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를 기록하다...중국]04, 15 -황산(툰시)시에 사는 사람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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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를 기록하다...중국]04, 15 -황산(툰시)시에 사는 사람 풍경.

수양버드냇가 0 1874

4월 15일 황산(툰시)시에 사는 사람 풍경.
밤10시 쯤에 황산(툰시)시에 떨어지면, 방을 어이 잡을까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다시 생각보다 쉽게 잡혔다. 내가 돈이 많으면 호텔이라고 크게 이름이 걸린 곳으로 가겠지만 그러하지 못하니, 기차역 앞에서 나를 부르는 이의 손짓에 끌려 따라간다. 이러면 꼭 길모퉁이 한 구석에 나란히 있는 하숙집골목 같은 곳으로 데리고 간다. 외국인이라 받지 않을까라 생각되지만, 내가 방이 누추하고 지저분하다고 싫다 하기 앞서 이들은 친절하게 나를 맡이해 준다. 그리고 난 낯선 외국인이 아니라 현지인처럼 그네들이 머무르는 공간에 머무르고, 그 골목을 걷고, 시장에서 물건을 산다. 키 작은 아주머니가 방이 있다는 소리에 따라 와서는 아무렇게나 배낭을 내려놓는다. 그리고 깨어나니 아침 9시가 되어 있다. 여행을 하며, 밤사이에 꿈나라를 열 번 정도 들낙날락학는 듯하고, 이 사이를 아무렇지 않게 공간 이동도 서슴치 않게 이룬다. 너무 많은 공간을 헤집고 다니는게 조금 걱정스러울 뿐이다.

밤 사이에 나 몰래 따라온 비가 내린다. 그래서 아침 9시에 일어났지만 이리뒹굴 저리뒹굴, 추운 곳에 비가 내리면, 난 정말 얼음이 되어버린다. 따스한 그 무엇이 간절하다.

시체놀이를 하거나 이불을 덮어 쓴 체 춥다 춥다하다, 편지를 쓴다. 황산에 가려니 비가 온다고 편지를 쓴다. 가끔 편지는 아련한 기억 너머에서 물고기처럼 버드나무 사이로 오르락내리락하는 소중한 기억이 될 것이다, 그리움이 될 것이다. 난 지난번에 제주 어머니께서ㅡ '히상이 편지 때문에 같이 여행하는 느낌이였어' 하셨길래, 그 느낌을 믿으며 다시 적어 보내드린다. 그리고 내가 어느 길을 걷든, 내가 어느 자리에 머무르든 나에게 힘이 되어주는 친구와 첫 배낭여행에서 만난 이에게도...

예닐곱통을 쓰서, 점심 쯤에 길거리로 나선다. 그냥 아주 우연찮게 눈이 마주쳐 -허름하고 조그마한 음식점에 들어가 점심을 먹는다. 딸아이는 책을 펼쳐놓고 뭔가 열심히 배우고, 어머님은 낯선 손님에게 음식을 준비하고, 난 그 사이에 앉아 두 모녀(母女)를 바라본다. 딸아이는 다 외웠다는 듯이 책을 어머니에게 건내고 줄줄, 구슬 궤 듯 훓어 내려가는데, 어머니는 음식을 하면서 틈틈히 틀린 부분이나 생각나지 않아 멈칫하는 부분을 짚어 주신다. 두 사람이 놀랍다. 그네들은 분명 겉모습이 초라할지 모르지만 가슴에는 커다란 무엇이 자라고 있음에 분명하고, 난 그렇게 믿는다. 딸아이가 어머니와 꼭 닮았다.

하루 종일 비가 내린다. 점심 시간에 잠시 그쳤나 싶었는데, 다시 비가 내린다. 난 길거리 모퉁이, 어느 가게 처마 밑에서 내리는 비를 바라본다. 거리에는 자동차보다 '릭샤'가 더 많이 다니고 있다. 간간히 내가 놀라는 것은 중국인의 창조, 혹은 발명품에 대한 점이다. 난 깊은 공학이나 과학은 잘 알지 못하지만 중국의 '릭샤'는 분명 네팔이나 인도와는 너무나 다르다. 그곳의 풍습과 문화의 차이에 따른 것이라면 이해해야 하지만 이네들은 자기 몸에 맡게 잘 고쳐서 만든다. 거지 구제는 나랏님도 못한다고 했던가. 난 국가가 모든 이를 구제할 궁리보다 이렇게 생활 가까이 있는 보다 낳은 점을 서민들에게 들려주면 어떨까 생각한다. 그러면 적어도 비가 와서 젖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의 몇 가지 놀란 점은 여성의 자리와 다문화이다. 여성은 남성과 같은 자리에서 열심히 뛰는 듯 하며 거리에는 인력거에서 세발 자동차, 이층 버스, 20여 년은 더 되어 보이는 자동차가 함께 달리는 동네이다. 다양성과 보다 낳은 발전이 거리에 힘차게 굴러간다.

처마 밑에서 잠시 생각에 젖어보았지만 비가 그칠 기미가 보여 지지 않아 다른 곳은 갈 엄두-강변쪽-도 못내고 인터넷 카페에 찾아들어간다. 그리고 지인에게 안부를 남기고, 황산에 대한 정보를 구해본다. 론리플래닛은 '그냥 참 좋아하는 산이다'라고 표현되어 있기에 그 느낌이 쉬이 다가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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