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페이, 헤매고 헤매다 - 4
비가 많이 오네요. 불 다꺼놓고 창문 열어놓으니
시원하기가 천국이 따로 없습니다.
태국이 이런 날씨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럼 태국이 여행자들로 터져버릴라나요...
나이가 한 살 두 살 늘어가면서
땀나고 더워서 태국여행가는 게 망설여지기도 해요.
대만도 돌아오는 길엔 공항이 정말 많이 덥더군요.
아끼느라 그런건지 비행기도 후덥지근, 공항도 후덥지근
에어콘을 트는 둥 마는 둥 했더군요.
대만 사람들은 거리도 그렇고 사람들 차림도 그렇고
매우 절약하는 것 같아요.
헌 건물은 부수고 새로 짓기 좋아하는 우리와는
많이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더랍니다.
~~~~~# 4
6월 4일
배부른 가운데 마파두부밥에 망고쥬스까지
코스로 챙겨먹으니 백화점 안이 춥게 느껴진다.
일단 바끄로~~
소고백화점 앞 벤치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한다. 여행자의 가장 큰 재미는 구경이고
구경 중 제일은 사람이 아닐까나.
멋쟁이는 어느 나라나 백화점을 좋아하나보다.
스킨헤드족 같은 반만 민둥이 머리스퇄부터
장발의 셋팅남까지 골고루 입맛대로 고르는 재미가 있다ㅋ
지하철을 타고 용산사역으로
저질 카메라는 4년째 나의야경사진을 저 수준으로밖에 표현해주지
않고 있다ㅡ.ㅡ
어둠이 진 용산사는 등을 밝히고 사람들의 간절한 바램들을
향으로 피워내고 있었다.
사람들은 절 안에 있는 가게에서 과일과 과자 꽃을 사서
이걸 다시 절에 시주했다. 모든 건 절로 돌아가는 이치다.
직접적으로 돈을 시주하는 사람은 없어보였다.
결국 돈도 공산품도 모두 절로 돌아가지만 우회적인 방법이
재밌고 흥미롭다.
내 종교와는 상관없이 모든 종교는 경이롭다.
용산사에서 나와 사람들이 많이 향하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니
화시지에 야시장이 나왔다.
가운데와 양옆으로 수레가 나란히 놓여있고
서양 관광객들도 많이 보였다.
후에 스린야시장에도 갔었는데 난 스린보다는 화시지에가
훨씬 마음에 든다. 스린은 건물안에
들어 선 시장인 반면 화시지에는
약간은 남대문 시장의 모습을 닳아있다.
길가에 노점을 차린 모습이...
화시지에도 정식으로
간판을 단 곳은 지붕을 세우고 세운상가처럼 안쪽으로
들어가 있는 곳이 있긴 한데 여기는 사람들도
별로 들어가지 않아 썰렁하고
길가 노점이 훨씬 활기차고 재밌는 것들이 많았다.
먹거리도 스린보다 화시지에 야시장의 것들이
더 맛있어 보이고(극히 주관적임) 그 근방에 사는 대만 사람들이
가족과 함께 나와 저녁을 먹는 듯한 모습이 많이 보여
정감있고 훈훈했다.
관광객을 위한 시장이라고 가이드북에는 나와있지만
관광객과 현지인이 적당히 섞여있는 느낌이었다.
낮보다는 밤에 오길 잘한 것 같다.
빨간 등불로 화려하게 장식된 용산사와
화시지에 야시장이 좋다.
*용산사 찾기
용산사는 용산사쪽 출구로 나와서(몇번출구였는지 잊었어요ㅡ.ㅡ
지하철 출구방향표시 보고 용산사 쓰인 방향으로 따라나오시면 됩니다.
나오면 정면이 4거리 교차로예요. 용산사는 이쪽 아니고요.
출구 나와서 바로 오른쪽에 공원이 있습니다. 숙자씨들이 좀 계신...
이 공원을 쪽 가로질러 가면 바로 용산사 나옵니다.
그러니까 출구 나와서 오른쪽입니다
화시지에 야시장은 용산사에서 나와 공원 바라보고
오른쪽으로 가서 길을 건너가시면 바로구요)
시먼...
체력이 아직 건재하다. 나는야 천하장사 만만세~~~
천하장순이구나아~~~
시먼역에 내려 역시 방향을 보고 따라나오면
바로 위의 시먼거리 초입이 나옵니다.
사람들이 매우 많다. 그것도 중딩, 고딩 대딩 할 것 없이
학생들로만... 여기가 젊음의 거리구나아~~~
20대 아닌 사람은 관광객인 내가 유일해보일 정도로
젊다못해 어린 학생들이 각양각색의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근데 가만 보니 무슨 공포영화 홍보를 하는 것 같다.
사진기를 드니 나름 포즈도 취해준다. 쌩유~~
원하면 커플 사진도 찍어주고 하더라.
분장하느라 고생했겠다. 그리고 저런 자세로
무표정하게 서 있기도 힘들것 같다.
돈버느라 고생들한다..
스타벅스가 고전적인 커피숖 모냥을 하고 있어 찍어봤다.
우리나라 스타벅스와는 다른 분위기의 외관..
이대처럼 보세 옷과 신발들, 악세사리, 지오다노나 기타 브랜드샵
등등 없는 거 빼고 다 있다.
삐끼들의 앙상블까지 젊음, 혼잡, 화려함, 모든 것이 다 있다.
소고백화점 부근도 번화가인데 거기와는 아주 다르다.
거리를 점령한 연령대가 가장 많이 다르다.
이대 신촌 홍대 셋의 분위기 혼합탕면일세~~
나이가 솔찬한 난 정신이 산란해져서 집으로 향하기로 한다.
사람많은 곳보다는 개미 새끼 한 마리 없는
어두운 밤거리가 더 좋다. 늙은거다...ㅡ.ㅡ;;;;
타이페이역과 시먼역은 한 정거장.
걸어간다.
이 때가 10시가 다 되어가던 시각이다.
거리가 많이 한산해져있다.
사람들이 모두들 집으로 가는구나.
그런 중에 노점에서, 불켜진 가게에서
간간히 야식을 즐기는 모습이
이 곳이 서울이 아닌 동남아의 여름밤,
타이페이의 거리임을 상기시켜준다.
얼띤 표정의 이방인이 쇼윈도에
서서 그들을 훔쳐보고 있다.
저것은 뭘까 먹어보고 싶다....는
원초적 본능에 사로잡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