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마저 아름다운 리지앙의 오화석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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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마저 아름다운 리지앙의 오화석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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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지앙에 가면 누구나 특이한 골목길의 바닥 모습을 보게 됩니다.

바로 모든 골목 바닥에 깔아 놓은 바닥재가 돌로 깔아 놓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다른 곳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지만 리지앙은 돌에서 마치 꽃이 피어나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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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골목뿐입니까?? 무지개 다리(虹橋)도 돌로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골목의 바닥만 내려다보고 다닐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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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지앙 골목에 깔린 돌은 오화석(五花石)이라고 부르는 아름다운 돌이다. 

마치 돌에 꽃무늬가 들어 있는 듯한 돌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오래전부터 마방들이 말을 끌고 마을을 드나들었기에 흙바닥보다는 견고한 돌로 바닥을 포장하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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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오래 흐르면서 바닥은 이렇게 반들거린다.

가로방향으로 된 것도 있고 세로 방향으로 된 것도 있다.

아마도 쓰팡지에로 드나드는 주 도로에서 네 방향으로 오가는 방향표시의 의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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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년간 마방들과 함께하며  세월을 묵묵히 견디어 왔을 다리도 돌로 만들었다.

이런 모습이 리지앙을 더 오래 기억하게 한다.

예전에 멘토 마방인 왕서방이 인턴 마방인 덜수를 데리고 마방의 노래를 구슬프게 부르며 건넜을 것 같은

오화석으로 만든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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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듬지 않은 오화석의 원석이다.

아마도 리지앙 부근에서 채취한 듯.... 따리의 유명한 대리석과는 다른 돌이다.

돌의 모습이 하나의 성분이 아니라 여러 가지 성분이 돌 속에 박혀있다.

이 돌의 표면이 반들거리면 마치 꽃이 핀 듯 아름답게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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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돌이 옛날부터 있었겠지만 이렇게 오래되어 마모되면 수시로 새로운 돌로  교체작업도 한다.

마방들이 애환을 담고 걸었을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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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에 길을 걷다 보니 교체작업을 하고 있다.

오래되어 많이 파인 돌을 걷어내고 새 돌로 교체한 후 시멘트를 바르고 새 돌로 맞추고 나무토막을 대고

망치로 두드려 견고하게 고정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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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돌이 어디로 도망이라도 가나?

아니면 누가 훔쳐가기라도 하나?

쇠못을 박아 놓은 돌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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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걸으며 내려다보면 이렇게 글자가 각인되어 있다.

무슨 의미일까?

혹시 책임시공을 위하여 공사한 사람의 사인일까?

아니면 채석하고 공급한 회사의 상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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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하면 묻고 따져야 佳人의 속이 풀린다.

혼자 무척 큰 발견이라도 한 듯 여러 글자를 사진으로 찍어 묻고 따지고 돌아다닌다.

돌에 믿음을 준단 말인가? 돌을 믿으라는 말인가?

믿을 信이라는 글도 보인다.

우리 속담에 돌다리도 두드려 본 후에 건너라는 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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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알아낸 비밀....

쯧쯧쯧.....

그건 바로 이 오화석 밑으로 매설된 오물이 지나가는 하수구(汚)나 전기선이나 전화, 통신선의 표시란다.

젠장! 공연히 난 또 남들이 모르는 비밀이라도 찾은 듯 바닥만 내려다보고 다녔잖아~

여러분은 佳人 같은 바보짓을 하지 마시기를....

무식하면 이렇게 하수구가 지나가는 길만 내려다보고 다닐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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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바닥재도 원석이 다르고 모양도 가지가지....

반질거리는 모습에서 세월의 흐름이 보이고 마방의 한숨과 말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이곳에서 가만히 마방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들의 걸어온 삶의 희로애락을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떠돌이 삶의 인생 이야기는 정말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다.

리지앙에서 못다 이룬 사랑 이야기며, 차마고도에서의 산적과 맹수와 싸운 무용담....

덜수가 밍월이에게 첫눈에 반해 속으로만 애태웠던 이야기며...

어리삥삥한 덜수가 마방의 우두머리라는 마구어터우가 된 전설 같은 이야기...  

수 만 편의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들리겠지만, 너무 식상한 관계로 佳人 혼자만 듣고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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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쓰팡지에로 드나드는 위허광장과 연결된 주 도로에는 이렇게 가운데 두 줄로 세로모양의 오화석판이

깔렸다.

예전에는 푸른 돌인 청석으로 깔아 차마고도를 나타냈다고도 했다는데....

그럼 미로 같은 꾸청 골목길에서 만약 길을 잃었다면 바닥만 내려다보고 세로 방향의 돌판만 따라가면 중앙에

있는 쓰팡지에로 찾아갈 수 있다는 말이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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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도착한 마방인 왕서방은 흥에 겨워 노래를 부른다.

지금은 잊혀가고 사라져가는 노래이지만 그때는 바로 이 골목 오화석판 위를 말을 끌고 들어오며 마방의

노래를 불렀을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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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신랑인 마방 왕서방이 이쁜이와 결혼한 지 그 다음 날 길을 떠난다.

 

이쁜이 : 어제 결혼식을 올리고 오늘 떠나신다고요? 당신 정말 양심도 없군요.

            떠나시려거든 나랑 결혼이나 하지 말지, 나랑 결혼했으면 떠나지를 말지....

왕서방 : 당신과 결혼하려고 빚은 많이 졌네 그려... 가지 않으면 빚은 갚을 수 없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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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쁜이 : 당신이 빚을 졌어도 괜찮아요, 내가 베를 짜서 빚 갚는 것을 도울게요.

왕서방 : 당신이 천을 짜도 충분치가 않아... 베 짜는 것으로 담배도 사 피울 수 없어.

이쁜이 : 당신이 빚을 졌어도 좋아요, 노새를 팔아서 갚으면 되지요.

            집 앞에 있는 밭을 팔아서 갚으면 되지요, 돌도 기왓장도 말할 수 있는데 왜 당신은 대답이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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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천 년간 이어온 마방의 노래에서 우리는 몇 가지 사실을 알 수 있다.

남자는 여자하고만 결혼한다. 동성 간의 결혼은 이때도 하지 않았다.

신혼의 단꿈도 버리고 떠나는 무책임한 남자가 옛날에도 있었다.

 

역마살이 끼면 떠나야 한다.

결혼을 했으면 남자는 여자를 책임져야 한다.

결혼하기 위해서는 그때도 빚을 내서 결혼했으며 남자의 결혼 비용이 더 많이 들었다.

 

결혼 빚은 부부가 공동으로 갚아야 하며 맞벌이도 해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은 마방의 벌이가 보통 사람의 연봉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젠장... 중국 기왓장과 돌은 무협소설을 너무 많이 읽어 말도 할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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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리지앙에 가면 골목길에서 가만히 귀 기울여 보자.

그러면 마방들이 불렀던 마방의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 이유는 돌도 기왓장도 말을 한다고 했으니까..

 

마방은 주로 티베트인들과 회족, 나시족등 동족으로 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물론 한족도 있었고 바이족도 있었고 여러 부족이 한 팀을 이루어 다니기도 했단다.

그 이유는 여러 곳을 다녀야 하기에 언어의 소통을 하기 위함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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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짐을 지고 힘든 삶을 살았던 마방의 삶이 바로 우리의 삶이 아닐까?

마방의 모습이 바로 우리의 모습이다.

 

그들이 가장 두려워했던 것은 위험한 길도 아니고 맹수도 아닌 산적들이었다고 한다.

세상에 제일 무서운 것도 아름다운 것도 바로 사람이다.

우리의 담장과 중국의 담장을 비교해 보면 아름다운 곳이 어디인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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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담장은 흙으로 만들고 나무도 심어 그 아래는 봉숭아도 채송화도 아름답게 피어난다.

나지막한 남 너머로 아이들의 노는 소리를 들을 수 있고 부부간의 도란도란 사랑의 소리도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의 담장은 집보다도 더 높고 무식하게 생겼다.  

 

이제 이 지역을 다스리던 목부라는 곳으로 구경하러 간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 무식하면 쓸데없는 일에 집착합니다.

                        골목 바닥에 쓰인 글의 의미를 모르면 바닥만 내려다보고 다닙니다.

                        그러나 리지앙은 바닥만 보고 다녀도 아름다운 곳입니다.

                        초보 여행자인 佳人은 바닥만 보고 다녔어도 즐겁습니다. 

 

 

6 Comments
용감한아줌마 2010.01.12 16:07  
님께선 정말 남다른 시선으로 여행을 하시는군요... 
어렸을때 혹시 떨어진 동전 없을까 바닥을 살펴본 적은 있었지만 ㅋㅋ

가인님은 무식해서 쓸데없는 일에 집착하는게 아니구요,
너무도 세심하고 작은것의 소중함을 아는 분입니다....
佳人1 2010.01.13 08:40  
네...
저의 여행은 혼자만의 생각과 느낌으로 다닙니다.
여행이란 같은 곳을 가더라도 모두 느낌이 다르잖아요.
용감한 아줌마님도 그리 하셨을거예요.
뢰글란 2010.01.12 19:29  
어릴적 대청마루가 있을땐 마룻바닥 끝이 반질반질하여 손바닥으로 쓱~ 문지르곤 했었는데..
마루에 엎드려 처마물 떨어지는것을 손바닥으로 받쳤던 추억 ~~빗소리등등......
佳人1 2010.01.13 08:41  
뢰글란님이 하셨던 그 일...
누구나 한 번쯤 했을거예요.
관운장 2010.03.12 10:41  
쇠못은 측랑기점 아닐까요
우리나라도 바닥이 시멘트나 돌로 되어있을때 저것과 비슷한걸 박습니다
손쉬운 식별을 위해 쇠못에 엽전을 끼워 박고요 흙에는 빨간 봉을 박습니다
佳人1 2010.03.12 13:58  
아...
그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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