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를 빙자한 주뇽이의 북경여행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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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를 빙자한 주뇽이의 북경여행기(2)

하로동선 0 2383
-이화원-

점심식사후에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이화원. 모두들 아는 바와 같이 청나라 말기에 황제를 대신하여 전권을 휘두르던 서태후의 여름 별장이다. 이곳이 특별히 유명한 이유는 중국 황실 정원의 모습을 간직한 상태로 온전히 보존되어 북경 시내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여름 별장이라 여름에 보아야 제멋을 느낄 수 있다는데 겨울에도 겨울 나름의 운치와 멋을 충분히 간직하고 있었다. 지난 2005년 여름에 왔을 때는 여름이었는데 그때와 비교해도 지금의 모습이 결코 떨어지지 않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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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으로 보이는 넓은 호수는 사람들을 동원해서 파낸 인공호수(곤명호)이고, 거기서 나온 흙을 쌓아 만든 인공산(만수산)이 오른쪽인데, 산 꼭대기에 놓인 정자(불향각)에 자꾸 눈길이 간다. 지난번에 왔을 때는 시간이 없어서 올라가보지 못한 곳이다.
회랑에 이르러 자유시간이 주어졌을 때 나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불향각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스팔트 계단이 끝나더니 길은 완연한 등산로이다. '이 길이 맞는걸까?' 내가 가는 길이 맞는지 의심스러웠지만 앞서 올라가는 사람들이 있기에 그들을 믿었다. '저들은 분명 중국인일테고, 그렇다면 최소한 길은 아니까 올라가는 거겠지...'
그러나... 마침내 그들도 멈춰서더니 좌우를 살피기 시작한다. 아무리봐도 내 눈에도 그들 눈에도 여기는 아니었던 것이다. 자유시간이 불과 40분이어서 정말 뛰다시피 올라와서 런닝셔츠가 젖었는데 이 길이 아니라니... 하지만 낙심하고 있을 시간이 없는지라 다시 길을 달려내려오는데 그냥 올라간 길을 내려왔으면 쉬웠을 것을 괜히 조금이라도 전진한다고 없는 길로 갔더니 이건 거의 "산악훈련"수준이 되었다.
아... 되는 일이 없구나...
그렇게 헐레벌떡 내려오는데 가족을 동반한 어떤 아저씨가 마주 올라오면서 내게 길을 묻는다.
'아저씨... 저도 죽겠거든요?' 이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중국말을 못해서... "I'm sorry, I'm Korean"해 버렸다.
그렇게 포기하고 긴 회랑을 따라 걷는데 회랑 옆으로 근사한 집이 눈에 들어왔다. 호기심 발동... 살며시 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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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 들어와서 봐도 너무 운치있다. 다만 주위에 아무도 없어서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는 것이 아쉽다. 아치 모양의 다리 위에 올라가서 주변을 둘러보며 그 모습에 젖었다. 오늘은 겨울답지 않게 날씨마저 따뜻하다.
다시 집을 나와 장랑을 따라 걷는데 옆으로는 [소주가]가 나타난다. 저런데 들어가서 음식도 시켜 먹고 이야기도 나눠가면서 여행을 즐겨야 하는데 패키지에는 그런 낭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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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걸으니 어느덧 [석방]이다. 건륭제가 만든 대리석 배에 서태후가 2층의 건물을 짓고 자주 연회를 베풀었다는 곳이다.
얼어붙은 곤명호의 위로 멀리 데이트하는 남녀가 걷는 모습이 보인다. 카메라가 시원치 않아서 줌으로 한껏 당겨도 이 정도밖에는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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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히 걷는 남녀의 모습은 언제 보아도 참 아름답다. '내게도 저런 시절이 있었는데...' 마냥 그들이 부러워서 한참 동안이나 바라보았다.

-이경완 호텔-

북경 오리구이로 저녁을 먹고 숙소에 돌아와서는 학생들에게 전체적으로 알려야 할 것들을 이야기하고 방으로 들어왔다.
우리의 숙소는 이경완호텔(Lijingwan International Hotel)이다. 가이드 말로는 5성급이라는데 그건 모르겠고, 일단 위치는 좋지 않았다. 시내외곽이니까. 다만 밖에서 보는 것보다 방에 들어오니 침대도 더블베드 2개이고(그동안 내가 다닌데는 다 싱글) 책상과 탁자, 그리고 의자도 깔끔하게 잘 갖추어진 것이 좋았다.(그동안 내가 주로 게스트하우스로만 돌아서 눈이 낮아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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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게 수첩에 하루의 일과를 메모하고 잠자리에 누우니 편안해서 참 좋다. 새벽 4시반에 일어나서 지금까지 돌아다녔으니 하루가 길기는 참으로 길구나... 커튼을 걷고 밖을 내다보니 인적은 없고 가로등만 외롭게 빛나는데 오른쪽에 서 있는 아파트가 참 근사하다. 잘은 모르지만 평수도 제법 되어보이고 앞에 주차된 차도 왠지 고급같고 아무튼 내가 살고 있는 집보다는 훨씬 좋아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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