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2007년 5월 29일, 드디어 여행 시작이다. 그런데 집 나선 게 이상하게 낯설지가 않다.. 그냥 평범한 하루 같기도 하고 중학교 때부터 신문배달 해서 모은 돈으로 고등학교1학년 때 홀로 유럽으로 떠난 여행에서 지속되어 10년간 계속 여행 중인 느낌 같기도 하다. 마중 나온 친구에게 왜 이리 실감이 안 나지?? 물으니깐 넌 죽고 나면 실감할 놈이란다. 정말 좋은 친구다. 아무래도 나는 타고난 방랑자인가보다..ㅋ
지금은 인천에서 연운항(롄윈강,Lianyungang) 가는 배 안이다. 일반실로 하고 싶었지만 전화 예약할 때부터 로얄실 밖에 없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3만원이나 더 비싼 149.600원 주고 로얄 2인실로 샀다. 그런데 오히려 다행인 게 대실에 이었으면 짐 때문에 불안해서 편히 자지도 못하고 이렇게 여유롭게 책상에 앉아 여행일지도 못 썼을 것이다.^^ 3만원은 자전거 삯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여행 떠나기 하루전날엔 내 최고의 악습인 벼락치기 때문에 날밤 세서 준비했다. 이상하게 난 시간이 바로 앞에서 눈치를 줘야지 일을 시작하고 뜸 안 드리고 빨리빨리 처리 한다. 떠나기 전날 밤 완충시킨 할로겐라이트 배터리에 또 이상이 있어 출발하는 당일 용산에 가야 하는 일이 생겼다. 한국에서 지내던 형네 집 응암동에서 용산까지 자전거타고 가는데 내가 도대체 이 짓거리를 왜하지 할 정도로 자전거가 무거워서 열 받았다. 다시 집에 가서 어제 못 잔 잠이나 잘까 생각도 해봤지만.. 친구 한둘씩 용산으로 와서 집에 돌아긴 X팔리게 됐다. “왜왔어, 복잡하게!” “네가 좋아서 온건 아니고 그냥 시간 나서 바닷바람이나 쐬러 왔다.” 라고 한다.. 막 회사에서 전화오고 난리던데.ㅋ 용산 라이트 사장님이 할로겐전구, 충전지, 충전기 싹 다 세 것으로 교체, 부속품 몇 개 챙겨주시며 홍보 부탁받았다. A/S 확실하고 가격대비 성능 죽이는 4ULight.com, 대박 나십쇼!!^^
동인천역 가는 급행열차 타고 인천 제2국제여객선터미널에 도착하였다.
표를 사는데 자전거는 화물로 보내지 못하고 개인 휴대해야 한다고 한다. 나야 좋지.^^ 몇몇 해외로 가는 배 중 화물로 보내야 하는 배는 4만원 정도 추가비용을 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원래 19시 배인데 오늘 날씨가 안 좋은 관계로 중국에서 늦게 출항해 한국에서의 출항도 연기 되었다. 언제 출항 할지 자세히 모르고 24시쯤이 될 것 같다고 20시쯤 수속 밟으러 오라고 한다. 남는 시간에 밥 먹고 마지막으로 당구 물리기 한판 쳐서 깔끔하게 이기고 기분 좋게 항구로 돌아왔다.
대합실엔 보따리사업하는 분들로 가득 차다. 빠이빠이~ 다음 주에 동네에서 보자고 친구는 인사한다. 돌아오면 자기 집에 3년 동안 숨겨주겠다며.. 친구들끼린 강한 척 싸다구 한 대 날리고 해어졌어야 우리 정서상 맞는데 예의도 없는 것들이 있는 척, 친한 척 닭살 돋게 잘 가라고 포옹 하고 해어졌다.
짐 검사 하는데 자전거에서 짐을 다 때라고 한다. 탈착식기능이 있는 가방들이어서 다행이지.. 깔끔하게 뺐다가 투시 검사대 지나 다시 부착하고 출국 심사 하고 여객터미널에서 배 앞까지 가는 버스를 타는데 구형 버스라서 높은 계단 3개나 있다. 컥.. 이 4~50kg 하는 자전거를 어떻게 들고 올라가.. 어떻게 꾸역꾸역 올리긴 했다. 버스에서 다시 내릴 때는 쿵 하고 거의 떨어지다시피 내려짐 당했다. 그런데 더 무서운 게 배 앞에서 날 기다리고 있으리라곤 생각치도 못했다. 제길슨.. 이거 사다리 아니야??
친구 집에 3년동안 숨어있을까??ㅋㅋ 여객선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보자 갑자기 왼쪽 어께위에 뽕 하고 미니 찰리 악마가 나타나더니.. “무슨 자전거타고 3년 동안 세계일주야.. 말이 지구 한 바퀴지 그걸 어떻게 돌아~“ 그후 바로 오른쪽 어깨위에 뽕하고 나타난 미니 찰리 천사 왈: “너 지금 안하면 평생 후회 할껄?? 3년 동안 숨어 지내는 게 더 힘들어!!” 중국비자랑 배표 산 돈이 아까워서 숨 호흡 크게 들이 마시고 미니 찰리 천사 말 듣기로 했다. 다른 사람 올라가는 거 기다린 다음 마지막으로 올라가는데 여승무원들이 내가 안쓰러운지 뒤에서 밀어준다. “들어줘야지 밀기만 하면 어떻게 해요~!!!” 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래도 눈물 나게 고마웠다. ㅠ,.ㅜ
10분에 걸쳐 낑낑 올라와 프론트 앞에서 키 받기 전에 잠시 앉아 쉬고 있는데 페달에 긁혀 다리엔 피 흘리고 있고 허리에는 막 통증 밀려오고 몸이 난리도 아니다. 미니 찰리 악마 말 듣고 집에 돌아가는 게 옳은 것 같기도 하고..ㅋㅋ 도와준 여승무원들에겐 감사인사로 짜이찌엔~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신이 없어서 해어지는 인사를 한 것 같다. 기껏 도와 줬는데 잘가라니..ㅋㅋ 쉐쉐가 맞았던 것 같은데..ㅎㅎ
계단 타고 올라온 프론트는 6층이고 내 방은 4층이다. 상식상 내려가야 하는 건데 배라 반대로 위로 올라가야한다. 여객선 내에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다행이지.. 짐들 쌓인 통로 뚫고 방까지 어떻게 와서 장금 장치 다 채우고 바로 골아 떨어져 버렸다..
12시간 자고 다음날 일어나니 내 옆에 아무도 없네?? 2인실을 혼자 썼으면 배 삯 전혀 안 아깝게 됐다!^^ 전에 시베리아 횡단 열차 탈 때 노트북 전원 잘 못 꼽았다가 아답터 나간 적이 있은 후로 이동할 땐 전원 연결 안했었는데.. 전류 전압도 안전한 것 같아 노트북 충전도 시키고.. 좋다!^^
늦은 오후 심심해서 배 위로 올라갔다가 슈퍼에서 김치맛 감자칩을 발견하곤 신기해서 사봤다.
배고파서 먹긴 먹었는데.. 한국이었으면 안 사먹을 과자다.ㅋ 식초과자도 아니고 왜 쉰 맛이 나?? 3년 동안 한인마켓만 찾아다닐 수 도 없고 큰일 났다.
배에 한식당이 있고 그냥 레스토랑이라고 적혀있는 곳이 있었다. 한국밥은 어제까지 먹었으니깐 중국인이 많아 보이는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메뉴판도 없고 어떻게 먹는 것이냐고 직원에게 물어봤는데 서로 의사소통이 안되 그냥 앉으라고 손짓 하는 것 같아 후불인줄 알고 그냥 앉았다.
한식이긴 한식인데 중국 스타일로 먹네?? 미역국, 계란요리, 오이무침, 김치, 쌀밥. 흠.. 미역국은 어떻게 먹으라고 수저도 안주지?? 따지지 않고 그냥 먹기로 했다. 옆에 다행히도 한국분이 앉으셔서 이것저것 여쭤봤다. 알게 된 사실은 이 배가 연착하는 바람에 중국 터미널 직원들이 퇴근해 입국을 내일 아침에 해야 해서 선사 측에서 저녁식사를 재공 한다는 것이다. 그럼 공짜 밥이네?? 갑자기 불만이 쏙 들어가고 밥맛이 좋아졌다.ㅋㅋ 난 분명 나이 들어 대머리 될 거야..ㅎㅎ
정상적으로 입국했으면 시차 1시간 빼면 현지시간 18시에 도착했을 것인데 24시에 출발했다고 23시에 도착했다. 터미널은 내일 아침 8시에 연다고 7시30분까지 준비 하라고 한다. 잠자리 걱정 안 해도 돼서 오히려 내겐 좋은 일이다.^^ 옆에 앉아계시던 아저씨께서 중국에서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라고 연락처주시고 있다가 심심하면 아저씨 방으로 놀러오라고 하신다. 내려가서 TV보다가 졸리지 않으면 놀러 가봐야겠다. 배에서는 아주 제대로 쉬고 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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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의 자전거 세계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