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대만)여행기[5]-타이뻬이 시내를 뚜벅뚜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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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대만)여행기[5]-타이뻬이 시내를 뚜벅뚜벅

고구마 1 5450

이곳 타이뻬이는 참 여러 모습을 한꺼번에 같이 가지고 있는거 같아요.
각종 도시 인프라나 사람의 모습은 서울의 그것과 비스므리하고(물론 서울이 규모가 크고 발달해 있지만), 사람들의 말과 거리 곳곳의 한자들은 베이징의 느낌을 가지게 하고 (번자와 간자의 차이가 있긴 합니다만..) 후텁지근한 기후와 우기의 영향으로 내내 내리는 비 그리고 거리의 야자수들은 동남아의 모습을 살짝 비춰주기도 하구요.

우리는 그러지 못했지만, 이곳 타이완을 방문하시는 분들이라면 타이완이란 나라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간단한 역사나 , 장개석과 국민당의 드라마틱한 여정들, 그리고 몇몇 대만 영화들을 보고 난 후라면 훨씬 더 맘에 와 닿는 여행이 될 거 같아요.
아무래도 우리네랑은 그다지 관계도 없어보이는 동남아시아역사는 접하기도 어렵고 접해봤자 마음에 잘 와닿지도 않지만, 공산당 국민당 정권의 엎치락 뒤치락 하는 것이나 일본의 강점기가 있던 것 등의 근대사의 전개는 우리네 역사랑도 살짝 닿는 부분이 있어 훨씬 감정이입이 잘되고 흥미로울 수 있거든요.
얼마 전 ‘브로크백 마운틴’으로 아카데미를 수상한 이안 감독도 타이완 출신이라던데, 그의 작품을 보거나, 아니면 타이뻬이 근교의 작은 마을 쥬펀을 배경으로 찍은 후샤오시엔 감독의 비정성시非情城市를 보고 오는 것도 좋을 거 같아요. 아쉽게도 우린 그러지 못했답니다. 음... 이 대목에서 약간 부끄럽군요. 쩝쩝...

화리엔을 출발해 타이뻬이에 도착한 우리는 또 숙소문제로 골치를 앓다가, 결국 기차역 바로 남쪽에 있는 KMall 15층의 작은 유스 호스텔로 향했습니다. 잘한 결정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이동에 편한 곳이고, 며칠 전 묵었던 숙소와는 달리 숙소 주변이 번화가여서 심심하지 않다는 게 큰 장점이었어요.
방의 크기는 정말 놀랄만큼 작아서, 보통 우리가 쓰는 침대만큼의 넓이도 안 되는 방이었답니다. 이곳은 도미토리가 US$17나 하는 곳이었는데, 두 사람이 저 콩알만한 방에서 묵는 조건으로 하루 숙박비 600위엔으로 낙찰... 아아~ 폐쇄 공포증이 있는 분이라면 단 하루 밤을 자는 것도 힘들거에요.
사실 바로 한 블록 옆의 건물에는 번듯한 비즈니스 호텔이 1박에 1,200~1,300위엔인 곳도 두 곳이나 있었어요. 방 안에서 무선 인터넷 까지 다 되구요. 하지만 이 호스텔이 근처에서는 절대적으로 싼 가격인데다가 이곳의 여주인인 소피아 아줌마가 나름 친절하게 여행정보도 주고 해서, 그냥 여기서 3일 내내 있었는데, 웬지 자고 나면 다리에 피가 잘 안 통하는 느낌이...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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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던져 놓고 타이뻬이의 중심가인 시먼딩(西門町), 101 빌딩 주변, 그리고 다음날은 고궁박물관古宮博物館 등등 을 둘러봅니다.
어디나 쇼핑가는 다 비슷비슷 한데, 개인적으론 쉬크하고 뉴타운 분위기가 난다는 101 빌딩 주변보다 명동 같은 느낌이 나는 북적북적한 시먼 쇼핑가가 더 좋았습니다.

시먼딩에서 우리 어렸을때 먹던 핫도그를 여기서 보게 될 줄이야... 얼른 하나 집어 들었는데 가격이 40위엔, 작은 건 25위엔인데 멋도 모르고 큰 걸 집어 들고 말았네요. 맛은... 옛날 그 맛입니다. 아아... 이젠 제 나이도 향수라는 걸 느끼게 되는 나이가 되었군요.
그리고 곱창이 들어가 있는 이상한 국수도 길거리에서 사 먹어 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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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빌딩 지역, 시먼딩 이든 고궁 박물관이든... 어디라도 타이베이 시내 안에 있는 곳이라면 MRT로 이동하기가 무척 쉬워서 찾아가는 건 별 문제가 없다는 게 이곳의 큰 장점인 듯 해요.
참, 고궁 박물관은 말이죠. 각종 소개지나 브로셔에 보면 세계 4대 박물관중 하나라고 칭찬이 자자 한데, 실제로 본 느낌은 이 명성에 훨씬 못 미칩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수많은 소장품들을 다 전시하지를 못해서 몇만 개나 되는 작품 중 선별하고 골라서 그중 몇 천 개를 로테이션 형식으로 일정 기간 바꿔가며 전시한다고 하더라구요. 실제로 관광객에게 노출되는 건 얼마 안 되는 터라 세계 4대 박물관이라는 명성에 약간 어긋나게 시리 약 3시간 정도면 거의 모든 관람이 다 끝나버려요.
우리는 이날 토요일 날 방문해서 수많은 꼬마 관람객들과 함께 보느라고 엄청 부잡스러웠어요. 아마 학교에서단체 견학이라도 온 듯...

 

 

타이완의 자랑. 101빌딩. 현재로서는 세계 최고층 빌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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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궁 박물관. 생각보다 규모가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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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 다음은 온천으로 유명하다는 신베이터우(新北投)로 갔는데, 역시 그곳까지도 MRT가 연결되어 있어서 가는 데는 문제가 없었어요. 문제는 또 안 도와 주는 날씨.... 역에서 나오니 비가 주룩주룩 옵니다.
급하게 우산 하나 사서 베이터우 온천 쪽으로 올라가니, 타이뻬이 시민들도 이곳으로 온천하러 주말이면 많이 오나봐요. 아... 노천 온천에서 발이라도 담그고 왔어야 하는 건데, 수영복을 준비 안 해 가지고 간 바람에 온천 박물관이랑 온천 구역 내의 다른 볼거리들만 살짝살짝 둘러보는 걸로 마쳤습니다.
타이완이 지형상 전국적으로 온천이 많은데다가, 예전에 일본 지배 시절에 온천 좋아하는 일본인들이 여러 군데 개발을 해 놓아서 온천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적격이랍니다.
신베이터우의 다른 온천 숙박 업소들이나 스파는 비싸니, 주중 일회 입장료 40위엔 밖에 안하는 이 노상 온천에서 꼭 타이완의 뜨거운 물맛을 보시고 후기 좀 올려주세요. 너무너무 궁금합니다. 

 

 

노천 온천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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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 버스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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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T 스린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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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터우역 플랫 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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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T 내부. 지선은 좌석이 이렇게 일자이지만 일반적으로 앞뒤로 등을 대고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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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entendu 2007.06.17 10:44  
  이 호스텔 지금은 22층으로 이사갔구요. 싱글룸은 모르겠지만 도미토리는 꺠끗합니다. 나름 저 사진에 비하면 넓직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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