파는 가게들이 있습니다.
해산물의 상태는 태국보다 더 크고 싱싱한 듯 보였여요. 근데 저걸 회로 먹는지, 튀겨 먹는 건지, 아니면 이곳 특유의 양념을 해서 주는 건지 가늠이 안 될뿐더러, 결정적으로 그때 돈을 충분히 찾아놓지를 않아서 결국은 안 먹고 나왔지요. 사실... 돈이 충분히 있었다 하더라도, 혹시 바가지 쓰는 게 아닐까 해서 쉽게 먹지 못했을 거에요. 요왕은 돌가재라 불리우는 놈이랑 커다랑 조개 보고 연신 입맛을 다셨지만, 결국 차리왕(대만의 유명 브랜드 차. 편의점에서 물 값이랑 찻 값이 똑같다)으로 쓴 입을 헹구는 수밖에 없었죠. 이곳 역시 다음에 오면 다시 방문해볼 곳으로 남겨두고..........
예류 항
해산물 가게가 몇 군데 있다. 무지 싱싱해 보인다.
예류로 들어갑니다.
저는 이곳의 풍경이 인상 깊고 좋았습니다. 요왕은 언뜻 제주도의 한 구석을 연상시킨다던데요, 이곳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여왕두석女王頭石(일명 네페르티티 여왕석)이랑 요정의 슬리퍼석 등, 설명서를 안 봐도 단숨에 눈길을 끄는 바위도 여럿이었어요. 50위엔의 입장료 티켓 뒤에 각 돌의 위치랑 명명해 놓은 이름들이 있으니 그것들을 차근차근 맞춰서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될 것 같아요.
이곳은 한국인 여행자들도 무척 많이 오는지, 한국어 방송도 나오고, ‘만지지 마시오’라는 경고도 한글로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곳 역시 가까운 곳에 선착장을 끼고 있는데, 단수이와는 달리 물이 무척 맑았어요.
가족 여행자들도 가끔 보이고, 단체 관광객들의 버스도 꽤 많이 정차해 있는 이곳의 풍경은 괘 이국적이기도 하고 멋있습니다. 새 관찰을 할 수 있다는 자그마한 동산의 두 어 시간짜리 산책길도, 걷는 걸 좋아한다면 해 볼만 하겠구요.
다만 한 가지 걱정 되는 건, 사진 찍는 사람마다 네페르티티의 가느다란 목에 손을 짚고 사진을 찍어대던데, 머지않아 그 가느다란 목이 똑~ 하고 분질러져 버릴 것 같습니다. 들어가지 말라는 푯말의 경고가 아무 소용이 없더군요. 그만큼 인기 있는 스폿라이트이기도 하구요.
짧게 휘리릭 둘러보자면 한 시간에도 가능하고, 여기저기 샅샅이 둘러보며 전경을 감상하자면 사람에 따라 너 댓 시간이 걸릴 수도 있는, 이 묘한 바닷가의 전경은 꽤나 흥미롭습니다.
바위를 가까이서 보면 무늬 또한 오묘하다.
정말 어떻게 이런게 만들어 졌을까 궁금하다.
여왕
슬리퍼
체스판
이건 이름을 모르겠다.
우리가 내린 곳 맞은편의 길가에 서 있으니 타이뻬이 행 버스가 와서 서고, 이걸로 우리는 타이완에서의 대충의 일정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그 후의 일정이란 밤늦게 출발하는 비행기 시간을 맞추기 위해 역 주변의 쇼핑몰을 기웃거리거나, 카메라 가방을 사기 위해 몇 군데의 가게를 둘러본 것 정도 였어요.
개인적으론, 이런 류의 항공권, 그러니까 최종 목적지는 태국이면서 중간에 다른 나라에서 스탑 오버 할 수 있는 조건의 항공권을 선택해서, 다른 문화권을 살짝 맛보는 것도 새롭고 선명한 기억이 될 거 같아요.
물론 타이홀릭이라면 한달을 태국에서 보내는 것만으로도 무척 짧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여하튼 선택은 각자의 몫이겠지요.
대만을 경유 한 뒤에 태국에 오니, 그전에는 태국에 대해 느끼지 못하고 보이지 못했던 부분들이 새롭게 부각되기도 했구요.
어쨌든 아시아의 또 한나라에 대해서 작으나마 애정이 생겼다는 점이 다행입니다.
때론 힘들고 때론 지긋지긋한 여행일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다 좋은 추억이 되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타이완 같은 경우에는 지내는 동안에도 그리고 그 직후에도 다 좋은 느낌으로 남아 있구요.
다음에는 좀 더 열심히 공부해서 타이완 서부 쪽이랑 아리산, 그리고 남쪽의 해변도 다녀보고 싶네요. 타이뻬이의 홍로 극장 같은 곳에서 중국 전통 경극을 보는 것도 멋있는 경험이 될 거 같습니다.
물가가 약간 비싼 것이 흠이긴 하지만, 일본이나 유럽처럼 너무 높은 벽이 아니니, 아껴 쓰면 그다지 큰 비용 안 나갈거 같구요. 또, 환율도 1위엔이 30원으로 태국 바트와 엇비슷한 것도 태국 여행을 다니신 분들에겐 장점이 되겠지요.
혹 이번 겨울에 에바 항공으로 태국에 가신다면, 타이완도 한번 꼭 둘러 보시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