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여행 20/41일 리장(麗江)->다리(大理)
호도협 트레킹을 생략하여 남은 일정을 리장에서 보내자고 마눌님을 설득해 보았으나, 역시 실패했습니다.
볼 것을 대충 다 보았는데, 쓸데 없이 빈둥거리면서 비싼 달러 쓸 일이 뭐냐는 거지요.^^
생각해 보면, 젊은이들의 여행은 바쁜 일상으로 부터 탈출하기 위하여 떠난 것이기에 늘어지기를 좋아하는 것 같고
늙은이들의 여행은 무료함으로 부터의 탈출을 위하여 떠난 것이어서 할 일 없이 딩구는 것을 못견디는 모양입니다.
우리의 여행 일정만 보더라도 젊은이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의 강행군(?)이라고 스스로도 생각하는데, 이것은 꼭 비
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할 일 없이 딩굴기(?)를 싫어해서 그렇게 되는 것이지요.
오늘은 리장에서 다리로 이동을 합니다.
다리는 리장에서 남쪽으로 약 180여 키로미터 떨어진 곳인데, 버스로는 3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군요. 요금은 40元.
리장만 해도 고도가 꽤 높은 지역인데, 다리는 평지이기 때문에 차창을 통해서 보이는 경치도 어느덧 논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평야지대의 비교적 넉넉한 농촌풍경으로 바뀌더군요. 더구나 한창 벼를 수확하는 계절이어서 들에는 많은
사람들이 일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지요. 다리(大理)를 조금 못 가서 시저우(喜州)라는 마을부터는 인구가 상당히
많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그동안 한적한 곳만 보아온 때문이겠지요.
차장에게 다리 꾸청에서 내려달라고 했더니, 웬 한적한 도로변에서 내리라고 합니다. 아무리 둘러봐도 도시 같은 것은
보이지도 않는데, 중국인 몇이 내리기에 우리도 따라 내렸지요. 버스가 떠나고 둘러보니 도자기 전시관으로 보이는 건
물이 있고 그 뒤로는 지은지 얼마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상가건물들이 있었는데, 전시관은 문을 닫은지 오래 된 것
같았고, 상가도 문을 연 곳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우선 화장실이 급해서 상가쪽으로 들어가 보니, 상가는 텅 비어있는
데 화장실은 의외로 깨끗이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아마 관광지로 개발하려다 실패한 곳인 것 같더군요.
마침 이스라엘 아가씨 둘이 문 닫은 도자기전시관을 기웃거리고 있어서, 다리 구청으로 가는 길을 물었습니다.
가는 방향을 가르쳐 주면서, 가까우니까 버스나 택시 타지말고 걸어가도 충분하다고 친절히 일러줍니다. 그런데 이런!
조금 가니 고성의 담장이 나와서 가깝구나라고 생각하고 걷는데, 의외로 먼 거리였습니다. 더구나 우리가 찾아가려는
No.3 게스트하우스가 있는 곳 까지는 절대로(?) 늙은(이 말은 우리 마눌이 제일 싫어 하는데...^^) 마눌과 함께 걸을만
한 거리가 아니었습니다. 힘들게 걷는 우리 옆을 지나가던 시내버스가 No.3 앞에서 서는 것을 보았을 때 느꼈던 기분을
어떻게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내 덕분에 그 이스라엘 아가씨들 아주 오래 살 겁니다.ㅎㅎㅎ(2路 버스였든가?)
하지만 그 길을 걷는 것이 아주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닌 것이, 그 길에는 이곳의 지명이 왜 대리(大理)인지를 저절로 깨
달을 수 있을 정도로 많은 대리석 가공공장을 구경하며 걷게 되기 때문입니다. 아름다운 화문석(花紋石)을 연마하여 화
병을 비롯한 각종 대리석 조각품을 만들고 있었는데, 아쉽게도 사진은 찍지 못했습니다.
저녁 무렵이 되자 구름이 많아지던 하늘에선 급기야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걸어오면서 고성안은 대충 구경을 했지만, 걷는게 힘들어서 짜증을 내느라고 뭘 보았는지도 모르겠더라구요. 비가 온다
고 숙소에만 있을 수도 없어서 저녁도 먹을 겸 거리로 나섰지만, 빗속에 맥주만 한잔하고 돌아왔습니다. 처음으로 한국
사람이 운영하는 숙소에 들었는데, 손님은 거의 한국사람들 뿐이더군요. 이런저런 정보 얻기에는 제일 편하지요.
시내버스(리장) 1x2=2, 버스(다리) 40x2=80, 아침식사 10, 점심식사 30, 저녁 20, 만두+맥주 15元, 방값(더블룸) 80x2=160元