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페이, 헤매고 헤매다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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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페이, 헤매고 헤매다 - 2

빛의걸음걸이 2 4326

~~ # 2

6월4일

이리저리 뒤척이다 잠에서 깨보니 이곳은 서울땅이 아닌 타이페이의 고층 건물 안, 삐걱거리는 철재침대 위에 은박돗자리는 나의 성격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

은박돗자리 따위를 가지고 무슨 여행을 하겠다는 것인지..짐이 많으면 여행도 피곤해짐을 알면서도 포기가 않되는 것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은박돗자리ㅡ.ㅡ; 짐을 싸면서 넣다 뺏다를 반복하다가 동행에 포함시킨 이 궁성스런 밤동지는 여행내내 거추장스러운 짐이 되긴 했지만 편안한 잠자리를 마련해준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도 이 은박돗자리는 내 여행과 함께할 것임이 확실하니 통행크스에게 윌슨이 있다면 나에게는 은박돗자리가 있다ㅡ.ㅡ;


홍콩아이들이 짐들고 나갈때까지도 그냥 누워서 뒹굴거렸다. 체력의 한계를 첫날부터 드러내면 시작부터 여행이 힘들어질까 싶기도 했고, 사실 무뚝뚝한 홍콩아이들에게 인사하기도 귀찮고 해서....

아이들이 나가고 방 안에는 나홀로 남았다. 짐정리를 하고, 씻고, 거리로 나선다. 무엇으로 배를 채워야 하나. 역시 만만한 맥도날드... 눈에 띄는 게 맥도날드,,,,세상의 절반이 맥도날드 같은 착각이 들만큼 세계 어딜 가나 맥도날드의 루돌프 사슴코는 위풍당당하게 사람들을 불러모은다. 2년만에 맥모닝으로 아침을 먹는다.
이게 이렇게 맛있었나... 찝찔하다는 표현이 딱 맞는 달걀과 빵의 조화, 서울서 이걸 왜안사먹었을까. 이 맛있는 걸...그래 밥을 먹느라 그랬다

오늘의 목적지를 선정. 예류를 가기로 한다. 돌무더기가 휘귀한 모양을 한 곳이라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게 아니라 시간과 공간과 자연이 이루어낸 합작품이라 더욱 값을 놓이는 곳이라고 했다. 집순이인 나, 서울서라면 돌무더기를 보러 더운 한낮에 집밖으로 나오는 일은 하지 않았겠지만 역시 여기는 물건너, 산너머 고공을 가로질러 날아온 타이페이의 한복판이 아니던가. 돌이라지만 보고 가는 것이 후일에 기억에 남는 추억이 될 것이다. 이런 거 보려고 온 거 아닌가.. 진산(금산)행 버스를 타고 가다가 내리면 된다고 한다. 국광버스를 타는 곳을 찾아 헤매기 시작.

일단 케이몰에서 나와 큰 길을 건너면 타이페이 중앙역이고 그 앞쪽에는 무수히 많은 버스노선들이 지나다닌다. 그리고 중앙역 왼편으로 국광버스 터미널 같은 곳이 보였다. 국광버스는 시내도 다니고 약간 먼 시외(인천, 수원 정도)도 다니는 버스로 생각되므로(우리나라 광역버스 정도?) 우선은 중앙역 앞 시내버스 노선표를 훑고 본다. 지나가는 국광버스가 있긴 한 것 같아서...한 중국인인지 일본인인지 모를 중년의 아저씨도 나와 함께 왔다리 갔다리 노선도를 탐색하고 있다.

이 산이 아닌가보다. 옆에 국광 버스 터미널로 가본다. 예류의 한자를 보여주며 나 이곳 간다... 거기는 어웨이란다. 밖에 있다 이거지... 나와서 중앙역 기준으로 국광버스터미널에서도 좀 더 왼쪽으로 치우친 곳을 보니 국광시외버스터미널 같은 곳이 보인다. 저긴가보다.

벌써부터 해가 뜨거워진다. 이 때가 10시 정도된 시간이였는데 이글거리는 태양에 등짝엔 땀방울이 고이기 시작한다... 들어가니 안이 좀 더 넓다. 인포메이션도 보이고, 예류 한자를 보여주니 여기도 아니란다. 또 나가서 건너로 가란다. ㅡ.ㅡ; 서있는 버스를 보니 까우슝이나 좀 먼 장거리 노선의 버스가 출발하는 곳 같았다. 진산(금산)은 우리로 치면 인천정도의 거리니 인천가는 버스가 동서울 터미널이나 반포터미널에 있을리 없는 것과 같은 개념인 것 같다.

역시 나와서 좀 더, 좀 더 중앙역 기준 왼쪽으로 길을 건너 가보니 거기 근거리 시외버스터미널이 있다. 안에 매점도 있고 티비도 틀어놓고 하늘색 플라스틱 의자가 우리나라 시외버스터미널(상봉터미널 같은)분위기와 매우 비슷하다. 왕복으로 표를 사면 싸다고 요왕님? 고구마님? 여행기에서 읽었으나 표파는 아지매가 왕복은 안준다. 리턴을 모르나 내 발음이 구리다고 해도 리턴 정도는 알아들어줄 수 있지 않나...모른다. 절대...ㅡ.ㅡ; 포기하고 원웨이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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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보면 종점인 밑에 줄 금청중심(金靑中心) 전전전 역이 예류?야류?(野柳)다. 예류라고 알고 갔는데 한자는 야류라고 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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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페이역에서 진산(금산)을 거쳐 진청(금청)으로 가는 버스다. 이 버스가 금산 두정거장 전에 예류에 서는데 절대 혼자 알아보고 내릴 수 없는 곳에 서므로 미리 기사아저씨에게 예류 한자를 보여주고 대강 내릴 곳을 알려달라는 바디랭귀지를 하면 무사히 예류까지 갈 수 있다. 돌아올때는 반대쪽에서 같은 버스를 타고 가면 된다. 이 버스말고도 돌아오는 버스노선도에 보니 또 한가지 노선도 있었는데 지금은 기억이 안나니 기억력수준이 아메바 같으니라고ㅡ.ㅡ; 아마도 단수이 가는 버스 아니었나싶다... 정확하지 않다...

예류까지 가는 길은 작은 마을들이 곳곳에 많아 한시간이 넘게 가는 동안 창밖 풍경에 눈을 떼지 못한다. 중간에 탄 할머니는 내 옆에 자리를 잡으셨는데 나를 보고는 어찌나 사방사방 밝은 미소를 지으시는지 자신의 옷자락에 내가 불편해하지 않을까 신경쓰시는 모습에 대만사람들의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속내를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우리나라사람들은 다른 사람 불편한 것은 그리 신경쓰지 않지 않는가..요즘 특히나...

버스에서 내리면 바로 예류로 들어서는 초입이다. 배들이 정박해 있고 가장자리로 횟집과 음식점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짠내가 풍겨오는 어촌마을 풍경이 쫘악 펼쳐지고 나는 여기서도 삽질 시작... 바로 앞쪽에 직진만 하면 있을 예류공원 매표소를 뒤로 한 채 하염없이 오른쪽 횟집줄을 따라 가고 또 간다. 그래 저 고개를 넘으면 예류가 나오리라 룰루랄라~~기분도 좋게 자동차들이 내 옆을 씽씽거리며 먼지바람 한무더기 선사해도 예류는 이 방향입니다라는 뭔가 뭐를 확신에 찬 발걸음을 옮기기를 30여분...ㅡ.ㅡ;;;

공원 지리가 나온 표지판을 발견하고, 예류는 아까 거기였음을, 내가 걸어온 이 길은 다른 어떤 마을로 이어지는 자동차 도로임을 깨닫는다. 그래서 아까 사당 비슷한 곳에 서 있던 난닝구 할아버지가 집중관심의 눈빛을 보냈던거군,,, 저 아줌마는 왜 인도도 아닌 차도를 저리 힘차게 걸어 저쪽 마을로 가는것인가.... 그게 그런 의미였던 거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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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류 버스정류장에 내리면 바로 위와 같은 초입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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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다보면 왼편에는 배들이 정박해있다. 어촌마을의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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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멀리 보이는 파란 건물이 아쿠아리움이다. 매우 초라하고 지저분해보이며 아무도 구경하지 않는 분위기를 풍긴다. 구경하고 싶지 않은... 쇼를 하긴 하는가본데.. 어쨌든 저기 보이는 파란 건물쪽으로 갔으면 되었을텐데
나는 오른쪽길로 돌아돌아 하염없이 걸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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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왔다면, 그러니까 정면으로 직진해서 파란 건물의 아쿠아리움쪽으로 오기만 했다면 위의 말뚝을 확인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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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표소에서 예류공원 입장권을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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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숍에서 시원한 커피나 음료를 뽑아들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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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지 않게 예류를 한바귀 핑 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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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요상시런 돌무더기를 배경삼아 똑딱이 사진기나 눌러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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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풍경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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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도장만 찍으면 되었을거다...ㅡ.ㅡ;;;

한시간도 안걸렸을 작은 면적의 공원이였건만... 나는 이것저것 가지가지 하다보니 두시간은 족히 넘어 넓디넓은 어촌마을을 쏘대 다녔다.

그리고 사실 저 돌무더기는 참 징그러운 게,,, 여행와서 길 잃고 헤매기도 하는 거지 싶은 긍정적인 마음을 싹 사라지게 했다..바다를 보면 시원스럽다가도,,, 푸른 풀들 나무들을 보면 마음이 순해지다가도 저 바위들만 보면
얼렁 나오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영 내 취향이 아니었다....


덥다더워 대한민국의 여름은 애교같은 타이페이의 정오 햇살을 저 구멍 슝슝한 바위들과 함께 하고 다시 버스를 타고 타이페이 중앙역으로 향하다 나는 또 일을 저지른다. 뭘 믿고 버스에서 무작정 뛰어내린 것이냐??? 예류에서의 뜬금없는 침튀기기식 방향 설정도 부족해 나는 돌아오는 버스에서 꾸벅거리며 졸다가 여기다 싶은 곳에서 무작정, 아무 확인없이 뛰어내렸다. ,,,
그리고 장장 1시간을 소고백화점을 찾아가는 길고긴 여정이 이어졌으니

지금 거울을 보면서 나조차 내 얼굴을 신기하게 여기게 만드는 누렇게 탄 얼굴... 이건 시커멓게 탄 게 아니라 누렇게 탄,, 생전 처음보는 피부색, 신인종이다...
신인종의 시초는 이 날부터인거다...ㅜ.ㅜ

원래의 나의 다음 목적지는 충효부흥역.... 여기였다... 그리고 내가 내린 곳은 한 정거장 전인 충효%%%역이였으니,,비슷한 이름이라고 내린 것 같다...

가는 길에 소고백화점은 왜케 많은 것인지.... 소고백화점 이사아태평양 백화점 비슷한 이름의 백화점인지 스토어인지가 길에 널려있었다. 소고백화점 명품관 같은 곳도 들어가 쌩쇼를 하고...

드갔다나왔다.. 지하철에도 뭔 표시가 그따구야... 소고백화점이 도대체 몇개야??? 혼자 승질내다 말다... 드뎌 소고백화점을 찾긴 찾았는데 이 곳이 글쎄
두 군데다... 두 군데가...ㅡ.ㅡ;;;;;;;;;;;;;;;;;;;;; 벽 색깔만 틀리다....

2 Comments
바보뚱땡이 2008.06.29 15:56  
  헤메고  다니는게  재미  아닐까요...

어쨌든  부럽고  여행자들을  위해  경비내역도  함게

적어주시면  더 많은 도움이  될것 같네요...
빛의걸음걸이 2008.06.30 17:00  
  지금 생각하면 재미있었어요. 근데 그땐 힘들고 괴로웠어요.ㅡ.ㅡ 제가 여행하면서 경비를 적지 않아서대락 말씀드리면 물가는 대체로 우리보다 약간은 낮은 수준이었습니다. 음식은 대만 달러 $100~130 정도 주면 푸드코트에서 셋트메뉴로 식사 가능했어요. 요시노야 규동 셋트 105달러, 예류, 주펀 버스비가 90달러(편도), 맥도날드 모닝셋이 70~80달러, 기억나는 게 이 정도네요. 관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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