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할게 없는 상해 22
그 이후론 정말 말할 게 없다.
그 다음 날 부터 비와 눈이 교대로 내리기 시작하고
비바람이 어찌나 거세게 불어대는지..
우산을 쓰고 있어도 아무 의미가 없었고
비도 맞으면 얼굴이 쓰릴 정도로 아프다는걸 알게 됐다.
틈틈히.. 용기를 내어 - 독립운동하는 기분이었달까.. ㅡ.ㅡ
마시청의 서커스를 보러 갔고 - 지하철 마시청 역 바로 앞에서 파는 양고기 꼬치 구이.. 환상..
이케아점에 구경을 갔으며 - 절대 비추.. 사오지도 못할 눈에 들어오는 숱한 인테리어 가구들..
대부분의 시간을 침대에서 이불을 똘똘말고 단전, 단수 소식을 티비로 보거나
밥을 먹으러 근처 쇼핑몰에 가서 음반 가게 매장 조사를 했다.
워낙에 서점 구경을 좋아하는 관계로..
서점에서 종일 시간을 보내야 겠다고 서점이 잔뜩 몰려있는 푸지앤난루로 갔으나
충격적인 사실..
중국에선 멀쩡한 대형 서점이 난방이 하나도 안되어 있다.
입김을 불면 하얗게 보일 정도로 추운 서점 안에서 어찌 책을 보란 말인지..
서울서도 못봤던 눈덮인 도시 설경을 질리도록 보고 왔다.
드디어 우육면 말고도 음식을 주문해 먹었고..
이냉 치냉 .. 추위속에 먹는 망고 빙수의 참 맛을 알게 되었으며
어릴적 먹었던 푸석거리던 인도사과를 십수년만에 다시 먹으 수 있었다.
수저우로의 1박 2일 여행은 기차 운행이 불가능해지면서 모조리 허당이 됐고.
여행계획이 뜻대로 되지 않아 어쩐지 시간낭비만 하는 것 같아 불만족 100%였던 상해 여행
서울로 돌아오던 날 아침은 결국
내 엄지손톱보다도 더 큰 얼음덩어리가 쏟아져 내렸다.
서울로 돌아와 얼마나 후회를 했던가..
차라리 전 일정을 대만으로 할걸.. 괜히 상해는 껴가지고...
당분간은 상해 쪽은 쳐다도 안볼 줄 알았다..
그리고 3개월이 흘렀다.
정말 너무나 바쁜 요즘... 야근까지 해도 끝없이 밀려오는 일처리를 하다가..
가끔씩 창밖을 쳐다보며 상해를 떠올리는 나를 발견한다.
길거리에서 오들 오들 떨며 먹던 양고기 꼬치 구이의 냄새,
중국 사람들의 시끌벅적한 웃음 소리와 소음에 가까운 ( 쿠쿠.) 야단스런 목소리들..
예원의 인적없는 정자.
한적하고 적막하기 까지 했던 시탕
.
내가 찾아갔던 시탕의 나무들은 모두 겨울나무들이어서
앙상한 가지를 수면에 드리운채 봄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주말이 지나면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 같아서 점심도 걸러가며 찾아갔던 벚꽃나무 아래에서
시탕의 나무들에도 봄 꽃이 피어 있겠구나 싶어 문득 그리워 졌다.
시탕의 봄은 어떤 향기일지. 어떤 모습일지...
여기는 서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