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앙에서의 아름다운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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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지앙에서의 아름다운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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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어 아무리 많은 것을 가져도 만족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 만족이 앞에만 있다고 생각하고 또 앞으로 달려나갑니다.

그러나 그 만족이라는 것은 늘 우리 뒤에 있습니다.

 

내가 한 걸음만 천천히 걷고,  호흡 한 번 길게 하고,

그리고 뒤돌아 보면 바로 만족과 함께할 수 있습니다.

 

윈난 지역을 다니다 보면 우리 눈에는 생소한 장면을 보게 됩니다.

고기를 냉장고에 보관하지 않고 처마에 그냥 걸어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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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돼지고기를 여러 가지 양념으로 조미하고 소금으로 염장하여 서늘한 곳에 바람이 솔솔 잘 통하는

그늘에 걸어둔다.

같은 고기라도 집집마다 소금의 양과 조미한 양념의 차이로 모두 다른 맛을 지니고 있다.

고기를 잘라 놓은 모습이 마치 비파라는 악기를 닮았다 하여 비파육(琵琶肉)이라고도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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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처리한 고기는 수년간 보관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렇게 보관한 고기는 아마도 귀한 손님이 오면 특별히 조리하여 상에 올리면 그 집 아낙의 염장 지르는

솜씨와 더불어 그 집만의 고유한 맛으로 대접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김치맛이 집집마다 안주인의 솜씨에 따라 다르듯 이곳도 그리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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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예전에 냉장 시절이 없을 때부터 사냥하며 살던 시절에 많은 짐승을 잡으면  오래 보관하여 두고 

먹기 위한 지혜가 아닐까?

이렇게 제대로 염장질 당한 고기는 보관과 이동이 쉬워 오랜 기간 먼 지역까지 이동하여 독특한 고기맛을

보게 해준다. 

우리나라에도 고등어를 염장질하여 내륙지방에서도 먹기 위해 만든 안동 간고등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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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지앙 꾸청 안에서는 야크고기를 조리하여 팔고 있는데 맛을 보니 우리나라에서도 자주 사용하는 산초라는

양념을 하여 맛이 우리에게도 잘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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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 수허꾸전에 도착하여 3시까지 돌아보았다.

어제 충칭식당의 아가씨가 4시에 식당에 들려달라고 부탁을 했기에 우리는 수허꾸전을 3시에 출발하여

아침에 보았던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 11번 버스를 타고 3시 25분에 리지앙 꾸청 북쪽에 있는 대수차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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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서 내려 다시 꾸청의 미로 같은 길을 걸어 3시 50분에 충칭식당에 도착한다.

그녀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우리를 반긴다.

리지앙의 수로와 꽃을 본 듯 이렇게 반가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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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점심 겸 저녁을 이 집에서 먹는다.

지단 챠오판....  그러니 달걀 볶음밥이다.

세상 어느 나라에서나 주문하여 먹으면 크게 그르치는 법이 없는 음식이 볶음밥이 아닐까?

원래 중국은 밥 외에는 모든 반찬이 우리와는 달리 별도로 주문하고 돈을 내야 한다.

그러나 충칭식당 아가씨는 우리에게 콩 조림을 무료로 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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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맛있게 다 먹으니 나중에 나올 때 비닐에 콩 조림을 따로 포장하여 주며 여행 중에 먹으라고 한다.

우리 부부는 여행자의 첫 번 째 덕목인 쾌변과 더불어 두 번 째 덕목처럼 이렇게 음식을 밥알 하나, 콩 한 톨

남기지 않고 잘 먹는다.

그리고 이 지역의 먹거리 중 하나인 야크 우유로 만든 요구르트도 한 병씩.... 1병/5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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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영어를 전혀 못하고 물론 한국어도 못한다.

우리 부부는 중국어를 하지 못한다.

그러니 주로 필담과 짧은 중국어로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필담을 나누면 대강의 뜻은 서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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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의 대화는 식당에서 주문받는 종이의 뒷면이 한 권 다 없어질 때까지 계속된다.

비록 말은 통하지 않지만 우리는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고 많은 대화를 눈으로 나눈다.

말이란 대화를 나누는 한낱 도구에 불과한 것....

그녀는 우리의 입 모양을 보아가며 중국어 발음을 교정하여 주기도 하고,

우리는 그녀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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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다 먹고 계산을 하려 하자 그녀는 돈을 받지 않겠단다.

오늘 식사는 자기가 우리 부부에게 대접하겠단다.

그래도 우리는 그냥 얻어먹을 수 없어 우리가 아는 금액을 치르고 고마운 마음에 늘 가지고 다니는

초콜릿과 휴대전화 고리를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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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녀는 자기 가방에서 또 포장된 무슨 물건을 꺼내어 우리 부부에게 건네주며 선물이란다.

이게 도대체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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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가씨가 우리에게 4시에 들려 달라고 한 이유는 바로 이 빗을 선물하기 위한 것이다.

몇 번 들려 그냥 잘 통하지도 않은 대화를 나눈 이방인인 우리 부부가 그녀에게 무슨 의미였을까?

빗을 받은 우리는 그녀에게 빚을 지고 말았다.

 

이곳 충칭식당의 위치가 바로 우리가 머문 숙소의 입구에 있어 드나들며 수시로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고

3번 정도 식사를 했고 그리고 우리가 먼저 보면 우리가 눈인사하며 지나친 것 외에는 없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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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이메일 주소가 없다. 사진을 보내주려고 해도 보낼 방법이 없다.

그래서 佳人의 이메일 주소와 전화번호와 집 주소를 적어주고 혹시 나중에 연락할 방법이 있으면 연락하라고

하는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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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란 이렇게 미지의 땅에서 비록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아도 감동을 하고 올 수도 있다.

22살의 어린 그녀는 佳人에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우리가 그녀를 잊지 않을 때까지 그녀도 한국과 우리 부부를 잊지 않으리라....

그녀와 함께 만든 추억은 수로의 물 위로 아른거리는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다운 리지앙보다 더 아름답다.

 

중국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남에게 장미꽃을 바친 손에는 언제나 남은 향기가 있다."

그곳은 큰 식당도 아니고 모녀 둘이서 운영하는 작은 분식집 규모의 식당이다.

그러나 그곳에는 향기로운 장미향이 넘처 나는 아름다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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佳人은 그녀 식당이 큰 부자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 이유는 부자가 되어 다른 곳으로 가버리면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佳人이 생전에 리지앙을 다시 간다면 틀림없이 그녀를 만나기 위함이다. 

리지앙을 佳人은 한 마디로 水, 花, 木, 燈, 路, 人, 東, 雪이라고 개인적으로 정의하고 싶다.

 

水는 골목마다 흐르는 물이 있고, 싼얜징(三眼井)이라는 독특한 우물이 있다.

花는 꾸청 어디에나 꽃으로 장식하여 아름답게 꾸며놓았다.

       리지앙은 그렇기에 마치 한 폭의 수채화와 같은 아름다운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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木은 나무로 지은 고옥이 즐비하고 나무로 만든 다리가 있으며 이곳을 다스리던 木씨 성을 가진 木府가 있다.

       그리고 소원과 행복을 기원하는 나무로 만든 종인 목령(木鈴)이 걸려 있다.

       집집마다 처마 밑에는 木魚를 만들어 걸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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燈은 밤에 꾸청을 꾸청답게 꾸며주고 골목을 밝혀준다.

       옛날 마방이 멀리서도 등을 보고 찾아올 수 있다.

       등불은 리지앙을 더욱 리지앙답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요소다.  

路는 꾸청에는 미로와 같은 많은 골목이 있고, 쓰팡지에로 통하는 네 방향의 차마고도가 연결되고, 바닥에는

       오화석으로 포장하여 깨끗하게 만들었다.

       차마역이 있던 곳.... 리지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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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은 그곳에는 모계사회라는 나시족 사람들이 있고 그곳을 지나던 마방이 있었다.

       지금은 빨간 모자를 쓴 무서우리만치 많은 중국 관광객이 넘쳐나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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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은 똥바(東巴)라는 그들의 혼이 있고 모든 집이 서쪽에 앉아 고향을 그리며 동쪽을 바라보고 있다.

雪은 만년설이 있는 위롱쉐산이라는 설산이 있고 설산에서 사시사철 흘러 내려오는 눈 녹은 물이 흐른다.

       그래서 중국사람은 물론 수많은 외국 관광객이 이곳을 와보고 싶어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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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속에 이야기가 없다면 껍데기만의 마을이 된다.

예전에는 차마고도를 다니던 마방의 애환이 남아있고 나시족은 소수민족으로 주위에 휘둘리며 살아왔고

살아남기 위하여 중원의 힘에 의지하였고 이웃으로 살았던 바이샤(白)족과의 아픈 사연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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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佳人 개인에게는 리지앙에서 만난 어리삐리한 이방인에게 마음을 열어준 아름다운 여자가 있다.

그러기에 리지앙은 아름다운 곳이고 영원히 기억되는 곳이다.

佳人은 비록 아무 생각없이 정신없이 돌아다녔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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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는 밤 버스를 타고 쿤밍으로 내려간다.

리지앙은 아름다운 곳이다.

佳人은 그녀의 장미꽃을 건넨 손에 영원히 향기가 남아 있기를 기원한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 젊은 시절에는 사랑하기 위해 살고 나이가 들어서는 살기 위해 사랑한다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사랑하기 위해 사랑하며 살아야 합니다.

                        그 이유는 우리는 우리 삶의 주체이고 주인공이며 우리가 살아갈 날이 많은 것

                        같아도 사실은 무척 짧은 시간이니까요. 

 

 오늘 사용 경비 : 아침 죽 2, 입장료 10, 버스 2, 저녁 12, 요쿠르트 10, 화장실 0.5. 계 36.5위안.   누계 2.511.5위안.

8 Comments
용감한아줌마 2010.03.22 15:57  
저도 처마에 매달린 고기가 너무 신기해서 사진 찍어 왔는데....
정말 소중하고 좋은 인연을 만드셨네요.  여행의 즐거움이 바로 그런거 아닐까요?
다시 쿤밍으로 가시는군요.  전 저질체력이라 비행기 타고 갔는데 두분은 밤버스를 이용하셨군요.  부럽습니다.
佳人1 2010.03.23 17:39  
우리 부부는 몸으로 때우는 일은 잘 견딥니다.
그냥 잠을 자다가 일어나니 쿤밍이더군요.
정말 리지앙에세는 좋은 아가씨를 만나 행복했습니다.
21세기 나그네 2010.03.22 18:49  
가인님 저 7월 쿤밍행 비행기표 발권완료했습니다.
10박 11일 여행계획이면 리쟝에서 4일 지낼 예정입니다.
리쟝가면 저가 사진을 대신 전해드릴까요 ?
佳人1 2010.03.23 17:43  
21세기 나그네님 그리될 수만 있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鄧委(덩 웨이)입니다.
素月 2010.03.24 11:11  
여정이란 인연을 만들어가는노정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어제 명함을 정리하다가  '린 카페'  명함을 보고 잠시 여강을 생각했었지요. 그래서 오늘 다시 와 보니 가인님의 글이 올라와 있네요. 여강고성, 수하고성, 목부 등등 눈앞에 선하네요.

 오고가는 사람을 만난 '린카페'와 '고장난시계'도 생각나고요.

  '린 카페'에서 묵지는 않고 두 끼의 밥과 호도협 트래킹을 하고자 짐을 보관한 적이 있었지요. 젊은 부부가 운영하고 있었는데 한국 여행객들이 많이 방문했었지요. 곤명에서 만난 오마이뉴스에 중국 발품취재 여행기를 쓰고 계셨던,  '최00'기자님도 다시 보았고요.

 그리고 문영배 사장님이 운영한 '고장난시계'에서는 2박3일을 묵었지요. 당시 '고장난시계'는 운삼평 가는 길목인 백수하 부근이었는데 그곳이 철거되어 인근으로 이주했다는 인터넷판 소식은 들었는데 요즘은 잘 계신지 궁금하네요.

 '고장난시계'에서는 문사장님과 이탈리아 젊은 커플, 중국 요동성 대련에 근무하는 삼성물산 김대표님, 한국의 젊은여행객 셋  등이 생각나네요. 다들 잘 계신지 모르겠네요.

 세월은 가고 있지만 가끔씩 지난 인연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은 인간이 가진 복 중 하나가 아닌가 느껴봅니다.
佳人1 2010.03.26 09:31  
素月님께서도 리지앙에서의 아름다운 추억을 지니고 사시는군요?
그곳은 충분히 추억을 떠올릴만한 곳이지요.
21세기 나그네 2010.03.24 13:34  
가인님  저가 사진 전해드리겠습니다.
佳人1 2010.03.26 09:32  
고맙습니다.
21세기 나그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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