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할 수 있는 대만 9
1. 내가 만난 대만 사람들과 대만 이야기..
이건 절대적으로 나의 개인적인 느낌이고 주관적인 판단이다.
일반화의 오류일수도 있고 소경이 코끼리 만지는 격일 수도 있다.
단지.. 내가 느낀 대만 사람들에 대한 얘기이다.
대만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건 지난 번 여행으로 갔었던 타이루거에서 였다.
워낙 패키지 여행을 싫어라 하는 관계로다가.. 타이루거도 개별적으로 돌아보려고 화롄까지 가긴 했는데..
막상 가보니.. 타이루거가 너무 넓은거다..
요왕님이랑 고구마님은 오토바이를 빌려 타고 다니셨다고 했는데..
자전거도 못타는 나로서는 꿈도 못 꿀 일이고..
두다리 하나 믿고 걸어 여행하려 했더니.. 이게 의외로 넓어서.. 여자 혼자 그냥 편한 맘으로 다닐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
음.. 설악산 정도 - 솔직히 그 정도 크기는 아니지만.. 딱히 비유할 곳이 없어서..
친구 4,5명 정도 같이 다닌다면 모를까.. 여자 혼자 돌아 다니기엔 너무 넓은 곳이었다는 의미임..
하여간.. 막상 가서 보니 너무 막막해서 결국 아침에 패키지를 신청해서 참가 했는데..
분명히 영어가이드가 있는 팀으로 해달라고 했건만.. 이 가이드 영어라고는 O.K밖에 모른다.
구성원은 몽땅 다 대만 사람.. ㅠ.ㅠ
젊은 애들 4명 정도는 워낙 자기네 끼리 몰켜 다니는 분위기였고..
앞자리의 할아버지, 할머니 한 팀 - 이 두분.. 어찌나 살뜰하신지..
솔직히 할머니 보기 전에는 불륜인줄 알았다.. 할아버지가 부채질에 땀닦아 주고, 음료수 챙겨주고.. ... 나중에 보니 할머니..
그리고 일가족 4명..
일가족 4명은 LA로 이민간 대만 인들이었고 할아버지 내외도 미국 중부 어딘가에 사신단다. 일부러 휴가내서 타이루거 보러 오셨다고 하셨다.
첨엔 서먹 서먹 했지만.. LA의 아주머니가 얼마나 잘 챙겨주셨는지..
타이루거 꼭대기의 호텔에서 점심을 먹으며 어쩌다 심각한 정치 얘기 까지 하게 되었는데..
결론은 이거다.
대만은 중국이 아니라는것.
많은 대만 사람들에게 Are you Chinese? 하고 물으면 아마 이렇게 대답할거다.
No, I'm Taiwanese.라고..
대만과 한국의 관계는 무지 복잡하고 미묘하다.
대장금 이전의 대만 인들은 한국인들을 굉장히 싫어했다. 지금도 나이드신 사람들은 한국을 혐오한다.
그 이유는 한국과 대만과의 단교과정에서 벌어진 숱한 복잡하고 난해하게 얽힌 구구절절한 사연들 때문인데..
하여간 결론은 난 단교 과정에서 분명 한국이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 이건 전적으로 나의 의견일 뿐이니 제발 쪽지로 항의하지 말아 주셔요.
미국으로 이민가서 거기서 뼈를 묻을거라던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는 점심을 먹다 말고 흥분해서 얘기하셧다.
대만은 중국이 아니라고. 대만은 대만이라고.
그리고 자신은 중국인이 아니라 대만인이라고.
중국 정부는 대만을 독립국가로 인정해야 한다고.
할머니가 진정을 시키셨지만.. 어쩐지 약소국의 비애랄까.. 이런거에 약한 entendu 역시 울컥해서 점심을 제대로 못먹었더라는..
대만인들이 전반적으로 일본 반 식민지같았던 옛날을 그리워 하고 일본을 그렇게나 좋아하는 것은..
중국과의 관계 때문이기도 하지 않을까.
원래 대만의 탄생 자체가 중국과의 괴리때문이었고
중국이 커갈 수록 대만은 상대적으로 작아질 수 밖에 없었고.
30여년간의 최대 맹방이었던 대한민국으로부터 수모랄 수밖에 없는 단교를 당하게 되고
국제 사회 어느 곳에서도 대만의 자리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대만은 대만이 중국이 아니라고 한다.
중국은 대만은 중국이라고 한다.
심지어 날씨예보에도 북경이나 상해, 쿤밍,, 그리고 대만의 날씨를 예보하고 있다.
대만은 지금 막다른 골목에 몰려 있고 눈앞의 거대 중국으로부터 빠져 나갈 길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그런 지금.. 존재 자체를 위협하는 중국과 양안 관계라는 풀 수 없는 매듭을 눈앞에 둔 지금이..
차라리 그 옛날, 일본의 경제력을 등에 없고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던 그 시절이 그리운게 아닐까.
그래서 차라리 자신을 일본인이라고 말하는건 아닐까.
중국인일 바에야 차라리 일본인이 되고 싶은게 지금 대만인들의 마음이 아닐런지..
2. 내가 느낀 대만과 대만 사람들 이야기
대만의 첫 인상은 굉장히 낡았고 정체된 느낌이었다.
거리는 꺠끗했지만 좁았고 건물들은 하나같이 낡았고 추레해 보였다.
그러나 일본인들은 자칭하는 대만인들은 마치 일본인들처럼 부지런했다.
낡았지만 잘 관리되고 보수된 건물들.
좁고 사람들로 넘쳐났지만 지저분하지 않고 보도블록들도 깨지거나 훼손되지 않았다.
그리고 정말 친절한 대만 사람들..
처음 여행 떄, 딱 2달 공부하고 간 중국어 실력이 오죽했을까만은.. 여행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짧은 영어를 수줍어 하며 목적지까지 굳이 데려다 주던 수많은 대만 사람들.
그들은 내가 봐도 중국인이 아니다.
이번 상해 여행에서 정말 확실히 느꼈다.
상해 여행을 마치고 내린 역시 주관적인 결론.
중국(상해)은 3가지가 많다.
1. 크고 새로운 건물들이 많고.
2. 엄청나게 습한 추위가 많고
3. 정말 신기하고 맛난 먹거리가 많다.
중국(상해)은 3가지가 없다.
1. 질서가 없다. ( 신호등은 거리의 데코레이션일 뿐.. 존재이유를 모르겠다.)
2. 미소가 없다. ( 심지어는 공항 인포메이션 데스크 직원도 웃지 않는다. 난 처음에 내게
화를 내는 줄 알았었다.)
3. 친절이 없다. ( 중국어로 말해도 잘 대답해 주지 않는다.. 여행 첫 날.. 홈시크에 걸려 버렸다. 너무 서러워서...)
중국과 대만은 틀리다.
내가 봐도 타이와니즈와 차이니즈는 틀리다.
그렇지만 그들은 하나다.
앞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언제가 될런지는 알 수 없지만 하나가 될 것이 분명하고
그렇게 되면 그들은 또 어떤 모습의 대만인과 중국인이 되어 있을 지.
한국에 어떤 존재로 다가오게 될지.. 조금은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2008년 현재.. 내게 대만과 중국은 정말 다르고 틀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