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할 게 없는 상해 15
원래가 한번 계획을 세워 놓으면 기필코 그걸 해야 직성이 풀리는 좀 치사한
성격인데...이 날은 - 정확히는 이번 여행 전체가.. - 여행이고 뭐고..
정말 추워서 딱 죽을것만 같은 그런 날씨..
어제 상해에서 하루 종일 고생했지만 적응이 요원한 습한 추위에 매서운 칼바
람. 뜨거운 목욕 생각이 간절.. 그냥 숙소로 돌아와 난방기를 풀가동하고 티
비 시청.. 어휴.. 이렇게 dvd가 있는 줄 알았음... 상해에 두고온 수많은 드라
마 dvd - 대만서 잔뜩 사왔음. - 를 가져올 것 을..
다음번에 - 여행이 한달이나 지난 지금에야 다음 번이라는 말이라도 할 수 있
는 것.. 당시로서는 중국쪽은 향후 기십년간 쳐다도 안볼 것만 같았음. - ..
여튼 담번에 다시 시탕에 가게 도면 dvd를 잔뜩 가지고 가야 겠다고 생각했음
수많은 케이블에선 한국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었는데..
풀하우스 - 도대체 몇 년을 틀어대는지. 서울선 단 한번도 안봤는데 중국서 시
리즈 거의 다를 본것 같다.
금순이, 삼순이, 미안하다 사랑한다.. 그리고 전혀 듣도 보도 못한 무슨 아침
드라마- 이혼당한 여자가 요리사가 되구 뭐 어쩌구...
이런 것들을 연달아 봐대며 미친듯이 차를 마셨다.
그래도 풀리지 않는 온 몸의 냉기...
파카를 들쳐 입고도 이불로 동동 동여매고 난방기를 올려도...
지글 지글한 방바닥이 그리워 지는건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의 운명인가 보다..
중국은 난방이라는게 더운 바람을 내보내는 정도.
그래서 중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한 겨울엔 집에서도 두꺼운 솜옷을 입고
덧버선을 신고 목도리를 두르고 있다.
어찌나 따뜻한 방바닥이 그립던지...
온돌 문화.. 언제 세계를 정복할 것이냐.~~~!!!! 내몽고 쪽은 온돌이 들어가
지 않는 한 겨울에는 절대 여행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굳힘.
날이 저물고 저녁 생각이 슬슬 나기 시작..
아름답다던 시탕의 야경을 보러 나갈 결심 - 결심이다 온몸에 핫팩을 다시 둘
러야 하니..- 을 하고 밖으로 나갔다.
도시 전체가 시집가는 신부처럼 홍등을 감아 묘한 매력을 풍긴다.
이게 아까 낮에 내가 돌아 다녔던 고즈넉한 시골 마을인가 싶은 정도..
시향의 이곳 저곳을 유화로 그려 관광객에게 파는 아저씨는 문을 반 넘게 열
어 놓은 채 티비를 보시느라 내가 사진을 찍거나 말거나.. 관심이 없으셨고..
그렇게 현지인의 생활 모습을 기웃 기웃 거리며 구경할 수 있는 것이 시향의
매력 중의 하나가 아닌가 싶다.
시탕의 특산품 중의 하나인 종즈.
우리나라 약밥 비슷한 음식이라고 하면 되려나. 찹쌀밥에 간장과 맛술로 간
을 하고 돼지고기, 각종 견과류를 넣고 대통에 찐 밥
한두개만 먹어도 배가 그득해 진다.
저녁을 먹으로 돌아다녔지만.. 대부분의 음식점은 문은 열었지만 개점휴업분
위기.. 낮에 먹었던, 거리에서 훈뚠을 팔던 아저씨도 밤이 되니 다 들어 가시
고. 워낙 관광객이 없다 보니.. 혼자 밥먹자고 가게 불 다 켜야 하는 분위기라
서.. 그냥 종쯔 2개와 녹차로 허기를 달래야 했다.
시탕에서 1박을 할 계획이라면 시탕으로 들어가기 전에 먹거리등을 사가는것
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